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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320화 (320/367)

무한전생-더 빌런 320화

30-요하네스 발푸기스

놀랍게도 지각(地殼)에 존재하는 우라늄의 양은 텅스텐이나 주석보다 많다.

비록 그중 핵폭탄에 쓸 수 있는 동위원소의 비율은 0.7%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이 우라늄 가공기술이 퍼지는 순간 모든 우라늄은 연쇄반응으로 핵폭발이 가능한 물질이 된다.

그렇게 되면 굳이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 농축 기술과 농축 시설이 필요 없어지고, 여태까지의 핵물질 관리는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동시에 위험한 자들의 손에 핵폭탄이 쥐어질 가능성은 엄청나게 커진다.

조금 과장하자면 미군이 사용하는 그 많은 열화우라늄탄과 열화우라늄 장갑판도 핵폭탄의 재료로 쓸 수 있게 되니 현실적으로 관리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만일 이 기술이 미국을 증오하는 지하디스트의 손에 들어간다면 911테러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수도 있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하아. 어쩔 수 없네요.”

아무리 경완이라도 핵테러, 핵전쟁이 일어나기 쉬워진다는 말에는 도와주겠다는 말 이외에는 말할 수 없었다. 서울 참사도 겪었지 않았던가?

요하네스는 경완의 수락에 감사를 표하며 자세한 작전을 위해 바스티앙을 불러들였다.

경완은 필리핀의 일에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었지만 당장 더 급한 일이 생겼기 때문에 일단 CN폭탄과 새어나간 기밀 자료부터 확보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란에 몰래 들어가야 한다?]

[추적은 바스티앙이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요하네스는 바스티앙을 향해 미소 지었지만, 요하네스를 향한 바스티앙의 시선은 차가웠다. 위험한 물건을 개발한 것 때문에 요하네스에게 화가 난 걸까?

경완은 바스티앙을 자극하지 않도록 요하네스에게 조용히 물었다.

‘핵폭탄 때문에 화난 거예요?’

요하네스는 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경완은 얼른 본론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이란에는 어떻게 들어갈 생각이에요?]

[특별히 준비한 장비가 있죠.]

그 말과 함께 요하네스가 경완에게 보여준 장비는 그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도록 공기역학적인 곡선이 돋보이는 매끈한 TSTG와 그 등에 부착된 미래적 디자인의 비행유닛까지.

그 멋짐에 감탄하는 경완에게 요하네스가 부연설명을 곁들였다.

[코어부터가 특별품이죠.]

기존의 TSTG에 사용되던 코어보다 강한 출력은 물론이고, 지향성 중화 영역인 뉴트럴 재머까지 가능한 코어를 탑재했을 뿐만 아니라, 초능력 소재를 사용해 뉴트럴 재머에 대한 저항성도 확보했다.

마이크로파를 99.9% 흡수하는 스텔스 도료까지 TSTG는 마치 흑기사를 연상시키듯 광택조차 거의 없는 시커먼 색이었다.

[아무래도 경완 씨가 고고도 침투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준비해 봤습니다.]

경완은 너무 멋진 물건에 한 가닥 불안감마저 피어올랐다.

[이런 물건까지 필요할 정도로 설마 상대가 강하다는 소리는 아니죠?]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경완 씨보다 강할까요? 이런 장비가 필요한 이유는 적이 강할 걸 우려해서가 아닙니다. 이 일에 경완 씨가 관여되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죠.]

[왜요?]

[저들은 이미 이란의 유력자들과 결탁한 상태니까요.]

이야. 그거 참 골치 아프구만.

경완은 동시에 자신에 대한 요하네스의 배려도 느꼈다. 확실히 경완이 경완했다고 소란이 벌어지는 것보다는 정체불명의 초능력자나 혹은 위버멘쉬의 비밀병기가 일을 저질렀다고 알려지는 편이 경완에게는 부담이 적었다.

요하네스의 말이 이어졌다.

[이경완 하면 떠오르는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연기와 중력 제어는 안 쓰는 게 좋을 겁니다.]

[중력 제어가 안 된다니 좀 곤란하네요.]

중력 제어야말로 경완의 기동력을 보장하는 능력이었다. 검은 연기의 염동력이야 TSTG 안쪽에다가 얇게 사용하면 완력 강화처럼 사용할 수 있었고, 급하면 겉에다가 둘러서 방어막처럼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어차피 검은색이지 않은가?

요하네스는 억지로 이래라저래라 강요하진 않았다.

[경완 씨 재량에 맡기겠습니다만, 당신이 이번 작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알려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유념해주세요.]

[알리바이도 있어야겠네요.]

그 말에 요하네스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바스티앙을 보았다. 그 시선에 바스티앙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가 알리바이를 대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위증도 하죠.]

[죄송하게 됐습니다.]

[당신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바스티앙은 경완의 사과에 고개를 젓더니 요하네스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요하네스도 미안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네, 제 책임입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는 요하네스에게 바스티앙은 더는 뭐라고 말하지 못했다.

요하네스는 이어서 작전 목표를 계속해서 직접 브리핑했다.

[바스티앙 씨의 동물 제어 및 강화 능력 덕분에 목표물의 위치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현장에선 경완 씨가 확인해야 합니다.]

경완은 요하네스가 보여준 핵폭탄의 사진을 확인했다.

[반드시 탈취해야 하는 물건입니다.]

[혹시나 터질 수도 있나요?]

[네. 탈취당한 후 어떤 개조가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차라리 반쯤 망가뜨리거나 해체한 다음 회수하는 게 더 안전합니다.]

망가뜨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초능력으로 변질된 우라늄은 회수되어 핵폭탄의 원료가 될 수 있는 것은 물론, 혹시나 우라늄 초능력 변성 기술의 단서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경완은 골치가 아파져서 살짝 비꼬는 어조로 물었다.

[그러니까 수틀리면 핵폭탄도 터뜨릴 수 있는 미친놈들이 이따위 짓을 했다는 말이죠?]

[…….]

요하네스는 슬쩍 경완의 시선을 피했다. 경완은 왜 바스티앙이 그리 적대감 어린 시선으로 위버멘쉬를 총수를 노려보았는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이런 큰일이 벌어지도록 그 미친놈들을 단속하지 않고 뭘 했단 말인가? 심지어 위버멘쉬 소속이고 불만이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며?

경완은 회수해야만 하는 또 다른 물건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미친놈들이라면 이미 우라늄 가공 기술을 여기저기 흘리지 않았을까요?]

[아직은 시간이 있습니다. 기술이 유출된 정황도 없고요.]

초능력 가공 기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물질 변성ㆍ변질 분야는 아직 도제식으로 기술 전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초능력 확장 장비로 인해 물질 변성 능력자가 아니라도 초능력 신소재 생산자로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초능력 발현의 핵심인 S입자의 정성적, 정략적 분석이나 제어는 아직도 인간의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물질을 원하는 성질로 변성시키는 S입자의 작용은 그 난이도가 증가할수록 그 미묘한 감을 말로만 설명하기 너무 어려웠고, 그 전수를 위해선 코어 기술이 필요했다. 다행이랄까?

우라늄238을 연쇄반응이 가능하도록 변성하는 기술은 오직 코어에 담은 감각만으로 전수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비유하자면 ‘우라늄 238을 핵폭발 가능 물질로 변성하는 능력’을 마치 스킬북처럼 코어에 담은 것이다.

요하네스가 말을 이었다.

[위험한 기술이기 때문에 그 코어는 누군가 한 번 사용하게 되면 내용이 지워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겠죠.]

물질 변성 계열의 초능력을 가진 어느 누군가가 코어를 통해 우라늄 변성 능력을 익히고 난 후 다시 코어에 그 감각을 주입해야만 다른 누군가에게 전수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해둔 것이다.

기술의 손실을 막으면서 동시에 유출 속도를 줄일 수 있도록 한 요하네스 나름의 안전장치였다.

[하지만 언제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서둘러야 합니다.]

요하네스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그리고 아주 냉정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만일 누군가에게 코어를 사용했다면 그를 납치하거나 아니면 죽여야 합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아마 후자가 확실한 방법이겠죠.]

설사 그 누군가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상부의 지시를 받고 온 노동자나 기술자라고 해도 말이다.

경완은 냉정한 현실에 기분이 더러워졌다. 도대체 이렇게 일을 벌인 놈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래서 이 일을 저지른 주모자는요?]

요하네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화면에 프로필을 띄웠다.

[이름 나바하 루롱. 위버멘쉬 본부의 연구동에 부장 직위로 있던 자입니다.]

화면에 나온 이의 얼굴을 보니 잘생긴 아랍계 남성이었다. 아랍계라서 이란으로 간 건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는 알아요?]

[경완 씨가 반 총수파라고 이름 붙이기는 했지만, 저에게 불만을 가진 이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경완 씨를 편애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은 다양한 이유 중 하나일 뿐이에요.]

경완은 미간을 좁혔다. 그럼 아까 전에 했던 이야기는 뭔가?

[그럼 저에 대한 불만이 아닐 수는 있잖아요?]

[아닐 수도 있지만 저자가 경완 씨를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는 건 확실합니다. 평소에도 당신과 저에 대한 비판을 한 사실을 확인했으니까요.]

[구체적으로요?]

[운이 좋아서 좋은 능력을 타고난 주제에 잘난 척한다, 욕심이 많다,]

[잠깐, 욕심이 많다고요?]

경완은 욕심이 많다는 말은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만큼 안분자족하려는 인간이 세상에 또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요하네스가 대답했다.

[아, 그건 저에 대한 비난이었습니다.]

아…….

경완은 더는 추궁하지 않았다. 위버멘쉬의 연구동에 부장씩으로 있었다는 사람이 총수보고 욕심이 많다고 비난하기까지 어떤 사연이 쌓여 있을까가 궁금해졌을 뿐.

경완의 머리에 ‘위버멘쉬의 연구동’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곳에 혹시 미래의 초능력 기술이 쌓여 있는 것은 아닐까?

예지 능력자라면 미래에 어떤 기술이 개발되는지, 또 얼마나 유용하고 돈이 되는지 예상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시행착오를 어마어마하게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기술 개발 경쟁에서 절대적인 우위였다.

경완은 그런 생각을 한쪽으로 묻어두고 범인의 처분에 관해 물었다.

[그럼 그놈도 죽여야 하나요?]

[아니요. 정말 중요한 건 CN폭탄 샘플과 우라늄 변성 기술의 회수 혹은 파기입니다. 굳이 일부러 손에 피를 묻힐 필요는 없어요.]

그 말에 경완은 어깨를 으쓱했다. 중국에서 날뛰며 그의 손에 묻은 피가 몇이며, 전생을 따지면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 주제에 새삼 사람은 죽이는 건 나쁜 짓이야!라며 위선을 부릴 정도로 염치가 없진 않았다.

다만 찜찜하니까 잘못 없는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었으면 할 뿐. 가령 이란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무고한 초능력자가 우라늄 변성 기술이 담긴 코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일 같은 거 말이다.

요하네스의 브리핑이 끝나자 남은 건 목표 지점까지의 이동이었다. 알리바이야 요하네스와 바스티앙의 몫이었지만, 태평양 한복판에서 이란까지 가는 건 경완의 몫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할 능력이 있었다.

[결국 그건 눈 가리고 아웅 아닙니까?]

경완의 계획을 들은 바스티앙은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분명 이경완이라는 걸 감추고 일을 벌이기로 했는데 중력 제어 능력과 염동력으로 날아가겠다니?

물론 요하네스가 준비한 TSTG에 비행 유닛의 항속거리를 생각하면 어차피 초능력 없이는 무리였지만 그랬다가 이경완이 날아간다고 인식되면?

하지만 바스티앙의 우려보다 경완의 뻔뻔함이 더 강했다.

[누가 저 유닛의 항속거리를 알겠어요? 위버멘쉬가 비밀리에 만든 초능력 비행체인 모양이다 이렇게 생각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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