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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323화 (323/367)

무한전생-더 빌런 323화

30-요하네스 발푸기스

“회귀능력?”

“……풉! 푸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하핰!”

경완의 대답에 요하네스는 다시 미친놈처럼 웃어 재꼈다.

그는 한참을 웃더니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면서 말했다.

“역시. 한 번에 맞추시는군요.”

요하네스는 경완이 제시한 답을 인정했다.

회귀능력. 그것이야말로 요하네스의 진정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요하네스는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제가 몇 번이나 회귀했을까요?”

“어…… 아주 많이?”

경완은 그거 외에는 다른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요하네스가 여태 세워온 업적은 한두 번의 회귀로 해냈다고 말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온갖 변수가 발생하는데 요하네스가 일군 성과를 질시하고 탐내는 자들의 방해는 얼마나 많았겠는가?

요하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주 많이 돌아왔습니다. 멸망의 언저리에서, 죽음의 순간에서 회귀한 게 몇 번인지 이젠 세는 것조차 지겨울 정도죠.”

경완을 보는 요하네스의 눈빛이 번들거렸고, 그 눈빛을 본 경완은 나바하가 왜 요하네스보고 미쳤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수도 없이 실패하고 끝없이 회귀해서 이미 겪었던 일과 해냈던 일을 반복한 자의 정신이 온전할 리가 있겠는가?

“대단하시네요. 세계의 평화를 위해 그 고난을 자처하시…….”

경완은 자신의 말을 미처 다 내뱉지 못했다. 요하네스가 별안간 그의 멱살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TSTG를 입고 있었기에 목구멍 가장자리를 붙잡았을 뿐이지만 요하네스의 격렬한 감정 상태를 충분히 표현했다.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내가 원해서 이 미친 짓을 몇천 번, 몇만 번이나 반복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내게 이 빌어먹을 저주를 건 사람이 누군지 알아?! 당신! 바로 당신이라고!”

경완을 노려보는 요하네스의 눈빛은 광기와 증오와 흠모와 존경이 섞인 매우 복잡한 눈빛이었다.

그 말에 경완은 눈을 껌벅였다.

내가 이 사람에게 회귀 능력을 부여했다고? 자신이 능력만 카피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능력을 주입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아니 그보다, 도대체 미래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자신이 요하네스에게 회귀능력을 부여했단 말인가?

경완은 멱살을 잡힌 채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요? 차라리 제가 회귀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었을 텐데?”

한차례 흥분을 떨친 요하네스는 그의 멱살을 놓고 다시 침착해진 어조로 대답했다.

“당신은 이 세상이 멸망하든 말든 관심이 없는 인간이었으니까요. 세상이 엉망이 되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문명이 몰락했을 때 저는 당신을 만났습니다. 당신은 그때 난민들을 이끌고 보호하고 있었죠. 이 얼마나 예측하기 힘든 변덕쟁이란 말입니까? 당신은 세상을 구하기 귀찮아하면서도 한 가닥 동정으로 세상에 희망을 던졌습니다.”

요하네스의 눈빛이 아련해졌다.

“그게 바로 접니다. 그래서 지금도 악몽을 꾸죠.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지옥도 헤쳐나갈 각오가 되어 있냐는 당신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요.”

“막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처럼 No~ 하고…….”

경완은 입을 털다가 살벌한 요하네스의 눈빛에 슬쩍 시선을 피했다.

“당신은 언제나 그랬죠. 세계멸망마저 아주 가벼운 일로 치부해 버립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는가? 경완이 살아온 전생이 몇 개인데, 그중에 아포칼립스는 얼마나 되고 피하지 못할 멸망은 얼마나 많았겠는가?

경완의 경험에 영원한 건 없었다. 무한히 반복하는 그의 무한전생만이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뿐.

경완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음. 아무튼, 그래서 세계멸망을 막아내면 뿅하고 회귀능력도 사라지는 건가요?”

“당신이 약속했습니다. 회귀를 멈춰주겠다고요.”

“저는 기억에 없는데요?”

“당연한 거 아닌가요? 회귀는 제가 했잖습니까?”

경완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한전생자라도 회귀하면 기억이 사라지는 걸까? 혹시 다중 우주론에 의해서 다른 차원에 다른 기억을 가진 자신이 살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이내 그런 잡생각을 털어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쓸데없는 개똥철학에 불과했다. 그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본인이었다.

“그런데 제게는 총수님 회귀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 같은데요?”

“그 능력은 30년 후에 생길 겁니다.”

“그걸 어떻게 장담하세요?”

“당신이 제게 회귀 능력을 부여할 때 그렇게 말했죠. 자신은 변덕스러워서 제약을 걸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요.”

그러니까 요하네스가 세계평화, 적어도 멸망회피라는 사명을 완수하기 전에는 회귀가 멈추지 않도록 안배를 해둔 모양이었다.

경완은 혀를 내둘렀다.

“제가 그렇게 독한 놈이었어요?”

“지금보다 훨씬. 그때의 당신은 인류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누구보다 강하고, 누구보다 성실하고 지혜로웠죠.”

요하네스의 시선이 또 허공을 향하며 아련해졌다. 그가 회귀를 시작하기 전에 만났던 이경완과 지금의 이경완은 많이 다른 모양이었다.

경완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자신이 국회의원 테러 전과자에서 졸지에 인류 최후의 보루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그때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다.”

“별의별 일들이 다 있었죠. 좀비헐크마약같은 초능력 바이오 하자드에, 핵전쟁에, 이상기후와 변이인간 등 인류문명을 위협하는 것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습니다. 인류는 대지와 바다를 잃고 작은 도시에 방벽을 의지하며 생존에 긍긍해야 했죠. 회귀한 저는 그런 위험들을 막아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한 가지 위기를 막으면 다른 위기가 오고, 그것이 다른 위기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며, 종국에는 멸망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나?

“그래서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다는 겁니까?”

“성공에 가까웠던 적은 있었죠. 하지만 그때의 당신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왜요?”

“제가 죽으면 결국 모든 것이 수포 돌아가는 체제였으니까요.”

“독재자라도 되신 모양이죠?”

요하네스는 상큼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때는 참 많이도 죽였죠.”

초능력을 악용, 남용하여 위기를 만드는 자들을 색출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운용하다 보니 어느새 뒤에서 세상을 지배하는 암중권력자가 되어 있었단다.

“아무리 이득은 민영화하고, 손실은 공공화하는 게 현실이라지만 세상이 멸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도 탐욕은 멈추질 않더군요.”

회춘과 불노불사를 연구하기 위해 초능력과 생명공학이 융합되었고, 어마어마한 진보를 일구어냈다. 그런데 그런 진보가 오히려 늙은 부자들을 조바심내게 하였으니, 갖가지 연구윤리가 위반되고, 급기야 바이오 해저드까지 터져 버렸다.

요하네스는 많은 희생 끝에 사태를 수습한 후, 사건의 책임자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아마 초능력 재해로 인해 사회가 혼란해지고 자본의 힘이 약화되지 않았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이번 회귀에서 요하네스가 취한 위버멘쉬의 전략은 그때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세상에 혼란할 때 돈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말이다.

요하네스의 이야기를 들은 경완은 이렇게 대꾸했다.

“그 말은 인간의 욕망을 거세하지 않는 이상 멸망을 막을 수 없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인간의 욕망을 거세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인간의 욕망이 불러올 멸망마저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는 거죠. 위버멘쉬도 이를 위한 건축재료일 뿐입니다.”

“골치 아프겠네요.”

“물론이죠. 한순간에 진행될 일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 영향력을 드리우는 시스템을 짜는 일입니다. 새롭게 패권을 짜는 일인데 어찌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당신에게 물어봤던 겁니다. 세계평화를 위해 나서겠냐고.”

“제 힘을 빌리면 어차피 제가 죽은 후 다시 멸망의 위기가 찾아오는 거 아닌가요?”

“당신의 힘으로 체계를 잡을 생각이지, 당신의 힘에 온전히 의존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 꼼수를 벌였다간 이번에도 이 저주를 끊어내지 못할걸요?”

그는 진지한 눈으로 경완을 보았다.

경완이 피곤한 어조로 물었다.

“그냥 30년 정도 있다가 제가 회귀 능력을 해제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그런 제안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걸 알려 드리죠.”

“……제가 약속을 안 지켰나요?”

“당신은 당신 생각보다 더 변덕쟁이입니다, 이경완 씨.”

경완은 부정하지 못해서 입맛만 다셨다.

* * *

경완은 CN폭탄은 총수에게 넘겨주고, 기술코어는 자신이 챙겼다.

머릿속은 복잡했다. 설마 요하네스 총수가 회귀 능력자일 줄은, 또 자신과 그렇게 깊이 엮여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미래의 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단 말인가?

어차피 영원한 건 없고, 인류와 그 문명 역시 흥망성쇠를 거칠 수밖에 없을 텐데 왜 굳이 회귀 능력 같은 개 같은 걸 요하네스에게 주입했다는 말인가?

그래서 경완은 충분히 요하네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경완 자신도 반복된 삶에 지쳤건만, 무한전생도 아니고 무한회귀라니? 같은 세상을 반복해서, 그 세상이 멸망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사명을 위해 도대체 얼마나 회귀를 했을까?

솔직히 요하네스의 정신이 지금 저 정도 상태인 것도 아주 용했다.

비록 그러한 광기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평양대폭발이라는 참사를 만들어냈지만, 솔직히 요하네스가 죽인 사람이 평양에 살던 사람들이 전부일까?

그의 지시, 방관, 혹은 미필적 고의로 인해 죽어나간 이들은 그가 위버멘쉬를 발족할 때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텐데, 그 수가 과연 평양에서 단숨에 죽은 사람들보다 적을까?

경완은 함부로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밀기 힘들었다. 요하네스의 입장이 아니니까.

확실한 건 그가 침착하게 미쳤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그냥 미친 게 아니라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진 미친놈이었다. 솔직히 진부한 말이지만, 대의를 가진 자와 미친놈은 종이 한 장 차이이기는 했다.

그래서 경완은 요하네스를 두고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냥 미친놈, 아니면 세계멸망을 막기 위해 가시밭길을 걷는 고행자. 둘 중 뭐라고 봐야 할까?

확실한 건 이미 그에게 본격적으로 협조하기로 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고, 미래에 더 많은 갈등과 더 많은 의무를 마주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미래의 자신이 요하네스에게 걸었다는 안배를 생각하면 그렇게 되도록 일부러 해놓은 것 같았다.

내일의 자신에게 할 일을 미룬다는 소리를 들어봤어도 미래의 자신이 과거의 자신에게 할 일을 미룬다는 소리는 경완에게도 신박했다. 도대체 미래의 자신은 머리가 어떻게 된 걸까?

결과론적으로 경완은 요하네스에게 협조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안 그러면 세계멸망급 위기가 찾아온다니 안 그럴 수가 있나?

그래도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마리아 소장을 찾아갔다.

“새로운 초능력을 배워보고 싶다고요?”

“네.”

경완의 요청에 마리아 소장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라도 한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레 심경에 변화가 생긴 이유가 뭔가요?”

“시절이 수상해서요.”

뭔가 대처하기 어려운 세상의 변화가 닥칠 때 역시 믿을 건 본신의 실력밖에 없었다.

“그래서 무슨 능력을 익히고 싶은데요?”

“물성변질 계열 쪽이면 좋겠네요.”

그래서 요하네스에게 돌려주지 않은 기술 코어를 본인이 직접 사용할 생각이었다. 요하네스는 이유도 묻지 않고 흔쾌히 경완에게 기술코어를 넘겨주었는데 그 깊은 신뢰가 무서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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