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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238화 (238/367)

무한전생-더 빌런 238화

23-팍스 위버멘쉬

“이게 된다고?”

“이게 다~아 경완 씨가 능력자라서 그래요.”

이번 일본행에 따라붙은 위버멘쉬의 인물은 매스 이펙터 김봉남이었다.

“그것보단 경완 씨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탓이 크죠.”

김준도 따라붙었다. 상부로부터 경완과 위버멘쉬가 뭐 하는지 잘 감시하라는 지시라도 받았는지 이번에도 기어코 동행했다.

김봉남은 김준의 말에 반박했다.

“원래 이미지라는 건 금방 사라지는 거예요. 후쿠시마 정화 작업 이후로 경완 씨가 일본에 방문한 적 있어요? 없죠? 아마 이번에 실험을 핑계로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빠르게 입국 허락이 떨어지진 않았을걸요?”

김준은 김봉남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사실 할 말이 궁색하기도 했고, 김봉남의 말이 전혀 틀린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실험’이기에 일본이 이렇게 경완의 입국을 신속하게 허락한 것일까?

그것은 여전히 남아 있는 후쿠시마의 후유증 때문이었다.

응? 후쿠시마 방사능은 다 제거되지 않았냐고?

방사능 물질은 반감기를 통해 방사능이 사라지기 전까지 결코 제거되지 않는다. 그저 폐기물이란 형태로 전환될 뿐.

문제는 방사능 물질이 묻어서, 혹은 제염 작업 과정에서 오염되면서 나온 폐기물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진이 잦은 일본에선 이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대량 보관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 포스필드를 이용해 이 방사성 폐기물로부터 핵종만 분리해 양을 줄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전체 폐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차지하는 질량비가 매우 낮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방사성 물질이 소량이라도 위험한 이유이기도 했지만,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을 통해 완전히 해결하기에도 어려운 원인이 되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결국 출력을 높이기 위해 투입하는 스마트 포스필드 인원을 늘리고 긴 시간을 들이는 것뿐.

하지만 이 방법은 반대가 심했다. 첨단 산업의 쟁기가 될 스마트 포스필드 운용인력을 거기에 들이는 건 산업계, 그리고 그 산업계와 긴밀하게 정경유착된 정치인의 강한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

틀린 말도 아닌 것이 이 초능력 산업의 과도기에서 다른 나라가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을 도입해 멀찌감치 앞서 나갈 때 일본은 당장 (상대적으로) 급하지도 않은 일에 중요한 인재를 투입할 수도 없었다. 안그래도 스마트 포스필드 운용인력은 현재 수요가 공급을 훌쩍 뛰어넘은 상태기 때문이다.

만약 혼자서 필요한 출력을 낼 수 있는 인력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런 인재는 일본에 없었다. 심지어 S급 초능력자가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는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도 하나의 초능력 스킬처럼 재능을 탄다는 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속 편하게 땅속 깊숙이 파묻고 잊어버리고 싶었지만, 양이 너무 많고, 또 지진도 잦은 땅이라 반대가 심해 그러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해결책이 떡하니 나타났다. 그것도 그쪽에서 먼저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방식으로 말이다.

안 그래도 채무가 많은 일본정부는 임시 방사성 폐기물 저장고의 유지비도 줄이고 싶어했는데 위버멘쉬와 경완이 도와주겠다고 나타났으니 덥석 물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이에요, 이 상.”

공항에 도착한 경완은 아는 얼굴을 만났다. 예전에 경완을 담당하고 미인계의 탈을 쓴 고백(?)까지 했던 마츠키였다.

“네, 오랜만이네요.”

경완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녀는 그를 목적지로 안내하면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는데 아무래도 미연과의 연애가 궁금했는지 이런 질문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어떻게 사귀게 되었어요?”

그것도 그럴 것이 일본까지 이름이 알려진 한국의 탑스타와 일본은 물론 전 세계까지 전과가 알려진 전과자와의 연애이다 보니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경완에게 거절당한 것도 이유겠지만 말이다.

경완이 되물었다.

“어디까지 알고 계세요?”

“같은 시설 출신이라는 것까지만…….”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야 하는 만큼은 아는 모양이었다.

“뭐, 인연이 닿은 거죠.”

“그것뿐인가요?”

솔직히 말해주지 않은 경완에게 실망했는지 입술을 오므리는 그녀에게 경완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서울 참사가 계기가 된 거라 더 말해줄 주기 힘드네요.”

“아. 음. 죄송합니다.”

그녀는 즉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고, 경완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 후 그와 미연에 대한 질문은 더는 나오지 않았다.

일행의 목적지는 후쿠시마 인근에 설치된 방사성 폐기물 임시 보관소. 도착해서 보니 연구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여기저기 기자재들을 나르며 뭔가 첨단장비 같은 걸 설치하고 있었다. 그중 일부는 경완에게도 익숙했는데 스마트 포스필드 장비로 보였다.

설명은 마츠키가 해주었다.

“초능력 공학이 시작된 이래 일본도 많은 투자를 시작했어요. 한국에 계신 마리아 여사님만큼은 아니지만 훌륭한 연구원도 많죠.”

그 훌륭한 연구원들이 집중한 분야가 스마트 포스필드의 개량이었다. 원래 일본이라는 나라가 해외에서 들어온 문물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데 재주가 있었기에 한국에서 들여온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 또한 자기네 방식으로 개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차피 카피라고 욕을 먹든 말든 개조하고 개량하는 것으로 기술력을 쌓는 것이 일본이 과거 제국주의 열강을 쫓아갔던 방식이었다. 안 그런 나라가 오히려 드물달까?

경제개발시기의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과거 유럽도 특허 도용, 기술 카피 같은 문제로 말이 많았다.

“뭐를 덕지덕지 많이 붙여놨네요?”

고개를 끄덕이며 자랑 섞인 설명을 듣던 경완은 개량된 스마트 포스필드 장비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 개량인가 뭔가를 위해서인지 스마트 포스필드 주변에 용도를 알 수 없는 장비들이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건 말이죠,”

마츠키는 그에 관해 자랑스럽게 설명했는데 이번 업무를 맡기 위해 꽤 공부한 티가 났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S입자의 특성으로 추측되는 성질 때문에 스마트 포스필드가 발생하는 역장은 타겟이 된 입자에 한해 한쪽 방향으로만 벡터를 가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입자가 타겟이 되면 두 입자 모두 같은 방향으로 벡터힘이 가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마트 포스필드로 물질을 위해선 어느 한쪽 물질을 걸러내는 필터나 채를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부산물을 걸러내기 위한 필터 자체와 스마트 포스필드의 출력에 한계가 있었고, 그래서 일정 수준 이상 품위(品位)를 높이면 그다음엔 전통적인 방법의 정련과 제련으로 넘어가는 게 채산성을 맞추기 위한 요즘 초능력 산업의 추세였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을 방사성 폐기물에 적용하려면 기존 방법의 정련이나 정제에 사용되었던 시설이나 기자재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될 가능성이 크고 방사성 핵종의 개수만큼 비용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다.

물론 경완이 온 이상 그런 시설을 쓰지 않고도 방사성 폐기물을 충분히 줄일 가능성이 생겼지만, 일본 정부는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일본은 겸사겸사, 그간 연구하고 있던 최신 스마트 포스필드 관련 기술을 성공시키고자 했다.

이유는 앞서 언급한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의 특성, 타겟이 된 입자에 한쪽으로만 벡터를 가한다는 한계를 극복할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 이름하여 스마트 포스필터.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마트 포스필드의 파생기술이었고, 기존의 스마트 포스필드와 달리 이 스마트 포스필터는 서로 섞여 있는 입자에 양방향으로 힘을 가해 적극적으로 물질을 분리하는 기술이었다.

심지어 A원자와 B원자가 AB분자로 화학적으로 결합했다고 해도 이 스마트 포스필터를 이용하면 A원자와 B원자로 분리할 수 있었다. 즉, 화학 결합을 물리적 힘으로 끊어낼 수 있었다.

화학, 의약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이 기술이 가진 잠재성은 이루 말할 것도 없이 어마어마했기에 일본은 전 세계 스마트 포스필드 운용자 중에서도 따라올 재능이 없다는 경완이 도와주러 온다는 기회를 살려 이 기술의 시현을 성공시키고자 한 것이다.

스마트 포스필터 기술의 성공과 그간 골치를 썩이던 대량의 방사성 폐기물의 완벽한 처리의 결합이라는 이슈는 자국 내에서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긍정적인 이슈를 만들어 낼 테니, 일본의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이만큼이나 군침이 도는 업적은 찾아보기 드물었다.

마츠키는 높으신 분의 사정을 잘 모르는지 주로 이 스마트 포스필터 기술의 우수성에 관해서 설명했다.

“어때요? 대단하죠?”

마츠키의 자랑에 옆에서 듣고 있던 김봉남이 슬쩍 끼어들었다.

“그거 개발한 과학자가 위버멘쉬 회원이라는 건 왜 말 안 해요?”

김봉남의 말에 마츠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랬어요?”

“몰랐어요?”

“네.”

마츠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몰랐을까 의문이 살짝 들었지만,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론 보이지 않았다.

또한 요하네스가 언급했다시피 위버멘쉬가 세를 불리기 힘들 정도로 배타적인 일본에서라면 가입한 사실을 본인이 감췄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런 사실을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경완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김봉남에게 시선과 눈치를 주었지만, 그는 마츠키에게 자신이 소속된 위버멘쉬 자랑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위버멘쉬가 초능력 공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얼마나 많이 지원하고 있는지 일본은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아, 네.”

마츠키가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더 신나서 이것저것 이야기하는 김봉남. 마치 상대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착각한 남자가 자신이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어필하는 느낌이랄까?

어떡하지? 일본인의 친절한 겉모습은 종특이라는 걸 까먹은 걸까?

그때 김준과 시선이 마주친 경완은 무언의 눈빛으로 합의했다. 입을 다물기로.

잠시 후 경완은 마츠키의 소개로 스마트 포스필터 장비의 개발자인 히야모토라는 물리학자 겸 초능력 공학자를 만났다.

초능력 공학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신생학문인 만큼 히야모토라는 학자도 젊었고 강하진 않지만 초능력도 있었다. 아무래도 초능력이 있는 만큼 초능력 연구에 여러모로 유리했다.

마츠키의 소개에 따르자면 최근 교토 대학에 신설된 초능력 학부의 교수로 임용되었다나?

단순히 능력만 좋은 게 아니라, 뿔테 안경이 어울리는 말끔한 외모까지. 히야모토는 세상의 불공평함을 증명하는 또 한 명의 산 증거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가 영어로 인사하며 손을 내밀자 경완도 손을 마주잡았다.

“히야모토 상은 최근 스마트 포스필드 상에서 S입자의 거동에 과연 연구로 학계의 주목을…….”

악수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마츠키가 히야모토의 연구성과나 개인 이력 등을 자랑하듯이 소개했는데, 그 모습이 김봉남의 시선에는 매우 고깝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알았으니까 빨리 일이나 진행하죠?”

그런 말을 하며 히야모토를 보는 김봉남의 시선은 연적을 보는 그것과 닮아 있었지만 아무도 지적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경완과 김준은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았고, 히야모토는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으며, 마츠키는 백치끼가 있을 정도로 순진한 구석이 있어 김봉남이 자신은 어떻게 보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아무튼, 마츠키는 그런 김봉남의 말을 히야모토에게 전달했고 그는 흔쾌히 웃으며 경완을 실험장이자 방사성 폐기물 임시저장소로 안내했다.

[저기가 오퍼레이터 좌석입니다.]

히야모토가 가리키는 자리에 경완이 앉자 다른 연구원들이 다가와서 머리에 뭔가를 씌우고 팔에도 전선이 이어진 패치 같은 것을 붙였다.

하지만 경완은 당황하지 않았다. 김마리아 여사의 연구를 돕는 과정에서 이런 준비작업은 다반사였다. 또한, 이는 초능력 공학 연구의 핵심이자 근원이 결국 초능력자라는 방증이었다. 초능력자의 신체 데이터 수집은 초능력 발현 연구의 기초였다.

히야모토는 기계에서 물러나기 전에 경완에게 말했다.

[기존 스마트 포스필드를 사용할 때와 감각이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위험한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가 직접 사용해 보기도 했으니까요.]

그 말에 경완은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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