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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224화 (224/367)

무한전생-더 빌런 224화

22-뉴 오더

그 의견에 바스티앙의 눈에 불이 켜졌다.

[전 절대로 제가 강화한 아이들을 타협의 희생양으로 삼을 생각이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경완은 앗 뜨거라 바스티앙의 눈빛을 피했다. 눈빛에서 광기마저 느껴지는 것이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다 싶었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이 남았다.

[그래도 그들이 방해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지 않나요?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중국 어선들은 게릴라식 불법 조업하기만 바쁠 테고, 일본도 포경한다고 국제적으로 욕을 처먹고 있는 와중에 괜히 프랑스가 소중히 하는 S급 히어로에게 해를 가하긴 힘들지 않을까?

그러자 바스티앙은 이렇게 대답했다.

[청부죠.]

[청부요? 초능력자가요?]

[네.]

초능력 인력이 필요한 건 비단 밝은 세상만이 아니었다. 어두운 영역에서도 초능력 인재는 필요했다.

언론에서 쉬쉬하고 각국에서 초능력 범죄 수사단을 꾸려 열심히 잡아들이고 있음에도, 초능력을 범죄에 사용하는 이들은 꾸준히 나타나고 있었다.

정부의 영향력이 약한 남미 같은 곳에선 이미 초능력 군벌 같은 조직이 하나둘씩 생겨난 상황이라지 않은가?

[그럼 좀 더 경호인력을 구하지 그러셨어요.]

듣고 보니 아예 위험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이에 바스티앙은 멋쩍어하며 말했다.

[그래서 요하네스 씨에게 부탁을 했죠.]

[어? 그럼 저를 딱 찍어서 부탁한 건 아니라는 뜻이네요?]

[네. 마침 미스터 리의 스케줄이 비어 있다고 권하시더군요. 저야 안심이 되니 좋다고 받아들였죠. 처음 만난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래도 경완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과잉 경호 아닌가? 명색이 S급 초능력자이며, 히어로 명이 무려 비스트 마스터였다. 넘쳐나는 해양생물을 이용하면 그 경계를 뚫고 들어올 암살자 따윈 거의 없을 텐데 굳이 자신이 필요한가?

경완은 그러한 의문을 두서없이 설명했고 그에 대한 답을 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바스티앙의 슈퍼 요트를 구석구석까지 구경하고 돌아온 매스 이펙터, 김봉남이었다.

[아! 저 그 이유 알아요!]

[뭔데요?]

[총수님이 말씀하시길 친분 도모라고 하시더군요.]

[무슨 도모요?]

[네. 경완 씨가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는 게 내심 안타까우셨던 모양이래요. 드넓은 바다에서 낚시도 즐기고 수영도 하고 인맥도 넓히면서 여유롭게 놀라는 배려죠.]

[…….]

경완은 아마 자신이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뒤통수가 있나?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요하네스 입장에서는 일거양득을 노렸다는 건가? 바스티앙의 경호, 경완과 위버멘쉬의 친분? 아! 그래서 항구에서 만났을 때 브로브로 거리며 친한 척했던 건가?

하지만 전자는 동의할 수 있어도 후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시커먼 남자 셋이서?]

미안하지만 친하지도 않은 남자들과 즐겁게 노는 취미는 없었다. 유쾌한 김봉남에게는 미안하지만 경완은 그리 사교적인 인간이 되지 못했다. 인간관계를 적극적으로 맺기엔 그는 삶에 많이 지친 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반문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김봉남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제가 아는 모델 친구들 있어요. 그리고 경완 씨는 웜홀 능력이 있죠. 그걸로 왔다갔다하면 금방이잖아요? 아! 여자친구분을 모셔 와도 되고요.]

[흐음…….]

모델이란 단어에도 심드렁했던 경완의 귀가 뒤에 이어진 말은 주워담았다.

솔직히 마음이 좀 동했다. 왜냐면 미연과 딱히 데이트를 즐기러 나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전 국민적인 유명인.

한 사람은 유명 탑 연예인, 또 한 사람은 유명한 국회의원 상해범. 남들 눈이 불편해서 데이트를 즐길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랬다간 미연을 괜한 구설수에 말려들게 할 수도 있었다. 이미지를 소비하는 연예인이 구설수에 올라 봤자 뭐가 좋겠는가?

뭐? 다 핑계라고? 남들 눈 없는, 물 좋고 풍광 좋은 곳으로 캠핑 같은 거 가면 안 되냐고?

캠핑을 낭만으로 아는 자들에게 경완은 한 마디 해주고 싶었다. 자연은 너의 낭만과 즐거움을 위해 있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수도도 없고, 취사도 힘들고, 화장실도 없는 곳에서 모기, 빈대, 벼룩, 진드기, 거머리 등에게 피 좀 헌납해 봐야, 아! 자연이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구나, 이불 밖은 더럽고 힘들고 불편하구나, 라는 걸 실감하지 않을까?

그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고자 비싼 캠핑 용품을 구매하는 거겠지만, 경완의 관점에선 그건 낭만이라는 걸 즐기고자 사서 고생하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마치 부자들의 가난 체험 따위나 마찬가지랄까? 뭐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근대 산업혁명기의 부유층은 관광으로 빈민가 투어를 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경완에겐 그런 취미는 없었고, 여기는 100억 원이 넘는 슈퍼 요트 선상 위였다.

문명에 의해 정돈되고 걸러진 환경은 편안하게 즐기기 충분했고, 남들 시선도 없었다. 그동안 미연이 해준 헌신을 생각하면 놓치기 아까운 기회임은 분명했다.

경완은 일단 배 주인에게 허락을 받기로 했다.

[여자친구 불러와도 돼요?]

[얼마든지요.]

바스티앙은 경완이 웜홀 능력으로 갔다 오기 좋도록 잠시 배를 세울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웜홀 마커에 대해서 잘 몰라서 하는 배려였지만 남의 배려에는 고맙다고 하는 게 예의였다.

경완이 그의 배려에 고맙다 한마디를 할 때 김봉남이 슬며시 끼어들었다.

[저기 경완 씨, 설마 혹시 여자친구분만 데려오실 건 아니죠?]

[흐음…….]

솔직히 좀 양심이 찔렸다. 김봉남은 그렇다고 쳐도 바스티앙에겐 호의를 받았으니 뭔가 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김봉남이 은근히 물었다.

[여자친구분에게 아는 예쁜 여자 연예인 소개 좀…….]

[말은 해볼게요.]

바스티앙에게도 여자를 붙여주려면 소개팅이라는 형식을 빌리는 게 맞긴 했다.

다행히 김봉남이 먼저 말을 꺼냈으니 미연이 뭐라고 하면 책임을 그에게 떠넘길 수도 있었다.

경완은 배에 비치된 위성전화로 미연에게 연락했다. 그녀는 경완의 전화를 받고 살짝 기분이 들떴다.

“나야.”

[오빠?]

“응, 나야.”

[이 전화번호는 뭐야?]

“위성전화.”

[그래? 그런데 웬일이야? 오빠가 이 시간에 이렇게 전화를 하고?]

경완이 먼저 전화를 거는 경우는 저녁은 와서 먹을 거냐고 물어볼 때가 대부분이라 대낮에 경완이 미리 전화를 거는 일은 그녀에겐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경완은 사정을 설명했다. 슈퍼 요트가 어떻고, 바스티앙이 어떻고, 소개팅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에 그녀는 반색했다.

[정말? 좋아! 그런데 어떻게 가라고?]

“내가 데리러 가면 돼.”

[정말 이럴 땐 너무 좋다니까.]

그녀는 반색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조건이 좋으니 소개팅을 할 후배들을 매우 손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S급 히어로라는 타이틀을 가진 서양 훈남과의 슈퍼 요트 위에서의 소개팅이라고?

곁다리로 촐싹댄다는 이미지의 매스 이펙터가 있기는 하지만 나름 인플루언서 카테고리에 들어가기는 해서 소개팅 지원자를 찾기 어렵진 않을 거라나?

“그럼 준비되면 연락 줘.”

[알았어.]

경완은 김봉남에게 소개팅이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고, 김봉남은 바스티앙에게 어떤 여자 연예인이 올까 대화를 나누었지만, 바스티앙은 말하지 않고 그저 들으면서 그냥 씩 웃을 뿐이었다.

슈퍼 요트의 목적지는 태평양. 항로는 오키나와를 경유했고, 점심으로는 바스티앙이 직접 조리한 정어리 통조림 샌드위치가 나왔다.

뼈를 발라낸 살점을 마요네스와 섞어서 케첩 등으로 버무려 야채와 함께 식빵 사이에 끼운 것인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일본의 해역을 지나 공해 상으로 나올 때쯤엔 저녁이 되어 있었는데, 그때 미연이 연락을 줬다.

[오빠 미안한데, 오늘 바로는 안 될 것 같아.]

“당연히 바로 될 거라곤 생각 안 했어. 갑작스런 소개팅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

할 일 없는 백수도 아니고 자기들 딴에 스케줄이 다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답장은 받았으니까. 내일 괜찮지?]

“응.”

이럴 때 웜홀 능력이 있어서 참 편했다. 서울에 있다가 태평양 한가운데 슈퍼 요트 선상 위로 당일치기 소개팅도 가능하고 말이다.

미연과 통화하며 소개팅 계획을 마무리한 경완은 노을이 지는 바다를 보다가 바스티앙에게 물었다.

[그냥 자면 돼요?]

상식적으로 3명만 타기엔 너무나 큰 슈퍼 요트였다. 바스티앙 딴에는 항해와 항속 거리 등을 고려해 선정한 배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운용 요원이 너무 부족했다.

땅 위에서도 야외에 행군할 때 불침번을 서듯이 바다 위에서도 야간 불침번은 반드시 필요했다. 망망대해라고 하지만 바다는 생각보다 훨씬 위험했다. 해류와 바람이 있기에 어디로 떠밀려갈지도 모르고 물류 선박들은 둥둥 떠다니는 암초나 다름없었다.

그런 경완의 걱정에 바스티앙은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곧 친구들을 부를 거랍니다.]

바스티앙은 저녁으로 생선구이를 내주고는 뱃머리에서 능력을 전개했다.

멀리 퍼지는 펄스 형태의 사념파는 패스의 변형형이었다. 역시 비스트 마스터답게 정신계열의 특성이 있었다.

경완은 그 사념파에 그리움이 담겨있는 것에 상당히 감탄했다. 다양한 감성을 사념파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비스트 마스터의 정신계 능력 숙련도가 상당히 뛰어났던 것이다.

[왔어요.]

비스트 마스터가 가리키는 곳에는 고래 분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혹등고래였다.

바스티앙은 그대로 뱃머리에서 바다로 다이빙을 했고 고래의 가슴지느러미에 붙어서 몸을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고래는 기분이 좋다는 건지 반갑다는 건지 반대쪽 지느러미로 수면을 철썩하고 내려쳤다.

“이야~ 장관이네요.”

그 모습에 김봉남이 감탄을 했지만, 경완은 별로 감흥이 없었다. 인간과 대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장면 따위가 그에게 감동을 줄 순 없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고래 친구와의 조우를 마치고 돌아온 바스티앙은 불침번은 이 고래 친구가 맡아줄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친구를 밤새 고생시키는 거 아니에요?]

김봉남의 말에 바스티앙은 웃으며 말했다. 원래 고래는 뇌를 반쪽씩 자게 할 수 있고, 자신이 강화한 고래라 별로 힘들지도 않다고 말이다.

덕분에 안심하고 잠을 청한 경완은 다음 날 웜홀 능력으로 미연과 여자 연예인 둘을 슈퍼 요트로 데려왔다.

“인사해. 여기는 저번에 같이 드라마를 찍었던 윤혜정이고, 여기는 같이 예능에 출현했던 아나운서 이영미 씨.”

미연이 두 사람을 소개했다.

윤혜정은 볼륨감 있는 귀여움의 베이글 스타일이었고, 이영미는 쭉쭉 늘씬한 모델 스타일이었다.

미연과 같이 온 두 사람은 서울에 있다가 일순간에 태평양 한가운데로 이동한 신기(神奇)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미연의 소개에 얼른 표정을 관리하며 조신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윤혜정이에요.”

“안녕하세요, 이영미예요.”

두 사람의 시선은 김봉남과 바스티앙을 빠르게 오갔다.

‘진짜야, 진짜!’

‘진짜 잘생겼다. 그치?’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매스 이펙터는 한국에서 유명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비스트 마스터 바스티앙이랑 비교하면 아무래도 급이 좀 딸렸다. 그나마 초능력자라는 간판이 있으니 비벼보는 거지, 외모만 따지면 비교가 미안할 정도랄까?

이경완은 고려 대상조차 아니었다. 어차피 임자가 있기는 하지만 그의 과거는 너무 부담스러웠다.

미연처럼 특별한 담력과 성깔, 인연이 있는 여자가 아니면 그를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는 여자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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