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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298화 (298/367)

무한전생-더 빌런 298화

28-쿠데타

경완이 대답했다.

“뭐, 쿠데타 주범을 보는 시각이 그리 좋진 않았겠죠.”

그 말에 강우빈은 잠시 말이 없었다. 고뇌하는 침묵이랄까?

그가 시위를 막지 않았다면 이경완이 많은 사상자를 낸 쿠데타 세력을 곱지 않게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상자가 발생할 것을 두고 볼 이유가 되나?

[그래도 저는 막았을 것 같습니다.]

생각을 정리한 대답이었다.

경완은 굳이 내적 결심을 끝낸 그에게 사상자가 많이 났다면 쿠데타 세력의 핵심인 초능 특수전 부대의 구성상 내부에 분열의 싹이 발아했을 거라는 가정을 말하진 않았다.

강우빈처럼 자신의 정의대로 사는 사람에게 그런 위정자의 계산법은 혐오 그 자체일 테니까. 비록 그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적 방안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그런 큰일을 했는데도 용케 쿠데타 세력에게 잡히지 않으셨네요.”

[저들의 수사능력은 아무래도 검경에 소속된 초능력자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제대로 쫓지도 않았습니다.]

“결과가 좋도록 도와줘서 동조자라고 판단한 모양이군요.”

[기분이 안 좋지만…… 그랬겠죠.]

그렇지 않았다면 샌드맨을 그렇게 쉽게 놓아주진 않았을 테니까.

이번에는 강우빈이 물었다.

[그럼 경완 씨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역시 관망하실 생각인가요?]

“아무래도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럴 거라고 생각은 해요.”

쿠데타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돈이나 권력이 아닌 무력이었다.

그리고 경완은 이미 중국에서 증명된 바, 그러기에 충분한 무력이 있었으니 쿠데타 세력도, 반 쿠데타 세력도 경완의 힘을 얻기 위해 그를 귀찮게 하리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이를 생각하면 미연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라는 요하네스의 조언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랄까?

하지만 그녀가 안전한 곳에 있다고 가만히 있는 것이 능사일까?

결국 경완을 계속 귀찮게 할 것은 뻔했고 그렇게 수수방관하다가 어느 한쪽이 승리했을 경우 과연 한국에 그와 미연을 위한 자리가 있을까?

본디 패권 싸움이 벌어지고 승패가 결정 난 뒤, 중립의 입장은 처량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싸움 끝에 승자는 힘이 빠지고 중립은 건들기 힘들 정도로 튼튼해지는 경우는 다르지만 말이다.

“그래서 저도 좀 움직여 보려고요.”

강우빈으로부터 들은 쿠데타의 변(辯)을 들어보니 경완도 깨닫는 것이 있었다.

‘일신의 무력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엔 부족하다.’

사방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필요했다.

그동안은 질서가 유지된 민주주의 법치국가가 미연의 안위를 어느 정도 보장했다고 쳐도 미래는 어떨까? 초능력 때문에 인간과 인간의 격차가 벌어진 세상에서도 그럴까?

존중은 두려움에 기인한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할 때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인간에게 강한 초능력이 있다면 그 어떤 제재도 받지 않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었다.

슈퍼리치라도 배때기에 칼 맞을 수 있고, 반인반신의 독재자도 탕탕탕 총 맞고 뒈질 수 있었던 시절이 끝나고 있었다.

뭐, 아무리 초능력이 가미된 사회라도 사람의 계층이 나뉘는 건 변함이 없겠지만, 원초적인 폭력과 밀접한 초능력으로 계급 지어진다면 좀 더 야만적인 세상이 되지 않을까?

경완은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이제 안정적인 문명 세계 덕분에 집안에서 나태하게 뒹굴어도 안전하던 시절이 끝나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간의 안락함을 포기하는 건 너무 이르지 않을까? 그는 변화하는 세상의 추세 속에서 자신과 미연을 위한 아성을 구축할 필요성을 느꼈다.

[뭘 하시려고요?]

강우빈의 물음에 경완이 대답했다.

“일단 계엄 사령관하고 면담부터 해볼까요?”

* * *

[비상! 비상!]

웨에에엥!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렸다. 울리는 장소는 청와대였다.

이경완을 알아본 청와대 경비(쿠데타 동참자인지 군복을 입고 있었다)가 청와대로 들어가려는 그를 진땀을 흘리며 멈춰 세우려고 했지만 경완이 개무시하고 억지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당연히 비상이 울리고 병력이 출동했다. 그 수는 스물로 적었지만 중무장한 초능력자들이었다.

“이경완 씨. 이렇게 무단으로 들어오시면 곤란합니다.”

분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일단 대화를 시도했다. 경완은 자신을 가로막은 병력의 태도가 신기했다. 뭔가 자신감이 차 있었기 때문이다.

천하의 이경완을 두려워하지 않을 뭔가가 있다는 말인가?

그는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일단 상대가 대화를 시도했기 때문에 본인도 먼저 대화를 시도했다.

“대통령하고 대화를 좀 하고 싶은데 안내해 줄 수 있나요?”

“대통령은 아무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아무나라고요?”

경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무슨 깡으로 이러는지 궁금해졌다.

상대 분대장은 담담한 어조로 당연한 소리를 한다는 듯이 대꾸했다.

“민간인 신분이지 않습니까?”

록펠러가 살아 돌아와도, 빌게이츠가 방문해도 민간인이랍시고 내쫓을 기세였다.

경완이 말을 이었다.

“헛소리하지 말고 비켜요.”

“그럴 수 없습니다.”

군인들이 경완을 중심으로 포위하듯 섰다. 총구가 그를 향했다.

경완은 자신을 향한 총구를 보며 비아냥거렸다.

“여기가 미국인가? 죄다 샷건을 들고 있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총이 샷건이라지?

그래도 경완은 저들의 판단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근거리에서 샷건은 대 초능력자 교전의 원리에 부합하는 물건이었으니까. 화력으로 초능력을 소모시킨다는 교범에도 잘 들어맞았다.

하지만 경완은 저들의 화력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초감각 레이더를 뻗어 대통령의 위치를 탐색하는 동시에 염력을 일으켰다.

그런데 초능력 부대의 능력이 생각보다 뛰어난지, 아니면 분대장이 수상한 낌새를 느낀 것인지 곧바로 발사를 명령했다.

푸쾅푸쾅푸쾅…….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샷건의 요란한 총성과 함께 수백 개의 쇠구슬이 경완을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경완이 뒤집은 땅거죽에 막혀 멈추거나, 설사 뚫고 나오더라도 짙게 깔린 검은 연기를 뚫진 못했다.

짙게 깔려 그림자가 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검은 연기는 부대원들에게 본능적인 위기감을 선사했다. 짙은 만큼 그 안에 도사린 염동력의 강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검은 연기가 움직였다.

경완은 굳이 군인들과 싸워서 그들을 제압하거나 상처 입히려 하지 않았다. 그저 대통령을 면담하러 가는 길을 막으려는 그들을 밀어내려고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그들의 허리춤에서 뿜어져 나온 S입자가 경완이 뿜어낸 염동력을 지우개로 지우듯이 지워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제삼자의 시선에선 투명한 방어막이 그들에게 접근하는 검은 연기를 밀어내는 형상처럼 보였다.

경완의 눈이 가늘어졌다.

방금 그건 저들의 능력이 발현된 것이 아니라 저들이 착용한 장비의 능력으로 보였다.

초능력을 무력화하는 능력이 탑재된 확장장비라니? 도대체 저런 장비를 언제 어디서 확보한 걸까?

장비의 효과를 봤기 때문일까? 분대는 후퇴가 아니라 접근을 선택했다.

경완은 그들의 전진에서 저들의 장비가 왜 샷건인지 이해했다. 초능력 무력화 효과가 멀리 뻗어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근접 화력의 우세를 점할 수 있는 장비를 택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굳이 샷건 같은 총기를 장비한 것은 저 초능력 무력화 범위 안에선 본인들도 초능력을 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경완은 저들의 전술적 행동에서 그 허실과 이유를 분석해 냈다. 대응법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저 거리를 벌리고 저들의 장비로 무효로 할 수 없는 공격을 퍼부어주면 끝.

자신만만하게 이경완을 제압하러 다가오던 초능력 분대는 그가 염동력으로 쏘아내는 돌덩이와 땅거죽을 뒤집으며 파도처럼 밀려오는 흙더미에 초능력 무효화 영역을 해제하고 서둘러 뒤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물러나자마자 곧장 대응을 시작했다.

서둘러 확장장비의 효과를 정지하고 각자의 초능력을 발휘해 경완의 공세를 막거나 피하는 등 어떻게든 견뎌내며 그와의 거리를 좁히려 들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 깔아둔 염동력장에 접촉하기 직전 초능력 무효화 영역을 포위하듯 전개해 염동력이 발현되는 영역 자체를 축소하려 했다.

그것은 장군과 멍군의 반복이었다. 초능력 무효화 영역, 그것을 공격하는 간접적인 염동력 운용, 그것을 막고 접근하는 부대와 그런 전술적 행동을 가로막는 염동력, 그리고 다시 그 염동력을 무효화하는 영역의 전개.

이 물고 물리는 공세의 핵심은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경완의 염동력 운용 능력은 장비를 통해 초능력 무효화 능력을 사용하는 방해꾼들의 틈을 뚫어내기에 충분했다.

그들이 착용한 초능력 확장장비는 온오프 시의 간격을 완벽하게 메우진 못했다.

“아악!”

초능력 무효화 능력을 미처 해제하지 못한 분대원의 어깨에 주먹만 한 아스팔트 덩어리가 박혔다가 떨어졌다. 어깨 안쪽인 움푹 파인 것이 아무래도 골절을 입은 모양이었다.

찻물이 넘치기엔 물 한 방울이면 충분하고, 평행한 양팔 저울을 기울게 하기엔 모래알 하나로 충분했다.

경완은 흐트러진 균형을 파고들어가 초능력 무효화 능력을 거두지 못한 자들에겐 묵직한 흙과 돌의 무게를, 초능력 무효화 능력을 거두고 본연의 초능력으로 대응하던 자에겐 염동력의 무식한 출력을 선사했다.

분대장은 어떻게든 상황을 제어해보려고 했지만 초능력을 이용한 전투에서 경완과 경험치의 차이가 극명하다는 것만 실감했다.

“아악!”

마지막 비명은 생체전류능력자라서 하늘 높이 던져졌다가 추락하는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분대를 정리한 경완은 뒤를 돌아보았다.

청와대 정문으로 장갑차와 병력이 보였지만 초능력 부대는 아닌지 접근하지 않고 그저 경완을 향해 스피커로 경고를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경고를 무시하고 청와대로 들어갔다. 지시라도 받았는지 부대는 경완이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총을 쏘지 않았다.

외부의 침입이 분명 알려졌는데도 대통령은 피난하지 않고 집무실에 앉아 경완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호도 다 치웠는지 경완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대통령 각하. 이렇게 직접 뵙는 건 처음이죠?”

“그렇군. 앉게.”

머리가 반백인 대통령은 두려운 기색도 없이 경완에게 자리를 권했다.

경완이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계엄 사령관은 어디 있죠?”

“그는 왜 찾나?”

“이야기를 좀 하려고요.”

그래서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을 찾아온 것이다. 어디 있는지 물어볼 만한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말이다.

언론은 통제되어서 계엄 사령관의 위치를 알기 힘들었고, 만나고 싶다고 군인을 통해 언질을 주는 것도 왠지 지고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야 어떻게 계엄 사령관과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겠는가?

“설마 어디 있는지 모르시진 않겠죠?”

“짐작 가는 곳은 있지. 하지만 그걸 내가 왜 말해줘야 하나?”

“대통령님이 모르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죠.”

경완이 미련이 없는 듯 엉덩이를 떼려고 하자 대통령이 급히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쿠데타에 굴복했는지 궁금하지 않나?”

“굴복할 수도 있죠.”

“…….”

경완의 태연한 말에 대통령은 순간 말을 잃었다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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