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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88화 (188/367)

18-1차 초능력 전쟁

삑! 삑! 삑!

그때 갑자기 소리가 났다. 국정원으로부터의 비상호출 신호였다.

오하나가 급히 폰을 확인하고 표정을 굳혔다.

“드디어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아, 하필 먹는 시간에…….”

경완이 말꼬리를 흐리며 일어났다. 이미 본인은 다 먹었지만, 식사 이후의 식곤증 날리는 일엔 낮잠이 최고였는데 그걸 방해받은 것이다.

한대정이 급히 물었다.

“경완 씨, 추적앱은 설치했죠?”

“왜요? 벌써 납치당했어요?”

“네.”

대답하는 한대정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마리아 소장같이 국가 중요 인재가 납치되도록 경호와 안전에 무슨 짓을 했냐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이건 마리아 본인이 반쯤 의도한 것이기도 했다.

솔직히 그녀 같은 인재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 역량을 투자하면 이렇게 쉽게 납치가 되겠는가?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이 기술 탈취를 꿈꾸는 놈들 중 한 놈을 뿌리 뽑거나 엿을 먹여서 단단히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었기 때문에 놈들이 감히 일을 벌인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로 경호나 보안을 강화할 순 없었다. 언제까지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그렇다고 너무 보안을 약화시켜도 의심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만만하진 않지만 노력하면 해볼 만한 수준의 보안과 경호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놈들이 의심하지 않고 일을 저지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말이다.

“얼른 출발해요. 우리가 백업할게요.”

경완은 인이어를 착용하고 베란다로 뛰어나갔다. 그가 난간을 밟고 뛰어오르자 인이어로 오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서 1시 30분 방향으로요!]

경완이 방향을 틀었다. 멀리서 보니 도로에서 때아닌 도주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얼씨구?”

더 가까이 가보니 여기가 한국인가 싶었다. 도주하는 차량과 이를 추적하는 경찰차까지.

경완은 바로 개입할까 하다가 그저 잠시 뒤를 따라갔다. 인이어로 오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도착 안 했어요?]

“구경 중이에요.”

[……뭘 구경하고 있어요! 얼른 구해야죠!]

잠시 자신의 귀에 들린 말을 의심했던 오하나가 정신을 차리고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경완은 공중에 둥둥 뜬 채 말을 이었다.

“댁들 계획은 이런 거 아닌가요? 소장을 납치하려고 했던 자들을 붙잡아 심문해서 그 배후를 불게 만든다. 하지만 상대는 병신이 아니에요. 바로 꼬리 자르고 오리발을 내밀겠죠.”

그건 마리아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경완에게만 은밀하게 주문한 것이 있었다.

물론 그는 이를 국정원에게까지 말하진 않았다. 계약서를 쓰진 않았지만, 굳이 따지자면 현재 그를 고용한 쪽은 국정원이 아니라 마리아였다. 당연히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따르는 것이 우선 아니겠는가?

“게다가 제가 나설 필요도 없는 것 같네요. 보세요. 우리 코리언 히어로까지 나타났네요.”

선더보이, 소닉걸, 피스맨 등의 한국 유명 히어로들이 나타났다.

썬더보이야 아는 사람이었지만, 다른 이들의 히어로명을 경완이 처음 들었을 때 분명 꼰대가 그들의 별칭을 지었을 거라 확신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1호부터 시작해서 저렇게 줄줄이 촌스런 이름을 붙일 리가 있겠는가?

경완이 건물 옥상에서 아래를 보았다. 피스맨이라 불리는 거구의 사내가 납치범들의 차량 앞에서 자세를 잡고 대기하고 있었다. 마치 달려드는 황소를 붙잡겠다고 자세를 잡는 것 같았다.

그때 도주하던 차량의 선루프가 열리더니 한 남자가 튀어나와 피스맨에게 달려들었다. 그 반동에 차량에 출렁거렸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공중으로 뛰어오른 남자의 체구가 헐크라도 된 듯이 거대해진 것이다.

피스맨보다 두 배는 더 커진 몸뚱이는 위협적이었고 질량 역시 그러했다.

물리학을 무시하는지 거대해진 질량으로 후려쳐진 피스맨이 옆으로 날아가 건물벽에 처박혔을 때 늘씬한 몸매가 드러나는 쫄쫄이를 입은 여성, 소닉걸이 단단한 뒷굽으로 가칭 헐크남의 정수리를 콰직 밟았다.

크아악!

목청이 얼마나 좋은지 주변의 유리창이 깨져나가고 경완이 있는 곳까지 공기 떨림이 전해져 올 정도였다.

헐크남은 밟힌 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감싸 쥐고 대들보 같은 팔뚝을 사방으로 휘둘렀다.

포효에 귀를 막고 주저앉은 소닉걸은 가속 능력으로 급히 그 팔뚝을 피했지만 그사이 납치범들의 차량은 옆으로 지나갔다. 소닉걸이 차량을 쫓으려고 했지만 헐크남이 사방으로 난장을 피우자 뒤쫓아 오는 경찰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헐크남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썬더보이가 추격에 나섰다.

손과 손 사이에 길쭉한 방전을 일으키며 그대로 본네트에 전격을 때려 박으려고 했던 그의 의도는 차량에서 또다시 튀어나온 초능력자에 의해서 막히고 말았다.

경완은 지붕에서 아래를 보며 혀를 찼다.

“이야~ 단단히 준비했네.”

썬더보이를 상대하기 위해 튀어나온 초능력자는 염동력자였다. 그것도 상당히 강력한.

썬더보이의 전격능력은 멀리 뻗지는 못하지만 근접전에선 매우 강력했다. 일단 닿기만 해도 머리가 아찔해지는 감전으로 신체강화능력자까지 제압할 수 있었다.

그것이 그가 대한민국 1호 히어로가 된 이유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신체강화능력자들이 각성하고 사고 치는 비율이 높았고, 몸이 강해진 맛에 사고 치는 것들을 잡기엔 강력한 전격 능력을 가진 그만한 인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능력도 닿아야 강력했다. 염동력을 이용해 원거리 공격을 하거나 밀어내니 다가갈 수야 있나.

그렇다고 힘을 잔뜩 끌어올릴 수도 없었다. 아직 시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썬더보이는 염동력자가 견제한답시고 날려대는 맨홀 뚜껑, 가로등 따위를 일일이 받아낸다고 개고생만 했다. 시가지 도로를 통해 도망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모양이다.

경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차량을 동원해 길목을 막아 납치범들 차량의 진행방향을 막았다.

의도는 좋았다. 다만 결과는 상상과는 달랐다.

콰광!

염동력이 발휘되자 경찰차가 좌우로 밀려났고, 경찰들은 황급히 옆으로 몸을 굴려 피했다. 밀려난 차량은 옆에 있던 차량과 부딪혀 애꿎은 경찰 예산에 빵꾸만 냈는데,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매뉴얼이 그대로라 생긴 참사였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던 경완은 혀를 찼다.

“난리 났네, 난리 났어.”

그러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이 소규모 시가전과도 같은 난리를 피울 정도로 범인들의 간덩이가 큰 걸까, 아니면 배후가 듬직한 걸까?

잡아다 물어보고 싶기는 했다. 진실의 스무고개에 걸리면 배후를 불 테니까.

그러나 진실의 스무고개도 만능은 아니었다. 저들이 점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저놈들이 그저 또 다른 자로부터 의뢰를 받은 것뿐이라면? 그리고 그자 역시 다른 자로부터 의뢰를 받아 전달한 브로커일 뿐이라면?

고전적이지만 진실을 추적하는 끈을 끊어내기엔 매우 효과적인 수였고, 이런 수 앞에서는 진실의 스무고개도 그리 큰 효과는 내지 못했다. 심문을 받는 놈이 뭘 좀 알아야 그것도 효과적이었다.

아무튼, 추격전은 계속되었고 납치범들의 차량은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향했다. 헐크남이 달려서 일행을 뒤쫓았다. 진짜 농담 아니고 영화에서 나오는 헐크의 모습 같았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말이다.

놈들이 시가지를 빠져나가자 본격적으로 대대적인 추격이 시작했고 하늘에는 헬기가 떴다. 경찰 것도 있었고 방송국 것도 있었다.

경완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니 분명 놈들이 한국인은 아닌 것 같았다. 저 봐라. 히어로들이 달라붙으니 총기까지 써서 떨어뜨리려고 하는 모습을.

도대체 기관단총은 어떻게 들여온 걸까? 누가 이 장면을 보고 그 총기 청정국가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놈들이 총기를 사용하자 경찰도 비상이 걸렸고, 결국 공권력에서도 총기를 쓰기로 결정했다.

넓게 퍼뜨린 초감각으로 경완은 공권력의 대응이 어떠한지 가늠할 수 있었다. 저 멀리서 경찰 특공대가 대물저격총으로 납치범들의 차량을 겨누고 있었다.

멀리 있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경완의 초감각으로만 느낄 수 있는 발포음이 나는 것과 동시에 납치범들이 탄 차량의 본네트에 구멍이 뚫렸고, 엔진이 관통된 차량은 동력을 잃고 느려졌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마치 형상기억합금으로 이루어진 듯 뚫렸던 구멍이 메워지고 엔진도 복구되면서 차량이 다시 가속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완은 그것이 차 안에서 운전하던 자의 능력임을 알아차렸다.

형상복구능력? 상당히 특이한 능력임은 확실한데 과연 그것뿐일까? 고작 그런 능력 하나만 가지고 납치에 가담했을 거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차량을 복구만 한다고 만사형통일까?

어디까지 복구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떨어져 나간 것이나 소실된 것까지 복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 복구 능력이 연료까지 복구할 순 없으리라.

경완과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대물 저격총의 탄환이 연료통을 관통했다.

구멍 뚫린 연료통에서 연료가 흘러나와 도로를 적시며 불길을 일으켰다.

차량에 이상이 생긴 것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아도 멈출 수 없었던 것인지 놈들은 계속해서 나아갔다. 어디를 목적으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량으로 닿을 수 있는 곳까지는 계속 나아가고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동안 히어로들이 몇 번이고 차량에 달라붙어 멈춰 세우려고 했지만 헐크처럼 거대화하는 능력을 가진 헐크짭과 염동력자의 방해에 실패했다.

하지만 연이어 연료통에 구멍이 뚫려 모든 연료가 세어나가 버린 차량은 끝내 멈춰 섰다. 아무리 차량의 데미지를 복구하는 능력도 연료는 복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경완은 그 기가 막힌 사격 솜씨에 분명 저격수도 초능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와중에 놈들은 멈춰선 차량을 버리고 기절한 마리아를 어깨에 짊어진 채 도로 옆 숲으로 들어갔다.

일체의 망설임도, 혼란도 없는 것이 분명 목적지가 있는 행동이었다. 그저 쫓겨서 되는 대로 도망가는 것이 아니었다.

헐크짭과 염동력자가 히어로들을 막는 동안 기절한 마리를 어깨로 짊어진 운전수(아마 형상복원능력자) 놈이 품에서 GPS장치로 추측되는 전자기기를 꺼내 확인하더니 어디론가 뛰기 시작했다.

경완은 그쪽 방향으로 S입자를 뿌렸다. 뿌리고 보니 작은 공터에 누군가가 있는 것 아닌가?

공터에 사람이 한 명쯤 있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그 주변에 농밀하게 형성된 S입자 구조체는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납치범이 마리아를 그쪽을 데리고 가는 건 더 이상한 일이었고.

마리아를 어깨에 짊어진 운전수가 도착해서 조용히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놈에게 소리를 지르자 놈이 뭔가 용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놈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구조체에서 S입자의 줄기가 나와 마치 휘어진 빛처럼 서쪽으로 뻗었다. 처음에 경완은 그것이 패스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이 일의 의뢰자와 연락하고 있는 걸까?

아니었다. 놈의 얼굴이 달아오르자 주변의 풍경이 일그러지며 어디선가 세찬 바람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경완은 둥글게 일그러진 풍경 가운데 완전히 새로운 풍경이 나오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설마 웜홀을 뚫는 능력?

지금도 저 구멍에서 힘차게 뿜어져 나오는 바람은 웜홀로 연결된 두 지점 사이의 기압차로 인한 것이었다.

“!#$!%”

구멍을 유지하기 힘든 일인지 놈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마리아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운전수가 이를 악물고 뛰었다. 그 뒤를 따라 한국 히어로들을 막고 있던 염동력자와 헐크짭도 서둘러 움직였다.

마리아를 어깨에 짊어진 납치법이 가장 먼저 웜홀을 통과했다. 그다음으로는 웜홀 능력자가 통과했다.

그 모습을 본 염동력자가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 일으킨 염동력으로 히어로들을 밀어버리고 웜홀로 날아들었다. 짭헐크는 덕분에 아낀 힘으로 염동력자의 뒷덜미를 잡고 웜홀로 달렸다.

무시무시한 각력에 땅바닥이 터져나갔고, 둘의 속도는 마치 스포츠카처럼 빨랐다.

무한전생-더 빌런 18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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