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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95화 (195/367)

무한전생-더 빌런 195화

18-1차 초능력 전쟁

그리고 중국이 자원을 얼마나 많이 소모하는가? 꼴 받아도 경쟁력 있는 원자재를 수입할 수밖에 없을걸?

계산기를 두들겨보고 덤빌 깜냥이 되는 회사들은 위구르와 티베트에 투자를 시작했으니 대부분이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나라에 속한 기업들이었다.

중국의 입장에선 이 얼마나 눈엣가시 같은 짓일까? 또 이러한 상황을 유도한 마리아는 그들에게 있어서 얼마나 으마으마한 썅년인가?

반독립 세력을 와해시킬 수 있는 포로를 입막음하는 것과 동시에 하나의 중국의 패권이 심각한 걸림돌이 된 마리아까지 제거하려고 드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국정원의 시선이 국정원 안가에서 벌어진 암살에 쏠리게 되어 마리아 소장에 대한 국정원의 보호가 약해지는 걸 노리는 것일 수도 있었다.

설마 경완과 FBI가 국정원에 암살 사실을 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걸 선택했다고는 생각하진 못했지만 말이다.

경완의 추측대로 정말 마리아 소장을 노리는 것이 맞는지 차량이 세립 초능력 연구소 근처에서 멈췄다. 바로 근처는 아니고 좀 떨어진 근처 상권의 주차장이었다.

마리아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 연구소, 집, 연구소를 반복했기 때문에 그녀의 일정은 공개된 것이나 다른 없는 상황이었고, 평일인 오늘, 지금 시간대라면 연구소에 있을 가능성이 90%는 되었다.

조수석에서 내린 암살자는 태연하게 길을 걷다가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갔다.

경완은 조용히 놈을 추적했다. 운전하던 놈도 있지만 놈은 몸에 마커가 심어져 있었기 때문에 도주해 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 일단 후순위였다.

암살자 놈은 경완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지 모퉁이에서 세립 연구소의 동태를 살피더니 이내 하늘을 보았다.

옥상에서 놈들 내려다보고 있던 경완이 얼른 옥상 출입구 뒤로 몸을 감추자 놈이 초능력을 써서 옥상 위로 올라왔다.

길쭉하게 늘어난 팔이 옥상 난간을 붙잡더니 고무줄 줄어들 듯이 줄어들었고 놈의 몸은 그 탄력으로 옥상에 올라왔다.

경완은 그 장면을 들키지 않게 훔쳐보며 생각했다. 초능력의 형상은 어느 정도 개인의 심상에 영향을 받는다지? 분명 저 새끼 저거 원○스 보고 있을 거다.

놈의 초능력은 마치 고무와 같이 자신의 신체를 변형시키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단순히 만화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응용력을 보이고 있었다.

원○스의 주인공이 몸을 뱀처럼 길쭉하게 만들어서 뱀처럼 움직인 적은 없잖은가?

그런데 놈은 그렇게 했다. 환기구을 찾아서는 몸을 뱀처럼 길쭉하게 만들어 좁은 환기통로를 기어들어 간 것이다.

놈이 환기통로로 모습을 완전히 감추자 경완은 마리아에게 전화했다.

[어머? 이번엔 또 무슨 일이에요?]

“굳이 제가 용건이 있어야 전화를 하나요? 그냥 안부 삼아 전화할 수도 있죠.”

[그럴 수도 있지만 여태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잖아요.]

흐음. 맞는 말이다.

쓰레기 같지만 경완은 반박하지 않고 바로 용건을 꺼냈다.

“뱀 새끼 하나가 연구소로 들어갔어요.”

[뱀이요?]

“목표는 아무래도 소장님 같아요.”

[……지금 피해야 하나요?]

“그럴 필요는 없어요. 제가 연구소 앞이거든요.”

마리아는 경완이 그 뱀이라는 놈을 잡으러 왔다는 건 이해하고는 대답했다.

[문제없이 출입할 수 있도록 경비에게 연락해 놓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곧 처리할 테니까요.”

경완은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가 고무고무 암살자의 위치를 파악했다. 놈은 환기통로를 뱀처럼 기어 다니며 마리아가 있는 소장실로 직행하고 있었다. 미리 건물의 설계도를 확보한 모양이었다.

경완도 그리로 향했다. 그리고 소장실 문 바로 앞에서 천장으로 초능력을 사용했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검은 연기가 고무고무 암살자가 있는 환기통로를 앞뒤로 우그러뜨렸다.

“포획 완료.”

경완은 봉인된 환기통로를 복도에 끄집어내렸다. 그 소란에 소장실에서 나온 마리아가 엉망으로 된 복도를 힐끔 보고는 뜯어진 환기통로를 턱짓했다.

“잡았어요?”

“네.”

앞뒤가 우그러져 막힌 환기통로 안에 갇힌 암살자는 탕탕탕 벽을 두드리며 다급하게 소리를 내고 있었다.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기도 한데 중국어인 데다가 환기통로에 막혀서 그런지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중국이 절 너무 만만하게 보나 봐요.”

너무 쉽게 잡아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경완이 그녀의 착각을 수정해주었다.

“만만하게 보지 마세요. 이래 봬도 벌써 한 놈 죽이고 튄 놈입니다. 근처에 제가 있었는데도 못 막았어요.”

“그래요?!”

마리아가 놀라자 경완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경비 불러서 단단히 감시하고 계세요.”

“어디 가는데요?”

“한 놈 더 잡으러 갑니다.”

그놈은 초능력자가 아닌 데다가 마커가 심어져 있으니 잡기 더 쉬웠다.

그런데 경완이 놈이 주차해 놓은 곳에 도착하니 어느새 차량과 함께 사라져 있었다. 고무고무 암살자에게 뭔가 일이 터지면 바로 신호가 가게 되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경완은 갑자기 번거로워진 일에 혀를 찼다.

아니지? 이번 기회에 중국이 한국에 심어놓은 첩보 기반을 뿌리 뽑을 좋은 기회일지도?

경완은 마커가 뿌려준 흔적을 추적했다. 마커는 영원하지 않았고 그의 의도에 따라 최대 일주일쯤 효과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가 자취를 찾아 도착한 곳은 예상대로 부두, 인천항이었다. 한국-중국 간 해상무역의 주요 거점이었기 때문에 경완은 뜻밖이라는 생각을 했다.

은밀하게 국경을 넘을 땐 이런 곳은 오히려 좋지 않았다. 주요 무역 거점이기 때문에 검문검색에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 삼엄한 검문검색에 구멍을 뚫어놓았나?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철저한 검문검색에 뚫어놓은 구멍은 감추기에 더 쉬울 수 있었다.

어느 쪽이든 잡으면 의문이 풀릴 거라 생각한 경완은 부두 근처의 사무실로 향했다. 마커의 자취가 거기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그가 밖에서 초감각을 사용하니 분명 그 운전자도 안에 있었다.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었고 서너 명 정도 되는 사내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순 없었지만 표정과 분위기를 봐선 뻔했다. 임무 실패로 인해 낙담하고 뒤처리 및 수습에 고심하는 모양새였다.

경완은 이걸 어떻게 처리할까 하다가 국정원의 이관영에게 연락했다. 일본과 상당히 친한 그는 일본 후쿠시마 제염 작업이 완료된 이후 경완에게 상당히 호의적으로 변했고 자신의 직통 연락처까지 제공했다.

“모시모시?”

[누구? 아! 이경완 씨! 무슨 일인가요?]

처음으로 경완으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은 이관영은 경완이 단순히 안부를 묻고자 연락했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어~ 제가 중국 스파이 거점을 찾아낸 것 같아서요.”

[뭐라고요?]

“이런 방첩은 원래 국정원이 할 일 아닙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제가 이놈들을 잡아서 물어볼 게 있는데 지원 좀 해주시죠. 뒷정리도 좀 해주시고요.”

[아유~ 굳이 경완 씨가 수고롭게 손을 쓸 것까지야 있나요. 어딘지 말씀만 하시면 제가 싹 정리하겠습니다.]

뜻하지 않게 실적 올릴 기회에 이관영의 목소리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마냥 그에게 좋은 일인 것만은 아니었다.

“국정원에서 한국에 있는 FBI에 신문실 딸린 안가 하나를 내준 거 알고 있어요?”

[그랬습니까?]

“네. 위구르에서 붙잡은 반독립 테러리스트 하나를 심문하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그래서요?]

화색을 띠고 있던 이관영의 목소리에선 어느새 걱정과 우려가 묻어나왔다.

“중국 놈들이 그걸 가만히 두고 보겠어요? 암살자를 보내서 다 불기도 전에 죽여 버렸어요.”

[어. 음…….]

이관영이 침음성을 흘렸고 경완은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그 암살자 잡고 그놈 동료들이 숨어 있는 있는 거점 앞에 있습니다.”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이관영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 중국과의 관계가 골치 아프기는 했지만 비공식으로 처리하면 지들도 항의하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경완의 생각은 좀 달랐다.

“혹시 국정원 내부에서 사람을 차출할 생각인가요?”

[그렇습니다만…….]

“아~ 씁. 그건 좀 우려가 되네요.”

[어째서요?]

“어떻게 국정원이 제공한 안가가 노출되었을까~라며 FBI에선 정보가 노출된 경로를 좀 의심하더라고요.”

[국정원에서 흘러나왔다고 말입니까?]

이관영이 다소 화난 기색으로 말했지만 경완은 태연하게 대꾸했다.

“일본돈 먹는 사람도 있는데 중국돈 먹는 사람은 없을까요?”

[…….]

“제가 굳이 국정원이 아니라 이 차장에게 연락을 한 건 일본통이라 중국과의 접점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예요. 아니면…… 혹시 중국돈도 먹었어요?”

[아니요!]

“일단 믿을게요. 그러니까 이 차장님도 믿을 만한 사람을 보내세요. 여기저기 실적 낸다고 광고하지 말고요.”

[…….]

“싫으면 말고요. 전 그냥 싸질러 놓기만 해도 상관없거든요.”

중국이 지랄하든 말든 경완보단 국정원과 정부가 더 골치 아플 뿐이었다.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을 든다면 암살자가 잡힌 곳이 세립 초능력 연구소에요.”

[마리아 소장을 노렸단 말입니까?!]

이관영의 목소리에 경악이 서렸다.

김마리아. 그녀가 누군가? 한국이 세계 초능력 연구에 있어 선도그룹에 속할 수 있도록 해준 귀한 인재가 아닌가? 그런데 그런 사람을 노려?

하긴 이해 못 할 바도 아니었다. 그녀가 위구르와 티베트를 지원하는 것은 중국의 발작버튼을 누른 거나 다름없는 짓이기는 했다.

하지만 먼저 그녀를 납치하려고 시도한 건 중국이지 않은가?

중국이 후안무치한 건 둘째 치고 경완이 내민 정보는 제법 면이 서는 정보였다. 중국 담당 파트가 지랄하지 못하도록 주둥이를 막기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

“어때요? 이 정도면 포장하기엔 충분하죠?”

[걱정 마십쇼. 확실한 친구들로 보내겠습니다.]

“네, 그럼 수고해요.”

경완은 전화를 끊고 손가락 관절을 풀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총소리와 곡소리, 집기들 부서지는 소리가 시끄럽게 났다.

* * *

“살려줘서 고마워요.”

“뭘요. 그리고 보니까 저 아니더라도 안전했을 것 같은데요?”

경완이 있는 곳은 세립 초능력 연구소의 소장실. 그는 커피를 홀짝이며 겸양을 떨었다.

하지만 딱히 겸양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 그의 말마따나 마리아의 사무실 여기저기에 수상해 보이는 장비들이 여럿 설치되어 있었다.

그중 다수는 저번에 경완이 프로토타입 제품을 모아놨던 방에서 본 것도 비슷한 물건이었다.

즉, 제압용 무기들일 가능성이 높았다.

마리아가 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중국이 저를 또 노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죠. 예상대로네요.”

“뭐 소장님이 가만히 안 있은 것도 한몫했죠.”

마리아가 가만히 있었다면 중국은 오히려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책임자를 처벌하는 등의 성의 있는(?) 모습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중국의 반성을 요구하기보다는 중국을 패는 길을 택했다.

“경완 씨라면 말로만 할 건가요?”

“아니요. 일단 패야죠.”

실수는 반성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고의로 일을 저지르는 놈들은 반성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인실좆을 당할 때까지.

“아무튼, 신문 결과는 어때요?”

“중국이 초능력자가 비정규전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확신을 얻은 모양이에요.”

잠깐만 생각해봐도 당연한 일이었다.

초능력자는 각자 능력이 다르고, 능력이 다르기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물자가 다르다. 규격화된 물자로 보급을 원활히 하는 군대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런 개성은 정규전에 맞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어떻게 신문대상자를 죽인 후 내 감각을 벗어났는가 하는 거였는데 생각보다는 별거 아니었어요.”

고무고무 암살자의 능력을 분석하자면 육체와 변질 계통에 특화되어 있었다. 스스로의 육체를 변화시키는 것만큼은 못해도 타인의 신체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자였다.

반독립파 테러리스트를 죽인 방법은 이러한 변화를 일종의 타이머 형태로 목에 심어둔 것이었다. 시간이 되는 순간 근육과 섬유가 스스로 뒤틀려 목을 비틀어버리도록 말이다.

그리고 타이머가 끝나기 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암살자는 조용하고 안전하게 현장을 빠져나가 버리면 끝.

“위협적이네요.”

“위협적이죠.”

마리아의 평가에 경완이 동의했다. 그와 천리안 장비, 그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상당한 위협이 될 뻔했다.

하지만 순간이동 능력이라도 있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미 웜홀 능력자도 봤는데 순간이동 능력을 가진 암살자가 어딘가에서 툭하고 튀어나올 수도 있잖은가? 경완이 우려했던 점은 바로 그 점이었다. 비록 우려로 끝났지만 미래는 또 모르는 일이니까.

“경완 씨는 이러한 위협에 계속될 거라고 보세요?”

“아마도요?”

“공개적으로 사건을 밝히고 항의한다고 해도요?”

“권력을 독점한 작자들의 특징이 낯가죽이 두껍고 목청이 크다는 거죠.”

한국 정부가 항의한다고 해도 중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오히려 누명을 씌운다고 적반하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더 컸다.

“언제 이 위협이 끝날 것 같으세요?”

“음.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완전히 승복할 때까지?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리 쉽지 않아요. 중국은 체면은 중요시하니까.”

이미 발작버튼은 눌려졌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중국이 굴복하거나 마리아가 굴복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면 위협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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