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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319화 (319/367)

무한전생-더 빌런 319화

30-요하네스 발푸기스

조셉은 비명같이 소리를 질렀다.

[뉴트럴 재머! 총수가 계획한 일이냐!]

[이 장비를 당신이 어떻게 알지?]

곤잘레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몸이 부풀었다. 중화 영역 내에선 초능력이 무효화되지만 조셉이 뉴트럴 재머라 불리는 장비는 중화 영역을 지향성으로 방사할 수 있도록 개량된 물건이었다.

마리아 여사조차 아직 감을 잡지 못한 기술적 방법을 실현한 물건. 그 정도 장비면 분명 기밀이었다.

그런데 곤잘레스의 말과 반응이 기묘했다. 마치 그 기밀이 한 지부의 지부장조차 알아선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 장비의 힘 덕분에 조셉은 금방 제압되어 의식을 잃었고, 곤잘레스는 그를 어깨 위에 짊어졌다.

경완이 찜찜함에 곤잘레스를 불렀다.

“곤잘레스. 제가 더 알아야 하는 사항이 있는 것 같은데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알리바이를 위해서라도 먼저 호텔로 돌아가 주십시오.”

그 말에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찜찜해도 일의 경중을 생각하면 의문은 좀 있다가 풀어도 될 것 같았다. 도망가거나 입을 다물면 그때 추궁해도 괜찮지 않을까? 위버멘쉬 필리핀 지부가 어디 우주로 도망가진 않을 테니까.

경완이 웜홀을 통해 호텔로 돌아가자, 곤잘레스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총수님, 접니다. 곤잘레스입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곤잘레스는 조셉이 뉴트럴 재머의 존재를 알고 있고 이를 총수를 연결 지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전화기 너머 요하네스가 지시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알아낼 수 있겠습니까?]

[조셉은 정신계 능력자입니다.]

[……약물의 도움을 받아야겠군요. 곧 전문가를 보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정신계 능력자는 정신계 능력에 내성이 있었다. 그러니 전통적인(?) 심문법을 써야 했다. 그래도 같은 위버멘쉬 소속이니 고문 대신 자백제를 쓰기로 했다.

곤잘레스는 그것이 매우 온건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 * *

30-요하네스 발푸기스

“일은 잘 처리했어요?”

[네. 덕분에 신속하게 제압했습니다. 나머지는 제 몫이죠.]

곤잘레스가 준 대포폰으로 답변을 들은 경완은 조셉에 관해 의문 나는 것을 물었다.

“그래서 조셉이 말한 뉴트럴 재머는 뭐고 총수는 뭐죠?”

[뉴트럴 재머는 중화 영역을 전개하는 지향성 장비입니다. 그 기술적 가치로 인해 위버멘쉬 내에서도 극비로 다뤄지고 있죠.]

‘나만 초능력 쓸 거야!’ 장비니까 극비일 수밖에 없다는 건 경완도 이해가 되었다.

문제는 어느 정도 극비냐라는 것이다.

“지부장이 알면 안 될 정도의 기밀인가요?”

[…….]

경완의 말에 곤잘레스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 질문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지부장이 알면 안 될 정도의 기밀을 어떻게 조셉이 알고 있느냐, 그리고 지부장도 아닌 곤잘레스는 기밀을 아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그 장비를 입수해서 사용하고 있느냐, 거기에 위버멘쉬 총수인 요하네스는 왜 언급되었느냐?

[다 말씀 드리기엔 제가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요?”

경완의 눈이 가늘어졌다. 목소리에서 호의가 사라진 것을 느낀 탓인지 곤잘레스가 급히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가 다 말씀드리지 못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시면 총수님께서 직접 모든 걸 알려주실 겁니다.]

경완은 곤잘레스의 입장을 이해했다. 그리고 경완도 곧 혼란해질 필리핀보다는 편안한 안방에서 복잡한 이야기를 듣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알았어요. 기다리죠.”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셉과 그 측근들이 사라진 일이 언론에 알려지기는 했지만 곤잘레스가 손을 써서 그런지 큰 이슈로 부각되진 않았다. 하지만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기는 했으니, 필리핀 족벌들과 접점이 있는 최재빈은 그것을 빠르게 느꼈다.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진 것 같군요.”

“한국으로 돌아가죠. 괜히 있다가 얽히지 말고.”

최재빈은 경완의 말에 입을 우물거렸지만 끝내 입을 다물었다.

혹여나 했지만 두 사람의 한국행이 방해받는 일은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경완이 최재빈에게 말했다.

“수고하셨어요. 아마 원하시는 일은 잘 진행될 겁니다.”

“이대로 기다리는 걸로 충분합니까?”

“어…… 결과가 안 좋아도 정 지부장님께 이의를 제기하시면 흡족하게 보상해 주실 겁니다.”

경완의 말에 최재빈의 표정은 밝아졌지만 이어진 말에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빌미가 생겼다고 무리한 요구를 하면 회장님 편 안 들어줄 겁니다.”

“하하하. 제가 그럴 리가 있나요.”

경완은 마주 웃어 보였지만 최재빈의 말을 믿진 않았다. 사람 속이 어떤지 읽어내는 건 아직도 경완에겐 도박과 같은 일이었으니까. 진실의 스무고개도 언제나 만능은 아니었다.

여태 경완에게 이유 없는 호의를 보인 요하네스도 그 속내가 정확히 뭔지 경완은 알 수 없었다. 풀리지 않은 의구심에 다양한 가설을 상상하고 있던 경완이 요하네스로부터 연락을 받은 건 귀국한 다음 날 아침이었다.

[궁금한 게 많으시죠?]

“그렇죠. 필리핀 지부의 일. 총수님께서 관여하신 겁니까?”

[관여하진 않았지만 제가 그리는 큰 그림에 안에는 있었죠.]

요하네스가 곤잘레스에게 지시, 아니 권유한 것은 한 가지. 필리핀 지부에서 활동하는 것, 그것 하나뿐이었다. 필리핀이라면 곤잘레스가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곤잘레스에겐 매우 좋은 권유였습니다. 한국에선 매스 이펙터 때문에 그의 존재감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상성상 밀리기도 하고요]

필리핀의 당시 상황이 육체능력자인 곤잘레스가 활약하기 적합했다. 군벌화되기 시작하는 범죄조직들을 압도적인 화력으로 밀어버리는 데 곤잘레스의 전투력은 썩 쓸만했다.

“그래서 그 큰 그림이란 무엇인가요?”

[세계평화에 제 개인적인 소망이 섞인 그림이죠.]

“개인적인 소망이 뭔가요?”

[언젠가는 알려 드리겠지만, 지금 단계에선 어렵습니다.]

“그래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먼저 깨뜨린 것은 요하네스였다.

[곤잘레스에게 들은 바로는 조셉이 ‘그들’을 언급한 걸 경완 씨가 들었다죠?]

“맞습니다. 그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당연히 압니다. 위버멘쉬 내부에서 저와 생각이 다른 이들이죠.]

그 말에 경완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총수님이 꽉 잡고 있는 거 아닌가요?”

[저는 신이 아닙니다. 불만을 가지지 말라고 할 수도 없죠. 그리고 사람을 골라서 들였다면 위버멘쉬가 지금처럼 커다란 영향력을 가질 수도 없었을 겁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들이 저를 평하길 오만하다고 하던데요? 저에 대한 반감이 좀 있는 것 같더라고요.”

누구 때문에 그런 반감이 있을까? 경완의 질문은 마치 그 부분을 꼬집는 듯했다.

[저 때문입니다. 죄송합니다.]

“어떻게 된 일이죠?”

[음. 경완 씨에 대한 제 호의가 그들에겐 경완 씨를 싸고도는 것으로 보인 모양입니다.]

“…….”

경완은 말을 아꼈다.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너무 애들 같아서 말이다.

“질투인가요?”

[질투는 문제가 아니죠. 중요한 건 어리석음입니다. 그들은 경완 씨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완전히 오판하면서 본인들은 올려치고 욕심은 그득하죠.]

신랄한 표현에 경완은 다시 한 번 당황했다. 이게 그러니까 조직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자기 조직원에 대해 평하는 내용이란 말인가?

“이거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당연히 문제가 됩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큰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어요. 자칫 제가 그리는 큰 그림이 어그러질 수도 있는 일도 벌어졌고요.]

경완은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다.

“그러니까 총수님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저는 전지전능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예상을 벗어난 일도 생길 수 있죠.]

경완은 고개를 갸웃했다. 예지 능력에도 약점이 있는 건가?

그런 의문을 품는 와중에 요하네스가 말을 이었다.

[경완 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 큰일이라는 것 때문인가요?”

[경완 씨도 관련이 전혀 없는 일은 아니라서요.]

“무슨 일인데요?”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전화로 이야기하기엔 정말 위험한 일이라서요.]

“한국으로 오시는 건가요?”

[전 지금 태평양에 바스티앙과 함께 있습니다.]

대양국제활용기구의 태평양 제1연구단지를 뜻하는 것이었다. 경완이 그곳에 워프 마커를 설치해 놓은 사실을 바스티앙으로부터 들은 모양이다.

“지금 바로 갈까요?”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정말 급한 일이라.]

요하네스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경완은 표정을 굳히며 웜홀을 열어 태평양으로 건너갔다.

도착하니 바스티앙과 요하네스가 그를 맞이했다.

[이리로.]

심각한 일인지 바스티앙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가 요하네스를 볼 땐 묘한 적대감마저 느껴졌다. 도대체 얼마나 큰일이 벌어졌기에 저 사람 좋은 바스티앙이 요하네스를 저런 눈으로 본단 말인가?

바스티앙은 요하네스와 경완 둘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자신의 사무실을 내주었다.

“경완 씨. 소리가 새나가지 않도록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요하네스의 말에 경완은 고개를 끄덕이고 방 안에 검은 연기를 깔았다.

“도대체 뭐가 그리 큰일인지 이야기를 들어보죠.”

“경완 씨가 말한 ‘그들’이 큰일을 저질렀습니다.”

“무슨 일인데요?”

경완의 물음에 요하네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가 대답했다.

“위버멘쉬 기밀 연구소에서 연구하던 물건의 기밀 자료와 샘플을 빼갔습니다.”

“그게 뭔데요?”

“핵폭탄입니다.”

“……뭐라고요?”

경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초능력으로 가공된 핵물질입니다. 원래는 핵폐기물을 최대한 줄이려는 연구의 부산물이죠.”

핵폐기물은 다양한 방사성 핵종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 핵종을 다시 붕괴시키고 방사성을 방출하지 않는 안정한 물질로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반감기가 줄어들도록 초능력과 S입자로 가공하는 것이 연구의 본래 목적이었다.

하지만 연구 목적과 그 성과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는 흔했고, 핵폐기물 감소 연구도 마찬가지였다.

“CN폭탄. Clean Nuclear. 깨끗한 핵폭탄의 탄생이죠.”

원래는 우라늄을 초능력으로 변질 가공해서 그 핵분열 생성물이 비(非) 방사성 물질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이 연구 성과는 우라늄 농축 과정 없이도 우라늄 238을 그대로 핵연료로 쓸 수 있도록 해주었다.

특정 우라늄 방사성 동위 원소만 핵폭탄의 재료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그 양이 풍부한 우라늄 238으로도 핵폭탄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들’이 빼내 간 기술과 샘플이 바로 그것이었다.

경완은 어이가 없었다.

“반 총수파들이 그런 짓을 하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겁니까?”

“반 총수파라…… 새삼스러운 표현이군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고요.”

“그들이 언제고 제게 반기를 들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런 식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정말요?”

경완은 눈빛으로 물었다. 당신 예언 능력자 아니냐고.

하지만 요하네스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네.”

“그래서 제 도움이 필요하다?”

“네. 이번 일의 위기는 남미에서 좀비 헐크 마약과 같은 수준이니까요. 최선의 카드를 써야 안심이 됩니다.”

비아냥거리려고 했던 경완은 다시 심각해졌다.

“세계 멸망에 준하는 위기라는 건가요?”

그 물음에 요하네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각에 우라늄이 얼마나 있는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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