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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346화 (346/367)

무한전생-더 빌런 346화

32-레지스탕스

그는 어이가 없었다.

[대가리에 총알이라도 박혔어? 상황 파악이 안 돼?]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며 달려든 새끼들이 누군데 정신계 능력에 심리전이 걸려서 엉뚱한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건가?

경완의 일갈에 정신을 차린 초능력자들이 테러범들에게 달려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들은 기이한 기술을 발동한 상태였다.

경완의 초감각 레이더에 테러범들의 S입자가 서로 얽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S입자가 폭주하면서 어마어마한 현상을 일으켰다. 주변의 초능력자들이 가진 S입자를 강제로 얽기 시작한 것이다.

S입자가 강제로 얽힌 초능력자들은 표정이 사라졌다. 경완은 그와 비슷한 얼굴을 이미 이란에서 목격한 적이 있었다. 바로 오버마인드의 숙주가 된 자들의 얼굴과 비슷했다.

“경완 씨! 중화 영역!”

뒤에서 외치는 요하네스의 목소리가 사태 해결 방법에 대한 강력한 영감을 주었다.

경완의 등 뒤로 웜홀이 열렸다. 검은 연기가 웜홀로 빨려 들어갔다. 웜홀 너머로 들어간 검은 연기는 정원으로 난 창문을 열어젖히고 튼튼해 보이는 밀리터리 박스를 열었다. 안에는 요하네스가 선물해 준 TSTG가 들어 있었다.

그것들은 염동력의 인도를 따라 날아와 경완의 몸에 달라붙었다. ○블 영화 관계자들이 봤으면 CG 없이 영화를 찍을 수 있겠다고 박수를 칠 장면을 연출한 그는 곧장 장비에 붙은 싸이킥 재머를 가동시켰다. 미연을 재밌게 해준다고 하던 장난이 이렇게나 도움이 될 줄이야…….

중화 영역이 퍼지자, 그 영역에 들어온 이들의 초능력이 멈췄다. 다행인 건 이상현상에 S입자가 얽혀 버린 초능력자들도 이상현상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의식은 잃었고 나중에 정신이 멀쩡한지 진단도 해봐야 했지만, 당장 생명에 이상은 없어 보였다.

중화 영역은 테러범들에게도 향했다. 하지만 뭔가에 걸린 것처럼 중화 영역은 그들의 근처에서 머뭇거렸다.

경완은 중화 영역을 해제하고 초감각을 돌렸고, 저들의 주변에 쳐진 S입자의 복잡한 파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 복잡한 형태의 파장이 공기를 구성하는 입자들에 간섭해 초능력 변질을 일으켜 광역 형태의 초능력에 저항하고 있었다.

경완은 파장의 형태로 공기 분자에 간섭해서 초능력 변질을 일으키고 중화 영역에 저항하는 방법을 보고 저들의 철저한 준비, 혹은 정보력을 알 수 있었다. 초능력에 효과적인 제압 수단인 중화 영역과 그에 저항하는 방법은 극비로 취급되어 관련자가 아니면 알기 힘들었던 것이다.

싸이킥 재머가 멈추자 괴한들이 만들어낸 이상현상이 다시 퍼지기 시작했다. 경완은 싸이킥 재머의 출력을 높여서 대응했다.

중화 영역과 저항 영역의 경계면에서 스파크가 튀어나 공기가 가열되어 플라즈마가 일렁거렸다. 다른 접면에선 공기가 싸늘하게 식어 바닥에 서리가 맺혔다.

잠깐의 소강상태. 상황은 괴한들에게 불리해졌다. 괴한들은 이상현상을 일으키느라 교전 능력을 상실했고, 이상현상은 경완에 의해서 억제되고 있었으며, 그를 도와 괴한들을 제압할 인원은 수천 명이 넘었다.

하지만 그때 괴한들의 가운데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 속 블랙홀이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공간이 한 점으로 수축했다.

경완은 그 장면에 싸이킥 재머를 멈추고 중력 제어와 염동력을 극한으로 펼치며 주변에 경고했다.

[폭발한다!]

그 외침에 초능력자들이 각자 능력을 사용해 도망치거나 장벽을 세우거나 비능력자를 감쌌다.

그리고 빛이 있었다.

쿠와앙!

빛과 함께 일어난 폭발은 어마어마한 폭발력으로 건물 한쪽을 날려 버렸다. 건물 밖으로 빛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고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그리고 폭심지엔 아무것도 없었다.

* * *

나이로비 IASMR 총회합 테러 사건.

언론에서 그렇게 이름 붙인 사건의 여파는 엄청났다. 행사장이 있던 빌딩은 건물 한쪽에서 무게를 지탱하던 기둥이 다 파괴되어서 철거해야 했고, 사상자는 이천여 명이 넘었다.

경완이 초능력을 사용해서 폭발의 살상력을 밖으로 유도해서 그나마 그 정도였지, 현장 조사관의 분석에 따르면 그 자리에 있던 이들 대부분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당연히 폭심지 중앙에 있던 괴한들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간 나이로비에서 테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왜냐면 케냐 정부 관계자 중에서 이번 테러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중무장을 한 테러범이 어떻게 교전이나 제지 한 번 없이 행사장까지 직행할 수 있었겠는가? 도대체 케냐 경찰은 그 당시 어디서 뭘 했는가?

그나마 IAMSR에서 형식적으로나마 고용한 경비가 있어서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완전히 불의의 일격을 당해 더 많은 피해가 일어났을 터였다.

살아남은 IAMSR의 고위 관계자와 현장에 있던 귀빈들이 케냐 정부를 닦달했고, 각국에서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와중이었지만 경완은 이 사건에 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과 은밀히 대화 중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제가 그동안 반대 세력을 충분히 솎아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단순히 그렇다고 하기엔 사건 당시의 정신계열 능력에 실린 이미지가 너무 구체적이던데요. 실제로 봐도 좋다고 할 만큼?”

정신계열의 능력은 다양했지만, 그 능력의 등급을 결정하는 것 중 하나가 이미지의 선명함이었다. 그리고 그 선명함은 실제로 보고 겪은 것에 달려 있었다.

텔레파시를 통해 경완의 머리에 떠올랐던 이미지. 그건 누군가가 기억을 조작하고 편집했다고 하기엔 너무나 선명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하필 이경완이란 말인가?

요하네스는 대답을 재촉하는 경완의 말 없는 시선에 초조한 기색으로 입술에 침을 바르고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냈다.

“예언가입니다.”

“? 그건 총수님이잖아요.”

“저는 회귀자고요. 진짜 예지 능력을 가진 인간이 있습니다.”

“진짜요?”

현재까지 예지능력자는 발견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요하네스가 진짜 있다고 하니까 놀랄 수밖에.

“그럼 그 예언가라는 자가 이번 사건의 주모자라는 건가요?”

“적어도 경완 씨가 세계 정복한 미래의 이미지는 예언가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짓이죠.”

“그런데 저는 세계 정복? 암중 지배하는 흑막? 그런 게 될 생각은 전혀 없거든요.”

“사람의 생각이라는 게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 전 지겹도록 보아왔습니다. 당신의 생각도 저와 다르지 않을 텐데요.”

“도대체 어떤 맥락으로 그런 짓을 하게 되었는지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는 말이죠.”

“세상엔 상상 이상의 일이 많으니까요. 어제 행사에서 그런 일이 생길 거라는 걸 누가 알았겠습니까?”

경완은 볼을 긁적이다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예요?”

“죽여야죠.”

“예언가를요?”

“네.”

요하네스는 아주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요? 진짜 예지능력자라면서요? 그러면 써먹을 방도도 있지 않을까요?”

“전 예언가가 누군지 압니다. 그 능력의 특성과 한계도 알죠. 방해만 되고 쓸모없는 놈입니다.”

경완은 고개를 더 갸웃했다.

“이상하잖아요? 개똥도 약에 쓰인다던 사람이?”

세계 평화를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내 편을 많이 만들어야 했다. 지 부모와 붙어먹은 천하의 호로자식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써먹을 구석이 있다면 설득하거나 유인해서 미끼나 하다못해 밑거름으로라도 써먹는 게 요하네스의 전략이었다.

자칫 분열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야망 넘치는 인재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서 위버멘쉬를 세계구급 조직으로 일으킨 후 쓸모가 다하자 지부를 독립시키는 걸로 개평을 챙겨준 놀라운 솜씨를 보여준 것도 요하네스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귀한 예지능력자를 다짜고짜 죽이려고 들다니?

요하네스가 대꾸했다.

“예지능력은 어떻게 발동될까요?”

“글쎄요?”

“시공간은 선형적이지 않아요. 제가 바로 그 증거잖아요. 타키온처럼 빛보다 빠른 입자는 시간을 거슬러 정보를 전달할 수 있죠. S입자는 바로 그 타키온의 역할을 할 수 있고요. 그런데 과연 미래란 뭘까요?”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미래는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다양한 미래가 ‘중첩’되어 있고, 그중 가장 확률이 높은 미래가 확률적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예지능력자, 미래를 실제로 볼 수 있는 이에게 이러한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단 하나의 확정된 미래만 보일까, 아니면 여러 미래가 보일까?

그건 예지능력자가 아니면 명확히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지만, 요하네스는 적어도 지금 언급하고 있는 예언가가 어떤 미래를 보는지는 알고 있었다.

예언가는 다양한 미래를 관측한다. S입자가 ‘확정되지 않아 중첩 상태’에 있는 미래에 닿았다가 돌아오는 식이었다.

경완은 고개를 갸웃했다.

“세기말 아포칼립스는 못 보던가요? 봤으면 협조할 만도 한데…….”

“그래서 그놈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아포칼립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나? 인간은 적응하는 존재기 때문에 변한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다더군요. 오히려 초능력이 있기 때문에 생존과 번성에 유리하다나? 기존의 문명을 유지하려는 인위적인 개입은 오히려 인류에게 방해된다는 놈입니다.”

“…….”

경완은 할 말을 잃었다. 이건 또 참신하게 미친놈이었다. 극단적 자유주의자인가? 문명의 존립조차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자는 말?

현대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경완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발상이었다.

“설득이 안 되면 죽여야겠죠?”

경완의 말에 요하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IAMSR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단순히 물질적 피해만이 아니었다. 총회합에 참석할 정도의 인재들이 죽거나 다쳤고, IAMSR의 명성과 권위에 제대로 먹칠했다.

이로써 IAMSR의 영향력에 타격을 주려 했다면 정말 똑똑한 짓이었다. 후환을 생각하면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편이 이득이었다.

“그런데 그런 미친놈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놈들은 또 뭔가요?”

“글쎄요. 아마 어떤 정신계 능력자와 손을 잡은 것 같습니다.”

예언가가 본 미래 예지에 적당한 텔레파시 능력자만 결합해도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 정도로 목숨까지 걸도록 만들 수 있는지 의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 미친놈이면 미리 치워두지 그랬어요.”

경완의 말에 요하네스는 쓰게 웃었다.

“해봤죠. 하지만 놈이 문제가 되기 전에 제거하는 건 항상 실패했습니다. 그자는 유동적인 미래를 읽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놈과 충돌하는 건 항상 놈이 자신감을 가졌을 때죠.”

“그거 위험한 거 아닌가요?”

회귀자와 리얼 예지능력자의 다툼이 예지능력자가 자신감이 있을 때라니…….

하지만 요하네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별로요. 물론 처음에는 상대하기 곤란했지만, 놈에게는 커다란 약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다중 미래를 ‘보느라’ 정신이 살짝 맛 갔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은 본 모습을 보이면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예지’하고 멀쩡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뿐이라는 게 요하네스의 설명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미 요하네스는 예언가를 상대로 승률이 약 80%가 넘어간다는 사실이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아무리 눈과 반사신경이 훌륭한 일반인이라도 복싱 챔피언의 펀치를 피할 수 있을까요?”

분명 예언가는 강력하지만 요하네스는 예언가와 달리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 많은 경험이 비록 요하네스에게 고통을 주고 내면을 비틀었을지언정, 예언가는 할 수 없는 많은 노하우를 쌓게 해주었다.

그 노하우에는 예언가를 상대하는 법도 있을 지경이니, 요하네스에게 예언가는 위험한 무기를 들고 떼쓰는 엇나간 청소년 정도에 불과했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처리 못 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 말에 경완은 안심이 되었다. 역시 요하네몽은 다 계획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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