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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99화 (199/367)

무한전생-더 빌런 199화

19-서울 참사

서울에 핵폭탄이 터졌다.

폭심지인 용산은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고 한강의 다리들은 대부분 무너져 흉물만 남았다.

서울 참사라고 불리는 이 일로 인해 사망자만 66만 명에 달했고, 부상자들은 그 몇 배에 달했으며 재산 피해는 천문학적이었다. 증시의 폭락은 당연했다.

그나마 유동 인구가 적은 새벽이라 피해가 적었지 낮시간에 사건이 벌어졌다면 최소 두 배는 더 인명 피해가 났을 거라는 것에 모두가 의견을 같이했다. 그것도 활발히 경제활동을 하는 연령층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상황이 최악인 건 부정할 수 없었고, 모두가 나라가 망할 거라는 절망에 빠졌다.

그러나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거기에는 한 사람과 한 조직의 헌신이 지대했다.

마리아 소장은 자신의 기술과 재산을, 위버멘쉬는 수많은 초능력자를 투입해 피해복구와 한국의 재건을 도왔다.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로 방사능 낙진은 빠르게 제염되었고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화되었다. 많은 이들에게 후유증이 남았지만 위버멘쉬에서 파견한 치유능력자들이 하루하루 치료하여 정상화되어 갔다.

수많은 사람의 눈에도 마리아 소장과 위버멘쉬가 아니었다면 사망자는 족히 두 배는 되었을 것이 보였다. 이 둘이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은 그대로 몰락했을 거라는 의견에 감히 이견을 제시하는 이는 없었다. 그랬다간 역적이 되는 것이 한국의 분위기였으니까.

위버멘쉬와 마리아 소장의 헌신 덕분에 한국인들은 절망하지 않고 재건의 의지를 세우며 피해 복구에 전력을 다했다. 그러나 한국의 국력이 꺾인 것은 부정할 수 없었으며 그 주변에는 한국을 호시탐탐 노리는 나라들이 있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중국은 일단 제쳐놓고, 일본은 왜 얌전히 있는가?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던 후쿠시마 방사능도 해결되지 않았던가?

사실 일본이 얌전히 있는 이유는 중국이 얌전히 있는 이유와 일맥상통했고, 그것은 한 사람과 이어져 있었다.

이경완.

이 희대의 빌런은 중국 대륙을 질주하며 중국 공산당을 죽이고 또 죽여댔고, 그런 그의 활약상을 본 일본은 간이 떨려서 함부로 한국에 손을 대지 못했다.

중국에서 고위 공직자, 국가 지도자, 군사 지휘관들만 찾아서 죽여대는 경완의 모습이 마치 한국을 건들면 이렇게 된다고 세상에 경고하는 것 같았기에 일본은 다시 한반도에 손을 댈 기회가 왔지만 한국에 감히 어떤 형식의 도발도 감행하지 못했다.

여기엔 경완이 후쿠시마에서 보여줬던 이적도 그러한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는데 그동안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그토록 우겨댔던 것도 잊었는지 독도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나마 남은 건 가마우지 경제구조와 자본침투로 한국의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뿐이지만 이는 마리아와 위버멘쉬 때문에 쉽지 않았다.

경제 붕괴 위기에 빠진 한국은 기사회생하기 위해 초능력 공학에 사활을 걸었고 그 분야에서 일본은 마리아나 위버멘쉬를 능가하는 기술력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본력으로 밀어붙여야 했는데 미국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미국의 움직임은 마치 이번 기회에 한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만들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명분도 좋았다. 오랜 혈맹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지원이라는 명분은 미국자본이 한국 사회 전반에 무리 없이 스며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왔어요?”

높은 빌딩에서 야경을 내려다보던 마리아 소장, 아니 회장은 문득 닫힌 방안에서 일어나는 바람과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인기척을 낸 사람은 거기에 대답했다.

“네.”

그는 바로 이경완이었다.

마리아가 돌아보며 그에게 물었다.

“출장은 어땠어요?”

“뭐, 특별한 건 없었죠.”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마리아의 미소는 처연할 정도로 서글펐다.

경완은 그녀가 그런 표정을 짓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소장님 탓이 아니라니까요.”

“글쎄요.”

“서울 참사는 이미 계획되어 있던 작전이었다는 거 이젠 소장님도 아시잖아요.”

마리아는 서울 중심지에서 일어난 핵폭발에 책임감과 죄책감을 가졌다. 본인이 괜히 원한과 억울함을 풀겠다고 중국을 자극해서 벌어진 일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경완도 그런 생각을 좀 하긴 했다. 하지만 웜홀 능력자를 심문한 결과 웜홀 능력으로 서울 중심지에 핵폭탄을 밀어 넣는 건 중국 상부에서 준비해 놓은 극비 프로젝트라는 게 확실해졌다.

경완의 관점에서 서울 참사는 마리아가 온건하게 나갔다고 해도 언제고 일어날 일이었다.

중화사상에 경도된 중국 젊은이와 일당 독재를 유지하고자 하는 위정자는 통일된 국토와 초능력 공학을 선도하는 인재를 품은 한국과 언제고 충돌할 수밖에 없는 개연성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순위에 머물고 있는 중국의 일인당 GDP와 OECD에서도 인정받는 순위권의 한국 일인당 GDP는 양국 사이의 명백한 삶의 질 차이를 증명했고, 이러한 차이는 통일 한국의 국경과 맞댄 연변의 수많은 조선족이 중국 대신 한국을 선택할 수도 있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단순히 우려로 그칠 수 없었다.

그 증거가 오랜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침투한 한류가 뿌리 뽑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족 내에서도 그런데 같은 언어를 쓰는 조선족은 오죽할까?

비록 지금은 조선족이 스스로 중국인이라고 자부하지만 한류에 영향을 받은 그 자식 세대 때에도 과연 중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질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중공의 입장이었다.

즉, 분란의 씨앗은 이미 싹을 틔웠다. 중공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한국을 억제하고 길들여야 했다. 하지만 오랜 역사에서도 증명되었듯이 한국인들은 결코 순순히 길들여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고, 그렇다면 한국의 국운이라도 꺾어놔야 했다.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나온 것이 웜홀을 이용한 핵폭탄 투하 계획, 소위 ‘천벌 프로젝트’였다.

그런 경완의 위로에도 마리아는 그저 쓰게 웃을 뿐이었기에 경완은 그저 어깨를 으쓱했다. 입 아프게 말해봤자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없었다.

“거참 사서 고생하며 사시네요.”

“저도 제가 이렇게 할 줄은 몰랐어요.”

너무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녀에겐 큰 충격인 모양이었다.

경완은 다시 어깨를 으쓱했다. 뭐 본인 스스로 업을 짊어지기로 한 일에 그가 더 이상 간섭하는 건 주제넘은 일이었다.

“암튼 중국은 당분간 지켜보면 될 거예요.”

“……수고했어요.”

마리아는 무겁게 경완의 공을 치하했다.

한국의 재건에 가장 방해되는 곳은 당연하게도 중국이었다. 뭐니뭐니 해도 한국의 도심지에 핵폭탄을 터뜨릴 만한 정치적 이유와 개연성이 있는 곳은 거기뿐이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중국이 서울 참사의 주범이라는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이미 한국인들과 세계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있었다.

아니라면 이경완이라는 저 살아 있는 거짓말 탐지기가 중국 주석부터 시작해서 중국 지도부만 죽여대는 짓을 벌이진 않았을 테니까.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또 그 새끼들 머리를 쳐들면 불러요.”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경완의 주변이 일그러졌다. 웜홀 능력이었다.

기압차로 인한 바람과 함께 경완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녀는 찬장에서 와인을 꺼내 잔에 붓고 홀짝이며 방금 떠나간 그를 떠올렸다.

그를 생각하면 이젠 고마움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가 아니었다면 아마 한국은 다시 전쟁터가 되지 않았을까?

그녀는 서울 참사 직후를 떠올렸다. 온통 혼란뿐인 상황에서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웃국의 혼란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군을 움직였지만, 핵을 맞고 살아남은 행정부와 청와대는 전쟁을 기피했다.

6.25 때처럼 전 국토가 쑥대밭이 된다는 공포가 결단을 망설이게 했다.

당장 중국으로 미사일을 쏘게 되면 오히려 한국이 선제타격한 꼴이 되어 우방국의 지원을 바라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

미국? 핵 맞은 한국과 후쿠시마 사태를 해결하고 멀쩡해진 일본 중 미국이 어딜 선택할까?

그런 상황에서 나선 것이 이경완이었다. 갑자기 북경에 나타난 그는 중국 주석부터 상무위원, 북경에 거주하던 고위 공산당 간부 및 군 장성들의 목을 몸통과 분리해 버렸다.

그렇게 그는 중국의 권력을 승계할 책임자를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다. 명령계통이 제대로 군대에 전달되지 않을 때까지 말이다.

그 효과는 확실했다. 압록강변으로 군대를 움직였던 북부전구가 멈춰 섰고 수뇌부를 잃은 중국 전역은 혼란에 빠졌다.

신속히 권력을 승계받아 중앙정부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권력 점유에 대한 야욕은 시간을 소모했다. 설사 빠르게 권력을 승계를 받는다고 해도 이경완이 순순히 놔두질 않았다.

한 달여의 시간 동안 간신히 힘의 우위를 확인하고 협상하여 정부 기능을 확보한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는 감히 중국 주석을 죽이고 중국의 체면에 똥칠한 이경완을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했다.

그런데 그때 경완이 다시 등장해 그들의 앞에 섰고, 피가 흘렀다.

그는 그렇게 중국 내 권력의 공백을 유도했다. 권력의 공백은 질서의 붕괴로 이어졌고 중국은 내부 혼란과 수습에 급급해 한국에 그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마리아는 그 과정에서 경완에게 전 세계의 비난이 집중되는 것을 그저 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핵을 터뜨린 곳이 중국이라고 해도, 그에 대한 보복으로 계속 사람을 죽여대는 경완을 국제사회에선 좋게 보지 않았다. 아무리 뭣 같은 중국이라지만 세계의 공장 아닌가?

그가 만들어낸 혼란으로 인해 중국의 공장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이로 인해 손해 본 이들은 그를 좋은 눈으로 볼 수 없었다.

마키아벨리는 말했다. 인간은 아버지의 죽음은 잊어도 재산의 손실은 잊지 않는다고.

이미 경완은 빌런 중의 빌런이라는 딱지가 붙었고 각국에 입국 금지가 되었다.

그래서 마리아는 더욱 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그런 혈겁을 자행하는 이유는 단순히 서울 참사로 인한 분노 때문이 아니라 마리아와 위버멘쉬와 상의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가 재건되고 중국이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국력이 커질 때까지 중국은 혼란에 빠져 있어야 했다.

한국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중국이라는 국가가 아니라 중화주의라는 이데올로기였다.

이 이념이 살아 있는 이상 중국과의 평화협상은 불가능했고, 경완은 이를 이해하고 굳이 손에 피를 묻히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한국의 가치를 재평가한 미국은 한국의 재건을 위해 투자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대한민국의 재건에 경완이 공헌하고 희생한 정도는 막대했다.

그리고 마리아는 이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 * *

“오빠 왔어?”

“응.”

집에 돌아오니 미연이 침대에서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다. 경완은 간단히 샤워를 하고 나와 미연의 옆에 누웠다.

서울 참사 이후 두 사람은 어느덧 한 침대를 사용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건 좋은 감정이 계기가 되었다기보다는 서울 참사로 인해 불안정해진 미연을 위로해 주기 위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서울 참사는 그 일로 지인이나 친지를 잃지 않은 사람에게도 큰 정신적 충격을 줄 정도였는데 같이 일하던 동료를 여럿 잃은 그녀의 충격은 어떻겠는가?

특히 그녀가 소속되어 있던 JB 엔터의 사장, 그녀에겐 마치 삼촌과 같았던 김길상의 사망은 그녀에겐 상상보다 더한 시련이었다. 다른 가족이 없었기 때문에 더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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