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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97화 (197/367)

무한전생-더 빌런 197화

18-1차 초능력 전쟁

김준은 그를 흘끔 보더니 다시 푹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한숨을 내쉬는 이유는 그저 세상 돌아가는 꼴이 거지 같아서였다.

위구르와 티베트가 겪었고, 또 앞으로 겪을 일을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신은 없었다.

경완이 김준과 그를 수행 및 감시하기 위한 이들을 대동하고 도착한 위버멘쉬의 훈련소는 뉴욕에서 꽤 떨어진 평야에 지어져 있었다.

“이 사람이에요? 감쪽같네. 혹시 초능력인가요?”

경완은 자신의 얼굴과 똑같은 얼굴을 보고는 감탄했다.

매니 페이스를 떠올릴 정도로 키나 골격, 피부톤도 똑같았다. 아마 홍채의 색깔도 같았다면 매니 페이스의 재림이라고 할 수 있었을 정도였다.

[맞습니다.]

이런 인재를 찾아내다니. 역시 위버멘쉬랄까?

그렇게 대역에게 경완이 훈련소에 있는 것처럼 위장시키고 경완 본인은 콧수염을 붙이고 짙은 선글라스를 쓰는 등 분장을 한 뒤 보쉬와 함께 훈련소를 빠져나왔다.

두 사람은 우선 남아메리카에 갔다가 인도로 향했다. 직행노선이 없었기 때문에 꽤나 피곤한 일정이었다.

인도에 도착한 두 사람은 겨우 하루를 쉬고 차를 타고 이동했다. 현지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파키스탄의 국경을 넘어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다.

경완의 인내심이 바닥난 건 두 사람이 탄 차량에 펑크가 났을 때였다.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못 가겠어요.]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원래 일정은 파키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 다시 타지키스탄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타지키스탄의 국경을 넘으면 위구르 자치구가 나오니까.

하지만 땅도 넓고 도로 사정도 열악한 조건에서 그 먼 거리를 어떻게 다 이동한단 말인가?

[GPS 있죠?]

[네.]

[우리가 도착할 곳의 GPS 좌표도 알고요?]

[네.]

[먹을 거 하고 침낭만 챙겨요. 우리는 날아갑니다.]

[네?]

보쉬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경완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는 마리아에 이어 경완의 비행능력에 감탄하는 두 번째 사람이 되었다.

[설마 이렇게 일찍 도착할 줄은 몰랐습니다.]

보쉬는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지상의 불빛을 보며 감탄하는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비록 중간에 식량이 떨어져서 인가에 들러 식료품을 구매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기존 일정에서 절반이나 줄였다.

그로 인해 놀란 건 연락을 받고 약속장소로 나온 하르단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셨습니까?]

[자세한 건 보쉬에게 듣고요, 일단 좀 쉽시다.]

경완의 표정이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기 때문에 하르단은 일단 두 사람에게 방을 배정해 주었다.

보쉬에게 방을 내어주면서 그로부터 초능력으로 날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놀라워했지만, 비밀로 해달라는 그의 말에 입을 꾹 닫았다. 경완의 비행 능력은 앞으로 있을 작전에 중요한 변수가 될지도 모르니까.

하루쯤 푹 쉬고 일어난 경완은 보쉬와 함께 하르단의 뒤를 따라 모종의 장소로 향했다. 지하 벙커처럼 만들어진 시설은 과거 자치권 확보 전쟁을 할 때 만들어진 여러 거점 중 하나였다. 그리 크다곤 할 수 없었지만 작은 트럭 하나와 소형 발전설비 하나 정도는 들어갈 수 있었다.

경완은 거기에서 익숙한 컨테이너 하나를 발견했다. 첫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동형 천리안 장비였다.

[이거 들이느라고 고생 좀 했겠네요.]

중국에서 눈이 벌게져라 주시하고 있었을 텐데…….

보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위버멘쉬에서 힘 좀 썼지요.]

어떻게 했는지 말해주지 않았지만 굳이 궁금하지도 않았다. 보나 마나 초능력이 개입했겠지.

경완은 뜸들이지 않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 위구르 및 티베트의 독립세력과 위버멘쉬가 얻은 첩보로 웜홀 능력자가 있을 만한 곳을 천리안 장비로 확인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정신이 육체를 벗어난, 유체이탈 상태라고 일컬어지는 상태에선 GPS 장비를 사용할 수 없어서 목적지까지 가려면 기억에 있는 지형을 찾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따랐다. 문제는 중국 대륙이 넓어도 너무 넓다는 것이었다.

코딱지만 한 나라에선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는데 스케일이 대륙이 되니 천리안 장비를 운용하는 것도 만만하지 않았다.

집중력과 S입자 소모에 한국에서와 달리 몇 배나 되는 부담이 실리자 경완은 위버멘쉬가 괜히 자신에게 부탁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점을 하나둘씩 확인하면서 대륙의 스케일이 점점 익숙해지고 요령이 생긴 덕분에 점차 확인하는 작업이 빨라졌다.

확인 작업 삼 일째, 12개의 후보지역을 확인한 경완이 다음으로 확인할 장소는 중국의 지하 핵미사일 기지였다.

존재조차 기밀인 지하 핵미사일 기지를 어떻게 발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해낸 것만 해도 경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나 필사적으로 노력했구나, 괜히 자신에게 후보지 확인 작업을 부탁한 것이 아니구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경완은 마침내 그곳에서 찾고 있던 웜홀 능력자를 발견했다. 놈은 군장교들과 어떤 작전회의를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연습하고 있었다.

경완이 천리안 기계에서 나와 확인한 사항을 전달하자 보쉬와 하르단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역시…….]

[뭐가 역시인가요?]

[웜홀 능력자를 이용한 핵전술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가 사실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 전술을 사용할 곳은 우리가 되겠죠. 아니면 티베트나…….]

그렇게 말하는 하르단의 표정은 어두웠다. 웜홀 능력자를 이용한 핵전술을, 굳이 서쪽에 있는 미사일 기지에서 연습한다는 건 여차하면 위구르나 티베트에 핵을 쓰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단서였다.

핵오염?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 덕분에 방사능 오염에 대한 대중의 공포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후쿠시마의 제염작업은 경완 덕분에 끝났고, 체르노빌도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로 제염작업이 차근차근 진행 중이었다.

기술 하나가 세상에 끼치는 영향이 이 얼마나 큰가?

하지만 그 영향은 마냥 긍정적이진 않았다. 핵폭탄같이 더러워서 사용하기 꺼려졌던 폭력에 대한 반감도 줄여주었으니까.

위정자들은 사람 목숨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오염된 땅을 사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손해를 더 걱정하지.

경완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웜홀 능력자를 잡으러 온 거잖아요.]

[부디 작전이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에 하르단은 불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마 가장 걱정되는 건 중국과 분쟁상태인 독립세력이리라.

보쉬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잘될 거라 안심시켰다.

경완이 천리안 장비로 웜홀 능력자가 혹시 다른 장소로 이동하진 않는지 확인하는 와중에 웜홀 능력자를 납치할 작전이 세워졌다.

장소는 타클라마칸 사막 동남쪽에 위치한 군사시설, 그것도 핵이 있는 지하 미사일 기지로 다가가자마자 묻지도 않고 발포할 것이 뻔했다.

이 삼엄한 경계를 뚫고 웜홀 능력자를 납치, 혹은 제거하기 위해선 우선 적들의 경계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 작업에 치트키나 다름없는 물건이 있었다. 천리안 장비였다. 천리안 장비로 육체를 벗어난 정신은 제약 없이 지하 핵기지를 탐색할 수 있었다. 천리안 장비는 운용에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가동 가능한 범위 안에서는 전지(全知)와 같은 정보를 제공했다.

경완은 핵기지의 구조와 경계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면서 괜히 천리안 장비를 기밀로 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판매도 하지 않았으니까. 오직 미국 같은 동맹에만 대여해 줄 뿐이었다.

중국의 지하 핵기지의 경계는 삼엄했다. 각종 센서가 물샐틈없이 핵기지를 감싸고 있었다.

그나마 틈이라고 할 만한 부분은 누가 감히 기밀로 분류된 지하 핵기지를 침입하겠냐는 군인들의 방심이었지만 돈을 처발라 만든 센서의 도움 때문에 그러한 방심을 노리기도 힘들어 보였다.

경완이 정찰한 내용을 알려주자 보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예상 범주 안입니다.]

[뚫을 방법이 있다는 건가요?]

[네. 적어도 들키지 않고 기지 내부로 들어갈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경완은 함께 작전을 나갈 이들을 소개받았다.

감히 살아나올 수 있을까 확신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계가 삼엄한 곳에 들어가는 일이었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 그중 최고만 골랐다고 한다.

[이쪽은 침투조인 에드거, 바단, 장. 이쪽은 서포터할 노합과 텟사입니다.]

에드거는 신체강화계열이었고, 바단은 음파를 다루는 물리계열 능력자, 장은 각종 화기와 폭발물에 전문가인 에스퍼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는 노합과 텟사였는데, 그들의 임무는 침투조의 퇴로와 지하 핵기지의 전자 시스템 탈취였다.

[작전에 앞서서 가장 중요한 건 침투조가 저들의 센서 단말에 유선을 연결하는 거예요.]

작전 브리핑에서 텟사가 설명했다. 위구르계 여성이었지만 위구르 여성답지 않은 이름을 가진 그녀는 위버멘쉬 소속 의용군이기도 했다.

[유선으로 연결된 전자망을 해킹할 수 있다라……. 거참 대단하면서도 불편한 능력이네요.]

경완이 그녀의 능력을 상기하며 대꾸했다.

전 세계가 초능력자의 발굴과 육성에 눈이 벌게진 와중에 해킹 능력자의 등장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일단 현재의 문명은 전자기술이 선도하고 있었고, 아무리 초능력이라도 전자기술문명을 완전히 도태시킬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엔 컴퓨터의 연산능력이 있었다. 인간만큼의 유연성은 없었지만 정확한 연산과 그 규모에서 인간은 결코 컴퓨터를 능가할 수 없었다.

[고향을 떠나올 때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발버둥친 결과죠.]

그녀는 건조하게 대답했다. 그녀에게는 업보가 있었다. 친인척의 곤란함을 모른 척하고 한족 남성과의 강제 결혼을 피해 도망친 업보가.

아버지의 형이라던 사람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는 여전히 알지 못했다.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자! 잡설은 그만하고 집중하죠.]

보쉬가 주의를 환기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서로 필요한 것을 상의한 후 작전을 계획했다. 작전 전날 경완이 한 번 더 핵기지를 탐색해 혹시 모를 변수를 확인했다.

일행은 지프차를 타고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했다. 그것도 일이었다.

경완은 석양에 물들어가는 사막을 보며 감상에 빠졌다.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서 중국 좀 엿먹이자고 이 개고생을 하고 있는가?

이미 중국과 그의 사이가 엎질러진 물이라는 건 그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리고 웜홀 능력자같이 전략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능력자가 중국 공산당의 손에 있는 것이 위협이라는 것도 알고는 있었다.

그냥 그 이름도 모를 웜홀 능력자의 머리에 갑자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건 너무나 날로 먹으려는 심보인 걸까?

경완의 기분과 다르게 일행은 빠르게 일정을 진행했다. 미국에 있는 그의 대역도 위장을 오래 유지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평소의 경완과 다른 행태를 분명 눈치챌 수 있었다.

알파 포인트에 도착한 팀은 타고 온 지프차를 감추기 위해 위장 작업을 시작했다.

서포터인 노합의 능력은 지둔술. 한 마디로 땅 파는 것에 매우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덕분에 시트로 감싼 차량을 반쯤 파묻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 위에 흙을 덮는 작업도 모두 초능력자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두 대를 모두 안전하게 파묻은 일행은 GPS로 차량을 묻은 좌표를 따고 도보로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베타 포인트. 여기서부터 침투조와 서포터조가 나뉜다.

[부탁하지.]

침투조의 리더인 에드거가 노합에게 말했다.

노합은 고개를 끄덕이며 능력을 사용했다. 그들이 있는 땅이 스르륵 꺼졌지만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텟사가 구멍 위에 위장용 시트를 덮는 동안 정밀 나침반을 확인한 노합이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그의 앞에 있는 흙벽이 스르륵 물러나면서 구멍이 뚫렸다.

그의 지둔술은 단순한 능력이 아니었다. 변질 계열을 중심으로 약간의 염동계 특이 계열이 섞인 그의 능력은 일순간 흙의 물성을 변화시켜 마치 액체처럼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순간 액체로 변한 흙은 염동력에 밀려 나가고 주변 흙에 스며들면서 그대로 굳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만들어 놓은 땅굴은 마치 콘크리트관을 매립한 것처럼 단단하고 안전했다.

그런 그의 능력이라면 센서고 뭐고 다 우회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능력은 만능이 아니었다. 기지 내부의 센서까지는 그가 우회할 수 없었으며 또 거기까지 가기는 그의 초능력 용량에 비해 거리가 너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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