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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89화 (189/367)

18-1차 초능력 전쟁

“안 돼!”

썬더보이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가속 능력을 지닌 소닉걸이 서둘러 쫓으려고 했지만 염동력자가 펼친 역장을 뚫기 힘들었다.

역장은 교활하게도 단순히 그녀를 뒤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위쪽으로 밀어냈기 때문에 그녀의 발을 땅에서 떨어뜨렸고 기동력을 약화시켰다.

누가 봐도 한국 최고의 초능력 연구자가 납치당하려는 순간. 경완이 움직였다.

“너희는 여기 있어.”

하늘에서 뚝 하고 웜홀 앞에 떨어진 그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폭발하듯 퍼졌다.

그로 인해 발생한 역장에 웜홀로 달려들고 있던 염동력자와 헐크짭이 홍수 난 강물에 휩쓸린 것처럼 뒤로 밀렸다.

갑자기 일어난 이변에 웜홀 능력자가 급히 능력을 거뒀지만 이미 경완은 웜홀을 넘은 상태였다.

그는 웜홀 저 너머에 남겨진 납치범은 한국이 알아서 잡을 거라 생각하고 우선 주변을 살폈다.

건물들로 둘러싸인 공터의 중앙. 풍경을 보니 확실히 한국은 아니었다. 한국 하면 어디에서라도 저 멀리 산이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도착한 공터는 주변이 담과 건물로 둘러싸인 요새와 같은 느낌의 장소였다. 한눈에 봐도 평범한 곳은 아니었다.

“!#@$^!#”

쏼라쏼라 소란이 일었다. 중국어였고, 딱 봐도 중국인들이었기에 여기가 중국임은 짐작이 되었다.

또 중국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정학적인 위치를 생각해 보면 자주 얽힐 수밖에 없었다.

역사를 봐도 확장주의적 제국의 옆에 있는 나라와 그 국민이 어떻게 살았는지 공부해 보면 얽히지 않고 서로 소 닭 보듯 하는 것이 더 이상했다.

아무튼 뭔가 그들의 예상에서 벗어난 상황이 닥치자 그들이 바로 움직였다. 경완도 바로 손을 썼다.

그가 뻗어낸 검은 연기 줄기가 마리아와 그를 짊어지고 있는 사내, 웜홀 능력자를 붙잡았다.

그리고 마리아를 떼어내 상태를 살피니 깊이 잠들어 있었다. 약물을 써서 재운 것 같았다.

경완이 납치범과 웜홀 능력자를 보았다.

웜홀 능력자는 침묵을 지키며 우묵한 눈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고 납치범은 계속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아마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았다.

경완 그 두 사람에게 물었다.

“혹시 너희 한국말 할 줄 아니?”

하지만 두 사람은 못 들은 척, 한 놈은 계속 침묵을 유지하고, 또 한 놈은 중국어로 뭐라고 소리를 질렀기에 경완은 이번에는 영어로 물었다.

“Can you speak korean?”

“…….”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그럼에도 두 사람은 경완의 질문을 한쪽 귓구멍으로 흘려보내는 반응을 보였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손을 써야 했다.

“아아악!”

“으아악!”

왜 둘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걸까? 검은 촉수가 그들의 젖꼭지를 찌르고 붙잡고 비틀었기 때문이다.

고통으로 정신이 번쩍 든 두 사람이 자신의 질문을 귀담아들을 준비가 되었을 때쯤 다시 훼방이 들어왔다.

군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경완을 향해 총구를 겨눈 것이다.

초능력 병사들도 있는지 총 말고 다른 무기를 든 군인과 로이더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근육질의 체격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

장교로 보이는 이가 경완을 향해 소리를 질렀지만 역시 중국어라 알아듣지 못했다.

한판 푸닥거리를 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린 경완은 일단 마리아의 안전부터 도모하기로 했다.

절단의 능력이 바닥을 긁었다. 거기에 염동력을 사용해 땅덩이를 들어내자 사람 하나 넣을 만한 둥그런 구멍이 깔끔하게 생겨났다.

경완은 사람 키만 한 깊이의 구멍에 마리아를 넣고 넓적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위에다 덮었다. 혹여 숨이 막힐라 숨구멍도 두어 개 뚫어놨다.

혹여나 눈먼 총알에 그녀가 맞을만한 상황을 제거한 경완은 목을 꺾으며 전투를 준비했다.

그런데 막상 준비가 끝나자 상대의 기세가 팍 죽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들도 그제야 경완이 누군지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일반 군인들이 천천히 뒤로 물러나는 반면, 평범해 보이지 않는 군인들이 천천히 다가왔다. 새로 뽑은 초능력 군인들인가? 하여간 사람 많은 나라답다.

경완이 그렇게 속으로 혀를 쯧쯧 찼을 때 초능력 군인들 사이로 한 사람이 다가왔다.

젊은 남자였는데 카리스마가 있어 마치 장교처럼 보였다.

그는 중국어 느낌이 나는 영어로 경완에게 말했다.

[이경완. 왜 네가 여기에 있지?]

경완도 영어로 대답했다.

[그냥. 재밌는 일이 보여서. 최근에 심심했거든.]

마리아와 짜고서 기술 스파이를 족치려다 여기까지 왔다고 밝힌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경완의 말에 젊은 장교가 말했다.

[그럼 이만 돌아가는 게 어떤가? 퍼스트 클래스 좌석으로 예약해 주지.]

[두 자리로 예약해 주는 거지?]

경완의 말에 장교는 대답이 없고 표정이 굳었다.

경완은 그러한 반응에서 마리아의 납치가 결국 중국이 모의한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참 얽혀도 이렇게 계속 얽힐 수가 있나?

이거 그냥 공산당을 죄다 죽여 버리는 편이 더 나은지 그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쯤 더 이상 고민만 할 순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의 초감각에 장교의 머리에서 패스가 뻗어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여러 가닥의 패스는 초능력 군인들에게 연결되었는데 경완은 바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이 이해할 수 있었다.

패스를 통해 서로의 정신을 연결해서 즉각적인 의사소통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거 아니겠는가?

경완은 그들의 전술을 보고 저들이 그동안 정말 많은 연구를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 미국조차도 이러한 전술을 지금 시기에 실전에 도입할 순 없지 않을까?

수억의 인구와 독재권력의 추진력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는 침묵의 시간.

먼저 움직인 건 중국 초능력 군인 쪽이었다.

2미터급의 근육질 덩치를 가진 놈이 이상하리만치 큰 권총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경완에게 조준했다.

무려 12미리 탄을 쏘는 자동권총의 총구가 경완을 향하자마자 그는 급히 붙잡은 인질을 자신의 앞으로 가져왔다.

마리아 소장 납치를 증언해 줄 소중한 입들이었지만 그의 생각으로는 설마 진짜 쏠까 싶었다. 운전자였던 놈은 모르겠지만, 다른 한 놈은 웜홀 능력이라는 정말 귀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놈이 아니던가?

하지만 미친놈을 상대하려면 미친놈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놈은 경완을 향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텅! 텅! 텅! 텅!

“끄아아악!”

“아악!”

어찌나 화력이 좋은지 일반적인 권총 소리와 달랐다. 12미리 탄에 몸이 뚫린 둘의 입에서 나오는 비명도 엄청났다.

둘의 몸을 관통한 총알이 경완에게까지 닿을 뻔했지만 다행히 검은 연기를 뚫진 못했다.

하지만 총알의 위력은 사람의 몸을 뚫고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으며 경완이 급히 친 방어막에 부담을 주기엔 충분했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사격에 경완은 인질을 버리고 몸을 피하며 땅을 뒤집었다.

12미리 대구경 권총이라니……. 기존의 총기 매니아들이 보기엔 이보다 병신 같은 무기가 또 있을까 싶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확실히 똑똑한 수였다.

신체강화능력자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원거리 공격기의 부제 아닌가? 때문에 강인한 육체만 믿고 설쳤다가 염동력 같은 종류의 능력에 발바닥이 땅에서 떨어지면 농락만 당한다.

하지만 저런 고화력 화기를 함께 다루게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고화력 화기는 대부분 구경만큼이나 반동도 크지만 신체강화능력자는 충분히 이를 다룰 수 있었으며 염동력 등의 원거리계 초능력자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었다.

게다가 강한 화력은 곧 상대의 초능력을 소모시키기에도 효과적이었다.

경완은 땅을 뒤집어 총탄을 막았지만 공격은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초감각에 염동력의 물결이 사방에서 그를 포위하듯 조여 오는 것이 느껴졌다.

힘 싸움을 하면 혼자인 경완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소모전이 될 뿐이기 때문에 그는 절단의 능력으로 다가오는 염동력의 영역을 베어 잘라내 버렸다. 새삼 이미 하늘로 간 흑선이 고마워졌다.

하지만 공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공군 초능력 특수전대는 그가 주석이 숨어 있는 벙커를 지키고 있던 그들의 선배들을 어떻게 조졌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알려진 경완의 전투능력은 달인급 격투기술에 신체강화능력, 그리고 중력장 조절능력과 염동력, 마지막으로 수상할 정도로 강력한 절단능력까지.

하늘도 무심하시지. 중화(中華)가 아니라 저런 속국에게 저런 능력을 주시다니…….

하지만 인재가 없으면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것이 오랜 중화의 전통이자 진짜 저력이 아니겠는가? 괜히 무협에 합격진이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펑!

경완은 지근거리에 일어난 폭발에 자신의 몸에 두르고 있던 염동력 배리어가 출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일순간에 배리어를 유지하던 S입자가 뭉텅이로 날아갔다.

지근거리에 일어난 폭발. 또 다른 폭발 능력자가 나타난 것인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염동력을 응용한 폭발, 일동의 염동 폭발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경완에게 이미 발동한 능력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도 파악해서 준비한 기술로 보였다.

그가 절단 능력으로 그를 포위한 염동력을 끊어내자 힘으로 잡기보다는 충분한 타격을 주는 것으로 전술을 바꾼 것이다.

적절한 대응이었다. 지속성 능력이 아니라 짧은 순간 발동하고 마는 능력이라면 아무리 경완이라도 그것을 무효화하긴 힘들었으니 말이다.

공세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벽을 넘은 초능력자라도 있는지 S입자가 경완이 발동한 흑연의 염동력에 파고들어 오며 영역을 축소하거나 정교한 운용을 방해했다.

하도 공세가 전격적이고 전방위적이라 피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던 경완은 어디서 그런 방해가 들어오는지도 확인하기 힘들었다.

정신없는 공세를 피하며 그는 솔직히 자신이 오만했다는 걸 인정했다. 그 단기간에 이렇게나 많은 준비를 해놓았을 줄은 몰랐다.

본인이 게으르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 세상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전에 요하네스가 했던 말이 떠오르고 그 말을 피부로 실감했다.

세상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노력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진 퇴물이 될 거라고.

텔레파시를 통해 한 몸처럼 정교하게 움직이는 초능력 특수전대는 도저히 파고들 틈이 보이지 않았다.

경완은 순간 밴시의 비명을 떠올렸지만 여태 패스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당장 시도하기에는 얻을 것도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현재 상황은 백중세. 물론 소모전 양상이 시작되었기에 시간이 갈수록 경완의 패색이 짙어지겠지만 그렇다고 당장 방어에서 여력을 빼내어 난국을 타개할 모험수를 시도하는 것은 무리였다.

저들을 공세를 막아 내는 일에서 약간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그것이 어디까지 스노우볼이 굴러갈지 예측이 힘들었다.

한 마디로 하이 리스크는 확실한데, 그것이 하이 리턴인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험수를 둘 순 없었다.

그는 결국 후퇴를 결정했다.

일단 마리아의 몸에 마커를 심은 후, 중력장 능력과 염동력을 동원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설마 저 귀한 연구자에게 저들이 해꼬지를 하겠는가?

굳이 그녀를 구하겠다고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다가 그 싸움의 여파가 그녀를 덮치는 것보다는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를 노리는 편이 났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녀의 몸에 마커도 심어놔서 추적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경완이 작정하고 도주를 선택하자 잡을 수 있는 이들이 없었다.

물량전의 문제점이 여기서 드러났다. 기동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 말이다. 그렇다고 함부로 쫓을 수도 없었다. 진형이 흐트러진 순간 각개격파 당할 수도 있었으니까.

마리아를 버리고 포위망을 벗어난 경완은 동쪽으로 계속 날아갔다. 전투기와 헬기가 떴지만 은밀하게 고속기동하는 그를 발견할 수 없었다.

황해가 나오기까지 한참이나 걸린 것을 보면 그 의문의 시설은 중국 내륙 은밀한 곳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경완이 바다를 건너 어딘지 모를 해변에 착지했을 때 그의 호주머니에 들어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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