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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234화 (234/367)

무한전생-더 빌런 234화

23-팍스 위버멘쉬

위버멘쉬의 호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리더십이 실종되어 내홍을 겪고 있던 러시아에서 혼란을 정리한 걸출한 리더가 나온 것이다.

이름은 밀라보스비키. 위버멘쉬 소속의 S급 초능력자였다.

밀라보스비키는 러시아 출신의 위버멘쉬 초능력자들을 동원해 수도인 모스크바를 장악하고, 부패한 정치인 등이 마피아 등을 정치깡패로 동원해 경쟁 관계에 있는 정치인을 암살하거나 습격하는 일을 막았다.

그 과정에서 이미 그런 일을 저지른 놈들을 징치하고 또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마피아들을 쓸어버리는 등, 거의 내전에 가까운 일이 일어났지만, 그러한 진통이 없었다면 다시 선거를 치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긴 힘들었다는 것이 내외국의 시선이었다.

물론 아직은 모스크바만의 일이긴 했지만 밀라보스비키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을 비롯한 러시아의 주요 도시와 지방도시의 질서를 수복하고 민주적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좀 아는 척하는 이들은 당연히 이 선거에 친(親) 위버멘쉬 정치인이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보았고, 경완도 생각이 다르지 않았으니, 위버멘쉬에게 호재인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유럽은? 유럽은 프랑스의 S급 초인, 비스트 마스터가 제시한 비전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었다.

바로 대양국제활용기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전 공해(公海)의 환경보전과 해양자원개발을 통해 바다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보호하자는 것이었다.

보전과 개발이란 양립할 수 없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대양국제활용기구의 비전은 황무지에 나무를 심는 녹화사업처럼 바다 역시 그렇게 하자는 것에 가까웠다.

즉, 인류에게 유용하도록 활용하자는 것.

이 프로젝트의 시발점인 바스티앙이 이미 강화한, 그리고 앞으로 강화할 강화 고래 수천 마리와 코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초능력 공학, 그리고 관련 인재를 대폭 지원할 위버멘쉬는 그저 미끼, 혹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깃발에 불과했다.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동력은 공해(公海)를 사유화할 기회를 잡고 싶은 국가들과 자본의 연대였다.

왜 공해는 더럽혀져도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가? 왜 대한민국 16배만한 크기의 쓰레기섬이 태평양엔 몇 개나 있고, 지금도 계속 커지고 있는데 누구 하나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는 나라가 없는 걸까?

대양국제활용기구의 대변인은 이 문제의 원인은 공해(公海)가 공해라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공해(公海)란 무엇인가? 누구의 것도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바다 아닌가? 그래서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저 바다가 어느 나라의, 혹은 누군가의 소유였다면 저렇게 무방비하게 더럽혀지도록 놔두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법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니 대신 그 해역의 활용성을 재고하는 것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제시된 하나의 방법이 바스티앙이 제안한 해양 목장이었다. 해양 구조물을 통한 플랑크톤 및 해초 등의 1차 생산자 양식, 그리고 이를 통해 물고기를 양식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관련된 권리와 자산을 공영화, 혹은 민영화하면 해당 해역의 환경을 보호할 권리와 의무도 자동적으로 확보된다는 것이 대양국제활용기구의 비전이었다.

물론 문제가 없을 순 없겠지만 지금처럼 공해가 방치되어 더럽혀지는 상황보다는 100배 낫다는 것이 대양국제활용기구의 입장이었다.

대양국제활용기구의 출범에 대한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아무래도 해양으로 흘러들어 가는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 국가나 기업 등에서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해를 사유화할 수 있는, 그리고 거기서 거대한 이익을 엿본 강대국과 선진국의 욕망을 억누를 순 없었기에 결국 대양국제활용기구는 출범할 수밖에 없었다.

대양국제활용기구의 첫 번째 사업은 태평양 개발이었다.

왜 유럽과 미국의 사이에 있는 대서양이 아니라 태평양부터냐면 대서양은 유럽 등 국제적으로 입김이 강한 선진국들 사이의 알력과 이해조정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지만, 태평양은 상대적으로 미국이 꽉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남미 등 환태평양 지역에 있는 나라에 이권을 좀 때줘야겠지만 미국의 자본력과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었으니, 태평양 해양자원 양식 사업은 그 착공까지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해양 플랑크론을 비롯한 1차 생산자 양식에 대한 연구는 충분히 쌓여있었다. 어떤 플랑크톤을 어떻게 양식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어떻게’라는 부분에서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플랑크톤의 양식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번식을 조절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것에 있었다. 조건만 맞으면 폭풍 번식을 하기 때문이다.

양식을 하는데 폭풍 번식이 무슨 문제냐 싶지만, 적조나 녹조가 바로 플랑크론의 폭풍 번식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 아니던가?

그냥 적조가 발생해도 문제인데, 만일 그때 발생하는 플랑크톤이 독성 플랑크톤이다? 더 큰 문제다. 양식 어패류가 자연산 어패류보다 더 안전하다는 말이 나오는 게 이 독성 플랑크톤 때문이니까.

독성 플랑크톤이 생산하는 독은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고 가열되어도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정부에서 괜히 여름철에 어패류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는 게 아니었다.

따라서 적절한 플랑크톤을 골라서 그것만 대량 배양할 필요가 있었고, 이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기존의 기술로 이러한 일을 해내려면 필연적으로 대량의 바닷물을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거대한 비용이 필요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초능력 공학,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이었다.

대량의 바닷물과 플랑크톤을 제어하기 위한 파이프, 배양탱크, 펌프 같은 것이 없어도 그냥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로 플랑크톤을 제어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너무 과다하게 증식한다 싶으면 포스필드로 눌러서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수심으로 끌어내리고, 독성 플랑크톤이 발생하면 독성 있는 것만 골라서 바다 밑으로 가라앉히고, 용존산소가 부족하면 광합성을 하는 식물 플랑크톤을 해표면으로 끌어올리거나 동물성 플랑크톤을 밀어내서 식물성 플랑크톤의 양을 늘리면 된다.

플랑크톤의 증식 촉진을 위한 영양은 강 하구나 폐수처리장에서 무의미하게 발효되어 없어지는 것들에서 추출해 오는 것으로 충분했고, 역시나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을 적용하면 채산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기에 태평양에 인공 해초숲을 조성할 부유 구조물을 설치해야 했다. 기존의 공학기술과 초능력 공학의 조화가 필요한 것이다.

덕분에 관련 제조업들의 주가도 제법 올라갔고 한국도 수혜를 입었다.

미역 양식 기술이 이 해초숲에 적용될 가능성뿐만 아니라,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의 어머니 마리아 박사와 그녀의 회사가 한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락했어요.]

“바쁘지 않아요?”

마리아 소장의 전화를 받은 경완이 대꾸했다.

마르코 납치 사건을 해결하고, 위버멘쉬로부터 사례금을 흡족하게 받은 후 제법 오랜 기간 여유를 만끽하고 있던 그에게 마리아 소장의 호출은 의아한 일이었다.

특히 그 일이 경완과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대양국제활용기구의 일이라니?

[일단 와봐요. 제가 공짜로 부려 먹겠어요?]

“하긴 그렇긴 하죠.”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보다 앞선 문제가 있었으니…….

“그런데 딱히 아쉬운 게 없어서…….”

교도소에 있을 때야 먹을 거라든지 잠자리라든지 아쉬운 게 많았지만 지금의 경완은 굳이 남에게 손 벌리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점은 그의 능력을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싶어하는 한국이나 미국 정부에게 있어서 큰 골치였다. 안분지족하고 있는 그를 움직이려면 얼마나 큰 대가를 제시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마리아 소장은 자신있게 말했다.

[이걸 보면 경완 씨도 좋아할걸요?]

“뭔데요?”

[미리 말해주면 재미없죠.]

“귀찮은데……..”

[그러지 말고 방문해 줘요.]

마리아 소장이 사정조로 말하자 경완은 입맛을 다시며 그러겠다고 말했다. 서울 참사 사태로 정이 좀 쌓여서 그런지 매정하게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약속시간과 장소를 잡은 경완은 어느 주말, 대한 세립 연구소의 기밀 시설에 방문했다. 그는 몇 단계의 삼엄한 검문을 지나 제7연구동이라고 불리는 지하시설에서 마리아 소장과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경완을 반겼다.

“어머나! 이게 도대체 얼마 만에 보는 거죠?”

청문회 사태 이후로는 몇 달 만의 대면이었다.

“잘 지내셨어요?”

“저야 뭐 평소대로죠.”

그렇게 대꾸했지만 경완은 그녀의 얼굴에서 서울 참사 이후 줄곧 짊어지고 있던 죄책감이나 책임감이 많이 덜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하죠. 경완 씨는 본론을 좋아하니까요.”

경완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말이 통하면 이래서 편하다니까.

“그래서 대양국제활용기구의 일에 제가 필요한 일이 뭔가요?”

“딱히 없어요.”

“……?”

그런데 왜 불렀데? 경완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금방 그것이 그를 불러내기 위한 명분임을 알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경완 씨에게 많은 신세를 졌어요. 그래서 선물을 준비했죠.”

“선물이요?”

“기대해요.”

마리아 소장은 생긋 웃더니 태블릿을 조작했다. 그러자 푸쉬익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열리더니 뭔가가 올라왔다.

거치대에 의해 굳건히 서 있는 그것은 얼핏 보면 로봇 같았다. 흉부가 열려 내부의 빈 공간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리고 내부의 공간은 사람 하나 들어가기에 충분했다.

“이건…… 마크원?”

유명 히어로 무비의 천재 재벌남이 직접 제작하고 입었던 초인 슈트 같은 것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것보다 덜 투박하기는 했지만 둔중한 느낌은 분명 마크원을 닮아있었다.

마리아 소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마크원? 그게 뭐죠?”

“그 왜 있잖아요, 아이X맨에 나오는 거요.”

“아아. 뭔지 알겠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 발 물러서서 자신의 선물을 훑어보고는 내뱉었다.

“닮긴 했네요.”

경완의 지적이 아니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것 같은 말투였다.

경완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게 선물이에요?”

“네. 어때요. 멋지죠?”

“이거 진짜 아X언맨 슈트에요?”

경완의 말에 마리아 소장은 고개를 저었다.

“정확한 명칭은 종합초능력전술장비예요.”

“초능력 확장장비의 진화판처럼 들리는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확장장비의 개발 목적이 궁극적으로 이거였어요.”

종합초능력전술장비(Total Superpower Tactical Gear)의 개발은 코어 기술이 개발되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개발 목적은 강력한 힘을 가진 초능력 빌런을 제압하기 위한 공권력의 확보.

현재 시판되고 있는 초능력 확장장비는 TSTG를 개발하기 위해 기술력을 쌓은 과정 중에 나온 것들이었다.

“염동력, 강도 강화, 중량 제어, 내열, 보온 등의 다양한 능력을 가진 코어를 기반으로 착용자를 완벽히 보호하는 갑옷이죠. 이론적으로 현존하는 거의 모든 탄환과 포탄을 막아낼 수 있어요.”

“대(對) 초능력 탄환도요?”

“물론이죠. 여기 사용된 합금도 특수 초능력 합금이거든요.”

그럴 것 같았다. 경완의 초감각에는 저 아이X맨 슈트의 전신에 S입자가 녹아 있는 게 분명히 느껴졌으니까. 초능력을 이용한 신소재라…… 기술의 발전이 빨랐다.

마리아 소장이 말을 이었다.

“핵심은 이 코어예요. 지금까지의 코어와는 차원이 달라요. 다양한 초능력의 발동을 용이하게 해주는 일종의 보조뇌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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