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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324화 (324/367)

무한전생-더 빌런 324화

30-요하네스 발푸기스

경완이 새삼 핵전력을 확보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세상에는 더하기가 있으면 빼기도 있는 법이니, 우라늄을 핵폭발이 일어나기 쉽게 민감한 상태로 변성시킬 수 있다면 그 반대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경완이 기술코어를 사용하려는 목적은 명확했다. 안티 CN폭탄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경완에게 공격 수단보다는 방어수단이 확보하는 편이 더 유리했다.

마리아 소장은 경완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주었다.

“좋아요. 우리 연구원들을 소개해 주죠.”

그녀는 그동안 여러 물성변질계열의 초능력 연구원들을 모아왔다. 물성변질계열이라는 것도 다양하게 세분화했는데, 대부분이 상변이 계열이었고, 분자결합에 영향을 가하는 능력은 그리 많지도 않았다.

마리아는 그중 가장 노련하고 경험 많은 자를 소개해 주었다.

“인사해요. 김한철이라고 자화 능력자랍니다. 초기 초능력 신소재 공학의 문을 열어주었던 인재죠.”

“반갑습니다.”

김한철은 눈 밑이 시커메져서 경완에게 인사했다.

경완은 그와 악수를 나누고는 다시 마리아와 대화했다.

“자화 능력만으로 충분할까요?”

“경완 씨라면 충분할 거예요. 사실 모든 물성 변이는 결국 S입자가 4대 힘에 어떻게 간섭하느냐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거든요.”

비록 김한철은 물질의 자화에만 특성을 보이지만 경완이라면 그 경지를 넘어 물질변성의 비밀과 원리를 깨우칠 수 있을 거라는 덕담에 경완은 작은 의심이 피어올랐다.

왜 이렇게 근거없이 자신을 믿을까? 혹시 이 여자도?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김한철의 말에 경완은 의문을 뒤로하고 김한철이 보이는 자화 능력 시범에 집중했다. 눈앞의 할 일부터 해치우는 것이 급했다.

김한철은 철편부터 시작해서, 구리, 은, 금, 심지어 유리까지 자석으로 만드는 능력을 차례로 선보였고, 경완은 그 와중에 읽어낸 S입자 구성체의 형태와 발동양상을 면밀하게 기억했다.

그것으로 김한철의 역할은 끝이었다.

“다른 재료에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S입자 형상이 조금씩 바뀌기는 하네요.”

경완은 카피한 자화 능력으로 철편 하나를 자석으로 만들면서 말했다. 아직 김한철처럼 다른 소재를 자석으로 만들려면 좀 더 능력에 대한 이해와 수련이 필요했다.

마리아는 경완의 능력에 눈을 빛내며 말했다.

“경완 씨의 카피 능력이 못 보던 사이에 빠르게 늘어난 것 같네요. 어때요? 다른 능력도 한 번 카피해 볼래요?”

“음…….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그보다 박사님. 의논할 게 있는데요.”

“뭔데요?”

“초능력 공학의 발전이 문명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나요?”

경완은 요하네스와 있었던 이야기는 감추었다. 혹시 마리아 여사 정도의 지식인이라면 혹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없잖아 있었다.

“당연히 있죠. 기술의 발전은 결국 하나의 귀결로 이어지거든요.”

“그게 뭔데요?”

“인간 가능성의 확장이죠.”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가져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확장, 또 하나는 편차의 축소.

이제 누구나 적절한 전기톱만 있다면 나무하나 베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고, 컴퓨터와 프로그램만 있다면 복식부기 장부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지면 개인능력의 편차 역시 줄어든다.

이는 살인이라는 행위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수단이나 능력이 모자라 살인이 어려웠다지만 요즘 같은 시대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 운전면허만 따서 랜터카를 빌린 후 그대로 액셀을 밟은 채 인도로 돌진하면 되니까. 그나마 용기가 안 나면 소주 한 병 나발을 불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되면 된다.

결국 마리아의 말은 원론적이었다. 기술은 기술일 뿐이고, 결국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에게 달린 것.

“그럼 초능력 공학의 위험한 활용을 막기 위해서 강력한 기관이나 단체가 필요해질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경완의 말에 마리아 소장은 미간을 좁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적으로는 달갑지 않지만 세상이 그런 단체를 필요로 할지도 몰라요.”

“왜요?”

“달갑지 않은 이유를 묻는 건가요, 아니면 단체의 필요성을 묻는 건가요?”

“당연히 후자죠.”

마리아 여사가 그런 단체를 달갑지 않게 여길 이유는 너무나 자명했다. 분명 연구 전반에 걸쳐 감시와 간섭이 들어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녀가 대답했다.

“어떤 위험이 발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엄격한 위계적 구조를 가진 책임 구조가 필요해요. 이건 인간 본성에 기반한 논리적인 결론이에요.”

책임자가 없으면 누구도 위험을 막기 위해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 위험이 자기네 담벼락을 넘기 전에는 말이다. 그 위험이 크지 않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문제는 그 위험이 일개 개인이나 작은 시민단체 선에서 관리할 수 없는 규모일 때 더 커진다.

커다란 위험은 모든 이의 담을 무너뜨리기 전에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온갖 소방법과 건축 규제가 있는 것도 이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괜히 국제 원자력 기구 같은 게 있는 게 아니에요. 핵폭탄의 위력은 모두가 실험으로 절실하게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미친놈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핵물질에 대한 엄밀한 국제적 감시망을 짜고, 경제 제재를 가하고, 비난도 하고 하지 않겠는가?

“이는 초능력 공학을 기반으로 발명될 물건에도 똑같이 적용될 거예요. 문제는 인간은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그나마 정신을 차리는 존재라는 거예요.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책을 세우겠죠.”

“소장님은 뭔가 큰일이 벌어질 거라 보시는 건가요?”

“그래요. 아마 바이오 하자드 쪽?”

“설마 우리나라는 아니겠죠?”

“다행히 아니에요. 정청완 중장. 개인적으로 그 사람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제 경고는 아주 잘 귀담아듣더라고요.”

초능력 공학 분야의 선구자로서 그녀는 세계적으로 많은 학자들과 소통이 있었고, 그중에는 위험할 정도로 민감한 이야기도 있었다. 바이오 기술과 초능력의 위험한 결합에 관한 것도 말이다.

다행히 한국은 독재자 정청완 중장이 대기업에 강력히 경고하고 또 따로 감시함으로써 기업들이 불장난하는 걸 막고 있지만, 다른 나라는 글쎄?

“아무래도 미국에서 큰일이 터질 가능성이 높아요.”

“설마요.”

“거기는 로비가 합법이잖아요.”

이미 반쯤 금권정치체제나 마찬가지인 곳이 미국이었다. 마약성 진통제를 ‘합법적’으로 팔아 수많은 중독자를 만든 미국의 제약사들이 초능력 바이오 공학이라는 신세기의 먹거리를 위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것이 뻔했고, 그 발전속도는 그 위험성을 미처 인식하지 못한 제도권의 규제가 닿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이오 해저드가 일어날 일이 확률에 불과하다면 미국에 설치된 충분한 연구 인프라는 사태 발발을 일으킬 촉매에 불과했다.

요하네스는 마리아 소장의 추론을 알고 있을까?

뭐, 생각이 있겠지.

경완은 어깨를 으쓱하고 마리아 소장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렇군요. 조언 감사합니다.”

“그냥 집에 가게요?”

“연습은 집에 가서 해도 되잖아요?”

“그러지 말고 여기서 하고 가요.”

“1시간만 할게요.”

“오케이.”

경완은 마리아 소장의 성의를 생각해서 차마 귀찮다고 매정하게 뿌리칠 수 없었다. 그래서 각종 장치가 있는 방안에서 몇 번이나 자화 능력을 사용해야 했다. 이거 해봐라 저것도 해봐라라는 그녀의 주문에 따라 자화 능력을 사용하면서 말이다.

약 한 시간 뒤 집으로 돌아온 경완은 사람 머리통만 한 컨테이너 박스를 챙겨서 마당으로 나왔다. 박스 안에는 그가 챙겨온 기술코어가 들어있었다.

경완은 바로 기술코어를 사용했다. 기술코어 안에 있던 S입자 구성체가 손끝으로 빨려 들어오면서 머리에 선명한 이미지를 남겼다. 초능력을 사용하는 감각을 전달하는 그 작동 방식은 기억을 전달하는 정신계 능력과 비슷한듯하면서도 달랐다. 마치 어떤 모양을 가진 자를 대고 윤곽선을 따라 그리는 느낌이랄까?

경완은 비어버린 코어를 면밀하게 살폈다.

S입자 구성체를 보관하던 미세한 잔재의 흔적은 코어에 신비로운 무늬를 드리웠다. 그것은 마치 오팔과 같은 느낌을 주었지만 광물이라는 느낌보다는 막 식각이 끝난 반도체의 표면 같은 무늬가 일정하게 나 있어서 마치 미래 기술로 가공된 물건처럼 보였다.

경완은 상자에 코어를 도로 보관하고는 손가락만 한 길이의 유리관을 꺼냈다. 입구를 녹여서 봉인한 유리관 안에 작은 금속 조각이 들어있었는데, 그것은 열화우라늄이었다. 그의 우라늄 변성 능력을 시험할 훈련도구였다.

우라늄 변성을 시도해본 그는 어렵지 않게 그 일을 성공하고는 왜 물성변질 계열의 능력자가 기술 코어를 사용해야 그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물성변질 능력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S입자의 고정 원리는 그 계열의 능력을 가지지 않은 이는 깨우치기 매우 복잡한 난해했기 때문이다.

경완도 자화 능력을 카피해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감이 왔지, 그런 거 없이 기술 코어를 먼저 사용했다가는 아마 한동안 어떻게 능력을 사용해야 하는지 몰라서 헤맸을 것이다.

그는 변성에 성공한 열화우라늄에 가우스 계수기를 가져갔다. 띡띠리리릭 요란한 소리와 함께 숫자가 치솟았다. 이는 효과적으로 변성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우라늄 238이 우라늄 235만큼이나 핵분열에 민감해진 것이다.

그는 유리관을 납 케이스에 집어넣었다. 이제 이것을 원래대로 돌릴 수 있게 되면 CN폭탄 대처법의 주춧돌은 놓았다 할 수 있었다.

경완은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힘을 써야 할 때가 올 그날까지 조용히 본신의 능력을 향상시키며 미연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마냥 좋게 돌아가는 것 같진 않았다.

“난리가 났네. 오빠. 뭐 아는 거라도 있어?”

경완은 고개를 저으며 뉴스를 보았다. 뉴스에는 한 가지 소식이 속보로 나오고 있었는데, 바로 위버멘쉬의 내분이었다.

놀랍게도 위버멘쉬 아메리카가 내분의 주축이 되어서는 위버멘쉬 본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지부를 운영하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그 명분은 위버멘쉬 총수인 요하네스 발푸기스의 비밀주의적인 운영과 견제 없는 막강한 권한이었으며, 여기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에 있는 지부 몇 개가 참여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유럽지부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일어났다. 중심 내용은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것들, 위버멘쉬의 노하우를 빼먹고 권리만 누리려는 기회주의자이란 비난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위버멘쉬가 양분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았다. 러시아, 인도, 아프리카 등의 상당수 지부들은 말을 아낀 채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아무튼, 미국 위버멘쉬가 주축이 되었다는 소식에 경완의 머리에는 마리아 소장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이 모든 일이 그저 우연일까?

경완은 묵묵히 수련에 열중하며 사태를 지켜봤다. 자화 능력은 또 한 편으론 뉴트럴 재머의 중화 영역에 대한 대항책도 될 수 있었고 새로운 기술에도 응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연습했다.

그의 머릿속엔 염동력과 중력 제어, 자화 능력 등을 이용한 기술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사라졌다. 떠올린 발상 중에서 효율적이고 익히기 쉬운 테크닉을 확인하는 건 경완의 몫이었다.

그런데 위버멘쉬 아메리카가 전미 초능력 협회와의 통합 계획을 발표하는 뉴스가 나온 다음 날, 경완은 김준의 방문을 받게 되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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