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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91화 (191/367)

무한전생-더 빌런 191화

18-1차 초능력 전쟁

물러난 사정을 설명하는 말에 마리아가 놀라 물었다.

“경완 씨가 물러나야 할 정도였나요?”

“만만하지 않더라고요.”

“……그랬군요.”

경완의 설명에 그녀도 중국은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걸 인식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경완이 결코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도.

그녀가 푸념하듯 자신이 겪은 일을 풀어놓았다.

“중국은 역시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인재풀이 넓어요. 계속 협조를 거부했다간 세뇌해서 꼭두각시로 만들겠다는 협박도 받았어요. 그런 정신계 능력자도 있다는군요.”

“뭐, 새삼스럽지도 않네요.”

경완은 마인드 브레이커를 떠올렸다.

“그런데 고작 하루만에 협박까지 하다니 많이 급했던 모양이네요.”

“저와 관련된 나라가 한둘이어야죠.”

중국이 마리아의 초능력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극렬하게 싫어할 나라는 과연 어디일까? 21세기 패권다툼을 벌이는 미국? 아니면 바로 위에 붙어 있는 러시아?

경완은 왜 중국이 급하게 협박까지 했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중국의 초능력 기술 확보는 그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는 일이었기에, 중국은 서방국가들의 외교경제적 압박을 받기 전에 얼른 다 된 밥을 퍼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비록 결과만 따지면 경완이 그 밥 위에 똥물을 뿌린 격이지만 말이다.

두 사람은 서해안에 도착했다. 통화 가능지역에 들어서자마자 연락을 해놨으니 곧 사람이 올 것이다.

“이제 안심해요. 다 끝났어요.”

“아직 안 끝났어요.”

경완의 대꾸하는 마리아의 표정은 살얼음이 낀 듯했다. 본인이 끝내기 전까진 안 끝낼 생각인 모양이었다.

반(半)-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원한이라…….

경완은 중국을 향해 조용히 애도의 묵념을 보냈다.

* * *

세립 초능력 연구소장 납치사건은 조용히 묻히는 듯했다. 한국정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막 자국민 납치에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난하려고 하는 참에 일이 좋게 마무리되어서 비공개로 항의를 전달했을 뿐이었다.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고려할 때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자국민이 납치되든 경제가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한 사람의 희생으로 모두가 이익을 누릴 수 있다면 많은 유권자의 표를 받을 수 있으리라.

아! 물론 중국의 돈도 받고 말이다.

마리아는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섭섭해하거나 공개적으로 기자회견 따위를 해서 중국의 만행을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본인의 특허를 중국이 사용하는 걸 전면적으로 막았을 뿐.

그녀의 그런 결정은 미국과 서방 세계의 입꼬리를 귀에 걸리게 했다. 초능력 확장 장비를 중국이 더는 사용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초능력 기술 및 산업 분야 대한 중국의 발전에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이다.

그뿐인가? 중국이 사간 약 1조 원의 스마트 포스필드 장비에도 일제히 이상이 생겼다.

포스필스 장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모조리 삭제되어 장비가 고물이 된 것이다.

중국에선 난리가 났다. 스마트 포스필스의 산업적 가치가 상상을 초월하는데 그 장비들이 모조리 깡통이 되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중국 당국에선 장비를 팔아먹은 세립 초능력 연구소에 문의(問議)의 탈을 쓴 ‘격렬한 항의’를 해왔지만 세립 초능력 연구소에선 묵묵부답이었다.

과연 한 맺힌 여자의 보복이 여기서 그칠까?

경완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보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어쩌다 요하네스와 다시 통화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는데 거기서 경완은 그녀의 행보에 대해 확신을 얻었다.

[킴은 이 기회에 확실히 세계에 보여줄 생각입니다. 함부로 자신을 건들지 못하게 말이죠.]

“하긴 중국을 상대로 그걸 증명하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겠죠.”

경완이 수긍하는 와중에 요하네스는 자신의 놀라움도 고백했다.

[하지만 이렇게나 신속하게 킴을 구해낼 줄은 몰랐습니다.]

“도망칠 때 생각 없이 도망친 게 아니거든요.”

[중국에서 킴의 신체검사를 철저하게 했을 텐데도 그녀의 위치를 알아낼 방법이 있었나 보군요.]

예리하다면 예리한 질문에 경완은 순순히 긍정했다.

“그렇죠.”

아니라고 한다면 신속하게 그녀를 되찾을 수 없었을 테니까.

그에 관해서 더 이야기를 하면 혹여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캐묻는 말이 나올까 봐 경완은 무심하게 대수롭지 않은 어조로 다른 화제를 꺼냈다.

“그나저나 위버멘쉬도 대단하네요. 티베트와 위구르에서 일을 저지르다니…….”

[너무 곧장 저희를 지목하시는 거 아닙니까?]

“위버멘쉬는 원래 무력 사용에 거침이 없잖아요?”

위버멘쉬가 테러집단이란 딱지를 어떻게 뗐는가? 소국의 독재자를 때려잡아 떼지 않았던가?

원래 힘과 부귀, 명예는 함께 가는 사이였고, 힘이 있으면 어떻게든 포장이 된다는 걸 위버멘쉬는 증명했다.

경완의 말에 요하네스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저는 그냥 그동안 참고 있던 회원들을 더는 제지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국제적 초능력 연맹인 위버멘쉬는 그 초기부터 강력한 초능력자들을 회원으로 모집하고 그 능력을 개발하는 일에 주력했고, 거기엔 인종, 종교, 나이, 성별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저 비전을 제시했을 뿐.

그 비전이란 초능력이란 재능을 타고난 당신은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더 나은 대접을 받으며 살 수 있다는 것.

당연히 중국의 압박을 받던 티베트인이나 위구르인들이 위버멘쉬에 가입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위버멘쉬는 그들과 그들의 가족을 중국 밖으로 빼내는 것을 도왔다.

중국 밖으로 나온 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본인의 능력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니, 억압으로 고통받는 고향을 해방시키고야 말겠다는 각오가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 힘이 없으면 결국 당한다는 걸 누구보다 몸소 깨달았으니 힘에 대한 열망이 강렬했다.

위버멘쉬는 그들의 그런 생각과 행동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오히려 장려하고 지원했다. 다만 성급하게 행동하지는 말 것을 부탁했다.

그런 위버멘쉬의 포지션으로 인해 이들은 위버멘쉬를 신용했고, 마침내 저항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경완이 물었다.

“과연 독립이 가능할까요?”

[힘들 겁니다.]

“위버멘쉬를 원망하진 않을까요?”

제3자의 눈으로 봤을 땐 가망 없는 일을 빌미로 위버멘쉬가 그들을 이용한 것이라 볼 수도 있잖은가?

요하네스는 일부 수긍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계속 시일만 끌어도 불만이 나왔을 테죠.]

여러 사람이 보이면 생각도 다양해지고, 똑똑한 놈이 있으면 병신도 있게 마련.

위버멘쉬의 커리큘럼과 멘토들 덕분에 강해졌지만 그들의 공보다는 자신의 재능에 더 공을 돌리는 이들도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 중엔 위버멘쉬가 자중을 요구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 이가 없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현실의 벽을 한 번 느껴보라는 건가요?”

[그런 의도가 없지는 않습니다. 티베트와 위구르의 독립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까요.]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이 둘이 중국에 비해서 약해도 너무 약하다는 것이었다.

힘 있는 외부 세력의 도움이 아니라면 스스로 강해져야 하는데 중국이 과연 그것을 가만히 놔둘 것인가? 원교근공(遠交近攻)이라는 말은 중국에서 탄생했다.

경완은 요하네스의 발상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마리아 여사에게 점수도 따고, 통제가 안 되는 내부 불만 세력에도 현실의 쓴맛을 알려주고, 평소에 위버멘쉬의 진출을 막아왔던 중국에도 엿을 먹이고, 그냥 일석삼조를 누리고 있다는 말 아닌가?

과연 위버멘쉬의 창립자다운 권모술수였다.

“아무튼, 그래서 언제쯤 제지할 생각인가요?”

[글쎄요. 그건 저도 모르겠군요.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되지는 않거든요. 특히 전쟁 같은 건 더욱 말이죠.]

요하네스 같은 자가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전쟁이 벌어질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힘없던 자들이 힘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경완은 위버멘쉬가 없는 세상을 한 번 상상해 보았다. 아마 중국이 위구르와 티베트의 초능력 각성자를 잡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 그들은 위버멘쉬로 인해 중국 밖으로 빼돌려지고, 힘을 갖춰서 고향으로 돌아갔다. 여태 봐온 중국의 행태를 보았을 때 좋게 마무리되기는 글러 먹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과연 요하네스의 예상대로 티베트와 위구르의 상황은 눈덩이 구르듯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중국은 서쪽에서 일어난 소요사태를 강제진압하기로 결정했고 군을 투입했다.

하지만 투입된 부대 중 몇 개가 하룻밤 만에 모두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경계근무와 당직근무를 서고 있던 이들이 먼저 목이 베여 과다출혈로 죽어버리고, 자고 있던 병사들도 모두 목이 베여 죽어버렸다.

이상 상황을 위에 알릴 틈도 없이 병력들이 죽어버리자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장비와 탄약 등은 그대로 중국이 말하는 테러리스트 반군세력, 위구르&티베트 독립군에게 넘어갔다.

중국은 분노했지만 큰 위기를 느끼진 않았다. 아무리 총이 위험하다지만, 중국은 확실한 군사훈련을 받은 더 많은 병력이 있었다.

그들을 보복성으로 인근 마을을 공격했지만 상황이 이상하게 굴러갔다. 이 무지렁이들이 싸워도 너무 잘 싸웠던 것이다. 마치 군사훈련을 받은 것마냥 말이다.

중국은 당혹했다.

아니? 우리 땅에서 우리의 눈을 피해 저것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킨 놈들이 있단 말인가?

그래서 따졌다. 미국에게.

증거는 없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 외에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있을 리가 없었다. 지리적으론 러시아가 유력했지만 지리, 경제, 정치를 생각해 봤을 때 러시아는 그럴 동기가 부족했다.

미국도 놀라서 상황을 파악해 보려고 했지만 중국 땅에 있는 휴민트가 모자라서 정보를 얻을 수 없었고, 그저 중국의 강짜에 헛소리 좀 하지 말라고 면박을 주었다.

미국의 싱크탱크에선 분명 초능력자가 관련되어 있을 거라는 보고가 올라갔지만 친절하게 그걸 가르쳐 줄 이유도 없었다. 중국의 몰락은 제조업 기반을 다시 미국으로 유턴시킬 아주 좋은 기회였으니까.

과연 미국의 싱크탱크는 유능했다. 그들 말대로 갑작스런 두 독립군의 정예화에는 초능력자가 관련되어 있었다.

중국도 설마 군사훈련 받은 정신계 능력자가 자신의 경험을 정신계 능력을 통해 타인에게 빠르게 습득시킬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적어도 그런 식의 응용을 여러 분야에서 억압받고 있는 티베트와 위구르인이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한 준비는 고향의 자유와 독립을 원하는 초능력자들이 그동안 이를 갈고 얼마나 철저한 준비를 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지만, 위버멘쉬 때문에 중국 당국에선 이런 이들에 대해 미리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중국의 단호하고 잔인한 탄압에 독립의 열기가 금방 식을 거라고 생각했던 서방 세계는 티베트, 위구르 독립군의 선전(善戰)에 오~ 하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 국가의 여론도 점점 이들의 독립에 우호적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중국은 점점 과격해졌다. 민간인 거주 구역에 대한 폭격은 물론 대량 학살 무기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독립군은 결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독립군에 지원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 그간 억압받았던 것의 반동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전장에서 초능력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염동력으로 총기를 조종해 코너에 엄폐한 적군을 사살하거나 사람의 몸으로 중기관총을 들고 뛰어다니며 벽 뒤에 숨은 적을 벽을 뚫고 저격하는 일도 있었다.

초능력이 가장 치열하고 격렬하게 사용되는 건 야습이나 비정규전 때였다. 초능력으로 암살과 습격을 하고, 초능력으로 이런 적을 탐지해서 막고.

사실상 사람을 갈아 넣는 상황이 되었지만 중국은 이런 전술에 자신이 있었다. 사람이 넘치는 중국이야말로 인해전술의 끝판왕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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