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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341화 (341/367)

무한전생-더 빌런 341화

31-빅브라더

스피커로 듣고 있던 루카스가 급히 물었다.

[신속하게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군체의식이 발달하면서 마침내 자아를 얻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인류는 종으로서 존속할 수는 있어도 정신적으로는 멸망상태가 되죠.]

오버마인드는 계속해서 인간의 정신을 연결해서 스스로를 확장하고 진화하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오버마인드의 숙주, 혹은 초정신체의 그릇으로 전락한다.

그 의미를 깨달은 경완이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인간이 개미처럼 되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루카스가 급히 끼어들었다.

[그럼 이럴 게 아니라 빨리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직 시간은 있습니다.]

요하네스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직은 그저 정신계 능력의 폭주로 수많은 이들의 정신이 연결되어 집단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일 뿐이라고.

오버마인드가 자아를 자각하는 트리거는 이 집단이 식인을 시작할 때였다.

숙주인 인간들은 살아 있어야 했고, 주변의 식량을 축낸 숙주가 식인을 해야 할 정도로 생존 여건이 악화되면 그 숙주에 기대야 존재할 수 있는 이 집단의식의 생존본능이 자극받아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며 자아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미 패스로 연결된 인간들의 기억과 지식이 여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루카스는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해도 문제 아닙니까? 저렇게 정략적 이유로 시간을 끌게 되면…….]

[다 자신이 있어서 그러는 겁니다. 사태를 확실히 제압할 수 있는 특효약은 이미 준비해 봤거든요.]

[그게 뭡니까?]

[경완 씨는 아시겠죠?]

[그쵸.]

자신에게 질문의 화살이 돌아오자 경완은 간단히 대답했다.

오버마인드. 정신계 능력의 폭주로 만들어진 집단의식.

왠지 거창해 보이지만 약점이 너무 뚜렷해 보였다. 바로 초능력을 무효로 하는 중화 영역 말이다.

오버마인드의 존재 원리가 결국엔 정신계 초능력에 기대고 있으니 그 초능력을 무효화할 수 있는 싸이킥 재머 장비가 있으면 저 사태는 확실히 제압할 수 있었다.

대답을 한 경완의 머리에는 그래서 스쳐 지나가는 가설이 있었다.

[혹시 IAMSR 본부에서 이 사태에 대한 안건 처리가 지지부진한 건…….]

[하하. 경완 씨. 옆에 루카스 씨가 듣고 있잖습니까?]

요하네스의 말에 경완은 루카스를 보며 물었다.

[입 다물어 주실 거죠?]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면요.]

그러자 요하네스가 말했다.

[알게 되면 루카스 씨는 저희와 같은 배를 타는 입장이 되는데요?]

[같은 배를 타면 어떻게 됩니까?]

[마음대로 못 내리죠. 마음대로 내렸다간 눈앞의 경완 씨가 가만히 계신다고 해도 제가 가만히 안 있을 거랍니다.]

루카스는 경완의 표정을 살폈다. 결정을 내리기 위한 단서를 찾고자 하는 기색이었지만 경완은 어깨를 으쓱했다.

루카스와 요하네스 사이의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의사표시에 루카스는 입술을 꾹 닫고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받아들이죠.]

[좋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요…….]

일의 시작은 CN폭탄의 존재가 각국 상층부에 알려지면서부터였다.

아무리 위버멘쉬에서 CN폭탄의 유출을 막았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아무리 위버멘쉬가 거대한 조직이라고 할지라도 일개 사조직이 핵폭탄을 만들어 냈다는 것 자체는 핵보유국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그러했다.

그들은 CN폭탄을 개발한 위버멘쉬를 강력히 제제할까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이내 깨닫고 말았다.

굳이 위버멘쉬가 아니더라도 초능력 공학이 활발하게 활성화되면 CN폭탄 같은 것이 개발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이다.

솔직히 우라늄 매장지는 전 세계에 걸쳐 있었고 CN폭탄의 재료인 우라늄 238은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미군이 쏘는 열화우라늄탄만 해도 그 수량이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그래서 그들은 전 세계적으로 초능력 공학의 현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때가 아니면 그럴 기회가 없다는 것도 말이다.

이런 서양 세력의 의도에 가장 어깃장을 놓았을 가능성이 높은 중국은 현재 분열 상태였고, 러시아는 다행히 전격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핵으로 벼랑끝 외교를 펼치던 북한도 소멸했으니, 그 외에 다른 나라는 경제, 외교, 군사 등으로 얼마든지 압박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마침 이란에서 일이 터졌네?

이번 기회에 서양 세력을 아랍 세계에 강력히 경고하고자 했다. ‘우리에게 협조하지 않고 괜히 욕심을 부리면 이란처럼 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위해서라도 이란은 이번 사태에서 철저하게, 그리고 거대하게 피해를 볼 필요가 있었다.

마침 사태를 진압하기에 적절한 기술과 장비도 이미 있었고 말이다.

루카스가 물었다.

[발푸기스 씨. 당신은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있었습니까?]

[반드시 일어난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다만 언제고 일어날 거라는 가능성은 매우 높게 보고 있었죠. 인간은 탐욕스럽고 어리석은 존재거든요.]

루카스의 물음은 요하네스를 의심하는 말이었고, 요하네스의 대답은 그것을 부정하는 말이었다.

요하네스가 말을 이었다.

[루카스 씨. 당신이 저를 의심할 나름의 이유가 있겠죠. 저도 절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굳이 제가 수작을 부려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그리 현명하진 않았더군요. 그냥 놔둬도 스스로 무덤을 파니 제가 좋아해야 할지 미워해야 할지 아리송할 지경입니다.]

현명한 자들이었다면 탐욕에 젖어 위험한 짓을 하진 않을 것이다.

물론 리스크와 리턴을 나름대로 계산해서 결정한 일이겠지만, 요하네스 입장에선 틀린 계산임이 분명했고, 그것만으로 현명함과는 거리가 먼 인간들이었다.

[아무튼 루카스 씨와 경완 씨가 같이 있는 걸 보니 이란에 사건이 일어났을 걸 대비했나 보죠?]

[네.]

[아주 잘됐네요. 그것까지 고려해서 이쪽에서도 준비를 하도록 하죠. 경완 씨 덕분에 이동 소요에 들어갈 시간과 예산을 대거 아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하하하.]

요하네스도 경완의 웜홀 능력을 알고 있었고, 루카스와 경완이 한 사전작업이 무엇인지 이미 추측한 상태였다.

루카스가 요하네스와 같은 배를 타기로 하자 루카스의 계획과 작전은 폐기되었고, 경완은 뻘쭘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왜 벌써 와?”

휴가 내고 섬에 갔다가 경완에게 일이 생겨서 집에 있게 된 미연은 그가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귀가하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경완은 볼을 긁적이며 대꾸했다.

“응.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라고.”

“뭐어?”

미연은 경완으로부터 기밀인 이야기도 다 들었기 때문에 그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경완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무슨 배경이 있는지 이해되어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래도 여전히 표정은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녀에게 저기 높으신 분들의 계획과 의도는 마치 세계 평화를 담보로 한 도박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경완이 그런 그녀를 달래고자 자신감 있게 말했다.

“걱정 마. 내가 있잖아.”

“수습을 한다고 오빠가 더 위험한 일을 한다는데 내가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어?”

아……. 그런 이야기구나.

경완은 자신에 대한 미연의 마음을 잠시 과소평가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죄책감을 감추고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꺄악! 뭐 하는 거야?”

미연은 경완이 갑자기 씨익 웃으며 자신을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리자 다리를 버둥거렸다. 그가 말없이 웃으며 침실로 향할 땐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

“아직 해도 안 졌는데!”

“잘 보여서 더 좋은 거 아냐? 악!”

미연은 경완의 옆구리를 꼬집었지만 침실에서 도망 나오진 않았다.

* * *

이란의 이상사태는 이란 당국의 노력에 불구하고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당연하게도 그 뒤에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력이 있었는데, 그들은 IAMSR을 통해서 공식 성명까지 냈다. 저 초능력 재앙은 이란의 초능력자 인체실험에 기인해 일어났다고 말이다.

이란은 부정했지만 그 주장을 강력하게 지속할 수 없었다. 왜냐면 이 초능력 이상사태가 이란의 대도시 마슈하드로 다가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십만이나 되는 인구가 좀비처럼 터벅터벅 걸어오는 장면을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이 순식간에 백만 조회수를 달성했다.

오버마인드의 숙주가 된 이들은 동시에 서고 동시에 움직이며 챙겨온 식량을 먹으며 뜨거운 햇살을 피해 움직였다. 그 모습은 마치 점균이 움직이듯 유기적이며 일사불란했다.

이란은 군대를 동원해 이 유사 좀비 무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유엔에서 강력하게 반대했다. 저들은 그저 오버마인드에 지배당했을 뿐이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정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이다.

멀쩡하게 회복할 수 있다는 이들을 사살할 수도, 그렇다고 인구 330만이자 이란에서 두 번째로 큰 대도시를 저 재난에 휩쓸리게 놔둘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결국 이란은 유엔, 아니 IAMSR에 도움을 요청했다. 감찰이고 뭐고 다 수용할 테니 저 사태를 막아달라고 말이다.

이렇게 판이 깔리자마자 IAMSR가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였다.

IAMSR 아프리카 지부에 모여 있던 인적 자원과 장비가 경완의 웜홀을 타고 이란 땅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라이! 오라이! 허리업! 허리업!”

웜홀을 연 경완이 손짓하는 와중에 백여 명이 넘은 사람들이 차량과 함께 웜홀을 통과했다.

모두 초능력자들로, IASMR 소속인 이들도 있고 위버멘쉬, 히어로 컴퍼니, 국가소속 공무원 등 다양한 이들로 구성된 사후 처리반이었다. 이들에겐 정신계 저항 장비와 싸이킥 재머 등이 보급되었다.

백여 명이 넘었지만 이들은 1차 투입 인원으로, 2차 인원은 편성 중이었다.

경완은 1차 투입 인원의 마지막 한 명까지 통과한 후 자신도 웜홀을 통과해 이란으로 건너갔다. 그는 이미 요하네스가 선물로 준 TSTG를 착용한 상태였다.

웜홀을 통과한 이들은 모두 대열을 갖추어 마슈하드로 향했다. 그리고 마슈하드 남쪽 30km 지점에서 오버마인드 숙주의 무리와 마주했다.

작전은 간단했다. 살충제 뿌리듯 중화영역을 뿌려서 사람들의 머리에 연결된 패스를 제거하는 것이다.

작전의 핵심은 사이킥 재머로 이루어진 중화 영역 라인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에 있었다.

중화영역을 사용해 오버마인드에게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오버마인드 전파가 일어나면 초능력을 소모한 것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물론 앞뒤로 포위되는 형국에 처할 수 있었다.

작전은 마치 방역선을 설정해 지역을 격리하듯, 수십만 군중 중에서 패스를 제거한 군중과 그렇지 않은 군중을 분리했다.

그 와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완이었다.

그는 중화 영역을 광범위하게 뿌려 패스를 제거하고 중력 제어 능력과 염동력을 사용해서 의식 잃은 사람들을 한 번에 수천 명씩 군집으로부터 떼어내 저 멀리 방역선(?) 뒤로 날랐다.

거기엔 마슈하드에서 온 자원봉사자들과 군인, 경찰, 의료인들이 천막을 치고 의식을 잃은 사람들을 돌보고 있었다.

와아아아!

경완이 의식을 잃은 사람들을 수천 명씩 날라 와 빈 텐트 아래로 나란히 눕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염동력자라고 하더라도 기껏해야 천여 명씩 나르는 게 다였는데 경완은 그 몇 배나 되는 사람들을, 그것도 막 나르는 것도 아니고 의식을 잃은 이들을 천막 아래로 가지런히 눕혀 놓으니 그 모습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인상이 깊겠는가?

동아시아가 어디 있는지, 어떤 곳인지 관심도 없던 이들이 인터넷을 뒤져 이경완에 대해서 찾아보고 검색할 정도였으니, 그러한 현장의 상황은 외신을 통해 한국에 알려지며 국뽕을 차오르게 만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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