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전생-더 빌런 330화
30-요하네스 발푸기스
경완이 마리아 소장으로부터 초능력 연구 감찰에 필요한 지식을 배우는 동안 미국도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네바다 사건에 책임이 있는 거대 제약 회사 회장이 기소되었고, 회사에는 피해복구를 위한 막대한 비용이 청구되었다. 그리고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초능력 연구 감시법이 통과되었다.
오직 정부의 허락을 받은 기업이나 연구소, 연구인원만이 초능력 공학을 연구할 수 있으며 동시에 주기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는지, 그 연구가 어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지 감찰받아야 한다는 법이었다.
위대한 자유주의의 아메리카 정서상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법이었으나 상황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어째서 네바다 주에서 버섯구름이 4번이나 피어올랐는지, 도대체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건을 수습했고, 수습하지 못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가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대중은 공포를 느꼈다. 사건이 일어난 곳이 네바다의 허허벌판이라 망정이지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니, 그 전에 네바다에서 수습하지 못했다면 최소한 미국의 국토에 막대한 피해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소리 아닌가?
그런 공포야말로 대중을 움직이는 연료였고, 평소의 미국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규제안이 통과되었다.
당연히 기업들은 반발했다. 초능력이야말로 신세기의 먹거리인데 이렇게 강력한 규제 하에서 어떻게 연구 성과를 낼 수 있겠냐고 말이다.
초능력 코인에 올라탄 기업들은 다른 나라에 원천 기술을 빼앗겨 미국의 국익과 패권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며 여론전을 펼쳤지만, EU를 비롯한 서방국가에서 미국 정부의 규제안에 깊이 공감한다며 아예 국제적으로 위험한 초능력 연구를 규제할 기구를 출범시키자는 제안을 공식적으로 해오자 기업 편에서 국익을 부르짖는 여론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렇게 국제 초능력 연구 감시 기구 설립안이 유엔에 상정되었다.
[어떻습니까?]
“이러려고 정청완 중장에게 그런 조언을 내민 거예요?”
요하네스의 물음에 경완이 반문했다.
이 모든 일들이 진행되는 동안 경완은 마리아 소장으로부터 기본 지식을 배운 후 초능력 연구 윤리 감사실의 현장팀으로 일했다.
일하면서 느낀 것은 세상엔 참 미친놈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하지 말라면 좀 하지 말지 마치 초능력 기술이 신세기의 유일한 엘로라도인 것마냥 탐욕에 젖어서 별의별 짓을 다 했다.
일단 헬라 세포에 S입자 주입하는 실험은 네바다에서의 교훈을 통해 엄밀한 가이드라인이 주어졌다고 해도, 인공수정란에 S입자를 주입해 선천적 초능력자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또 뭐란 말인가?
사실상의 생체실험이나 마찬가지라서 지들도 찔렸는지 ‘초능력 아기를 원하는 부부들을 위한 시술’이라고 포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입을 맞추기 위해 부부들에게 몰래 주어진 금품이나 각종 혜택 등이 있었다.
또한 S입자를 주입한 수정란을 자궁에 심은 건 물질적 대가를 받은 부부만이 아니었다.
결혼 생각은 없지만 아이는 가지고 싶다는 독신주의자들도 있었고 심지어 돈은 원하지만 위험은 감수할 수 없다는 생각에 대리모를 구한 부부도 있을 정도였다.
당연히 이러한 배아 연구는 난자 기증 등의 문제도 있었고 심각한 연구 윤리에 부딪혔기 때문에 공권력의 철퇴를 맞았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는 일에 초능력 변성과 변질을 이용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쇼콜라, 크로와상, 마카롱 등을 개발하던 이들이 있었다.
건강기능식품인 만큼 제약분야 같은 엄격한 규제가 없었지만, 다행히 초능력을 적용했기 때문에 초능력 연구 윤리 감사실의 감시망에 걸리게 되었고 엄격한 동물실험을 강제당했다.
그 결과는 개발하던 상품의 전량 폐기. 왜냐면 초능력으로 변성되어 흡수가 어려워진 당과 탄수화물은 심각한 대사 장애를 일으키는 독극물이었기 때문이다.
경완이 하지 말라고 해도 굳이 하는 등신들과 나는 괜찮을 거라는 근자감 가득 찬 야심가들이 얼마나 사회와 세상에 민폐를 끼치는지 새삼 실감하는 와중에 청와대에서 제안이 왔다. 국제 초능력 연구 감시 기구(International Agency for the Monitoring of Superpower Research :IAMSR)에 파견 가는 걸 어떻게 생각하냐고 말이다.
경완은 그 제안에 요하네스가 생각났고 전화를 걸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받았다. 그리고 들을 수 있었다. 경완이 한국의 초능력 연구 윤리 감사실에서 일하도록 정청완 중장에게 조언한 것은 그에게 IAMSR에서 일할 수 있는 경력을 쌓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걸.
[IAMSR은 국제적인 권력 기구가 될 겁니다. 적어도 초능력을 활용하려는 기업이나 단체에 있어서는 위협적일 정도로 영향력 있는 기구가 되겠죠.]
이를 위해서 아직 독립하지 않은 위버멘쉬 지부를 분할해서 IAMSR 산하에 집어넣는 짓도 하고 있는 게 요하네스였다.
그건 각국의 정치인과 국제기구의 유력자에겐 이젠 사조직이 공적인 권력까지 손에 쥐려고 하겠구나라는 위협으로 느꼈다.
하지만 방해할 순 없었다. IAMSR은 선진국에겐 후진국의 초능력 연구를 방해할, 한 마디로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기에 정말로 유용한 도구였으니까.
그래서 선진국들은, 특히 미국 등은 위버멘쉬가 IAMSR의 설립에 투자하는 만큼 자신들도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그만큼의 지분을 확보하고 발언권을 얻어서 위버멘쉬, 아니 발푸기스 총수 마음대로 IAMSR이 휘둘리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