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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243화 (243/367)

무한전생-더 빌런 243화

24-현지화

“요새 뭔가의 테스터가 되시면서 예전의 인연과 주말마다 만나는 게 상부를 좀 자극했나 봅니다.”

“어떤 식으로요?”

“음……. 이 친구는 나하고만 친해야 하는데 갑자기 친한 척하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불편하다? 같은 느낌이랄까…….”

위버멘쉬 총수가 직접 나서서 친한척 하는 것도 걱정되는데, 이경완이 거주하고 있는 나라, 동포, 같은 시설 출신의 경찰 공무원이 친한 척을 시작하니 미국도 가만히 있기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국회 테러 이후 한국의 지도층에서 이경완이라는 이름 석사는 금기나 다름없었기에 그간 미국은 이경완을 한국에 두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한국의 기득권 지도층에게 이경완은 통제할 수 없는 미친놈이라는 편견이 강하게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면밀한 분석에 의하면 최근 한국의 지도층이 보이는 모양새는 그를 이용해 먹으려는 것도 아닌 적극적인 회유 시도처럼 보였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뭘까? 일본에 좋은 일을 해줘서 그러는 걸까? 아니면 위버멘쉬 총수가 얽혀서 그런 걸까?

이유를 알 순 없었지만 여태 경완에게 부탁하고 청탁할 수 있는 창구의 역할을 독점하는 상황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게 미국을 자극했다.

안 그래도 위버멘쉬 총수가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모양새가 불편하고 실제로 경완이 그의 요청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일을 일본에서 한 것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한국까지 이러면 피곤해진다.

물론 경완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딱히 다른 이에게 회유되어 미국을 적대할 것 같진 않지만, 다양한 인연과 사건이 얽히면 불가피하게, 또 본의 아니게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지 않은가?

피해가 발생하면 이성보다는 피해의식이란 감성이 고개를 들기 쉬워지고 그럼 자연히 오해가 빚어질 수 있었다.

이경완이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중국이 그 예시를 보여주었으니 미국의 입장에선 경완의 인간관계에 가해지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혹시 모를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는 게 싸게 먹힐 것이 당연했다.

“책상 앞에만 있어서 그런지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모양이네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김준은 경완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상사를 까면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공식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지극히 솔직한 속내가 솔직하게 튀어나온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 이철이라는 분은 금방 가셨나 봐요?”

“가진 않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련하고 있어요.”

“아, 웜홀.”

김준은 금방 상황을 이해해 냈다.

“TSTG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가요?”

“김준 씨도 아시나요?”

“CIA에 아는 사람이 생겨서 관련 정보를 좀 알고 있습니다.”

종합 초능력 전술장비는 딱히 대단한 기밀은 아니었다. 공개하지 않았을 뿐 웬만한 나라들을 다 연구 중인 장비였다.

“초능력자를 강화한다는 개념이지만 현대전의 개념을 생각하면 좀 시대착오적인 부분이 있어요.”

과거 중세시대의 기사처럼 전신을 갑주로 감싼다는 것 자체가 그러했다. 그 시절 기사가 강력했던 이유는 전신갑주를 뚫고 타격을 줄 방법이 딱히 없어서 그런 것 아닌가?

하지만 미사일, 비행기, 대포 등 각종 화기가 발달한 현대에서 전신갑주의 효용성은 아직 미지수였다.

움직이는 과녁이 될 것인가, 아니면 강력한 지원 장비가 될 것인가?

“예를 들자면 미국에서 TSTG는 에스퍼용 장비로 개발되고 있어요.”

감각이 예민한 에스퍼에게 전신갑주의 갑갑함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부족한 셀프디펜스를 보완해 주는 장비로 기대가 높다나? 통신용 전자장비를 달면 강력한 야전 통신 중계지도 될 수 있었다. 다만 가격이 문제일 뿐.

“그런 거 기밀 정보 아니에요?”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아무리 카메라 기술이 발달해도 딜레이는 발생할 수밖에 없거든요. 이게 로우레벨의 초능력자에겐 별문제가 안 되는 것 같지만 하이레벨의 초능력자에겐 꽤나 크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이런 분명한 약점이 있어서 에스퍼 계열의 초능력자에게나 권할 수 있는 장비인데, 그걸 다른 계통을 가진 초능력자들에게도 유효하도록 확장하려는 한국의 시도는 굉장히 신선한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약점이 뚜렷하다면 마리아 소장님은 왜 연구를 하는 걸까요?”

“저야 모르죠. 그분만이 보는 성공각이 보이는 걸지도?”

초능력 공학 연구계의 페이컨가? 그녀의 업적을 보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했다.

김준은 그 후로도 경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쓸데없는 잡담을 하면 경완이 싫어하므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보 중 공개할 수 있거나 경완이 흥미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그중 하나가 위버멘쉬에 관한 이야기였다.

“요즘 위버멘쉬의 경영에 관해서 하나 밝혀진 것이 있습니다.”

“뭔가요?”

“엘살바도르입니다.”

“엘살바도르가 뭔데요?”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작은 소국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사실상 위버멘쉬가 지배하는 나라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게 가능해요?”

“가능하더군요.”

시작은 치안의 외주화부터였다. 전 세계 살인 범죄율 1위의 나라일 정도로 치안이 안 좋았던 엘살바도르는 초능력의 각성과 치솟는 초능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위버멘쉬와 손을 잡았다.

정부와 손잡은 위버멘쉬는 인권 침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강도 높게 치안을 단속했고, 그 결과 기득권과 붙어먹은 새로운 기득권이 되었다.

“……?”

인과관계가 좀 이상해서 경완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치안이란 결국 국가가 민간의 폭력을 독점하는 행위였다. 자력구제를 막고 국가가 정한 절차대로 피해를 구제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게 심해지면 한국처럼 강도 새끼를 때려 패도 쌍방이 되고, 집에 침입한 강간범을 몽둥이로 후려쳐도 폭행범이 되지만, 모두 한국 같은 건 아니었다.

미국같이 개인의 자유를 신성시하는 나라에선 함부로 집에 침입하면 샷건에 맞아도 할 말이 없고, 만일 공범이 있다면 그 공범이 살인죄로 기소당할 정도였다.

어느 것이 옳다고 단정 지을 순 없었다. 미국이란 나라가 성립한 역사적 맥락, 그리고 차가 필수일 정도로 넓은 땅덩이를 생각하면 스스로를 보호하는 기조가 당연할 테니까.

각설하자면, 미국이 총기의 천국이 된 것처럼 엘살바도르의 치안이 엉망인 이유도 나름의 역사적 맥락이 있게 마련이고, 이러한 맥락을 끊어내고 세계 1위 살인 범죄율이란 오명을 벗어내기 위해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강력한 조치를 위해선 기득권의 묵인, 허락, 혹은 협조가 있어야 했으니, 그 과정에서 위버멘쉬가 자연스럽게 기득권과 결탁해 기득권 세력의 일부가 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위버멘쉬-엘살바도르를 이끄는 지부장이 있어요. 끄망톨레라는 사람이죠.”

“거참 발음하기 힘든 이름이네요.”

“경완 씨가 만날지 안 만날지 알 수 없는 사람이지만 중요한 사람이에요. 사실상 위버멘쉬-엘살바도르를 홀로 이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홀로 이끈다?”

“위버멘쉬-엘살바도르라는 조직은 그의 사조직이나 마찬가지라는 정황을 파악했어요.”

“요하네스 씨가 그걸 보고만 있었다고요?”

“수수방관한 정도가 아니라 허락하고 적극적으로 지원까지 했더군요.”

여기서 요하네스가 위버멘쉬라는 거대한 단체를 운영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정확한 기준은 모르겠지만 어떤 지점에 이르면 그 나라 지부에 대한 운영을 지부장에게 완전히 맡기는 형식이었다.

비단 엘살바도르뿐만 아니라 위버멘쉬가 초기에 빌런 조직이라는 욕을 먹으면서도 활동했던 제3세계의 불안정한 국가 중 이렇게 그 나라 지부장과 간부들에게 그 나라, 그 지역의 조직을 완전히 넘긴 사례가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 경우 위버멘쉬 지부에 속한 이들은 하나같이 기득권이 되거나 적어도 부유층의 지위를 거머쥐었다.

경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위버멘쉬의 충성도가 높은 이유가 있네요.”

계층의 사다리 다리를 확실히 밟고 올라가게 해주니 야망과 능력이 넘치는 인재들이 위버멘쉬를 위해 힘을 쓰지 않을 이유가 있나?

경완의 말에 김준이 대꾸했다.

“왜 그러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많습니다. 겉으로 보자면 조직의 외연을 줄이고 잠재적 역량을 까먹는 행위인데 말이죠.”

글로벌 경쟁에 나선 기업들이 다국적화되는 이유는 그것이 경쟁에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나라에 잘 뿌리 내린 지부가 떨어져 나간다든가 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그건 단순히 자산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역량, 잠재적 시너지가 감소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가 듣기로는 위버멘쉬의 목표가 세계 평화라고 하던데요.”

경완의 말에 김준은 어리둥절했다.

“초능력자의 권익보장이 아니라요?”

경완은 어깨를 으쓱했다.

“세계가 평화로우면 초능력자들에게도 좋은가 보죠.”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김준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알람소리가 났다.

“뭐죠?”

“점심시간이요.”

경완은 그대로 웜홀을 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누군가와 함께 현관으로 들어왔다. 김준은 그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선더보이 이철이었다.

원칙적으로 히어로는 히어로 코스튬으로 신분을 모른다는 ‘설정’이지만 사실 아는 사람은 그가 누군지 다 안다.

그리고 엔터테이먼트화 되어가는 히어로 업계에선 아주 맨얼굴을 드러내다시피 한 히어로도 적지 않았다.

김준처럼 CIA와 FBI의 정보 교차 노드의 위치에 있는 이에게 회사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히어로 정체 따위는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정보였다.

더구나 이철은 이경완의 관계자이지 않은가? 그가 경찰이자 상부의 지시로 히어로 활동을 한다는 사실 정도는 김준이 가만히 있어도 상부로부터 미리 숙지해 놓으라고 이미 알려준 정보였다.

“반갑습니다, 선더보이 씨. 김준이라고 합니다.”

“……이철입니다.”

이철은 선더보이라는 히어로명이 탐탁지 않은지 착잡한 표정으로 김준과 악수를 나누었다. 이철도 김준이 누군지는 알고 있었다. 미국에서 경완을 관리하기 위해 붙여놓은 재미교포.

소문으로는 국정원에서 그를 회유하려고 했다가 미국의 강한 경고를 받았다고 했던가?

“경완이와 친하신가 봅니다. 이런 주말에 방문을 하시고.”

“친해지고 싶은 거죠. 이철 씨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웃으며 하는 말이었지만 뼈가 실린 말에 이철은 뜨끔해서 그냥 어색하게 웃었다.

김준은 그런 표정을 보면서 이철이 표정관리에는 재능이 없다는 걸 파악했다. 적어도 정보계 쪽은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그때 경완이 끼어들었다.

“어색한 분위기 연출은 그만하시고. 철이 형, 진도는 어때 잘 되어가?”

“어. 음…….”

“아아, 굳이 대답을 들을 필요는 없겠다.”

이철의 표정만 봐도 수행이 영 거시기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형. 여기서 포기할래, 아니면 특단의 대책을 받아볼래?”

경완의 제안에 이철은 각오를 다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포기는 할 수 없어.”

“알았어. 그럼,”

“특단의 대책은 뭐고, 진도는 또 뭔가요?”

그때 김준이 끼어들었다.

“철이 형에게 초능감각의 수련을 지도 중이에요.”

“초능감각이면 에스퍼 말입니까?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요?”

김준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을 이었다. 이철 같은 전기능력자라면 에스퍼 같은 초능감각을 일깨우기보다는 출력을 강화해서 레일건 같은 장비를 사용하는 게 전력 강화에 효율적이라나?

“미국에는 휴대용 레일건이 있나 보네요?”

“전력 문제만 해결되었다면 예전에 개발되었을 물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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