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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340화 (340/367)

무한전생-더 빌런 340화

31-빅브라더

경완이 물었다.

[중동의 무슨 일이기에 제 도움이 필요한가요?]

[어렵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이죠.]

그 대답에 경완은 미간을 찌푸렸다. 3D 업무?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것까지는 어떻게 해보겠는데 더러운(Dirty) 건 좀 싫었다.

예전에 노숙생활 할 때도 최소한의 위생은 챙겼던 그가 아니었던가?

[더러운 일인가요?]

[네. 어떤 의미로는요.]

루카스가 이어서 말하길, 물리적 의미로 더러운 일은 아니었다.

[중동에서 저희를 IAMSR을 반기는 세력은 없습니다.]

그나마 사우디가 협조적이지만 그건 초능력으로 인해 오일 파워가 약해질 것 같아서 일단 상황을 살피는 거지 심정적으로는 반 유엔, 반 IAMSR 세력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게 루카스의 판단이었다.

아무리 석유를 쥐고 있다고 하더라고 초능력 연구로 패권을 쥐고 있는 기존 서방 국가를 따라잡고 싶은 마음이 없을 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저지를 수 있는 이가 필요했죠.]

[권력이라면 사우디 왕가도 포함인가요?]

[네.]

[이야…….]

딴 건 몰라도 사우디 왕가에 밉보이면 골치 아플 텐데 진행하겠다고 하는 루카스의 패기와 정확한 인선에 경완은 감탄사를 흘렸다.

하긴 지금 지구에서 사우디 왕가에게 밉보일 배포를 부릴 수 있는 인물을 꼽으라면 이경완이 아닐까?

중국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보고서도 과연 그를 대놓고 적대할 수 있다면 대단한 담력이었다.

아마 경완이 도대체 얼마나 간이 큰지 궁금해서 배를 갈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걸 읽어보시는 게 나을 겁니다.]

경완은 루카스가 내민 서류를 읽어보았다.

내용은 경완이 예상했다시피 이란에 관련된 것이다.

아랍권의 대표적인 반미국가인 이란은 미국과 서양 세력의 초능력에 사활을 걸고 있달까? 당연히 IAMSR이 활동할 건수가 많지만, 이란이 IAMSR 관련자의 입국 허가조차 내주지 않고 있단다.

경완은 서류를 확인하고 대답했다.

[이건 사고가 터지고 나서 수습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만?]

[하지만 그러면 많은 희생이 나오잖습니까?]

[원래 지가 좆되보기 전에는 도와줘도 고마운 줄을 모르는게 인간이에요.]

[제가 알기로는 IAMSR이 그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 창설된 걸로 압니다만…….]

루카스가 미간을 좁히자 경완이 대꾸했다.

[악의적으로 피해를 만들거나, 무지해서 피해를 일으키는 거랑 결과는 비슷하거든요. 넓은 범주로 보면 제재대상들이죠.]

[그럼 도와주시지 않을 겁니까?]

[도와는 주겠죠. 하지만 그건 IAMSR 아프리카 지부를 돕는 거지, 자기들 무덤이나 파고 있는 병신들을 도와주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불량학생 계도하는 학생주임 같은 짓거리는 사양이었다. 그 짓도 최소한의 직업의식 정도는 있어야 할 수 있는데, 경완이 이란에 무슨 애정이 있으랴?

인류애? 그가 요하네스를 도와 세계평화에 힘쓰는 건 오직 그와 미연을 위해서일 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루카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칠 겁니다.]

[그걸 우리 책임으로 만들지 말아요. 우리는 충분히 할 일을 하고 있으니까. 사건이 터졌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개입하는 것만으로 고마워해야 할걸요?]

그는 이어서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확실히 그의 웜홀 능력을 이용하면 누구보다 따르게 사고에 개입해서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동 지점에 워프 마커를 설치할 필요가 있었다.

[이란에서 입국을 금지할 겁니다.]

[굳이 허락받을 필요가 있나요? 들키지 않으면 되죠.]

루카스는 계획을 들은 허점을 짚어보려고 했지만 경완의 막무가내에 밀리고 말았다.

아니, 막무가내는 아니었다. 경완은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 자였으니까.

그는 루카스의 표정을 살폈다. 보아하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계획을 수용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경완이 확실히 하고자 말을 이었다.

[어때요? 제 계획이.]

[그 방법 말고 협조할 생각은 없습니까?]

[소를 물가에 끌고 가도 억지로 마시게 할 방법은 없어요.]

아무리 좋은 걸 권해봤자 당사자가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는 소리였다.

루카스로서는 경완과 타협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 * *

“빨리 왔네?”

미연의 말에 경완은 자신의 일정을 되돌아보았다. 나이로비 공항에서 연락한 뒤에 이주만인가?

“화났어?”

“아니 화 안 났어. 죽었는지 살았는지 이주만에 알았지만 화 전혀 안 났어.”

100% 화났다.

경완은 난감했다. 이런 화법은 굳이 여성이 아니라더라도 상대하기가 곤란했다.

화났어? 이러면 화 안 났다고 화내고, 화 안 났구나 하면 진짜 화를 내고.

이럴 때 상책은 모르는 척 슬쩍 화제를 돌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 돌려야 하는 화제는 상대방의 귀가 솔깃한 화제를 꺼내야지, 쓸데없이 골치 아프거나 듣기 싫은 화제를 꺼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자기 요즘 활동하느라 바쁘지?”

저번에는 드라마, 이번에는 음반 활동이다.

“날씨도 좋은데 오랜만에 섬에 캠핑하러 갈까?”

“날씨 흐린데 무슨 소리야?”

그제야 밖을 본 경완은 거실 창밖으로 곧 비가 올듯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얼른 휴대폰으로 날씨를 검색했다.

“섬은 맑다는데?”

그 뻔뻔할 정도로 태연한 대꾸에 미연은 그만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두 사람은 부랴부랴 간단히 캠핑 용품을 챙겨 간만에 미연 소유의 섬으로 이동했고, 그녀는 아무 것도 안하고 경완의 시중을 받으며 해변을 감상했다. 일은 그의 초능력이 해결했다.

기분 좋게 푹 이완해 있던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

“도대체 뭘 했기에 연락을 이주일씩이나 안 해?”

“바빴지.”

이란에서 사고가 터지면 즉시 투입되기 위해 사고 예상 지점 근처에 웜홀 마커를 심어두느라.

웜홀 마커를 설치하면 그걸 유지하기 위해 S입자가 지속적으로 소모되기 때문에 마구 설치할 수 없어서 설치 장소를 신중히 정해야 했다.

하지만 이란 땅이 그리 작지 않았고, 사고 예상 지점, 루카스가 감찰이 필요하다던 지점들 사이가 꽤나 떨어져 있어서 경완은 생각보다 강행군으로 움직여야했다.

미연은 그의 설명을 듣고는 놀라서 눈을 껌벅였다.

“사고 나기 전에 오빠가 그냥 가서 밀어붙이면 안 돼?”

“지들 잘 되라고 해도 좋아할 리가 없잖아. 좋은 일하고도 욕먹기는 싫어.”

“자칫하면 지구가 멸망한다며?”

“그전에 수습하려고 밑작업을 치고 온 거야. 말 안 듣는 문제아도 반성 좀 시키고.”

미연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걱정을 완전히 놓아버리진 못했는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잔잔한 파도를 보았다.

그런데 뭔가 전자음 같은 알림음이 나서 고개를 돌렸다. 경완이 위성전화를 확인하고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짐작이 된 그녀는 한숨을 소리 없이 푹 내쉬며 물었다.

“일?”

“어.. 그렇지.”

“오빠가 안 가면 큰일 나겠지? 그럼 어쩔 수 없네.”

경완은 무안한 기색으로 되물었다.

“왜 하필 이럴 때 사건이 발생한 걸까?”

“사고가 언제 예고하고 일어난데?”

징조는 있어도 언제인지는 알 수 없는 게 사고였다.

경완은 그녀에 미안했지만,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고 얼른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미안했지만 그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금방 처리하고 올게.”

“어련히 알아서 하겠어?”

경완은 사건의 원흉에 대한 짜증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웜홀을 열었다.

가장 먼저 갈 곳은 연락을 넣은 루카스의 사무실이었다. 그런데 루카스는 누군가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문을 닫아뒀는데도 누군가 등장하는 인기척에 말다툼을 멈추고 시선을 돌려 경완을 발견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What’s up guys?”

그 말에 루카스와 말다툼을 벌이던 남자는 루카스와 몇 마디를 더 하더니 경완의 눈치를 살피며 방을 나갔다.

경완은 옆으로 물러서 길을 열어주어 그 남자를 나가게 한 후에 루카스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사건이 터진 걸 알고 계실 겁니다.]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The rock broke. 그가 받은 문자로, 사전에 이란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내기로 약속된 메시지였다.

[정확히 어떤 사건입니까?]

[말로 설명하기 어렵군요. 이걸 보시죠.]

경완은 루카스가 넘겨준 태블릿에 담긴 영상을 확인했다.

드론 시점에서 찍은 영상이었는데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길거리에 군중이 남녀노소 없이 넋을 잃은 표정으로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이 마치 좀비 아포칼립스를 연상시켰다.

그들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진짜 좀비 사태가 벌어진 줄 알았다. 달릴 수 있는 스피드 좀비로 이루어진 좀비 아포칼립스 말이다.

하지만 멀쩡한 사람을 붙잡은 유사 좀비들은 눈을 까뒤집고 입을 크게 벌린 채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그들에게 둘러 쌓여있던 일가족들의 공포에 질린 표정이 점차 무표정하게 변하더니 마침내 그들과 같이 변해버렸다.

멍한 얼굴로 좀비처럼 터벅터벅 걸어 무리에 합류하는 일가족의 모습이 정말 좀비 아포칼립스 같았다.

[다른 사람은 뭐라고 하던가요?]

경완이 IAMSR의 지원실이라든지 본부 등의 씽크탱크 등을 언급하자 루카스가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인지 분석중이라는군요.]

하지만 이내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건 시간을 끄는 겁니다.]

[무슨 시간을 끌어요?]

[저 사태에 개입할 시간을요.]

IAMSR이 비록 사후 처리를 위한 조직은 없지만 유엔에 유엔군 투입 등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유엔의 의사결정이 느리면 자체적으로 사고처리반도 꾸릴 수 있었고.

하지만 사고의 원인과 수습 방법을 모르는 한 본부로부터 사고처리반 모집 허가는 떨어지지 않는다.

[원인은 자명합니다. 사태의 시작점엔 이란의 비밀 군사 시설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마인드 웨폰을 개발 중이라는 정보도 이미 입수했었고요. 그렇다면 정신계 능력 저항 장비를 도입하면 충분히 사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계 능력에 위협을 느낀 부자들과 권력자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정신계 능력 저항 장비는 꾸준히 거액의 투자금액이 몰렸고, 효과가 꽤 괜찮은 저항 장비가 나왔다.

비록 그 모습이 ○블 코믹스의 자기장 사용하는 빌런의 헬멧과 비슷한 모양새라고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늦추는 거죠?]

[이란의 공식적인 협조 요청이 오기 전에는 개입이 힘들다더군요.]

[누가요?]

[IAMSR 본부에서요.]

IAMSR 본부는 뉴욕에 있었다. 유엔 사무국 본부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경완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다른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이란을 길들이려는 지렛대로 삼으려는 모양이죠?]

IAMSR의 창설은 서양 기독교 세력의 음모라며 강하게 반발했던 나라가 이란이었다. 그래서 루카스는 경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개연성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사태가 과연 정치적인 이유로 시간을 끌어도 좋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물어보죠.]

[누구에게요?]

[있어요. 도○에몽 같은 사람이.]

세계 평화를 위해, 아니 본인의 죽음을 위해 세계 평화에 힘써온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회귀자가 말이다.

요하네스는 경완의 연락을 받고는 상황을 단순화했다.

[오버마인드 사태의 일종입니다.]

[정확히 어떤 일이죠?]

[정신계 능력의 폭주로 일어난 일이죠. 마인드 웨폰이라고 했나요? 그걸 개발하려고 정신계 능력자를 이용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죠.]

오버마인드. 인간의 뇌가 패스로 죄다 연결되어 의식이 하나로 녹아버려 군체의식이 되어버리는 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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