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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311화 (311/367)

무한전생-더 빌런 311화

29-역사는 거꾸로 간다

경완은 자고 있는 에스퍼 두 놈에게 각각 탄자를 하나씩, 깨어 있는 놈에게도 하나, 경호하는 놈에게는 셋을 배분했다.

딱 봐도 평범한 놈을 경호로 두진 않았을 것 아닌가?

염동력에 의해 공기저항이 사라지고 중력제어에 의해 폭발적으로 가속된 탄자가 가건물의 지붕을 뚫고 표적에 박혔다.

소리는 시기적절하게 퍼뜨린 검은 연기의 염동력이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자고 있던 둘은 심장을 깔끔하게 관통당했고 깨어 있던 놈은 목덜미부터 아래로 수직으로 구멍이 뚫렸으며, 경호하던 놈은 오른쪽 어깨, 왼쪽 쇄골이 뚫렸다.

비록 한 발이 빗나갔지만 탄자 두 개만으로도 경호하던 놈이 미처 초능력을 쓰기도 전에 죽이기엔 충분했다.

1차 목표를 성공한 경완은 초감각 레이더를 돌려서 남은 목표를 확인했다. 이 마약 생산 기지에 남은 놈들은 이제 총 82명.

경완은 스테이시가 지정한 고가치 표적을 다음 목표로 삼아 향해 빠르게 행동했다. 염동력과 중력제어로 마치 바람에 몸을 실은 듯 소리 없이 이동하면서 초감각에 걸리는 놈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였다.

한 방에서 자고 있던 자들이 일제히 꺽꺽거리더니 죽었다. 입속으로 파고든 1센티가량의 작은 자갈이 기도를 막았기 때문이었다.

순찰을 돌다가 교대하기 위해 숙소로 들어가던 인원은 어디서 갑자기 날아온 꼬챙이에 목이 뚫렸고, 경계근무를 서던 조직원은 덫에 걸린 짐승처럼 염동력에 낚여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목이 꺾였다.

그런 식으로 초능력이 없는 조직원은 괴력을 가지게 해주는 좀비 헐크 마약을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죽고, 초능력이 있는 조직원은 뭔가 수상한 낌새를 느끼자마자 어둠 속에서 날아온 검은색의 칼날에 목이 떨어졌다.

달빛도 없는 밤, 어둠 속에 숨어 절단 능력과 염동력을 사용하는 경완을 막기엔 시설에 설치된 조명과 감시 장치가 너무나 부족했다.

음산한 야밤의 묘지처럼 사라진 인기척에 뭔가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쯤 모든 것은 비가역적으로 결론지어져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표한 바를 모두 달성한 경완이 무전을 쳤다.

[끝났어요.]

[알았어요. 수고했어요.]

혹시나 탈출하는 조직원이 있을까 봐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던 이들은 작전이 성공했다는 말에 기지로 들어와 경완이 해낸 일을 확인하고는 역시 중국 공산당을 무너뜨린 남자라고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압도적인 성과였다.

이내 남은 건 현장 정리뿐.

기지에 있던 적들을 다 소탕했지만, 이들 조직과 마약에 대한 자료, 그리고 좀비 헐크 마약의 회수까지 해야 비로소 작전이 완료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일에는 스테이시를 포함한 CIA요원팀이 전면에 나섰다. 그들은 시설에 있던 자료를 확보하고 죽은 자의 신원을 기록하면서 철저하게 증거자료와 단서를 수색했다.

남은 건 좀비 헐크 마약과 그 생산시설을 안전하게 회수하는 것뿐.

여기서 경완이 다시 한 번 나섰다. 그가 가진 웜홀 능력으로 말이다.

좀비헐크마약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장거리 운송은 위험이 컸다. 더구나 미국땅도 아닌 남의 나라 땅이지 않은가?

요하네스는 괜히 경완에게 이 일을 부탁한 것이 아니라 가장 적합한 능력을 가졌기에 부탁한 것이었다.

[오, 이것이?]

경완이 미국의 허락하에 설치해 둔 웜홀을 개방하자 모두가 감탄사를 흘렸다.

일그러진 공간 너머로 익히 아는 장소가 보였다. 경완을 미국으로 날랐던 C-17이 착륙했던 비행장 근처에 있는 군사시설의 한 공터였다.

그런데 경완이 헬멧을 벗고 웜홀 너머로 고개를 빼고 보니 이상한 광경이 보였다. 히어로 코스튬을 입은 자들과 잭슨 및 양복 요원들이 대치 구도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경완이 물었다.

“What the fuck?”

그의 목소리에 살벌한 눈으로 히어로들을 보고 있던 잭슨이 고개를 돌려 경완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반가운 얼굴로 도움을 청했다.

[미스터 리! 마침 잘 오셨습니다!]

그런 잭슨의 반응에 히어로들도 경완을 발견했다. 그중 흑인 남성이 경완에게 말을 걸어왔다.

[당신이 미스터 리?]

“오브콜스.”

다소 콩글리쉬 같은 답변에도 흑인 남성은 당황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반갑습니다. 스톤 브레이커라고 합니다.]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흑인 남성의 양팔은 기형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두껍고 컸는데 엑소스켈레톤 기술로 만들어진 장갑 외골격을 착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스톤 브레이커의 시그니처 장비이기도 했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뭐죠?]

경완의 질문에 잭슨이 급히 말했다.

[이들이 감히 국가의 기밀활동에 간섭하려고 하는 겁니다.]

[말은 똑바로 하시죠. 저희는 위버멘쉬의 총수의 부탁을 받고 미정부 기관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독하러 온 겁니다.]

스톤 브레이커가 굵은 팔뚝으로 팔짱을 낀 채 담담하게 대답했다.

[누구도 당신들에게 그런 권한을 준 적 없소.]

[히어로 활동법에 따르면 히어로는 초능력 범죄, 초능력 재난이 일어나거나 그러한 상황을 미리 인지했을 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권한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 좀비헐크마약은 그 권한을 사용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물건이죠.]

[억지요!]

[왜 그리 흥분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위버멘쉬의 총수가 정보를 준 대가로 요구했듯이, 관련 물질과 자료를 철저히 파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스톤 브레이커가 그리 말하며 시선을 웜홀로 향했다. 거기엔 용병들과 CIA 요원들이 마약이 든 컨테이너와 생산 장비를 들고 오고 있었다.

웜홀을 통과한 그들도 이상한 분위기를 발견했다. 하지만 PMC 소속의 용병들은 관심이 없는지 그러한 대치에도 획득물을 옮기는 작업을 하는 반면, CIA 소속의 요원들은 도로 웜홀로 돌아가려는 기미마저 보였다. 확보한 자료를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CIA요원들의 그런 시도는 다른 히어로에 의해 무산되었다. 어느새 한 히어로가 그들과 웜홀 사이에 서서 그 자리에서 도망가려는 걸 방해했다.

[병사들을 부르기 전에 그만두지 못하겠습니까?!]

잭슨이 언성을 높였지만 웜홀 앞을 가로막은 초능력자는 싸늘한 눈빛으로 대꾸했다.

[난 마이티 가이다. 어디 한 번 불러 보든가.]

신체강화능력과 염동력을 가진 복합능력자이자 미국의 자랑인 S급 초능력자의 말은 잭슨의 말문을 닫게 하기엔 충분했다.

경완이 머리를 긁적이며 끼어들었다.

[어……. 나올 사람 다 나왔으면 웜홀 닫아도 되죠?]

잭슨은 대답이 없었고, 스톤 브레이커가 고개를 끄덕였다.

웜홀 너머에 남은 사람이 없는지 물어보는 의미로 경완이 스테이시를 보자 그녀는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쩍 웜홀에서 떨어졌다.

그녀의 태도는 CIA 소속이지만 이 상황에 대해서 나서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이미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고 예견한 사람처럼 태연했다.

웜홀이 닫히고 나자 마이티 가이가 CIA 요원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좀비헐크마약 제조에 관련된 자료가 있으면 모두 내놓으시죠.]

S급 초능력자의 위상 때문인지 CIA 요원들은 얌전히 자료를 내놓았다.

마이티 가이는 바닥에 쌓인 자료를 보고는 동료 히어로에게 물었다.

[다 내놓은 거 맞아?]

그의 시선을 받은 히어로는 거짓말을 확인하는 능력이라도 있는지 CIA요원들을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완은 그 히어로가 CIA요원을 살필 때 눈에서 S입자 파동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독심술이 아니라 투시능력인가?

아무튼, 동료 히어로의 확인을 받은 마이티 가이가 손을 썼다. 염동력이 바닥에 놓인 전자기기들과 저장장치, 서류들을 갈아버리듯 가루로 만들었다.

[항의하겠소!]

미국의 히어로들은 잭슨의 외침을 어디 개가 짖나 하는 태도로 개무시했다.

이제 남은 건 마약 생산 장비와 생산된 마약이었다. 샘플이 될 수 있는 마약마저 제거하지 않으면 관련 자료를 파기한 일이 무용지물이었다.

하지만 히어로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샘플로 빼돌려지는지 감시만 할 뿐.

분위기를 봐서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아니, 기다린 것이 분명했다. 저 멀리서 헬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헬기가 착륙한 지 잠시 뒤, 차량 한 대가 공터로 들어왔다.

그 차에서 내린 사람이 바로 요하네스였다.

“아, 경완 씨.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는 얼굴에 가득 안심된다는 미소를 지으며 경완에게 손을 내밀었다.

경완은 그의 손을 마주 잡고는 히어로들 쪽을 힐끗 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모두 제 대의를 이해해 주시고 자발적으로 협조해 주셨죠.”

그게 아닌 것 같았지만 캐묻기에는 시기와 장소가 별로였다.

요하네스는 목적에 충실하려는지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부탁합니다. 다나카 씨.]

요하네스는 혼자 오지 않았다. 평범해 보이는 다나카라는 이름의 남자와 함께 온 것이다.

다나카라는 남자는 요하네스의 부탁을 황송한 태도로 받더니, 이내 긴장한 표정으로 가루 형태로 농축된 마약 용기를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그러자 가루 형태의 마약이 보관되어 있던 상자에서 맑은 액체가 물처럼 흘러내렸다.

제법 힘든 작업이었는지 다나카는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요하네스를 보았다.

[다 됐습니다.]

[그럼 저 장비도 한 번 봐주십시오.]

다나카는 그의 부탁에 마약 생산 장비를 살피더니 몇 부분에 대해서 지적했고, 요하네스는 다시 미국 히어로에게 다나카가 지적한 마약 생산 장비의 부품을 파기하거나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경완은 그 과정에서 뽑혀 나온 장비를 보고는 호기심을 드러냈다.

“꼬레와…….”

“네. 코어입니다.”

요하네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단안경을 한쪽 눈에 끼웠다. 그리고는 코어를 돌리며 뭔가를 확인하더니 그걸 마이티 가이에게 건넸다.

그는 말없이 코어를 가루로 만들었다.

그동안 요하네스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접니다. 일련번호 확인했습니다. CMB1103281. 네, 회의 준비하세요. 창립 회원분들 스케줄 확인하고 협조요청 넣으시고요. 네, 수고하십시오.]

전화를 끝낸 그는 경완과 미국 히어로들, 그리고 작전에 참여한 이들을 향해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모두 지구와 인류문명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칠 재앙의 근원을 근절하는 일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자 스톤 브레이커가 물었다.

[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 아닙니까?]

요하네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저희 위버멘쉬라고 하더라도 완벽할 순 없으니까요. 이번 일도 저희의 실수를 인지했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지, 저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싹튼 재앙의 씨앗은 문제가 일어나고 나서야 대처가 가능할 겁니다.]

그러면서 경완과 잭슨, 다른 히어로들을 일별(一瞥)한 후 말을 이었다.

[그러니 그런 일이 생기면 모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기꺼이 도와주겠소.]

마이티 가이의 대답에 요하네스는 손을 내밀었다. 둘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 훈훈했지만 도저히 웃지 못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잭슨이었다.

요하네스는 인상을 쓰고 있는 잭슨에게 말했다.

[당신네 입장도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이 물건은 함부로 다룰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당신은 다룰 수 있고요?]

[그러지 못하니 이렇게 파기하는 거죠.]

잭슨의 비아냥에 요하네스는 담담한 태도로 대꾸했다.

[핵분열도 처음에는 핵발전이 아니라 핵무기가 그 용도였음을 잊지 마세요. 저는 초능력이 핵무기로 사용되는 단계를 뛰어넘고 핵발전처럼 활용되는 단계로 바로 가기를 바랍니다.]

그렇게까지 말한 요하네스는 마지막으로 경완과 악수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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