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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229화 (229/367)

무한전생-더 빌런 229화

23-팍스 위버멘쉬

위버멘쉬는 어떤 조직일까?

스스로 표방하길 ‘초능력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협회’라고 하지만 그 활동 내역을 보면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일단 한 꺼풀 벗겨보면 위버멘쉬는 협동조합의 성격이 짙은 글로벌한 초능력 인재 파견회사였다.

여기 한 꺼풀 더 벗겨보면 코어 기술이라고 일컬어지는 초능력 공학의 핵심기술을 선점하여 갑의 위치에 있는 B2B 제조업체였으며, 또 한 꺼풀 벗겨보면 초능력 인재와 초능력 공학이란 두 지렛대를 이용해 빠르게 거대한 영향력을 구축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초능력 이권집단이었다.

그 영향력의 구축이 워낙 빠르고 견고하며, 문화, 정치, 경제할 것 없이 넓었기에 세간에선 그들이 불법적인 수단도 마다치 않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위버멘쉬의 영향력 확대 속도를 설명하기 힘들었다.

특히,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서라면 나라의 발전 정도는 충분히 외면할 수 있는 부패한 국가에서 그런 음습한 소문이 자주 돌았다. 설립 초기에 빌런 조직이라고 알려진 탓도 없진 않았다.

물론 그런 소문은 오래가진 않았다.

해당 지역이나 국가에 위버멘쉬가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발생하는 효과와 이슈에 위버멘쉬가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니 마니 하는 소문들은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기 일쑤였으니까.

수단이 어떻게 되었든, 위버멘쉬는 그들이 진출한 국가에 굴러 들어가 단단히 박힌 돌이 되는 데에 훌륭한 재주가 있었다.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은 밖에서 굴러 들어오는 세력에 대한 심리적, 혹은 실제적 저항 과정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리고 그 실제적 저항이 가장 격렬한 곳은 단연코 남미였다.

부패했다지만 정부의 통제 기능이 남아 있는 나라와 달리 남미는 사실상 여러 개의 마약군벌이 각 지역을 지배하는 일종의 군벌 봉건제 국가라 봐도 무방했고, 해당 지역의 가장 사나운 기득권층이라 할 수 있었다.

채찍과 당근이란 투트랙 전략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위버멘쉬가 이들과 충돌하는 건 필연적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충돌은 남미에선 아주 핫한 뉴스거리였다.

남미에서만큼은 위버멘쉬와 히어로 컴퍼니가 손을 맞잡았기에 어느 히어로와 어느 카르텔이 어디에서 격렬하게 싸웠다더라, 어느 마약 조직이 어디에 있는 히어로 지부를 습격했다더라는 식의 뉴스가 초능력 관련란에 올라오기 일쑤였다.

이렇듯 위버멘쉬는 유명할 수밖에 없었고, 유명한 만큼 그 총수에게 관심도 쏠렸다.

예지 능력자라는 소문이 은밀히 도는 투자의 귀재, 위버멘쉬 초기 예산을 모두 홀로 감당한 거대한 자산가. 그리고 은둔가.

근래에 그에 대해 주지할 사항은 그가 한국에 자주 들르며 누군가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대상이 이경완이라는 건 당연했고,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위버멘쉬는 초능력자 파견업체였으니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건 위버멘쉬에게 있어 기본적인 업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경완은 홀로 중국을 사분오열시킨 최강의 초능력자로 알려져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라니요. 잘 놀았습니다.]

한 달간의 경호 업무를 별 탈 없이 끝낸 경완은 인천항에서 바스티앙과 작별의 악수를 나누었다.

이제 바스티앙은 고국으로 돌아가서 대양국제활용기구라는 단체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충분한 강화 고래를 확보했으니, 이제 이를 활용하여 전 세계 바다를 이용한 양식장을 만들 계획이라나?

[하시는 일이 잘되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바스티앙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갔고 경완은 집으로 돌아왔다. 김봉남이 둘이서 물 좋은 곳으로 놀러 가자고 지분거렸지만 깔끔하게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야아앙!”

치즈가 울며 경완의 발목에 자신의 옆구리를 비볐다. 웜홀 능력으로 자주 집에 왔었지만 나름 반가운 모양이었다.

“밥?”

“야아앙!”

좋다고 우는 치즈에게 캔을 하나 따준 경완은 그동안 게임이 얼마나 쌓였나 기대감에 게임기를 켰지만 고작 한 달 사이에 새로운 게임이 잔뜩 나올 리가 있나?

경완이 실망감에 볼만한 드라마나 프로그램이 있나 싶어서 열심히 채널을 돌리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확인해 보니 발신인이 ‘총수님’으로 되어 있었다.

“네, 총수님.”

[경완 씨, 잘 지냈어요?]

“물론이죠.”

[일은 어땠어요?]

“좋았죠.”

경완은 혼란스러웠던 세상과 동떨어져 평화롭고 여유롭게 지냈다.

[그렇군요.]

그런데 대꾸하는 요하네스의 목소리에 수심이 끼어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알아달라는 듯이 목소리가 깔렸기에 경완은 예의상 물어봤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참 골치가 아픈 일이 생겨서요…….]

경완은 직감적으로 이 전화가 부탁을 위해서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빚진 건 빨리 갚지 않으면 이자가 붙는다. 마음의 빚도 마찬가지.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면 괘념치 말고 말씀하세요.”

[그래도 될까요?]

“네.”

[사람 한 명만 구해주세요.]

요하네스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일단 선진국 내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위버멘쉬는 개발도상국과 제3세계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조직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었다. 남미도 그중에 하나.

남미 대륙에 위버멘쉬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위버멘쉬는 우선 브라질에 집중했다.

남미에서 가장 넓은 나라. 하지만 빈부 격차는 극심하고 부패는 만연해 있으며 국토 대부분이 제대로 개발되어 있지 않아 경제가 편중되어 있었기에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위버멘쉬는 나름의 전략이 있었고, 그대로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주요 간부가 브라질 파벨라에서 납치된 것이다.

파벨라. 브라질의 슬럼가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실상 정부가 통제를 포기한 곳이었다. 어느 정도냐면 대낮에 경찰 헬기가 로켓 런처에 격추당할 정도.

이 파벨라는 브라질 전역에 걸쳐 퍼져 있는데, 브라질의 계획도시이자 수도인 브라질리아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어……. 그런데 브라질이 제 입국을 달가워할까요?”

경완의 웜홀 능력은 유명했다. 서울 참사는 웜홀 핵폭탄의 공포를 각국 지도층의 뇌리에 각인했고, 경완의 입국을 금지한 나라도 많았다.

대놓고 금지했다고 발표하지 않은 나라조차도 비자라든지 입국 절차라든지 여러 가지 방면에서 그의 입국을 방해할 수 있었다.

이에 요하네스는 이렇게 대꾸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뇌물을 잔뜩 먹여놨으니까.]

그의 목소리는 밝았다. 경완이 저렇게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부탁을 들어줄 마음이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경완은 반쯤 자신이 승낙했다는 거나 다름없다는 걸 깨닫고는 마음을 넉넉하게 먹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한 달 동안 슈퍼 요트 위에서 나름 즐겁게 지냈는데 이 정도 일쯤이야 어렵겠는가?

누구 하나 죽여달라고 했으면 고민했겠지만, 구해달라는 부탁이니 거리낄 것이 없었다.

경완의 말에 요하네스는 설명을 시작했다.

[사건은 파라이조폴리스를 장악하는 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파라이조폴리스는 브라질의 주도이자 금융과 산업 등 브라질 경제의 핵심인 상파울루의 서쪽쯤에 위치한 지역으로, 파벨라 지역이었다.

상파울루 같은 브라질 최대의 도시에 치안이 통제가 안 되는 동네라니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상파울루에 파라이조폴리스 같은 파벨라가 몇 개나 더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무튼, 위버멘쉬 브라질은 브라질에 단단히 뿌리박기 위해서 우선 파라이조폴리스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고자 했다.

“권리라면…….”

[일종의 치외법권 같은 거죠.]

“그게 가능한가요?”

[정치권이랑 다 이야기가 된 거랍니다.]

법으로 일종의 치안 민영화 구역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골자였다.

어차피 파벨라 구역은 브라질의 골칫거리였다. 부패가 만연한 브라질의 행정은 파벨라 개선에 대한 예산도 의지도 없었다. 뭐, 파벨라만 아니라 사회 전반이 다 그런 분위기니까.

아무튼, 있어도 소용없는 파벨라 지역을 그 이권과 함께 위버멘쉬에게 넘겨주는 대신 골칫덩이를 그들의 업무 테이블에서 치워 버리자는 게 브라질 정계에 계신 분들의 발상이었다.

상층부에서의 합의는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지만 그다음부터가 본격적인 문제였다. 어디 지도층의 결정이 하부까지 잘 전달될 정도라면 브라질이 여태 이 모양 이 꼴일까?

브라질의 부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일부의 문제도 아니었다. 기업, 정부 할 것 없이 윗대가리부터 말단까지 서로 파벌을 이루고 이권을 챙겨주며 보호해 주었으니, 그 행태가 중국의 꽌시 못지않았다.

이는 브라질의 부패 형태가 엘리트 카르텔의 형태, 즉, 인텔리들끼리 뭉친 형태이기 때문인데, 이는 한국도 비슷했다. 한국의 학연, 지연, 혈연을 생각하면 중국 꽌시를 욕할 자격이 없었다.

아무튼, 이런 엘리트 카르텔이 위버멘쉬가 파라이조폴리스 지역을 장악하는 데 큰 걸림돌이었다.

마약 카르텔 따위야 위버멘쉬의 강력한 초능력자들을 동원해서 쓸어버리면 되지만, 전현직 경찰 출신으로 이루어진 민병대들에게까지 그럴 수는 없었다.

어째서인가? 이들이 지역의 치안과 안전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구성된 자경대 같은 것이라서?

아니다. 이들은 그 지역의 이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모인 이권집단이었다.

이들은 단순히 지역을 장악하여 그 지역민을 갈취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정치가, 공무원, 기업 등과 결탁하여, 정치깡패, 용역깡패 역할까지 맡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 지역의 마약 카르텔을 일망타진한 후엔 그들의 불법적인 사업을 이어받아 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마약은 물론 포주짓까지.

경찰 출신인 만큼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았고, 정치권과의 끈도 연결된 전형적인 부패공무원 카르텔이 바로 이 경찰 민병대의 정체였다.

당연히 정치권과도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파벨라 지역의 치안을 두고 위버멘쉬와 그 권리를 다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위버멘쉬 브라질은 파라이조폴리스를 원활히 확보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사용했다. 사람을 회유하고, 쳐낼 사람은 쳐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중 회유를 담당한 이가 바로 이번에 납치된 사람이었다.

[이름은 마르코. 파벨라 출신의 초능력자죠.]

“초능력자가 납치되었다니 놀랍네요.”

[어차피 초능력적 잠재력이 그리 크진 않은 사람이었어요. 단지 본인이 파벨라 출신이라 그쪽의 생리를 잘 알면서 적당한 양심과 출세에 대한 욕심, 더불어 충분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 일에 선발되었죠. 초능력이 아니라도 이 일에 적합한 인재에요.]

본인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빛나는 재능을 가진 초능력자들과 자주 만날 수 있는 위버멘쉬의 회원으로 지내며 교육받다 보면 자신의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절감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아! 죽었다 깨어나도 저들을 능가하긴 힘들겠구나!’

다행히도 위버멘쉬는 초능력의 강함만 추구하지 않았다. 위버멘쉬의 창립자이자 총수인 요하네스부터 강력한 무력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핵심은 조직에 얼마나 기여하는가 였고, 오직 초능력만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위버멘쉬의 각종 사무와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인력들.

그중 자신의 업무에 적합한 능력을 가진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리 특출난 초능력을 가지지 않았거나 있어도 위험하거나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을 피하고 싶은 이들이 다른 방식으로 조직에 기여했다.

그러면서 초능력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적성과 재주를 깨달은 이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위버멘쉬라는 조직에 기여했고, 상당수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책임을 맡기도 했다.

마르코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위버멘쉬 브라질의 브라질 사회 진입과 영향력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에 기뻐했고 그에 관해 사명감을 가졌다.

물론 차후 위버멘쉬 브라질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야망도 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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