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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321화 (321/367)

무한전생-더 빌런 321화

30-요하네스 발푸기스

바스티앙은 황당함에 요하네스를 보며 눈빛으로 조언을 부탁했지만 그마저 고개를 끄덕이며 경완의 생각에 동조했다.

[훌륭한 위장입니다. 어차피 위버멘쉬에는 비밀이 많으니까 문제 될 것도 없죠.]

그런 동조에 힘입어 경완은 바로 TSTG를 착용했다. 그러면서 물어보았다.

[혹시 근처에 위버멘쉬 비밀 요원 같은 거 있어요?]

[없습니다. 여전히 중동은 위버멘쉬에겐 좀 어려워서요.]

요하네스는 대꾸하며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종교 문제, 인종 문제 등으로 인해 중동의 이슬람권에는 위버멘쉬의 세력이 그리 강력하지 않았다. 근본주의적 종교관이 만연하는 지역은 특히 그랬다.

그중 이란은 초능력 각성 사태에서 근본주의적으로 흐르는 이슬람의 분위기와 반미 정서를 기반으로 위버멘쉬가 진출하기 어려운 환경을 구축했다.

제3세계의 고만고만한 독재세력 따위였다면 위버멘쉬가 무력으로 쓸어버렸겠지만 이란 같은 경우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이란은 생각보다 크고 강한 나라였다. 미국의 제재에도 핵폭탄까지 개발한 나라의 역량을 과소평가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이란은 여전히 위버멘쉬를 정상적인 조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고, 그 때문에 이란에 대한 위버멘쉬의 대응도 마냥 합법적이진 않았다.

그중 하나가 인재 빼내기였다. 그 대상은 주로 근본주의 이슬람을 벗어나려는 여성 초능력자들.

망명이라는 형태로 이들을 빼내는 위버멘쉬에 대해 이란은 지금도 갈등을 빚고 있었다. 아마 이번에 경완이 무단 침입해서 일을 벌인 이후엔 갈등이 더 격화되지 않을까?

아무튼, 결국 지원이 없다는 말에 경완은 아쉬워서 입맛을 다셨다. 결국 자신이 생노가다를 해야 할 판이었다.

[잘 부탁합니다.]

요하네스의 말에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동안 요하네스가 보여준 호의에 보답하는 차원이라고 생각하자. 뭐, 나쁜 일도 아니고.

TSTG를 입은 경완은 요하네스와 바스티앙에게 인사하고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위성통신과 GPS좌표, 바스티앙의 방향 지시 등의 도움을 받아 서쪽으로 향했다.

적절히 해가 지기 시작한 덕분에 무광택의 검은 색 TSTG가 바다 위를 나르는 모습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겉에 발린 도료도 스텔스용 특수 도료라 레이더에 걸릴 위험도 없었다. 설사 걸리더라도 바닷새로 인식될 수준이었다.

경완이 단 몇 시간 만에 필리핀과 인도를 지나 파키스탄에 접어들자 그 위치 정보를 확인한 바스티앙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군요.]

[힘드니까 말 시키지 마세요.]

아무리 경완이라고 태평양에서 이란까지 단 몇 시간 만에 이동하는 게 쉬운 일이랴?

경완은 파키스탄과 이란의 접경 지역에서 잠시 쉬었다가 바스티앙이 안내하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초음속이었지만 어둠 속에서 검은 연기의 염동력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덕분에 염동력이 미리 만들어낸 진공지대를 통해 공기저항 없이, 소닉붐도 없이 조용하게 쏜살같이 지나갈 수 있었다. 염동력을 이용한 진공지대. 그가 태평양에서 이란까지 몇 시간 만에 날아올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경완 씨. 안 좋은 사실이 있습니다.]

[뭔데요?]

[목표가 두 곳에 나뉘어 있습니다.]

[아.]

씨바.

바스티앙의 능력은 동물제어 및 강화. 그 과정에서 동물과 교감하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였으니, 그 부수적인 효과 덕분에 위버멘쉬의 배신자들, 반 총수파의 꽁무니를 붙잡을 수 있었다.

원거리 교감을 통해 그들에게 붙여둔 강화 벌레의 위치를 바스티앙이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경완이 입은 TSTG의 보관함에는 생명력이 강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들어있었다. 그것과 목표 근처에 둔 벌레를 통해 바스티앙이 경완에게 목표가 있는 방향을 정확히 지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이런 원거리에서의 교감은 대상 자체에게 막대한 소모를 불러오고 그로 인해 교감이 끊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경완이 이란에 도착하고 나서야 바스티앙의 동물 교감 능력으로 목표의 위치를 확인했는데, 곤란하게도 핵폭탄과 기술 코어가 각각 다른 장소에 보관되어 있었다.

[어…… 핵폭탄은 핵기지에 보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싸하네요.]

기술 코어는 이미 알고 있는 대로 이란의 국립 초능력 연구소에 보관 중이고 말이다.

경완은 우선 기술 코어부터 확보하기로 했다. 기술 코어의 모양은 알고 있었고, 대략적인 위치도 알고 있었다. 물고기보다 물고기 낚는 법이 알려지는 것이 더 파급력이 크다는 점도 결단의 이유였다.

경완은 어둠에 숨어서 이란의 국립 초능력 연구소를 내려다보았다. 안면 스크린 한쪽에 건물의 조감도가 표현되면서 기술 코어가 보관되어 있을 만한 지점이 새빨갛게 표시되었다.

조감도에 따르면 목표의 위치는 지하 1층의 창고. 귀중한 샘플 등을 보관하는 장소로 보였다.

경완은 입맛을 다셨다. 염동력을 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쉽게 침투할 수 있을까?

그는 조심스럽게 초감각 레이더를 펼쳐 보관실 안을 살폈다. 굳이 광역으로 펼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초능력자들을 놀라게 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기술 코어의 위치만 정확히 파악하면 족할 뿐.

그런 노력 덕분에 기술 코어의 위치는 정확히 파악되었다. 다행히 사용되지 않은 채로 보관 중이었다.

다만 그만큼 경비는 삼엄했다. 초능력을 가진 경비들이 수시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첨단 경보 장치도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었다.

경완은 빠르게 해결하지 못하면 변수가 증가하므로 속전속결로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검은 연기의 염동력은 쓸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잘 안 쓴 능력을 위주로 쓰는 수밖에.

목표물의 위에는 4층짜리 건물이 있었다. 경완이 그 위로 낙하했다.

그리고 지붕에 충돌하기 직전 비행유닛이 그의 등에서 떨어져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경완은 그 기세 그대로 건물 지붕에 충돌했다.

하지만 건물 지붕은 부서지지 않았다. 절단 능력에 피자 모양으로 잘린 천장 조각이 경완의 몸과 충돌해 아래층으로 날아갔을 뿐.

그런 식으로 3층, 2층, 2층의 바닥이 차례로 잘리고 몸에 밀려 지하까지 구멍이 뚫리는 건 찰나였고, 경완이 지하복도에 착지했을 땐 그는 이미 보관실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사이렌이 울렸다.

에에~엥!

경완은 절단 능력으로 벽과 천장을 무너뜨려 길을 막고는 보관실 안에 들어가서 목표인 기술 코어를 확보했다.

그때 초능력자들이 도착했는지 무너져 길을 막고 있던 잔해들이 터져나가듯 치워졌다. 그 뚫린 통로로 중무장한 병사들이 들이닥쳤지만 경완은 절단 능력으로 천장을 절단하며 탈출했다.

그런 그를 초능력을 가진 병사들이 쫓았다. 총알로 구성된 화망이 쏟아졌지만 급히 경완의 뒤를 쫓느라 닿는 총탄은 몇 없었고, 간신히 적중한 총알도 TSTG의 방탄능력과 겉에 얇게 깐 염동력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경완은 천장을 뚫으며 옥상까지 올라왔고, 병사들도 그런 그를 쫓아 옥상에 도착했다.

“!@#!%!”

“…….”

항복하라고 소리치는 것 같지만 경완은 침묵을 지켰고 곧장 총알이 날아왔다.

투두두두!

총알이 깨지며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경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초능력자들이 앞으로 나왔을 때 어두운 하늘에서 뭔가가 경완을 향해 날아왔다. 그의 등에서 분리되었던 비행유닛이었다.

경완은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비행유닛을 붙잡아 다시 등에 장착했다. 뒤늦게 초능력자들이 그를 붙잡기 위해 뛰어올랐지만 그들에겐 하늘을 나는 능력은 없었다.

그들은 어두운 하늘로 날아오른 경완을 보여 욕설을 내뱉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훌륭합니다.]

경완이 그의 주능력을 쓰지 않고 작전을 성공한 것에 바스티앙이 감탄했다.

하지만 경완은 그 감탄에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빨리 이 지긋지긋한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서 미연이 엉덩이나 두드리고 싶을 뿐.

[바로 다음 목표로 가죠.]

[괜찮겠습니까?]

[어차피 시간을 끌어봤자 경계가 강화되었으면 강화되었지 약해지진 않을 겁니다.]

경완의 말에 바스티앙은 바로 방향을 지정해주었다. 그가 강화한 바퀴벌레가 잠입해 있는 이란의 비밀 핵기지를 향해 말이다.

이란의 핵기지는 산기슭에 입구를 두고 산 아래로 비스듬히 파고든 형태로 지어져 있었다. 밖에 건물이 드러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연구소를 침입했을 때처럼 치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기지의 구조를 파악하면 방법이 보일까 싶었지만 저기는 핵기지였다. S입자에 예민한 에스퍼를 경비로 세워뒀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초감각 레이더를 함부로 펼칠 수도 없었다.

[설계도 같은 건 없어요?]

[아쉽게도 없습니다.]

경완은 통신을 듣고 실망했지만, 혹여 핵미사일 발사용 개폐문이라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표면을 탐색했다.

그리고 정말 운 좋게 평범한 바윗덩이 지대로 위장된 입구를 발견했다. 어두운 밤, 혹여나 있을지 모르는 예민한 에스퍼들에게 걸리지 않기 위해 가시거리 안으로만 초감각을 돌린 덕분이었다.

경완은 조심스럽게 입구로 다가갔다. 동작 감지기 등의 센서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염동력과 괴력 능력으로 뚜껑에 손가락을 박아 넣었다. 그 상태로 절단 능력을 사용하자 몸 하나 들어가기에 충분한 구멍이 뚫렸다.

구멍 안으로 들어가자 생각처럼 핵미사일이 있지는 않았다. 아직 충분히 핵미사일을 만들지 않은 것인지 빈 공간이었다.

경완은 최대한 기도비닉을 유지하며 목표인 CN폭탄이 보관된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목표는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순찰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고, 카메라가 설치된 복도를 피해 벽을 버터 자르듯 잘라서 길을 만들어 도착한 곳은 은행의 금고처럼 생긴 방이었다.

절단 능력으로 구멍을 뚫고 방 안으로 들어간 그는 이상한 광경을 봐야 했다.

텅 빈 방에 놓인 스토리지 박스와 그 주변에 설치된 여러 모니터들. CN폭탄은 스토리지 박스 안에 들어가 있었다.

목표인 CN폭탄이야 그렇다고 쳐도, 모니터는 왜 저렇게 설치되어 있단 말인가?

경완은 의문을 뒤로하고 목표인 CN폭탄에 손을 가져갔다. 혹여 센서가 달려있을지도 모르지만 들어왔던 길로 순식간에 빠져나갈 자신이 있었다.

팟!

그때 모니터가 켜졌다. 여기저기 설치된 모니터에는 한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는데 경완도 아는 얼굴이었다. 나온 얼굴은 바로 위버멘쉬 연구소의 부장 직위로 있다가 총수의 뒤통수를 치고 우라늄 변성 기술과 CN폭탄을 빼돌린 나바하 루롱이었다.

피곤한 표정의 그가 화면 속에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미스터 리.]

[…….]

경완은 굳이 대답할 생각이 없었지만, 이어진 나바하의 말에는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이경완이 아니라면 그 폭탄을 터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기폭장치 같은 것을 손에 들며 위협하듯 말하는 말에 경완의 눈이 가늘어졌다. 놈은 자신이 여기에 올 가능성을 예상하고 저런 모니터를 준비해 놨다. 이경완이 아닌 자라면 폭탄을 터뜨릴 준비를 마치고 말이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놈이 말을 이었다.

[당신이 그가 아니라면 위험하겠지만, 그가 맞다면 핵폭탄쯤은 별문제가 되지 않겠죠. 그러나 제가 바로 기폭장치를 누르지 않은 것만으로 당신에게 매우 상당한 호의를 보이고 있다는 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경완은 초감각으로 핵폭탄의 구조를 파악해 순식간에 해체할 방법을 구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해했다. 요하네스의 말로는 나바하 루롱은 평소에 그를 욕하던 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인상과는 달리 나바하 루롱의 태도는 그리 적대적이지 않았고, 이렇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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