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331화 (331/367)

“그래서 제가 필요하다?”

[경완 씨가 IAMSR의 장악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목적을 위해 IAMSR이 필요한 겁니다. 이 국제기구를 장악하면 우리의 길을 더 쉽고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더 쉽고 편하게라……. 경완이 좋아하는 말이기는 했지만 거기서 벌어질 파벌과 알력과 권력 다툼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 왔다.

그런 경완의 우려를 들은 요하네스는 너무 미리 걱정한다고 다독였다.

[막상 가보면 그리 우려할 일은 없지 않을까요? 누가 단신으로 중국 공산당을 몰락시킨 초능력자를 무시하겠습니까?]

“제가 갈 곳이 양아치 집단인가요? 힘이면 다 되게?”

[오히려 힘이 있으니까 명분을 만들기 쉽죠. 그리고 IAMSR의 특징상 힘을 써야 할 곳이 많을 테니 강한 사람이 존경받고 대우받는 게 당연해질 겁니다.]

“……일이 빡셀 거라는 소리로 들리는데요.”

[네. 일은 빡셀 겁니다. 인간의 악의와 탐욕은 영화나 드라마를 능가하거든요.]

“…….”

귀찮다. 막 귀차니즘이 내면 깊숙한 곳에서 피어올랐다. 하지만 이어진 요하네스의 요청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힘드셔도 경완 씨 외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군요.]

“예~ 예. 알겠습니다.”

여기서 귀찮다고 뻗대다간 그간의 고생이 다 헛고생이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경완은 한국 초능력 연구 윤리 감사실에서 국제 초능력 연구 감시 기구(IAMSR)로 소속을 옮겼지만 당장 할 일은 없었다.

IAMSR는 전 세계적인 감시 기구이니만큼 여러 민감한 쟁점과 난관이 있었다.

그 난관 중 하나가 중국이었다.

공산당이 붕괴된 이후 중국은 지독한 몸살을 앓았다.

경완이 중국 공산당과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라는 걸 천명하고 그걸 몸소 실천한 이후 중국의 차세대 리더가 되고자 하는 야망가들은 공산당체제를 버려야 하나 고민했다.

공산당체제를 쉽게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인민 통제와 관리를 위해 지방과 사회 구석구석 파고든 공산당조직 때문이었는데, 이를 포기한다는 건 정치적으로 맨땅에서 다시 시작하는 모험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산당체제를 이어받는 것 역시 모험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경완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는 ‘니가 빨갱이 두목이라며?’라는 소리와 함께 목을 댕겅 자르고 가버릴 위험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혼란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싹틀 기회였지만 중국 대륙에는 천안문 사건 이후로 그런 싹을 틔울 씨앗 자체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나? 전 세계엔 화교도 있었고 중국 공산당의 숙청을 피해 도망간 민주인사들도 있었지만, 그들이 중국 땅에 무슨 기반이 있기에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리겠나?

오랜 공산당의 지배는 그렇게 철저하게 공산정권의 위협이 될 만한 정치세력의 기반을 초토화했고, 결국 중국 땅에 남아있는 정치세력이라고 한다면 경완의 참수 작전 대상에서 벗어난 지방 군벌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지방군벌이 어떻게 알았는지 UN에 각자 유엔 대사랍시고 사람을 보내왔다. 특히 안전보장이사회에 각자 상임이사국의 권리가 있다고 난장을 피웠다.

물론 조각난 것이나 다름없는 중국의 상임이사회 권리를 인정할 나라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절차적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었으며, 나름 계산기를 안 두들기는 것도 아니었다.

중국의 재통합을 원하는 나라는 없었다. 중국으로부터 패권을 도전받던 미국은 물론 이고 이웃인 러시아도 그러하며 약속과 다르게 홍콩의 자주성을 침해당하는 모욕감을 느낀 영국 등도 그러했다.

또한 중국이 막대한 돈을 빌려준 나라들 역시 이대로 중국이 분열된 채 중화인민공화국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나라가 등장하질 않기를 바랐다. 돈 빌려준 놈이 사라지면 돈 돌려줄 이유도 없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았을 때 중국은 분열된 적이 거의 없었다. 설사 분열되었더라고 끝내 거대한 통일 국가를 이루었다.

다시 말하자면 전국통일, 동아시아의 거대 패권국이란 용어는 중국인의 영혼에 각인된 정체성이나 마찬가지였고, 거기다 대고 중국의 분열을 획책한다고 하더라고 그리 효과가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괜히 어설프게 손댔다가 그것이 중국인의 민심을 자극해 중국의 통합만 촉진하는 것은 아닐까란 우려마저 있는 것이다.

상임이사국 지위를 박탈하는 문제가 그러했다.

중국의 상임이사국 지위를 보존하면 언젠가 그 상임이사국 지위를 확보한다는 명분이 중국 재통일의 촉매가 될 수 있었고, 그렇다고 상임이사국 지위를 박탈하려고 회원국의 투표 등을 진행하는 것도 중국인의 마음에 중국 재통일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상임이사국 지위는 막강한 권한이 있는 자리였기에 이미 없어진 중국 공산당 정부의 상임이사국 지위는 섣불리 손대기 어려운 문제였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안보리의 승인이 필요한 국제 초능력 연구 감시 기구(IAMSR) 안건은 표류했다. 중국의 상임이사국 지위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문제인식이 공유된 것이다.

이때 요하네스가 아이디어를 냈다. 중국의 군벌이 보낸 인사들을 따로 묶어서 표결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기존 중국이 가지고 있던 상임이사국의 표결 가부 결정을 그들이 다시 표결해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상임이사국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과연 그치들이 그렇게나 평화롭게 합의에 이를까?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이 방안을 환영했고, 국제 초능력 연구 감시 기구 안건은 유엔을 통과했다.

요하네스는 일이 이렇게 돌아간 배후에 자신이 있다고 경완에게 자랑했다.

[분열된 군벌이었기에 모두를 설득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과반표만 확보하면 되는 일이었다나?

“설득은 어떻게 했는데요?”

[다행히 중국의 각 파벌은 이경완 공포증을 앓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했죠.]

“무슨 공포증이요?”

[언젠가 자신들의 목을 따러 경완 씨가 올지도 모른다는 공포요.]

“중국군이 공산당의 주구이기는 하지만……. 거기까지 대가리를 따버리면 얼마나 대가리를 더 따야 하는지 답이 안 나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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