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181화 (181/367)

17-코어

이경완 스캔들은 현재진행형이었다. 연예인 스캔들에서 시작해서, 권력형 비리 스캔들, 다시 범죄 스캔들로 유형이 바뀌었다.

야구선수 불법 원정 도박이 비선실세 게이트까지 이어지는 것과는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오로지 이경완에, 이경완에 의한, 이경완을 위한 이슈랄까?

솔직히 히어로 엔터테이먼트다 뭐다 각 나라에서 히어로라는 존재들이 유명해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만큼은 아니었다.

한국형 히어로 1호 선더보이가 비록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을지언정, 국민적 인지도는 이경완을 따라잡지 못했다.

선더보이를 아무리 국가적 차원에서 밀어준다고 하더라고 경완처럼 국해의원의 허리에 칼침을 놓아 많은 이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해 준 적이 있는가?

중국의 원전을 폭발시켜 전 세계적인 경악을 불러온 적이 있는가?

혐한의 국가이던 일본에서 카미사마라고 불리며 진한 국뽕을 선사해준 적이 있는가?

타칭 중국동포, 자칭 중국인의 싸다귀를 때리는, 차마 히어로로서 할 수 없는 짓으로 국익에 이바지한 적이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적 인지도가 있는 탑급 연예인과 염문설이 터진 적이 있는가?

세상사에 관심이 없어서 그간 이경완이 누군지 모르던 사람까지 이번 스캔들로 인해 그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물론 왜 이미연 같은 여자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인간하고 염문설이 터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런 의견을 제시할 때마다 ‘두 사람 관계가 이해가 안 되면 다큐를 봐라’라는 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이경완 다큐도 꽤나 본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이경완 다큐 역시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역주행을 시작했다.

가히 이경완에 대한 국민적 인지도는 국가와 언론이 합심해도 막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쩌면 초능력이 점점 산업 전반, 인류의 생활 전반으로 응용되고 필수 불가결한 것이 되는 풍조에서 경완이 유명해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만큼이나 초능력을 잘 다루는 초능력자가 또 있겠는가?

그의 능력은 걸어 다니는 독심술 기계일 적부터 국가적인 관심과 수요를 불러왔고, 지금에 와서는 그가 국회의원을 테러한 인간이든, 원전을 폭발시킨 미친놈이든 상관없이 그를 보유(?)하고 싶은 나라들이 적지 않았다.

아마 경완이 중국인이 되고 하면 중국 주석부터 화색을 띠며 승인서류에 서명을 때려 박지 않을까?

“오빠, 다녀올게.”

“다녀오지 말고 집으로 가는 게 어떨까?”

“불안해서 잠이 안 올 것 같으니까 그냥 여기로 올게.”

미연은 생각보다 낯가죽이 두꺼웠다. 그녀는 사태가 진정될 동안 당분간 경완의 집에서 안전을 도모하기로 했는데, 여기엔 김준의 강력한 추천은 물론 국정원의 지지도 있었다.

경완에게 앙심을 품고 그의 지인을 노리고 있으니 경완의 옆에 두는 것이 가장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경완은 고아로서 열심히 살다가 어쩌다 자신과 얽혀 곤란에 빠진 그녀에게 차마 냉정하게 나가라고 할 순 없었다.

불가피한 일이지만 자신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었다. 조금만 그가 성질머리를 다스렸으면 그를 증오하는 자들로부터 그녀가 이렇게 노림을 받았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성질머리대로 살기로 했다면 괜히 이렇게나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고, 그때로 돌아가도 동일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도 나름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는 중이니까.

그녀가 현관을 나서기 전에 물었다.

“그런데 진짜 월세 안 줘도 돼?”

“필요 없거든. 그리고 넌 나한테 위자료 청구해야 할 입장 아닌가?”

“오빠 탓도 아닌데 위자료는 무슨. 아무튼 다녀올게.”

그녀는 손을 흔들며 새신부를 남겨두고 출근하는 새신랑처럼 즐겁고 활기차게 현관을 나섰다.

경완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에 착잡하게 입맛을 다셨다. 그녀에게 월세나 식비, 공과금 등 경완의 집에서 생활하는 비용의 일체를 받지 않으려는 이유가, 그녀가 그걸 빌미로 그의 집에 머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까 봐 그런다는 걸 말하지 않았다.

뭔가를 지불하는 만큼 권리를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아무튼, 집에 혼자 남은 경완은 평소와 다르게 패드를 쥐지 않고 인터넷을 돌아다녔다. 머릿속의 생각은 복잡하게 엉킨 상태였다.

갑자기 인생이 꼬였다는 느낌. 마치 사춘기의 청소년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아 세상에 저항하다가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번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 경완의 삶은 간단했다.

‘조져야 할 놈은 여건이 되면 조진다.’

이 간단한 명제를 수행하는 것엔 고차원적인 권모술수나, 철학적 고찰 따위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능력껏 저지르기(?)만 하는 되는 것이었다.

무한전생-더 빌런 180화

17-코어

하지만 사람의 인연이란 복잡하게 얽히는 것이었고, 생각 없이 일만 저지르다가는 본의 아니게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이번에 새삼 느끼게 된 것이었다.

경완은 고민했다. 과연 여태까지의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을까?

그게 쉬우면 개과천선이라는 말이 굳이 생기진 않았을 것이며, 누구나 반성해서 새로운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게 힘드니까 개과천선이라는 거창한 사자성어가 만들어진 것이고, 이는 경완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연 미연이라는 사람이 그가 여태 살아온 방식을 바꿀 정도로 의미가 있는 사람일까?

그녀가 들으면 미안하게도 경완의 대답은 No였다.

그래도 자신 때문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의 마음이 죄책감으로 불편해지는 것도 인정해야 했다.

결국 그의 해결책은 자신이 좀 번거롭더라도 그녀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중국이 원흉이라고 해도 중국인을 죄다 죽여 버릴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게 결심한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소장님? 접니다. 잠시 상담하고 싶은 게 있는데 방문해도 될까요? 된다고요? 언제 돼요? 언제든 오라고요? 지금 가도 돼요? 된다고요? 그럼 잠시 뒤에 뵙겠습니다.”

경완은 가볍게 옷을 입고 운동화를 신은 후 현관을 나섰다.

그가 초능력으로 공중을 나르기 시작하자 옆집에서 감시하던 한대정, 오하나 두 사람이 급히 국정원에 보고했다.

하지만 모두와의 우려와는 다르게 경완은 사건을 저지르러 나간 건 아니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세립 초능력 연구소.

마리아 소장을 만난 그는 미연에 관한 사정을 이야기하며 자문을 구했다. 매드사이언티스트 끼가 있는 마리아 소장이 자신의 도○에몽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녀는 그가 방문한 취지를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확실한 호신장비가 필요하겠군요.”

납치나 강도 등의 강력범죄에 대항하기 위한 호신무기는 초능력 발생 이전에도 있었다. 다만 초능력 범죄로 인해 그 효용성이 의심받는 세상이 되었을 뿐.

범죄의 수단이 강력해지면 그에 대항하는 장비 역시 강력해져야 했다.

“마침 위버멘쉬에서 괜찮은 소재가 들어와서 연구 중이었어요.”

“위버멘쉬라…….”

초능력 연구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곳이니 새로운 초능력 신소재라도 되는 걸까?

경완은 따라오라는 마리아 소장의 말을 따라 어디론가 향했다. 그리고 빨간 경고문자가 붙은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기밀구역?”

“어때요? 두근거리지 않아요?”

“전혀요.”

경완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같이 세상과 담쌓고 지내려는 인간이 기밀 같은 거 알아봤자 귀찮아지기만 할 뿐이었다.

“역시 경완 씨는 침착하네요.”

마리아는 경완이 속으로 ‘뭔 개소리야?’라고 중얼거리는 것도 모르고 그를 안내했다.

경완은 주변에 정체를 모를 장비들이 벽에 설치된 방에 도착했다.

방 가운데 빈 공간엔 유리로 된 실린더가 수직으로 놓여 있었고, 실린더 중앙엔 구슬 여러 개를 뭉친 듯한 작은 덩어리가 둥실둥실 떠 있었다.

아기 주먹만 한 덩어리를 보고 경완이 물었다.

“저게 호신장비의 재료예요?”

“코어라고 불려요. 정확하진 않지만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S입자 배터리라고 이해할 수 있어요.”

이어진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S입자를 응축해서 저장하는 기능이 있기는 한단다.

“뭐로 만들어졌는데요?”

“아주 복잡한 미세구조를 가진 생화학고분자-금속 복합체라고 하더군요. 비파괴 검사를 해도 정확한 분석이 어려울 정도죠. 그렇다고 시료를 채취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훼손하면 기능이 망가질 우려도 있다고 하고요. 만들기도 너무 어려워서 절대 분해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그래서 저걸로 초능력에 대항할 호신용품을 만든다고요?”

“그럴 가능성이 있지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S입자 배터리라면서요?”

“하지만 거기에 저장되어 있는 S입자를 꺼내 쓰는 것도 어려운 상황인데 비초능력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얼마나 어렵겠어요? 이미연 씨는 초능력자 아니죠?”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에게 마리아는 TMI를 풀어놓았다.

“S입자의 가장 대표적인 특성이 생각에 반응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의문은 품어본 적 있나요? 생각이란 결국 뭘까요?”

신경과학이 발달할수록 생각이란, 지성(智性)이란, 혹은 감정과 이성이란, 결국 시냅스와 시냅스 사이에서 튀는 전기불꽃에 불과하지 않을까란 의문이 진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세상이란 이름의 복잡계에서 생존을 위한 패턴을 찾아내기 위해 진화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 바로 생각이라는 것.

고로 감정이나 이성도 결국 생존을 위한 진화과정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마리아의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을 품어볼 수 있죠. 과연 이 S입자는 사람만 가지고 있는가? 놀랍게도 아니에요. 어느 정도 복잡한 신경망을 가진 고등동물들은 모두 S입자를 가지고 있어요.”

초능력에 대한 사회 혼란을 우려해 철저하게 기밀로 붙여졌지만 최근 아프리카에선 총알이 통하지 않는 아머드 엘리펀트가 나타났고, 태평양에선 배만 한 크기의 해수(海水)를 염동력으로 들어 올려 포경선 위에 던진 초능력 고래가 나타났으며,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벌목 업자를 신체강화능력을 바탕으로 공격한 오랑우탄 등 초능력을 발휘한 동물들이 존재했다.

초능력은 결코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초능력 때문에 인간이 신에게 선택받았다고 말하는 멍청이들에게 이 사실을 말해주고 싶지만 정부에서 기겁하겠죠.”

“아무튼, 그래서요?”

“그래서 S입자는 복잡한 전기화학적 시스템에 반응한다는 가설이 세워졌고 이를 실증하기 위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저 코어라고 하는 물건이라더군요.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배경 설명은 이만하면 됐다 싶었다.

“아무튼, 그래서 저걸로 호신장비를 만들 수 있다고요?”

“저 귀한 걸로 호신장비를 만들 순 없죠. 그리고 이미 비슷한 개념의 호신장비는 개발해 놓은 것이 있거든요.”

“그럼 왜 저를 여기에 데려왔어요?”

“그럼 공짜로 초능력 호신장비를 받아가려고 했어요?”

두 사람의 시선이 물끄러미 교차했다. 경완도 그녀도 그저 말없이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렇다. 세상엔 공짜가 없는 법이었다.

경완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기왕 여기까지 온 거 헛걸음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제가 뭘 하면 되나요?”

“제가 왜 여기에 데려왔겠어요?”

그녀의 물음에 경완은 유리 실린더 안에 있는 코어라는 물건을 보았다.

“저걸 어쩌라고요?”

“경완 씨의 능력이라면 저것의 구조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학자도 아닌데 어떻게 파악해요?”

“천리안 기계를 응용하면 돼요.”

“어떻게요?”

“천리안 기계를 통해 의식이 확장되는 걸 반대로 해서 의식을 한정된 영역에 집중하는 거죠. 망원경이나 현미경이 똑같이 빛의 굴절을 이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죠.”

고무동력기나 F35나 똑같이 공기역학을 이용한다는 소리와 뭐가 다른가?

경완은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넘어갔다. 부탁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 전에 먼저 확인해 봐야 하는 것이 있었다.

“우선 그 호신장비부터 보죠.”

괜히 힘만 들이고 성에 차지 않는 성과를 얻고 싶진 않았다.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까요?”

보아하니 그 연구 성과에 꽤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경완은 그녀를 따라 다시 자리를 옮겼다. 프로토타입으로 보이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장비들이 강화 아크릴 상자 안에 담겨 있었다. 각각 시리얼 넘버가 붙어 있었는데 공돌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해 보였다.

경완이 물었다.

“이중에 뭐가 호신장비예요?”

“절반 이상이 호신장비라고 할 수 있어요. 대부분 실패작이지만요.”

초능력자의 육성만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이 초능력 제압 무기의 개발이었으니, 국가에서도 예산을 받는 세립 초능력 연구의 프로토타입 절반 이상이 대(對) 초능력 제압 장비 내지는 대(對) 초능력 호신 장비인 것도 당연했다.

“그래서 실패작이 아닌 성공작은 뭡니까?”

“여기요.”

마리아가 경완에게 선을 보인 장비의 수는 세 가지. 모두 액세서리형으로 휴대성에 중점을 두고 개발한 물건으로 보였다.

“이건 전기충격탄, 이건 연막마취탄, 그리고 이건 음…… 환각혼란탄?”

“죄다 호신무기라기보다는 차라리 시위진압용에 가깝네요. 그리고 환각혼란탄은 또 뭐예요?”

“말 그대로 환각을 통해 혼란을 일으키는 물건이죠. 정신계 능력자 제압용으로 개발된 물건이에요.”

정신계 능력을 상대하기 위해선 정신에 영향을 주면 된다는 발상으로 나온 물건이었다.

경완이 물었다.

“그거 마약법에 안 걸려요?”

“그래서 생산은 허가받지 못했어요.”

아무튼, 작은 호두알 크기에 초능력자들을 제압할 만한 기능을 담아내다니 무척 대단하기는 했다.

“굉장하기는 하네요.”

비살상 제압무기를 이 정도로 발달시켰을 줄이야.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초능력자에게도 통할 수준의 무기를 소형화했다는 점에 있었다.

하지만 말과 표정이 달랐고, 마리아는 우수한 연구자다운 관찰력으로 경완의 그런 기색을 읽어냈다.

“왜요? 마음에 안 들어요?”

“좀 그렇네요.”

“어디가요?”

“투척형이라는 것부터요.”

아무리 잘 만들어봤자 잘못 던지면 말짱 꽝이었다. 오히려 실패할 경우 상대의 화만 돋우어 위험을 증가시킬 우려가 컸다.

“그뿐만 아니라 초능력자라는 건 죄다 개성이 강하잖아요. 전기충격에 금방 회복되는 초능력자도 있을 것이고, 연막을 밀어내는 염동력자도 있겠죠.”

“그렇군요.”

마리아는 경완의 설명에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경완 씨가 생각하는 가장 확실한 호신장비는 뭘까요?”

“상대방을 제압하지 않으면서도 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거죠.”

“혹시 방어막 같은 거 말하는 건 아니죠?”

“왜 아니겠어요? 스마트 포스필드를 개발하신 박사님이라서 그 비슷한 건 있을 줄 알았죠.”

과거에도 호신이란 위협을 무력화해서 내 안전을 담보하는 형태였지만 초능력이 있는 지금이라면 어떨까? 가능하지 않을까?

경완의 말에 마리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말투에는 뭔가 만들고 개발하는 사람의 자존심을 살짝 긁는 그런 게 있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사실 그런 계획이 없는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해결이 안 돼서 보류 중이었죠.”

하나는 동력원이고, 또 하나는 S입자의 매개체, 즉 인간의 정신이었다.

포스필드 같은 초능력을 발동하는 장비를 만들기 위해 S입자를 운용하는 매개체가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경완 씨가 코어를 분석해서 그와 비슷하게 재현할 수 있게 된다면 이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코어를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게 되면 개인용 배리어 장비도 현실성이 생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경완이 코어를 분석하고 마리아가 이를 연구할 필요성이 있었다.

졸지에 선입금할 처지가 된 경완은 고민에 빠졌다.

정말 이렇게라도 미연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걸까? 그냥 미국이나 한국 정부에 경호를 강화하도록 부탁하면 안 되는 걸까?

하지만 세상이 하도 수상했다. 초능력 각성은 계속해서 일어났고, 이번에는 미연의 경호도 뚫려버리지 않았는가? 100% 안심할 수 있는 건 세상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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