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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205화 (205/367)

무한전생-더 빌런 205화

20-오버맨 엔트리

한창 서울의 재건과 경제 복구, 북한 개발로 정신없는 와중에 초인등록제가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제 초능력자들은 모두 국가에 자신의 신상 내역과 가진 능력을 신고해야 했으며 그러지 않을 경우엔 경범죄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고, 만일 등록하지 않은 상태로 범죄를 저질렀을 시엔 매우 강력한 가중처벌을 받게 되었다.

단지 이것뿐이라면 세간의 이목을 붙들지 못했겠지만 초인등록제의 가장 특이한 점은 등급이 있다는 것이다.

이 등급은 전문가로 이루어진 평가 기관이 능력자의 위험도를 등급별로 매긴 것으로 명백히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었지만, 정부에선 해당 능력자가 본인의 능력을 사용하는 데 신중을 기하도록 함으로써 시민들의 불필요한 두려움을 사지 않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며 법안을 강행했다.

이 등급은 S급부터 시작해 F급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절대평가로 이루어졌는데, A급 이상만 공개하고, B급 이하는 본인에게만 통지하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인권침해라는 비판과 타협한 모양새를 취했다.

인권론자 입장에서도 A급 이상의 공개를 반대만 할 순 없었다. 개인이 한 국가를 마비시키는 꼴을 보고서도 마냥 인권만 주장해선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순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공개된 오버맨 엔트리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S급 : 이경완

-A급 : 썬더보이

-A급 : 하정훈

…….

-A급 : 소닉걸

-A급 : 피스맨

오버맨 엔트리의 특이한 점은 히어로 컴퍼니에 소속된 이들의 경우엔 실명 대신 히어로명이 올라와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이 또 다른 인권 보호장치려니 했지만 그래서 실명이 올라간 사람들에 대해서 궁금해했다. 히어로야 초능력이 강하니 A급인 건 이해가 되지만 히어로도 아닌 사람이 A급이라니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가?

공개된 정보를 확인한 사람들은 이내 납득했다. 실명으로 등록된 이들 거의 다가 초능력 범죄수사대 소속이었던 것이다.

사실 그것은 정부가 의도한 것이었다. 우리 이렇게 초능력 범죄를 단속할 역량이 있다고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초능력으로 범죄를 시도할 의도를 가진 이들에게 감히 그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경고하는 의미도 있었다. 시민들이 불안해하면 치안이 불안해지지만 범죄자들은 간이 커진다.

어차피 빌런은 등록 같은 거 안 하지 않느냐라며 예리하게 지적하는 의견이 없진 않았지만 최상단에 위치한 이경완의 이름은 그런 지적쯤은 묻어버리는 효과가 있었다.

비록 세계에서 제일 잔혹한 학살자 빌런이라고 욕먹고 있는 이경완이지만, 그런 그가 버티고 있는 대한민국이기에 오히려 강력한 슈퍼빌런들이 함부로 날뛰지 못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사람들 사이에 퍼진 것이다.

아무리 손속이 잔혹하고 법을 개똥같이 여긴다고 하지만 이경완은 죄 없는 사람을 건드린 적 없었고, 심지어 서울에 핵이 터져 수십만이 죽어도, 그 보복으로 민간인을 학살하기보다는 그에 책임이 있는 적국의 수뇌부만 처리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한국에서 오버맨 엔트리를 발표한 걸 시작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차례차례 오버맨 엔트리를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일었는데 그것은 바로 S급 능력자들이 과연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가지고 있냐는 것이었다. 특히 이경완을 두고 비교하면서 말이다.

-비스트 마스터? 이경완에 비할 수 있나?

└조종하는 동물들 죄다 발릴 듯.

└몰래 독사 같은 걸 풀면?

└이경완이 몰래 비스트 마스터 모가지를 따면?

-영국의 더 웨이브 정도면 비빌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해일 막아내는 건 대단해 보이기는 했지만…….

└대인전에 사용하기엔 능력 발동이 너무 느려.

└ㅇㅇ 상성이 안 좋음

이경완이라는 국가공인 빌런(?)은 이미 그 능력을 증명했다. 그것도 중국 정부를 상대로 말이다.

하지만 다른 빌런들이 그와 같은 위업(?)을 증명했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이런 상황은 히어로 컴퍼니, 소위 히어로 엔터테이먼트 업계에선 컨텐츠의 소재로 쓰였다.

-S급 매치!

-A급 최강은 누구인가?

각계의 게스트를 초청해 가상 대결의 결과를 토론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사님. 역시 세계 최강의 초능력자는 이경완…… 씨가 맞겠죠?]

[그렇습니다. 그렇게 생각되는 이유는 그의 능력은 항상 확장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초능력자 연구가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학계에선 그에게 타인의 초능력을 모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가 사용하는 능력 중 검은 연기는 지금은 더 이상 활동하지 않고 있는 빌런, 흑연의 능력과 거의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확신할 수 없지 않나요?]

[여기 자료화면을 보시죠. 보시면 알겠지만 그가 상대를 땅에 짓눌러 제압할 때 사용한 역장입니다. 이 장면을 분석한 결과 위버멘쉬 소속의 초능력자인 매스 이팩터의 능력과 거의 동일하다고 판단됩니다.]

[거의 동일하다는 말은 닮았지만 다르다는 뜻 아닌가요?]

[제가 의도한 뜻은 더 강력하다는 겁니다.]

[그 말은 원리 자체는 똑같다는 말인가요?]

[그렇게 보이는 정황적 증거가 많습니다.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있거든요. 제가 추측건대 이경완 씨는 타인의 초능력이 발현되는 원리를 파악하고 그것을 흉내 내거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생각해 보세요. 그가 더 많은 초능력을 마주하고, 더 많은 종류의 초능력을 익힐수록 얼마나 강력해질지.]

바야흐로 국뽕이 치솟는 예능이 아닌가?

유명 초능력자를 주제로 하는 토크 형식의 예능이 대박을 친 이후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시청자들의 이목을 잡았다.

하지만 이미 한발 앞선 프로그램에서 국뽕 수요는 충족해 버린 상태라 시청자의 시선을 끌 다른 소재가 필요했다. 이때 가장 떠올리기 쉬운 것이 ‘비판’이었다.

국뽕에 질리거나 국뽕이 싫은 시청자에겐 ‘비판적’ 요소와 함께 지적 우월감을 충족시키는 내용이 효과적이라 추측했다.

그리고 그 추측은 크게 엇나가지 않았다. 국뽕의 핵심인 이경완에 대한 호불호는 극을 달리고 있었으니까.

-너무나 강한 개인의 존재는 자칫 민주주의와 법치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수…….

-초능력 공학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 합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 능력에 대한 편차를 줄여야 해요! 어떻게 민주주의가 성립되었습니까?!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결국 총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비판적 의견이 누구를 목적으로 하는지는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만 비판하면 이경완 옹호론자들에게 눈치가 보였기 때문에 다른 부분도 비판했다.

-오버맨 엔트리는 너무 편향됐습니다. 공정하지 않아요.

-너~무 무력(武力)에만 치우쳐져 있습니다. A급 이상에 올라온 여성 초능력자가 딱 한 명뿐이에요. 이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고 뭡니까?

-치료능력자, 특히 성녀라고 불리는 이미연 씨의 등급이 고작 F입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오버맨 엔트리는 초능력자의 정당한 대우를 위해서라도 기준을 수정할 필요가 있어요.

“그렇다는데?”

경완이 ‘오버맨 엔트리, 과연 국력의 척도인가?’라는 주제의 토론 프로그램을 보다가 고개를 내렸다. 미연은 오늘도 여러 사람을 치료하고 오느라 진이 빠져 그의 다리를 베고 소파에 드러누워 있었다.

“몰라. 관심 없어.”

그녀에게 S급이니 A급이니 오버맨 엔트리니 하는 개념들은 죄다 딴 세상 뜬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했다. 저런 소리나 떠들기 전에 병원에 와서 봉사활동이나 두어 시간씩 하지 무슨 헛소리가 저리 많을까?

그녀가 딱 봐도 관심 없는 모습을 보이자 경완은 채널을 돌렸다. 그러다 한 장면에서 멈췄는데,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외신 보도였다.

화면 밑엔 자막으로 번역이 달려 있었다.

[이경완은 거품이다. 나와 대련한다면 그의 허풍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풉!”

그 자막에 미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경완은 다시 채널을 돌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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