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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305화 (305/367)

무한전생-더 빌런 305화

28-쿠데타

이관영 차장은 호의가 담기지 않은 미소라는 난이도 높은 스킬을 사용하면서 김준과 악수를 나누었다.

그간 국정원은 김준을 비롯해 미국의 정보기관에 유감이 많았다. 특히 쿠데타 징후를 감지했으면서도 일이 터지자마자 연락도 없이 잠적한 건 정말 유감이었다. 덕분에 쿠데타에 뒤통수 맞고서는 아주 그냥 얼얼했다.

경완이 김준에게 물었다.

“김준 씨. 그동안 어디에 있었어요?”

“쿠데타 세력이 저희를 억류할지도 모른다는 첩보가 있어서 일단 몸을 숨겼습니다.”

“이야~ 역시 미국 첩보력은 대단하다니까요. 그럼 그것도 알겠네요?”

“그거라니요?”

“그거 있잖아요. 초능 특수전 부대의 초능력자들이 사용하는…….”

“아, 그거 말씀이시죠?”

김준이 경완의 말을 자르며 다급히 눈치를 주었다. 초능력 중화 영역을 전개할 수 있는 초능력 확장장비에 대한 말이 밖에 나돌지 않았으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경완도 그런 예민한 정보를 함부로 퍼뜨리기엔 변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계획대로 세 명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아무래도 김준 씨가 독대를 하고 싶으신 모양이네요. 저희 할 말도 다 끝났으니 슬슬 일어나시죠.”

세 사람은 김준과 경완의 대화를 듣고 싶은 눈치였지만 집주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어서 무거운 엉덩이를 억지로 들어 올렸다.

세 사람을 배웅한 후 경완은 김준에게도 믹스커피를 타주며 근황을 물었다.

“용케 안 잡혔네요. 안가에 있었나 봐요?”

“그랬죠.”

“그런데 좀 이상하네요. 안 그래도 쿠데타를 해서 국제적인 지지도 필요할 텐데 굳이 미국 쪽 사람을 잡아둘 필요가 있었나요?”

“저희 분석에 따르면 딱히 정권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정말 적폐청산에 진심이라 딱히 국제적인 여론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적폐라고 낙인찍힐 인물 중에 미국과 연결된 사람이 있어서 정보를 흘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을 거라고요.”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청완 준장의 만남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긴 했다. 그리고 적폐에는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나라도 팔아먹을 인간이 포함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그런 인물이라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 테니 미국이 그런 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도 있다는 건 정청완 준장에겐 충분히 우려할 일이었다.

혹시나 그 이름 모를 자가 미국을 충동질해서 군정 세력의 앞길을 방해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런데 경완 씨는 결국 군정에 협력하기로 하신 모양이죠?”

“협력까지는 아니고 관망하는 수준이죠.”

그 대답에 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싱크탱크의 프로파일에 의하면 경완이 군정을 공격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그는 딱히 민주투사는 아니면서도 사회 기득권에 대한 묘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그거 있잖아요. 초능력 못 쓰게 하는 거. 그거 출처가 어딘지 알아요?”

“위버멘쉬 아니었습니까?”

경완의 물음에 김준이 반문했고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다.

“위버멘쉬는 아니라던데요?”

“저희는 위장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경완은 고개를 갸웃했다. 미국 측의 판단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쿠데타가 터진 시점이 한국의 기득권과 위버멘쉬가 본격적으로 충돌을 일으키고 있던 시점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쿠데타가 터지고 나서는 사법 카르텔과 위버멘쉬 코리아의 갈등이 단숨에 종결되어 버렸다.

그리고 딱히 연구 인프라나 초능력 연구 역량도 없는 초능 특수전 부대 같은 곳에서 중화 영역을 전개하는 초능력 장비를 만들어낼 역량이 있을지는 지금도 미심쩍을 것이다. 마리아의 말마따나 중화 영역이라는 희귀 능력을 발휘하는 초능력자와 그 초능력을 코어에 덮어쓸 수 있는 초능력자가 시기적절하게 한자리에 있을 가능성은 정말 매우 낮을 테니까.

위버멘쉬가 아니라면 그런 인재가 한자리에, 특히 초능 특수전 부대 같은 곳에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경완이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는 이유는 이 모든 정황에도 불구하고 정호태에게서 중화 영역 장비에 위버멘쉬가 관련되어 있다는 단서를 전혀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거짓말하는 기색도 전혀 읽히지 않았고 말이다.

김준은 경완의 그런 기색을 느꼈는지 그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경완 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위버멘쉬가 쿠데타의 배후에 있지 않느냐라는 의심에 경완은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일단 정호태 지부장은 모르는 눈치였어요.”

그렇다고 김준의 의심이 영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경완은 어깨를 으쓱했다.

“혹시 모르는 일이죠. 제가 잘못 봤을 수도.”

“그렇군요.”

“그래도 어디와 접선해야 할지는 명확하잖아요.”

경완의 말에 김준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준이 중화 영역 장비의 출처를 묻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장비와 기술을 얻어내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겠는가?

지금 당장 출처를 알 수 없다면, 그리고 다른 나라보다 먼저 얻어내야 한다면 당장엔 군부 정권에 접촉하는 수밖에 없었다.

“혹시 다리를 놔주실 수 있습니까?”

김준의 요청에 경완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군부 정권에 빚을 지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경완의 영향력에 기대어 일을 해결해 보려고 했던 김준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사관에서 일을 잘해줄지 모르겠네요.”

분명 군부 정권에선 중화 영역 기술이나 장비의 대가로 미국의 지지를 부탁할 텐데, 이는 미국에 부담되는 일이었다.

소위 세계의 경찰이자 자유주의의 수호자라고 불리는 미국이 아닌가?

과거 냉전 시기에는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는다는 빌미로 독재자나 쿠데타 정권을 지지하는 일도 있었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그딴 짓을 하면 외국의 비난은 둘째 치고 국내 유권자들로부터 먼저 욕먹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경완의 관심 밖인 일이었다.

“알아서 잘하겠죠.”

그의 한마디에 김준은 못마땅하다는 눈초리로 대꾸했다.

“경완 씨도 미국인입니다.”

“……그렇죠.”

경완이 잠시 움찔한 것을 김준은 놓치지 않았다. 분명 자신에게 미국 시민권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분명했다.

김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면서도 안면에는 설득을 위한 미소를 가득히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 중화 영역 장비의 입수에 도움이 되어 주신다면 미국도 경완 씨를 보호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방법을 모색할 겁니다. 대응용 장비라던가 중화 영역의 파훼법이라던가.”

“말씀은 고마운데 전 이미 도와줄 사람이 있어서요.”

“누구요?”

“마리아 소장님이요.”

“그분은 군부 정권에 의해서 억류되어 있지 않으신가요?”

“딱히 그렇지도 않아요. 지금 군부 정부가 마련한 안전한 곳에서 중화 영역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서 반자발적 통조림 상태예요.”

“흐음…….”

김준의 표정이 한층 더 안 좋아졌다. 점점 미국이 군부 정권에 제시할 카드가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마리아 소장의 근황에 대한 정보는 매우 좋았지만 그 내용이 미국에 유리하진 않았다.

“경완 씨.”

“네.”

말해보라는 경완의 대답에 김준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저희 미국은 언제든 당신의 편입니다.”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그 한마디로 애써 축약한 심정은 경완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했다. 여기서 경완을 움직여 미국의 국익을 도모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이 든 거다.

경완은 그런 그를 격려해 줄 겸 이렇게 대꾸했다.

“그러고 보면 김준 씨는 참 애국자예요.”

“네?”

“이러나저러나 국익 생각밖에 안 하잖아요.”

“하. 하.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라에 헌신하면 개인적인 시간은 나요? 가령 연애라던가?”

“어…… 이런 일을 하게 되면 개인 시간은 잘 나지 않습니다.”

그 말에 김준은 살짝 당황했다. 이 양반이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양반이 아닌데?

하지만 그런 의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완은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런 질문을 던졌다.

“소개팅시켜 줄까요?”

“경완 씨가요?”

“아니 미연이가요.”

경완의 대답은 어떤 면에선 당연했다. 방구석 백수나 마찬가지인 경완이 무슨 인맥이 있어서 소개팅을 시켜주겠는가?

경완의 대답을 들은 김준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미연은 알아주는 스타였고, 그녀가 소개팅을 시켜준다면 당연히 연예계 인사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연예계란 미남 미녀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던가? 그 말은 미연이 소개팅을 시켜줄 사람 역시 미녀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었다.

“싫어요?”

“감사합니다.”

김준은 넙죽 인사하고는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결국 방문했던 목적의 완수는 실패한 것이기 때문에 경완은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김준은 애국자일까? 혹시 그의 애국심을 시험할 만한 유혹을 여태 겪어보지 않은 건 아닐까?

회사에서 돌아온 미연은 경완의 이야기를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풉! 그 사람이 그랬어?”

“아주 좋아하더라.”

“음……. 그럼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사람을 찾아봐야겠는데?”

그러면서 미연이 첨부하길 김준의 취향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봤다.

경완은 예전에 만났던 스테이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쭉쭉빵빵?”

“하긴 아무리 한국계라고 해도 미국인이니까.”

그 말에 미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편견 가득히 스스로를 설득할 논리를 만들어냈다.

“일단 알아는 볼게. 그런데 웬일이야?”

“뭐가?”

“오빤 원래 이런 일 관심 없지 않았어?”

미연이 말한 이런 일이란 사람과 인연을 맺는 일을 일컬었다. 김준과의 인연이 오래되기는 했지만 일정 친분 이상을 맺지 않고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였다.

경완은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당겼다.

“필요해서.”

“필요?”

“응. 인맥이 필요해졌어.”

모든 부자, 권력자, 소위 기득권층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권력 혹은 그에 준하는 영향력이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을 구축하는 가장 기본이 인맥이었다.

하나회가 있었기에 쿠데타가 벌어질 수 있었던 것처럼,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도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손발이 되어 움직여줄 사람이 있어야 했다.

그런 관점에서 이제 위버멘쉬 코리아를 통해 적극적으로 한국 사회 내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려는 경완에게 있어 김준은 매우 유용한 패였다.

미국 측에 서 있지만 경완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오해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닌가?

그런 인물에게 빚을 하나 지워놓으면 이득이라는 것이 경완의 판단이었다.

미연은 경완의 그런 대답에 그의 얼굴을 갸름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더니 이렇게 입을 열었다.

“혹시 나 때문이야?”

“응?”

“오빠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는 본인보다는 남 때문인 경우가 많잖아? 그리고 최근 정황상 오빠가 갑자기 행동할 이유는 아무래도 나 같고.”

“아니야.”

“거짓말.”

정곡을 찔린 경완이 태연하게 거짓말을 내뱉었지만 바로 간파당했다.

“어떻게 알았어?”

“그냥?”

“내가 거짓말을 그렇게 자주 했나?”

“자주 안 했으니까 평소랑 다른 게 느껴진 게 아닐까?”

“어허…….”

경완은 한탄했다. 자신의 거짓말 실력이 이렇게나 떨어졌단 말인가? 하긴 거짓말로 남을 속이려면 역설적으로 자신 역시 그 거짓말을 믿어야 했다. 영화 대사를 빌리자면 혼이 담긴 구라라고나 할까?

경완은 결국 사정을 이야기해야 했다. 정청완 준장과의 딜(?)과 한국에 사회적 영향력을 구축할 필요성을 느낀 것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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