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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93화 (193/367)

무한전생-더 빌런 193화

18-1차 초능력 전쟁

“뭐, 일이 없다니 아쉽긴 하네요.”

“잠시만요.”

그럼 이만 가보겠다는 그의 태도에 김준은 잠깐 그를 붙잡았다.

“일이 있기는 한데…… 이게 엄밀히 말하자면 미국의 일은 아니거든요.”

이어진 설명으로는 미국이 일종의 거간꾼으로서 경완에게 의뢰하는 형태라나?

“그럼 국제적인 일이네요?”

“그렇습니다.”

김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사실 이전부터 경완의 독심술 기술, 진실의 스무고개를 이용해보고 싶은 수사기관이 비단 미국만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미국이 경완을 통해 재미를 좀 본다 싶으니 여러 나라의 정부도 거기에 숟가락 좀 올리려던 차에…….

“마침 경완 씨가 중국에 갔다가 일이 터져버린 거죠.”

하이양 원전 테러사건.

그리고 그 일 때문에 경완을 부려 먹고 싶어했던 정부들은 함부로 그를 자국에 들이기가 꺼려진 것이다.

전 세계 사람들의 욕을 먹은 사건이 언급되자 경완은 허허 웃었다.

“그땐 제가 좀 혈기가 넘쳤죠.”

“…….”

그런 그를 보는 김준의 눈빛이 ‘혈기 아니라 광기 아니냐’는 물음을 담았지만 경완의 낯가죽은 여전히 두꺼웠다.

“자연계에서도 그렇잖아요. 맹수도 배부르고 편안하면 야생성이 잠잠해진다고요.”

중국이 그의 야생성을 건드렸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변명에 김준은 동의하지 못했다. 당시 경완이 보여준 행태는 야생성이라는 단어로 퉁칠 수 있는 수준을 넘었으니까.

아무튼, 지금 대화의 논지는 그것이 아니었다.

“아무튼 그 뒤로 경완 씨는 여러 나라에 입국이 금지되었습니다. 알고 계셨나요?”

“아니요.”

경완은 금시초문이라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정말 경완의 능력이 절실했던 일본 같은 경우가 아니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을 자국에 들이고 싶은 정부는 없었다.

그렇지만 막상 미국처럼 범죄자를 한국으로 이송해 경완의 신문 능력을 활용하자는 발상을 실행할 수 있는 나라도 없었다.

일단 국가 내부적인 여론을 1차로 넘겨야 했지만 무엇보다 한국 정부와의 협상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였으니까.

“그래서 나온 대안이 인터폴입니다. 저희 FBI는 인터폴을 통해 국제 범죄자에 대한 신문(訊問) 협조 요청을 받고 있었죠.”

당연히 그 내용은 경완의 독심술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현재 경완과 공식적으로 끈이 연결된 건 FBI였으니까.

경완이 물었다.

“제 능력이 필요할 정도로 국제적인 범죄자가 있나요?”

“국제적인 범죄자이기는 하지만 이번 일은 인터폴을 통해 요청받은 일은 아닙니다.”

“그러면요?”

“위구르에서 직접 요청한 일입니다.”

경완의 귀가 쫑긋했다.

“위구르에서요?”

“네. 자치권을 확보한 위구르를 중국이 가만히 둘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 물음에 경완은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든 위구르 내부에 분란과 분쟁을 일으켜 역량을 낭비하도록 해야 차후 다시 반동분자 소탕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니, 이미 소탕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전쟁 전에 심리전으로 국민들의 여론을 집중시키고 적국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중국 당국은 그러한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수많은 인재를 이미 사민정책을 통해 위구르 땅에 옮겨 놓았고, 그 인재들은 위구르 독립 전쟁부터 꾸준히 중국 당국을 도왔다.

위구르가 이기면 땅과 재산을 빼앗기고 쫓겨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들에겐 달리 선택의 도리가 없었다.

김준이 말을 이었다.

“현지 위구르 반독립 조직의 일원이 붙잡혔고 신문을 진행 중이지만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 미국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해 테러리스트를 수사하고 신문하는 능력이 뛰어날 거라는 기대가 있다는 것이다.

경완이 물었다.

“초능력은 안 쓴데요?”

정신계 초능력을 언급하자 김준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초능력은 만능이 아닙니다. 특히 사람의 정신에 간섭하는 능력은 그 부작용이 언제 터질지 장담할 수가 없어요.”

아무리 반복해서 강조해도 모자란 것이 정신계 능력 사용에 대한 신중함이었다.

어제까지 우리 편이었던 이가 정신이 오염당해서 당해서 갑자기 자신들의 대의에 반감을 가지는 것만큼 치명적인 일이 또 있겠는가?

심지어 정신과 의사마저도 환자에게 영향을 받는데 하물며 정신이 밀접하게 접촉하는 정신계 능력은?

“표면 의식만 읽어도 되지 않을까요?”

“그 표면 의식이라는 것도 서로가 명확한 의사소통에 합의하지 않으면 많은 잡음이 낀다더군요. 그리고 사람의 표면 의식이라는 것은 원래 거짓말을 하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 아십니까?”

“그 자기합리화 이야기 맞죠?”

너무나 탐스러워 보이는 포도를 먹기 위해 여우가 용을 써보지만 결국 높은 담을 넘지 못하고 ‘어차피 저 포도는 신포도일 거야’라며 정신승리하는 이야기였다.

참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꿰뚫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는데, 실제로 인간은 본인 스스로에게 그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지혜 어린 우화였다.

심리학적으로 분석하자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본인의 무능함에서 시선을 돌리는 심리적 방어기제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거짓말은 거짓말일 뿐. 진실을 인지하는 무의식까지 어찌할 순 없었다. 저 포도는 신포도라고 자위하지만 낙담하는 기분이 전혀 없겠는가?

이렇듯 거짓말은 표층 의식까지만 가능할 뿐 무의식적인 신체반응까지 조절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무의식적인 신체 반응을 살피는 경완의 독심술이 신문(訊問)이라는 분야에선 오히려 정신계 능력보다 더 나은 측면이 있었다.

“미국에서도 독심술 테크닉을 가르치고 있기는 하지만 경완 씨처럼 완숙하질 않아서요.”

김준이 말을 이었다.

정답률을 80%까지 끌어올렸지만 경완처럼 스스로의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믿는 레플리 증후군의 사례를 분별할 수 없는 게 문제였다. 적어도 경완은 저 새끼 저거 레플리 증후군 환자라고 구별은 할 수 있었으니까.

나머지 20%의 오류는 진실을 왜곡하고 수사 방향을 엉뚱한 방향으로 가도록 하기에는 충분했다. 실제로 거짓말을 하려면 99%의 진실에 1%의 양념을 치라지 않은가?

경완은 고민에 빠졌다. 이렇게 또 중국이랑 얽히는 건가?

하지만 생각해봐도 ‘에라, 모르겠다, 하자!’였다. 어차피 중국과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넘어간 사이였다.

그의 생각으론 중국과 화해를 하고 싶으면 중국이 먼저 ‘제발 그만하자!’는 소리가 나오도록 때려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뭐? 그럼 더 죽도록 달려들지 않겠냐고?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가 원래 그렇게 상식적이지 않았다.

X나 마음 안 드는 새끼하고 화해하고 싶다면, 그 입에서 ‘제발 그만하고 화해하자!’라는 말이 튀어나올 때까지 패는 것이 실제로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었다.

일단 그 말이 그 새끼 입에서 튀어나오게 되면 알아서 자기합리화를 하게끔, 인간의 정신은 그렇게 만들어져 있었으니까.

심지어 나중에 친해지고 나면 좋은 싸움이었다, 그때 싸워서 이렇게 친해질 수 있었다며 신포도를 먹지 못한 여우처럼 혼자 알아서 정신승리를 하는 것이 인간이었다.

또 다른 예로는 스톡홀름 신드롬이 있었으니, 인간 정신의 모순성을 증거 하는 사례는 하나둘이 아니었다.

설사 무의식엔 평생 그때의 트라우마를 품고 살아가는 신세가 되어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은 그때 일방적으로 얻어터진 호구 병신이었다는 잔인한 진실을 인정할 사람이 몇이 되겠는가?

그리고 인정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세상은 결국 힘없고 범속한 대다수로 이루어진 세상일 뿐이었고, 이 냉정한 사실은 국제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중국이 뻗대는 것도 결국 다 자기네들 국력을 믿고 뻗대는 것이지 않은가? 그럼 그 국력을 조져놓으면 그들과 원한 관계에 있는 경완이 편해진다는 논리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

그래서 위구르를 도와 중국에 엿을 먹이자는 안건은 건 경완의 입장에선 할 만한 당위성이 있었다.

“뭐, 한 번 보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김준은 경완이 무슨 생각으로 위구르 독립 정부를 돕는 선택을 했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

그는 이미 예전부터 경완의 머릿속에 뭐가 있는지 파악하기를 포기했다. 파악해 봤자 뭐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엔 경악스러운 생각이나 하겠지.

김준도 자신이 경완의 생각(중국의 입에서 ‘우리 친하게 지내자’는 말이 나올 때까지 괴롭혀 주자)을 알고 싶지 않았고, 경완은 그가 꺼낸 계약서를 대충 읽어보더니 사인했다.

계약서에 함부로 사인하다 X되는 건 힘없는 서민들의 경우고, 경완처럼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까운 사람에게 계약서로 함부로 장난치다간 피를 볼 수 있었다.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인에 거침이 없었다.

계약서를 챙긴 김준이 말했다.

“아마 조만간에 테러범이 한국으로 이송될 겁니다. 극비리에 이송되는 거니까 비밀을 지켜주세요.”

그 말에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틀 후 경완은 김준과 모종의 장소로 향했다. 국정원에서 제공한, 신문실이 붙어 있는 안가였다.

“Hi~~”

경완은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꾀죄죄한 동양계 청년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위대한 중화민족을 위해 국가분열 사상을 가진 반동분자를 기꺼이 응징할 각오를 가진 테러리스트 꿈나무는 처음엔 경완이 어떤 인간인지 몰랐다가 진실의 스무고개가 시작되자 사색이 되었다.

저~ 동이족의 나라엔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 머릿속에 든 것을 알아내는 요괴 같은 인간이 있다더라. 그리고 그 인간이 바로 중화의 이름에 똥칠을 한 인간이라더라.

아무리 중국이 언론 통제 국가라지만 이경완이라는 이름을 완벽히 가릴 수는 없었다. 더구나 중국 공산당이 뭔지도 모르는 촌구석 무지렁이가 아니라 위대한 중화주의를 추종하는 이들 중에 이경완이 누군지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마치 축구를 좋아하는 중국인이 유럽에서 맹활약을 떨치는 한국 축구선수를 잘 아는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경완은 이미 그쪽 분야(?)에선 탑급이라 유명할 수밖에 없었다. 테러계의 마이클 잭슨, 마이클 조던, 호나우두라 할 수 있는 것이 이경완 세 글자 되시겠다. 그 대상이 사랑하는 중화(中華)라는 사실이 테러리스트 꿈나무의 이를 갈게 하는 요소였지만 말이다.

첨언하자면, 이런 외국인의 평가를 인터넷에서 접하는 한국 네티즌들은 그걸 또 퍼와서 국격이 상승한다느니, 국뽕이 찬다느니 하는 밈을 만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잠시 쉬는 시간이 되었다.

쉬는 시간은 계획에 없었지만 신문 받던 중국인 테러리스트가 중간에 혀를 깨무는 등의 자해를 시도해서 치료를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휴식 시간을 가져야 했다.

김준은 경완과 함께 신문 내용을 되짚어 보면서 이어질 신문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지 상의했다.

“완벽하진 않아도 테러가 계획된 장소와 시간을 확보한 건 큰 성과네요.”

“그 계획들이 모두 실행될까요?”

경완의 물음에 김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겠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시작하기 전에 멈출 수 있는 게 테러라는 전술의 장점이거든요.”

그래서 테러를 막기 어려운 것이다. 테러는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끝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러니 시작하기 전에 멈추기도 쉬웠다.

김준이 말을 이었다.

“남은 건 수뇌부들과 주요 거점의 위치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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