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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256화 (256/367)

무한전생-더 빌런 256화

25-헤게모니

[일본 포경선이 한국 시각 오전 10시, 태평양에서 침몰,]

[침몰 원인은 비스트 마스터의 강화고래로 추정된다고,]

[일본이 책임을 묻는 와중에 비스트 마스터는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

“난리가 났구만. 난리가 났어.”

뉴스채널이 죄다 태평양 포경선 침몰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남의 나라 일을 이렇게 크게 다룰 일인가?”

“남의 나라 일이 아닌 모양이지.”

미연의 의문에 경완이 대꾸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미연이 묻자 경완은 아차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았다.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두고 벌어진 신경전이 태평양까지 닿았다는 걸 설명하자면 테러 사건까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경완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우리나라도 대양국제활용기구에 투자 많이 했을걸?”

틀린 말은 아니었다.

김과 미역을 즐겨 먹는 한국은 세계에서 인정하는 해산물 소비 1위 국가였고, 그만큼 해초 양식 기술 또한 우수했다. 즉, 대양국제활용기구의 활동에 일조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적지 않았다.

그러한 설명에 미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희망찬 기대를 꺼냈다.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경완은 그건 절대로 무리야, 라고 대꾸하지 않고 맞장구를 쳐줬다.

“그러게 말이야.”

그리고 그런 미연의 희망이 무색하게도 일본은 실력 행사를 시작했다. 사람 잡는 살인고래를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포경선의 공격에 고래가 자신을 보호했을 뿐이라는 비스트 마스터의 공식 발표에 대한 일본의 대응이었다.

당연히 비스트 마스터는 이런 일본의 대응에 반발하며 일본 포경업체와 이를 용납하는 일본 정부를 공식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그러든가 말든가 일본은 살인고래를 잡기 위해 무려 7대의 포경선으로 사냥팀, 포경선단을 꾸렸다.

그리고 그 장면을 방송을 통해 내보냈다.

수많은 고래 보호 단체들이 그런 일본을 비난했지만, 일본이 그런 단체들 쌩깐 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

일본의 자칭 살인고래 사냥팀은 살인고래를 사냥하기 위해 태평양으로 나왔다.

그래, 여기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이 향하는 곳이 현재 바스티앙이 운영하고 있는 1차 양식장이라는 게 문제일 뿐. 당연하게도 바스티앙이 길들인 강화고래들이 대거 활동하는 지역이었다.

바스티앙이 공개적으로 일본 고래 사냥팀의 방향을 두고 항의하자 사냥팀은 살인고래가 그쪽으로 도망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대꾸했다.

하지만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살인고래와 그렇지 않은 고개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일본이 말한 살인고래라는 것은 결국 몸통박치기로 철로 만들어진 포경선을 침몰시킬 수 있는 강화고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일이 이렇게 되자 비스트 마스터의 조국인 프랑스가 나서서 일본에 경고했다. 지금 그들이 벌이는 짓이 프랑스인의 사유재산에 대한 침범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일본은 그저 살인고래를 사냥하는 것이라며 프랑스인의 사유재산에 대한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만일 살인고래가 누군가의 소유라면 침몰한 포경선과 죽은 선원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경하게 나왔다.

사람이 죽은 문제였기 때문에 명분상 밀리는 프랑스는 더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침묵했고, 일본의 고래 사냥팀은 시시각각 비스트 마스터가 고래를 보호하고 있는 해역으로 접근했다.

그러한 시기에 경완은 비스트 마스터의 전화를 받았다.

[경완 씨.]

[아, 네 바스티앙 씨. 오랜만이네요.]

경완의 인사에 묻어나오는 여상한 태도에 바스티앙은 잠시 침묵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모르는 척하는 건가? 혹시 끼어들기 싫어서?

하지만 바스티앙은 결국 용건을 꺼냈다.

[지금 일본이 하고 있는 일을 알고 계신가요?]

[살인고래 잡겠다고 난리 피우는 건 알고 있어요.]

[그 배에 일본 정부가 각별하게 육성한 초능력자들이 있는 것도 알고 계신가요?]

[그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네요. 고래 고기에 대한 수요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데요.]

일본이 단단히 작정한 모양이었다. 도대체 포경이 뭐기에 그리도 집착하는 걸까?

바스티앙이 그 내막을 설명했다.

[고래 고기가 목적이 아닙니다. 포경의 진실한 목적은 어업에 방해되는 유해조수 구제. 그것이 저들의 목적이고 그 뒤에는 일본 대기업이 있습니다.]

해양 오염과 파괴의 가장 큰 주범은 무엇일까? 플라스틱 빨대? 아니다. 어구와 어망이다.

이 어구와 어망이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 중 40%를 차지한다. 더 최악인 점은 이 어구와 어망은 마치 함정처럼 작동해 수많은 해양 동물들을 죽인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유령어업이라 불리는 환경파괴의 원인이고, 유튜브나 SNS를 보면 낚싯줄이나 그물이 얽힌 동물들을 구조하는 영상을 매우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참치 8마리를 잡기 위해서 돌고래 45마리를 죽이는 게 현재의 어업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대기업 미쓰비씨는 전 세계 참다랑어 유통의 40%를 차지하고 있죠.]

참다랑어 같은 경우는 남획으로 100년 만에 그 개체 수가 3%로 줄어들었고, 이 얼마 남지 않은 참다랑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참다랑어를 잡아먹는 고래를 학살한다는 것이다.

경완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유였다. 누구나 자기 밥그릇은 소중한 법이지 않은가?

[그래서 고래를 보호하는 게 꼴 보기 싫은 모양이군요.]

[그것만은 아닐 겁니다. 아마 제가 최근 진행 중인 국제 법안도 저들의 심기를 거스른 모양입니다.]

그 법안이란 다름 아닌 그물 회수 법안이었다. 국제적으로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함부로 바다에 그물을 폐기하지 못하도록 회수하지 못한 그물에 벌금을 물리는 법안이었다.

거기에 버려진 그물에 의한 유령어업 등의 피해액을 산출하고, 또한 고래들이 수거한 폐그물들의 처리 비용을 각국의 어업 규모에 비례해 청구한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만일 쌩깐다면 앞으로 열릴 바다 목장 생태계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심하면 퇴출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완이 보기엔 그 정도로 이렇게 일본이 발작하듯 나설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문제는 로비나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게 더 안정적인 해결방법이지 않나?

그가 보기엔 한국에 꽂아놓은 빨대를 뽑아버린 게 아마 역린이지 않았나 싶었는데 듣자하니 바스티앙이 모르는 눈치였다.

[혹시 총수님으로부터 들은 거 없나요? 일본이 이렇게 과격하게 나오는 이유를?]

[아! 듣기는 했습니다. 먼저 한국에 일어난 테러에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

말해주기는 한 모양이었다.

경완은 대답했다.

[딱히 유감까지 가질 필요는 없어요. 그리 귀한 사람들도 아니었으니까.]

냉혹할 정도로 무심한 말에 잠시 멈칫한 바스티앙이 말을 이었다.

[일본이 위버멘쉬의 자작극이라 생각하고 많이 화가 났다는 말도 총수님에게 들었습니다만,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왜 땅 위의 일을 바다까지 끌고 오는 걸까요? 대양국제활용기구는 전 인류의 이익을 위한 기구인데 말이죠.]

장기적으로 보면 물고기를 좋아하는 일본에게도 이득이 되는 일이었다. 이대로는 어종자원이 계속 감소해서 물고기 값이 끝없이 올라갈 테니까.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모양이죠.]

[참 답답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연락을 한 이유는 도와달라는 거죠?]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툭 던져진 말에 바스티앙은 당황한 듯 잠시 뜸을 들이다가 ‘Yes’라고 대답했다.

[위버멘쉬는 뭐하고요?]

[총수님은 이번 일을 일본과 위버멘쉬의 충돌로 만들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대양국제활용기구에 가입한 나라들은 뭐하고요?]

[그들은 일본과 충돌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미국은요?]

[그들은 관망 중입니다.]

[아니, 강화고래가 없어지면 바다 목장을 어떻게 운용하려고요?]

[……그게…….]

바스티앙은 어렵게 말을 꺼냈다.

대양국제활용기구를 만들고 바다의 지속 발전한 개발이란 비전이 각국이 참여한 뒤로 구체화되기 시작하자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

그중 하나가 굳이 강화고래가 필요하냐는 것이었다.

사실 남획으로 줄어만 가는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대양, 원해 양식을 하자는 발상과 관련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그중 하나가 거대한 그물 양식장을 바다에 띄우는 것이다.

바다에 띄워진 그물 양식장은 해류를 따라 태평양을 한 바퀴 돌면서 안에 있는 물고기에게 자연스럽게 플랑크톤 등을 공급하고, 위치추적기가 삽입되어 추적해 수확 시기가 되면 배가 가서 수확하는 것이다.

물론 완벽한 기술도 아니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지만, 이런 기술들은 굳이 사람과 교감하며 사람의 말을 듣는 강화고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 강점이 있었다.

지금이야 바스티앙이 있어서 강화고래를 공급할 수 있지만, 그의 사후에는 누가 강화고래를 공급할 수 있을까?

그래서 강화고래가 필요 없는 바다 목장 연구는 일각에서 강하게 호응을 받고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 초능력 공학의 대두로 그러한 기술의 상용화에 대한 전망도 밝았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태평양에 대한 영향력에서 위버멘쉬를 견제하려는 세력은 물론이거니와 일본 역시 크게 한몫하고 있었다.

확실히 일본은 고래를 싫어하는 나라임이 분명했다.

[저는 걱정됩니다. 저들이 만들어갈 바다 목장이 바다 생물들과 상생하는 목장이 아니라 오직 인간의 이익을 위한 또 다른 환경파괴의 수단이 되지 않을까 하고요.]

바스티앙이 우려했다. 그에게 강화고래와 함께하는 바다 목장은 인류와 지구 자연의 조화로운 미래를 상징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강화고래를 살인고래로 치부하고 죽여 없앤 바다 목장은 오직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목장이 될 뿐이었다.

그게 무슨 문제인가? 인간을 위한다면 당연히 환경을 보존하지 않겠는가? 라고 하지만, 문제는 사람은 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환경을 건들지 않는 조화로운 접근이 필요한데, 고래를 완전히 배제하려는 식의 접근은 오직 파괴적 결과만 낳을 거라는 게 비스트 마스터, 바스티앙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거군요.]

[네, 저들이 고래를 죽이지 못하게 말입니다.]

경완은 비스티앙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아차렸다. 경완이 위버멘쉬와 친밀하게 지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위버멘쉬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강력한 무력을 가진 초능력자였다.

결국 무력적인 충돌이 예상되는 이때에 압도적 실력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만한 인재로 이경완만큼 최적인 인재가 없다는 말이었다.

경완은 잠시 고민했다. 과연 이걸 도와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솔직히 바스티앙 같이 큰 비전을 가지고 인류에 헌신하는 사람이 싫진 않았다. 그와 같은 능력과 외모라면 주지육림을 차리고 즐기며 살아도 되는데 굳이 인류와 지구를 위해서 사서 고생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기 이익만 생각하지 않고 모두의 이익을 생각하며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이.

물론 그런 사람을 씹선비라고 조롱하거나 잘났다며 비아냥거리는 인간들이 있기는 하지만 경완은 그런 열등감에 가득 찬 인생 패배자가 아니었다.

……아마 그 이유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예쁜 애인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경완은 자신의 마음에 좀 귀찮기는 하지만 도와줘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를 알기 위해 내면을 관조하다가 미연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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