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310화 (310/367)

무한전생-더 빌런 310화

29-역사는 거꾸로 간다

주한미군 기지에 도착한 경완은 김준의 뒤를 따라 안에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오래된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다.

[헤이~ 브로.]

[오랜만이에요, 미스터 리.]

두 사람은 바로 각질 경화 능력자이자 한 때 불법 자경단 짓을 했던 찰스 아메드와 에스퍼 능력자인 스테이시였다.

[다들 잘 지냈어요?]

경완은 두 사람과 잠시 근황을 나누었다. 사법거래로 국가에 고용되어 일하던 찰스 아메드는 형량을 다 갚고 나선 PMC에 들어가 용병이 되었고, 스테이시는 CIA에 고액의 연봉을 받고 스카우트된 상태였다.

[그런데 두 사람이 한국에는 무슨 일이에요?]

[그야 이번 작전에 참여하니까요.]

스테이시의 말에 경완이 물었다.

[작전의 개요는 알아요?]

스테이시와 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경완이 먼저 마약조직이 좀비헐크 마약을 생산하는 기지로 잠입해 원맨쇼를 하는 동안 두 사람을 포함한 지원 병력들은 주변을 포위해 쥐새끼 한 마리도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동시에 마약이 저장된 저장소를 혹시 있을지 모르는 싸움의 여파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어있었다.

이렇게 경완에게 불리하고 그를 일방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작전에도 그가 별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이유는 첨부된 자료에 좀비헐크마약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좀비헐크마약은 복용자에게 강력한 근력을 부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근력을 보호할 수 있는 질긴 인대와 근섬유, 골격 강화 등의 효과도 부여하기 때문에 레벨 2~3 정도 되는 방탄능력도 갖춘다는 것이다.

피부는 뚫어도 그것이 치명상을 입히거나 충분한 저지력을 부여하진 못한 달까?

그 강력한 강화효과 부여는 각성제 특유의 고양감을 극대화해 주는데, 그게 좋다고 복용 임계점을 넘어버리면 이성을 잃고 좀비헐크가 되어버린다.

그러한 설명을 읽은 경완은 요하네스가 자신에게 부탁한 그 이유와 당위성을 인정하고 본인의 부담이 큰 작전을 수용했다. 좀비헐크 마약은 본인이 좀 힘들고 귀찮더라도 확실히 해결하고 싶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남미까지는 어떻게 가죠?]

[군용기로 가요.]

스테이시의 대답에 경완은 고생 좀 하겠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고생하진 않았다.

경완과 스테이시, 찰스 세 사람을 옮기는 C-17의 내부는 빈공간이 많았으며 세 사람의 컨디션을 위해서 간이침대까지 비치되어 있었다.

스테이시의 말로는 한 번에 미국 땅으로 가기 위해 중량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경완이 누워서 태평양을 건너는 동안 C-17은 하와이에 들러 연료와 식료품을 보충한 뒤 다시 미국본토로 향했다.

목적지는 미국 남부사령부가 있다는 플로리다주였다.

플로리다에 도착한 경완 일행을 맞이한 건 미군 장교가 아닌 검은 양복을 입은 백인 사내였다. 그는 본인을 CIA 소속의 잭슨이라고 소개하며 경완을 비롯한 세 사람을 데리고 C-17이 착륙했던 비행장 근처의 건물로 향했다.

경완 정도의 눈치라면 그 건물이 민간기업으로 위장한 국가기관이라는 걸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럼 브리핑을 하겠습니다.]

프로젝터가 켜진 방에 들어선 잭슨은 세 사람에게 자리를 권하고 작전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인물들을 소개했다. 이번 작전에 참여하는 전투원들이었다.

어디 PMC 소속의 분대장이라는 이가 다섯 명. 그들은 각각 자리에 없는 분대원들을 이끌고 마약 생산지를 포위하는 임무를 맡았다. CIA 소속의 요원도 있었는데 그들은 생산된 마약 저장고의 확보를 맡았다.

브리핑 도중 찰스는 PMC에, 스테이시는 CIA쪽에 합류해 움직이기로 정해졌다.

잠깐 참여 인원을 소개한다고 숨 고르는 타이밍에 경완이 스테이시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 사람들 평범한 PMC는 아니죠?]

스테이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초능력자를 병사로 확보하는 일에 대한 부정적 여론, 국제적인 압력과 동맹국들의 견제에도 불과하고 블랙옵스, 흑색작전이 필요했기 때문에 세워진 PMC였다.

이 PMC는 펜타곤이나 CIA의 하청기관으로써, 무력의 외주화를 통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 목적인 곳이었다.

잭슨이 브리핑을 이어갔다.

[목표 기지는 최근 신흥 마약 조직의 마약 생산 및 연구기지입니다.]

이 일의 배경에는 공교롭게도 경완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었다.

그간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마약과 그 원료의 양은 상당했지만, 경완에 의해 중국 공산당이 붕괴된 이후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마약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일단 미국에서 중국 눈치를 볼 필요도 없어졌기에 블랙옵스도 동원해서 미국에 마약을 들이는 조직들을 타격했기도 했고, 혼란한 사회로 인해 중국 본토에서 마약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급이 줄어들수록 금단 증상이라는 폭력적인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 바로 마약이었으니, 전통적인 마약 공급자인 남미의 조직들은 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경쟁 조직의 마약 공급선을 뺏거나 건실하게(?) 마약 재배지를 늘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남미에도 위버멘쉬가 진출하면서 방해를 받으니 다른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펜타닐에서 얻었다.

값싸게 생산할 수 있고 극히 적은 양으로도 확실한 효과를 줄 수 있는 마약.

여기에 세계적으로 일어난 초능력 공학과 초능력 신소재의 붐은 마약 생산에도 초능력을 적용해보자는 발상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좀비 헐크 마약으로 나타났다.

경완이 손을 들었다.

[이런 정보는 도대체 어떻게 얻은 겁니까?]

여태 브리핑을 들으며 경완은 계속 위화감을 가졌다. 어떻게 이런 정보를 '이 상황'에서 얻을 수 있었을까? 지금의 상황과 문제의 성질을 보면 이 일은 일이 크게 터진 후에나 알 수 있어야 했다.

잭슨이 대답했다.

[위버멘쉬에서 제공했습니다.]

그 말에 경완은 요하네스가 예언능력자일지 모른다는 소문을 떠올렸다.

그 소문에 신빙성이 더해졌다.

[계속하죠.]

잭슨은 작전을 계속 설명했다.

세세한 부분의 설명은 길었지만, 에스퍼인 스테이시의 펄스 레이더 능력을 통해 적의 에스퍼, 감시 능력자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경완에게 전달하면 그가 조용히 제거하는 것이 작전 초기의 가장 중요한 단계였다.

그렇게 되면 눈이 먼 거나 다름없는 마약 조직을 경완이 조용히 처리해 나가는 동안 스테이시를 비롯한 CIA팀이 좀비 헐크 마약 저장고를 확보하는 것. 이것이 A안이었다.

만일 그렇지 않고 B안으로 넘어가면 위험이 엄청나게 커진다. 좀비헐크마약을 처먹고 신체강화능력을 가지게 된 조직원들과의 교전 과정에서 좀비헐크마약이 자연계에 유출될 수 있었다.

경완이 물었다.

[이거 전술은 누가 짰어요?]

[왜요? 전술이 마음에 안 듭니까?]

[아니요. 딱 제 방식이라서..]

그가 자신의 취향이라고 한 전술의 포인트는 경완이 홀로 고공침투는 한다는 점에 있었다.

마치 매가 그 속도를 이용해 먹잇감을 낚아채듯, 순식간에 표적을 제압한다는 것이 그의 취향에 맞았다. 비행할 수도 있어서 그런 전술을 자주 사용하기도 했고 말이다.

작전 내용을 듣던 한 용병 분대장이 물었다.

[그런데 보니까 자료에는 경계임무를 맡은 에스퍼가 3명이라고 하는데, 각각 다른 장소에 있으면 어떡합니까?]

그러한 우려와 문제제기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아무리 경완이라고 해도 분신술을 쓸 순 없었으니까.

그 질문에 잭슨이 경완에게 물었다.

[미스터 리. 가능하겠습니까?]

[음. 기지 면적이 어느 정도죠?]

[직경이 약 200m 정도 됩니다.]

경완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턱을 긁적이고 대답했다.

[묵직한 말뚝 서너 개 정도를 챙겨 가면 될 것 같기도 하네요.]

[말뚝은 왜요?]

스테이시의 말에 경완은 이렇게 대답했다.

[왜 신의 지팡이 같은 거 있잖아요? 그걸 좀 작게 하는 거죠. 위에서 내려꽂히면 웬만한 능력자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걸요?]

그러니까 고공침투를 할 때 아예 그냥 중력을 이용해 타격하겠다는 것이다. 염동력을 이용해 정확히 타깃을 타격할 수 있다고 말이다. 지하에 벙커가 있다는 정황도 없고 말이다.

그 말에 잭슨은 살짝 흥미가 돋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말뚝이 아니라 APFSDS는 어떻습니까?]

[그게 뭐죠?]

[대전차 장갑 관통용 탄자입니다. 열화우라늄으로 이루어져 있죠.]

날개안정분리철갑탄. 한국에선 날탄이라고 불리는 물건이었다. 딱히 지하벙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임시로 건설된 지붕이 막을 수 있는 물건도 아니었다.

[좋네요. 네다섯 개 정도 챙겨줘요.]

[그러니까 반경 100미터 거리 안에 염동력을 투사할 수 있다는 말이죠?]

스테이시가 진지해진 얼굴로 물었고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할 것 같아요.]

그 대답에 감탄하는 이도 있고 믿지 못하는 이도 있었지만 브리핑에 방해되진 않았다.

그리고 브리핑이 끝났을 때쯤 경완은 선물 하나를 받았다.

[이거 TSTG 아닌가요?]

[네.]

[그런데 이걸 왜 저한테…….]

[발푸기스 총수가 전해달라더군요.]

요하네스가 줬다는 잭슨의 말에 경완은 물었다.

[다른 말은 없고요?]

[부디 확실하게 재앙을 근절해 달라더군요.]

잭슨의 말에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요하네스는 예언능력자인 것이 맞는 모양이다.

작전이 실행된 날은 브리핑이 끝난 날로부터 5일 후였다. 그동안 PMC의 탈을 쓴 미국 초능력 용병들이 먼저 남미로 이동해 작전을 준비했고, 경완은 작전 시간에 맞춰 비행기로 이동했다.

달도 뜨지 않은 밤. 경완은 요하네스로부터 선물받은 TSTG를 착용했다.

지상에서 시착을 하고 조정을 거친 이 물건은 정말로 물건이었다. 예술적인 곡선과 조형미는 마블 영화에 나오는 아이X맨 슈트가 부럽지 않았을 정도였다.

경완은 TSTG에 달린 라디오 송수신기를 조절해 채널을 연결하고 대기했다.

[여기는 폭스 원. 오메가, 들려요?]

[네네, 잘 들려요.]

스테이시의 호출에 경완이 대답했다. 그녀는 이번 임무에서 경완에게 적 에스퍼의 위치를 알려주는 임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따로 배정받은 무전채널을 사용하게 되어 있었다.

[곧 작전이 시작돼요.]

[준비하죠.]

경완은 화물칸에 섰다. 항공수송용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세찬 바람이 들어왔지만 TSTG를 입은 경완은 그것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셋, 둘, 하나.]

비행기가 정해진 위치로 이동하고 작전이 시작되었다. 경완은 비행기에서 몸을 던졌다. 그의 등 뒤로는 검은 연기에 둘러싸인 열화우라늄 탄자 6개가 둥실둥실 떠서 따라왔다.

[오메가, 여기는 폭스 원. 에스퍼를 찾았어요. 위치를 표시할게요.]

TSTG의 헬맷으로 보는 시야 한구석에 목표 현장의 위성사진이 뜨더니 빨간 점이 찍혔다. 마약조직의 에스퍼가 있는 곳을 스테이시가 찍은 것이다.

경완은 더 확실한 조준을 위해 그 방향으로 초감각 레이더를 펼쳤다. 초감각으로 읽히는 지형과 시야의 위성사진을 비교했다.

여러 인간들이 감지되었지만, 스테이시가 찍어준 위치에 있는 자들이 에스퍼였다. 스테이시는 S입자에 민감한 재능 덕분에 누가 초능력자이고 누가 에스퍼인지 구분하는 능력이 생겨있었다.

경완의 초감각 레이더에 걸린 에스퍼는, 잠을 자는지 움직임이 없는 놈 둘, 그리고 경완의 초감각 레이더를 감지하고 서둘러 움직이려는 놈, 이렇게 확실히 셋이었다.

깨어 있는 놈 옆에는 경호하는 놈도 붙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