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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94화 (194/367)

무한전생-더 빌런 194화

18-1차 초능력 전쟁

그 부분에 예민했던지 캐묻는 와중에 테러리스트 꿈나무가 자해를 시도한 것이다. 그래서 경완의 재주가 편리한 게 더 확실히 느껴졌다. 대답을 듣는 데 굳이 입이 필요하진 않았으니까.

입은 아니라고 말해도 몸은 솔직했다.

“쉴 만큼 쉬었으면 빨리 해치워 버립시다. 경완 씨도 저녁 먹으러 들어가 봐야 하잖아요.”

야근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겐 저녁 있는 삶을 제공하려는 참으로 배려 넘치는 제안이 아닐 수 없었지만, 경완은 오히려 묘하게 신경이 긁히는 느낌이었다.

제3자의 눈으로 봤을 땐 동거나 다름없는 이경완-이미연의 이야기가 김준과의 대화에서 종종 튀어나왔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김준은 사람은 한 번쯤 연애를 해봐야 한다, 사랑 없는 인생만큼 허무한 것은 또 없다, 남자는 여자가 있어야 진정으로 남자가 된다 같은 개똥철학을 읊기 일쑤였다.

놀리는 건가?

필시 이번 발언도 경완과 이미연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일 것이리라.

미연이 경완의 식사를 챙기고 있다는 정황 정도는 언론에 퍼진 스캔들 기사로 파악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혹시 경완이 식사를 차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김준은 그럴 일은 없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오늘도 저녁은 이미연 씨가 차려주는 거겠죠? 부럽다.”

당하고만 살 수 없었기에 경완의 입이 근질거렸다.

“김준 씨는 저녁 뭐 드시는데요?”

“저야 뭐 시켜 먹겠죠.”

딱히 요리에 취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독신이란 그런 것이었다.

직접 해먹으면 더 싸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조언도 있겠지만 그런 건 이미 옛날 말이다.

각자 집에서 생산하는 가내 수공업의 생산성은 거대한 공장의 생산성에 패배한 지 오래. 그것이 자본주의의 역사 아니었던가?

이미 집에서 혼자 해먹는 것보다 기업이 생산하는 가정식이 훨씬 가성비가 좋은 세상이 도래했다.

하지만 경완은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 밥 해줄 사람 없어요?”

“없어요.”

“스테이시는요? 여전히 썸타고 있어요?”

“……미국에 있는 사람은 왜 꺼내고 있어요?”

김준은 그렇게 말했지만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표정에 경완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댁도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들어봐야 아~ 내가 혓바닥을 함부로 놀리고 있구나라는 깨닫지.

역지사지라는 말이 역으로 지랄해야 사람들이 지 일인 줄 안다는 말이라지?

김준은 경완의 혓바닥이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얼른 화제를 피했다.

“슬슬 치료도 끝났을 테니 빨리 일을 끝내죠.”

무승부로 하자는 말에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이런 거 이겨봤자 상처뿐인 승리밖에 더 되겠는가?

그렇게 막 일어나던 두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비명이 들려왔다. 그들이 나왔던 신문실 쪽이었다.

김준은 반사적으로 권총을 꺼내 들었고 경완은 초감각을 돌렸다.

그러자 초감각에 죽어있는 신문대상자와 그걸 보고 놀란 의사의 모습이 걸렸다. 위대한 중화(中華)를 꿈꾸던 테러꿈나무는 목이 270도 비틀려 죽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김준이 급히 들어와 현장을 보고는 급히 의사에게 물으니 의사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대답했다.

“저, 저도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서 화장실을 다녀오니까 갑자기 저렇게!”

경완은 현장을 살폈다.

자세히 살피니 흔적이 있기는 했다. 경완도 초감각이 아니었다면 귀신이 한 짓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미세한 흔적이었다.

초능력자일까? 분명 초능력자겠지. 일을 저지르자마자 돌린 경완의 초감각에도 걸리지 않은 놈이니까.

경완이 김준에게 물었다.

“혹시 이 장소가 노출된 걸까요?”

“……새어나갔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FBI에서 준비한 것이 아니라 국정원에서 마련해준 장소였으니까.

장소를 소개받고 인계받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보가 새어나갔을 가능성이 있었다.

인구는 물론, 전 세계에 진출한 화교 및 유학생, 외국인 노동자를 바탕으로 하는 중국의 휴민트는 미국조차 경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는데, 하물며 바로 옆 나라인 한국은 어떻겠는가? 안 그래도 수시로 첨단기술을 빼가고 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스파이 자산이 충분한 조건인데 말이다.

“음. 일단 일은 여기까지겠네요.”

위구르 내 반독립 세력의 거점과 주요 인물에 대해선 결국 물어보지 못했지만 죽었으니 더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하아~”

옆에서 김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어떻게 보고하고 또 뒤처리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신문대상자가 암살당했습니다’라는 한 마디로 보고서를 채울 순 없었다.

혹여나 중국의 감시망에 걸릴까 경계 인원을 줄인 것이 문제였을까? 그게 아니라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감시는 미국의 예상보다 훨씬 치밀한 모양이었다.

어쩌면 한국이 아니라 누군가에 대한…….

김준은 경완을 힐끔거리며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경완은 귀찮은 냄새를 맡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왜요?”

하지만 김준은 뜨끔했지만, 사태 수습이 먼저였다.

“암살자는 필시 중국에서 보냈겠죠?”

“아마도요?”

깔끔하게 죽인 것으로 보아 원한에 의한 살인은 아닐 것이고, FBI의 손아귀에 있는 이를 굳이 전문가를 보내 죽일 만한 배짱과 능력, 이유가 있는 쪽은 역시나 중국이 가장 유력했다.

“왜 경완 씨가 아니라 이 자를 먼저 노렸을까요?”

“뭐래?”

경완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김준은 진지했다. 속은 다급했고.

“상상해 보세요. 경완 씨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은밀한 암살자가 경완 씨를 노린다고 칩시다. 불안해서 화장실에서 똥이라도 제대로 싸겠어요?”

“왜 못 싸요?”

“싸다가 죽으면 이보다 쪽팔린 죽음이 또 어딨습니까?”

죽은 사람 앞에 두고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국정원에서 섭외한 의사 양반은 속으로 혀를 차며 표정을 굳힐 뿐이었다.

하긴 그가 어찌 알겠는가? 근묵자흑이고, 어느새 경완에게 물들어버린 김준이 경완의 도움을 받기 위해 혀를 놀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요?”

“잡읍시다. 잡지 못하더라도 누군지는 파악해야죠.”

경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전생에도 그렇지만 암살자란 부류가 제일 짜증 나는 부류였다. 지들은 편하게 숨어 있다가 지들 꼴릴 때만 기어나와서 생명을 노리는데 이만큼 짜증 나는 놈들이 또 없었다.

초능력 암살자라니. 그런데 왜 진즉 경완을 노리지 않았을까?

뭐, 답은 간단히 나왔다. 그를 죽일 능력까진 되진 않으니까. 만일 그를 죽일 능력이 된다면 진즉에 시도했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보니 답은 금방 나왔다.

“그러면 빨리 움직입니다.”

어차피 이번 일도 중국의 힘을 깎아내기 위해 수락한 일 아닌가? 기왕 이렇게 된 거 중국의 암살자도 제거하기로 했다.

경완은 곧장 김준에게 저번에 미연이 납치당했을 때 사용했던 이동형 천리안 장비를 요청했고 30분 만에 도착한 장비로 현장의 흔적을 핥듯이 탐색해서 낯선 이의 체취를 발견했다.

딴에는 체취를 없애는 약품을 썼다지만 오히려 그것이 경완의 초능력 후각에 걸리고 말았다.

그는 그 즉시 흔적을 쫓았다. 살인멸구를 하자마자 튀려고 열심히 이동한 느낌이 났고 한 도로에서 그 흔적이 끊겼다. 차를 타고 이동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아무리 귀찮다지만 자신에게 원한이 있는 것들이 힘을 키우고 있는데 언제까지 타성에 젖어서는 나중에 엿 된다는 걸 경완도 인정했다.

그의 감각이 변화했다. 암살자의 체취를 맡던 필터가 더욱 정교해지고 분화되어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으로 변했다.

어떤 물질이 정확히 무엇인지 판별하는 수준은 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암살자가 탄 차량이 남긴 매연의 성분을 쫓아가는 건 가능했다.

똑같은 차라고 똑같은 매연을 내뿜을까? 운전 키로수, 엔진과 매연저감장치의 상태, 연료탱크에 있는 연료 및 윤활제에 따라 매연의 상태도 다 달랐다.

물론 엔진의 온도와 운전속도에 따라서도 매연의 상태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마치 이야기의 맥락을 따라가는 것처럼 경완은 그러한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면서 추격하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끝내 톨게이트를 통과해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한 대의 승용차를 발견했다.

천리안의 감각이 승용차 안을 훑었다. 차량 내부는 두 사람이 있었는데 고맙게도 운전하는 자의 품엔 권총과 나이프가 한 자루씩 들어있어 특정하기가 쉬웠다.

조수석에 앉아있는 자는 딱히 무장을 하진 않았지만 S입자의 농도와 그 활성도를 보아 초능력자임이 분명했다.

아마 저 초능력자가 암살자임이 분명했다.

경완은 마커를 누구에게 심어둘까 하다가 결국 초능력자가 아닌 운전자에게 심어두었다. 아무리 마커를 조심스럽게 심어둔다고 해도 그 본질은 S입자 구성체.

혹여나 저 초능력자가 자신의 몸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 여태까지 한 노력과 고생이 무용지물이 된다.

다른 놈이면 몰라도 직업이 암살자였으니까. 암살자는 감각이 예민하고 조심성이 강해서 경계를 살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운전자에게 마커를 심어두고 천리안 기계를 나온 경완은 김준으로부터 목걸이형 발신기를 받아 걸고 움직였다.

“FBI만 움직일 거죠?”

“네.”

경완의 물음에 김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한국 땅에서 일어난 일이라 한국 공권력의 도움을 받으면 편하겠지만 지금은 어디서 정보가 샜는지 모르니 일단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편이 좋아 보였다.

무력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홀로 중국과 맞짱 비슷한 수준까지 사고를 저질렀던 경완이 있었으니 말이다.

경완이 먼저 하늘을 날아 움직였다. 그가 지니고 있는 발신기를 따라 FBI요원들이 뒤를 따랐다.

경완은 금방 암살자들의 꼬리를 잡을 수 있었다.

놈들을 바로 잡으려고 했던 그는 놈들이 향하는 방향에 고개를 갸웃하고 조용히 추적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일을 저질러서 추적을 염려했으면 얼른 공항이나 항구, 혹은 국경으로 향해서 튀려고 해야지 왜 남쪽 더 깊숙한 곳으로 내려오냔 말이다.

혹시 이번에도 웜홀 능력자를 투입한 건가?

하지만 그들이 향하는 방향은 경완에게 한 가지 의문을 주게 되었다.

‘저기는 세립 초능력 연구소 방향?’

혹시 이 새끼들이 마리아 소장을 노리는 건가?

경완은 요새 그녀의 행보를 떠올려보았다. 그녀는 자치권을 얻은 위구르와 티베트의 경제자립을 위해 투자를 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산업 인프라가 없는 두 곳에서 경제를 부흥할 수 있는 수단은 역시 자원의 수출이었고, 이 자원의 수출에 있어서 현재 각광받고 있는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은 결코 빠뜨릴 수 없는 기술이었다.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자원의 채취와 수율을 높이는 작업에 있어서 이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자원기업은 이 기술을 도입한 회사를 결코 이길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전 세계 자원기업들이 돈을 바리바리 싸들고 마리아를 찾아오고 있는데 그녀는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의 제공을 조건으로 위구르와 티베트 두 나라에 대한 투자를 요구했다.

중국과 척을 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위험이 큰 만큼 얻는 것도 많았다.

일단 우선적으로 자원채취에 전문화된 스마트 포스필드 장비를 제공받을 수 있고, 위구르와 티베트에 진출할 기회이기도 했다.

물론 중국 시장을 잃을 가능성도 컸지만 마리아가 중국 기업에 스마트 포스필드 장비를 제공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으니, 중국 광업 기업 등은 국제적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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