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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209화 (209/367)

무한전생-더 빌런 209화

20-오버맨 엔트리

일본의 포경선을 공격한 돌고래 떼, 밀렵꾼을 짱돌 투척으로 죽인 코끼리 등 주목받아 마땅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상하게 잘 알려지지 않았고 잠깐 외신을 통해 알려져도 금방 다른 사건이 터져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일쑤였다.

그러한 사건들이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먼 곳, 혹은 낙후되거나 세상의 주류가 아닌 제3세계에서 일어났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예민한 이들은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정보를 통제하는 것 같다고 말이다.

경완은 잡념을 접고 본질에 주목했다.

“암튼 중요한 건 고양이가 아닐까?”

“……그래서 무슨 초능력 고양이인데?”

“똑똑하고 건강하고 장수하는 고양이라는데?”

“그게 초능력이야?”

“응. 비스트 마스터라는 프랑스의 초인이 직접 강화한 고양이래?”

“비스트 마스터라면 S급 초인 아냐?”

“그렇다는데?”

비스트 마스터는 그 명칭 그대로 동물들을 제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육체, 정보, 강화, 변질, 특이 계열을 모두 가지고 있는 특이 케이스로, 텔레파시 능력으로 동물과 교감하여 지시를 내리고 신체강화계열 능력을 동물에게 적용할 수 있는 매우 특이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그런지 환경과 동물 보호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초능력자였으며, 밀렵꾼을 죽인 초능력 코끼리를 옹호하고 보호해 자신이 거두기까지 했다.

그런 그의 가장 특징적인 능력은 동물강화였다. 동물을 더 건강하고 똑똑하게 만든다나?

그래서 그런지 그의 본신의 전투능력은 그리 강하진 않지만 어디에나 있는 쥐나 바퀴벌레를 이용한 첩보능력, 초능력으로 강화된 동물 떼의 습격은 국가적으로 광범위한 피해를 입히기에 충분했다.

솔직히 악의적으로 사용한다면 그 피해가 어디까지 뻗을지 모를 능력의 소유자가 바로 비스트 마스터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왜 그런 고양이를 준다는데?”

“그 사람이 주는 게 아니라 요하네스가 선물로 준다는데? 그 비스트 마스터인가 하는 사람은 요하네스의 부탁을 받고.”

“왜?”

연결되지 않는 개연성에 미연이 고개를 갸웃하는 가운데 경완은 둘이서 같이 유기묘 보호소에 다녀온 일이 언론에 나온 것과 경완을 주시하는 강대국, 유력자들의 현실을 말해주었다.

“흐응~ 그렇구나. 일단 고양이 사진이라도 있어?”

“아예 영상을 보내줬더라고.”

“봐봐.”

경완은 미연에게 요하네스로부터 받은 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 안에 나오는 고양이는 아직 덜 자란, 치즈색의 코리안숏헤어 품종으로 한 백인 남성의 손짓에 따라 요리조리 재롱을 부리고 있었다.

“꺄아아아! 너무 귀여워!”

딱 봐도 개냥이 기질이 풍기는 모습에 미연은 호들갑을 떨었고 그런 그녀에게 경완이 물었다.

“마음에 들어?”

“음……. 괜찮은 거 같아.”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았지만 선뜻 결정을 내렸다.

경완은 그녀가 그들과 고양이를 둘러싼 주변 상황에 대해서 고민했다는 걸 알았지만 굳이 더 말하진 않았다.

그녀도 나름 생각하고 내린 결정일 테니까. 솔직히 더 따져봤자 귀찮고 더 나은 선택지가 생기지도 않았다.

“그럼 요하네스 씨에게 연락해 놓을게.”

경완은 요하네스에게 문자를 남겼다. 미연이 고양이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며칠 후 경완은 만난 적은 없지만 낯설지 않은 사람의 방문을 받았다.

백금발의 근육질 미남자, 본명 바스티앙 보나파르트. 비스트 마스터.

마이티 가이와는 다르게 그는 본명도 제법 알려져 있었는데, 자연보호나 동물보호 활동을 한다고 본명을 자주 내세웠기 때문이었다.

“Bonjour.”

“봉주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그에게 경완도 인사를 해주며 그의 손에 들린 케이지를 보았다.

[그 녀석이에요?]

“Yes.”

고개를 끄덕인 비스트 마스터가 케이지를 열었다. 노란 치즈색의 어린 고양이가 ‘야옹!’ 하고 울면서 나왔다.

경완은 고양이와 눈을 마주쳤다. 고양이는 경완이 앞으로 자신의 캔따개가 될 거라는 걸 알았는지 경완의 발목에 자신의 몸을 비비며 냄새를 묻혔다.

[경계심이 없네요.]

[똑똑하니까요. 그리고 이사 간다고 미리 말해놨습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텔레파시에 가깝죠.]

[동물의 정신과 사람의 정신은 구조가 다를 텐데……. 대단하네요.]

[그리 다르지도 않아요. 인간처럼 희로애락을 다 알고 있죠.]

과연 비스트 마스터다운 대답이랄까?

[얘 이름이 뭐죠?]

[미스터 리가 지어주세요.]

경완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럼 당신의 용무는 끝난 건가요?]

[그렇죠.]

[고작 고양이 한 마리 전달하기 위해 너무 고생하는 거 아닌가요?]

바스티앙은 어깨를 으쓱했다.

[딱히요? 요하네스에겐 큰 빚을 지고 있기도 하고 한국에도 한 번 와보고 싶기도 했거든요.]

[그럼 여행 중?]

[네.]

[다음엔 어디 가시는데요?]

[한국의 동물원에 한 번 가보려고요.]

그의 말이 경완은 퍽 반가웠다. 손님 접대같이 귀찮은 짓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 그러시군요. 그럼 여행 잘 하시기 바랍니다.]

[하하. 고맙습니다.]

비스트 마스터는 웃으며 경완과 악수를 하더니 제 갈 길을 가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완은 그런 그의 깔끔한 태도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나머지 대문까지 나와 배웅해 주었다.

여태껏 그의 집에 방문한 사람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배웅까지 받은 사람은 비스트 마스터가 처음이리라.

“야앙!”

바스티앙을 배웅한 후 경완은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가 우는 고양이의 영상을 찍어 바로 미연에게 보내줬고 그녀는 봉사활동을 일찍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꺄악! 귀여워!”

과연 비스트 마스터의 말대로 고양이는 똑똑했다. 누가 더 자신에게 우호적이고 헌신적인 캔따개인지 바로 파악하고는 미연의 품에서 애교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경완은 그 모습에 비틀린 미소를 살짝 짓더니 귀엽다고 호들갑을 떠는 미연에게 물었다.

“이름은 뭐로 지을 거야?”

“오빠는 생각해 둔 거 있어?”

“치즈색이니까 치즈라고 짓자.”

“간단하고 귀엽네. 치즈야. 네 이름 좋아?”

“냐앙!”

그렇게 고양이 한 마리가 식구가 되었고 미연은 경완과 함께 팻샵에 가서는 고양이 용품을 이것저것 되는 데로 샀다.

경완은 활기찬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양이 한 마리를 돌봐야 하는 귀찮음이 있지만 고양이 한 마리로 미연이 힘을 얻는다면 충분한 이득이 아닐까?

그런데 며칠 더 두고 보니 고양이가 생각보다 보통이 아니었다.

“그럼 엄마 다녀올게. 아빠 말 잘 듣고 있어.”

“야앙!”

치즈는 미연을 배웅한 뒤 경완이 자고 있는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몽롱한 아침잠을 즐기고 있는 경완의 얼굴을 빤히 보더니 그 젤리로 경완의 코를 막았다.

수면의 끝자락에서 몽롱함을 즐기고 있던 경완은 갑작스런 말랑한 감촉이 호흡을 막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치즈는 위치를 바꾸어 기어코 다시 콧구멍을 막았다.

경완은 입을 벌리며 눈을 떴다. 그는 자신과 눈이 마주친 노란색의 어린 고양이가 입을 벌리며 ‘야앙!’ 하고 우는 것을 보았다.

“무슨 짓이냐.”

경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지만 고양이는 조금도 쪼는 기색도 없이 양양양하고 울어댔다.

“밥?”

경완이 묻자 치즈의 울음소리가 그쳤다. 그리고는 빤히 경완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이 마치 ‘얼른 밥을 대령해라, 캔따개’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허. 참나.”

경완은 고양이와 드잡이할 정도로 인간성이 추락하진 않았기 때문에 피곤한 얼굴로 일어났다. 치즈가 먼저 꼬리를 세우고 도도한 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찬장에서 캔을 하나를 꺼내어 뚜껑을 따 준 경완이 소파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고 잠시 후 치즈가 경완의 몸에 올라가 또 울기 시작했다.

“또 왜?”

경완이 미간을 찌푸리자 치즈는 울음을 멈추고 주방 쪽을 보다가 경완이 몸을 일으키자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빈 캔 앞에 앉았다.

“더 달라고?”

경완의 물음에 치즈는 엉덩이를 들고 자리를 떴고, 경완은 어이가 없어졌다.

혹시 지금 치우라는 말인가?

말 못 하는 고양이의 의사표현이 기가 막혔고 돌아온 미연은 경완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는 깔깔깔 웃었다.

“나앙!”

치즈는 그런 미연의 품에 안겨서는 배를 드러내고 발랑 누운 채 경완을 보았으니 그 모양새가 참으로 도도해 보였다.

* * *

고양이 한 마리를 식구로 들인 후 경완의 생활은 제법 부지런해졌다.

미연이 나가고 난 후 점심쯤 밥을 챙겨줘야 하고, 물도 챙겨줘야 하고, 때론 쓰다듬어도 줘야 하고, 놀아도 줘야 했다.

그중 경완이 자발적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와 한 일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치즈가 낚싯대처럼 생긴 놀이도구를 물고 오거나 경완의 허벅지에 올라와 앞발로 팔을 탁탁 치며 재촉하거나 하는 등 적극적 의사표현을 한 결과였다.

누가 보면 속에 사람이 들어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하지만 애완묘를 쓰다듬으며 힐링만 하기엔 시절이 그리 좋지 않았다. 다시 일거리가 들어온 것이다.

“다녀오마. 집 잘 보고 있어라.”

“야아앙!”

길게 울며 배웅하는 치즈를 뒤로하고 경완은 이관영을 만나러 북한의 안가로 향했다.

“나왔어요.”

“어우시발깜짝이야!”

경완이 갑자기 웜홀로 나타나자 안가에 있던 이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경완을 발견하고는 커진 두 눈으로 물었다.

“어떻게 왔어요?”

“웜홀로요.”

“혹시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 겁니까?”

“저번에 왔을 때 마커 남겨놨어요.”

놀래라. 이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완은 워프 마커를 남겨두지 않은 곳으로는 웜홀을 뚫을 수 없다는 제약을 감추지 않고 공개했다. 그래야 정부가 위협을 덜 느낄 테니까. 한국 정부도 포함해서.

그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경완에 대한 입국금지를 여전히 풀지 않고 있기도 하지만 과도한 공포로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는 나았다.

아무리 경완이라고 해도 제정신이 아닌 놈하고는 대화가 안 된다.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러시아 쪽에서 협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무슨 협조요?”

“빌런을 체포하는 일에 힘을 보태달라는군요. 그렇게 해준다면 두만강 쪽 검문검색을 강화해 주겠다고요.”

“에이. 그걸 믿어요?”

위에서 지시를 내린다고 해도 말단까지 그 지시가 온전히 전달될 리도, 그 지시를 성실히 수행할 리도 없었다.

현실적으로 러시아의 경제 상황과 경찰 월급, 마피아가 뿌리는 뇌물을 생각하면 러시아의 제안은 비현실적이었고, 체면치레에 불과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런데 이관영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직접 국경을 넘어가서 일을 처리해도 묵인하겠답니다.”

“진짜요?”

“단 범죄자에 한해서요.”

그 정도만 해도 얼만가? 타국 기관이 자국에 와서 치안활동 하겠다는 걸 용인하다니…….

“크게 선심 썼네요? 대체 어느 놈이기에 그런데요?”

경완의 물음에 이관영이 말을 꺼냈다.

러시아는 현재 아무도 잡지 못한 S급 빌런이 있었다.

그 이름은 보야 사노비치.

그에 대한 평가는 한 마디로 미친놈이었다.

놈이 좋아하는 것은 두 가지. 약자를 괴롭히고, 강자를 죽이는 것.

무척이나 교활하기까지 해서 불리하다 싶으면 도주를 주저하지 않았는데, 더 큰 문제는 사건을 일으킬 때마다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러시아 당국에서는 이 보야 사노비치라는 이름의 빌런이 최소한 죽인 초능력자의 능력을 탈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중국에서도 있었던 능력자이니 새삼스러운 능력자는 아니지만, 왜 그런 능력자가 범죄자란 말인가?

한탄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런다고 현실이 바뀌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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