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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352화 (352/367)

무한전생-더 빌런 352화

32-레지스탕스

사망기자 도재영은 생체전류 능력자였다.

단순히 전기뱀장어처럼 생체전류를 뽑아내는 게 아니라, 본인의 생체전류와 외부의 전류를 이용해 일종의 가상 전자회로를 만들 수 있는, 활용하기에 따라 현대 전기 문명에서 사기라고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남에게 보이지 않는 초능력 센서를 만들고, 이를 전자기기와 연결해 들키지 않고 도촬, 도감청을 할 수 있었다. 해킹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그런 사람이 디지털 단지에서 힘순찐 놀이를 하고 있다는 건가요?”

“누가 자신을 추적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말한 강우빈이 경완에게 말했다.

“그러니 부디 그의 정체가 들키지 않도록 배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확실히 도와준다면야.”

경완은 강우빈의 요구를 어렵지 않게 수락했다. 다만 그 사망기자가 미연이 정신계 초능력을 당한 사건에 얽혀 경완에게 빚이 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그렇게 사망기자 도재영은 자던 밤중에 날벼락을 맞이했다.

“야, 도재영.”

“으음……. 뭐야?!”

자고 있던 도재영은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잠을 깼다. 방안은 목소리의 주인이 불을 켜서 그런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도재영은 눈을 찡그린 채로 몇 번 껌벅이다가 누군가가 자신의 침대 옆에 의자를 끌고 와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은 너무나 유명한 얼굴이었다.

“이, 이경완!”

“안녕, 도재영. 아니 사망기자라고 부를까?”

“어, 어떻게?!”

“어때? 재주 좋지?”

경완은 굳이 강우빈이 그를 팔아넘겼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도재영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말도 안 돼! 위버멘쉬 총수도 나를 못 찾아냈는데!”

말하는 행간을 읽어보니, 괜히 IT 기업에서 힘순찐하고 있었던 건 아닌 모양이었다. 사망기자의 능력을 탐낸 요하네스로부터 피하다 보니 그렇게 된 모양일까?

“위버멘쉬도 모르는 나만의 능력이 있지. 그보다 일단 한 대 맞자.”

“뭐? 켁!”

경완은 도재영의 멱살을 쥐어당기며 복부에 주먹을 날렸고, 도재영은 혀를 빼며 공기를 토해냈다.

“왜, 왜?”

“아, 미연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

“나, 나쁜 일이 있었어요?!”

“어. 나쁜 일이지.”

미연의 머리에 정신계 능력으로 보이는 뭔가가 삽입됐다는 소리에 도재영은 맞은 것에 화내기보다는 바로 협조하기로 했다.

“범인 찾을게요!”

“그래야지. 아무래도 네가 내 시간을 끌라고 이용당한 것 같거든.”

미연에게 정신계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시간 끌기에 사용된 것이 사망기자라는 게 경완의 추측이었다.

아마 예언가라면 경완이 어떤 대의에 감동하거나, 세계정복을 꾀하는 악당의 진실한 모습을 깨닫고 갑자기 정의감에 불탈 거라고는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일을 그런 식으로 꾸몄을까? 무슨 목적으로 미연에게 정신계 능력을 사용한 걸까? 요하네스는 그 이유를 이렇게 추론했다.

‘경완 씨는 저와 미연 씨 둘 중 당연히 미연 씨를 택할 테니 말이죠.’

이른바 정신계 능력을 사용한 이간책이자 협박인 것이다.

요하네스가 언급될 때마다 미연의 적의가 더 커지는 양상을 보아, 언젠가는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적개심이 커질 수도 있었다.

즉, 미연에게 정신계 능력을 건 범인은 이렇게 강요하고 있었다. 네 연인의 정신이 광기(狂氣)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싶다면 요하네스로부터 떨어지라고.

도재영은 경완의 설명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경완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 납치범을 향한 미소였다.

그도 법을 무시하고 사회의 추잡한 부분을 도감청해서 만인에게 공개하는 반골(反骨)이라, 이미연 같은 무고한 사람에게 그런 악독한 수를 쓴 범인에게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설사 그 범인이 자신을 도운 전적이 있다고 하더라고 말이다.

“그런 일이 있으면 말로 하지. 왜 때려…….”

기꺼이 도울 의향이 있었던 도재영은 억울함에 항의하려다가 경완이 눈알을 부라리자 입을 다물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웠다.

“그 새끼, 혹은 그 새끼들 찾을 방법은 있나?”

경완은 공범의 가능성을 간과하지 않았다.

“어…… 확인부터 해보고요.”

도재영은 컴퓨터를 켜고 복잡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금속구에 손을 올렸다. 금속구는 전선으로 컴퓨터 USB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의 유니크한 초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장비였다.

정전기가 일어나는지 그리 길지도 않은 머리카락이 수북하게 일어났다. 경완은 초감각 레이더로 복잡하게 움직이는 S입자 패턴과 머리가 헤까닥 할 것 같은 복잡한 전기 흐름에 감탄했다.

타고난 생체 컴퓨터. 그게 바로 도재영이었던 것이다.

“어…….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마나 걸려?”

“음. 대략 이틀?”

“더 당겨.”

“안돼요! 이것도 월차 쓰고 하루종일 찾는다는 가정 하에 정한 기한이란 말이에요!”

경완의 눈이 가늘어졌다. 도재영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경완은 이미 전력으로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해봤자 소용없다는 진실과 그래도 채찍질을 하고 싶다는 감정 사이에서 현명함을 유지하기 위해 마음을 다스릴 잠깐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 진짭니다!”

도재영이 가느다란 경완의 눈에 지레 겁먹고 소리를 질렀다.

경완은 나지막한 어조로 그를 향해 경고했다.

“혹여 도망갈 생각하지 마. 나 눈 뒤집히는 꼴 보기 싫으면.”

도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사 도주를 시도한다고 상관없었다. 그의 피부에 이미 초능력 마커가 묻어버렸으니까.

경완은 집에 돌아와 이틀간 미연과 지내며 혹여나 요하네스의 이름이 나오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리고 약속한 이틀 후 도재영이 묵고 있던 원룸을 다시 방문했다.

“왔어요?”

“찾았냐?”

“네.”

미연의 납치범은 그녀의 경호원을 제압하고 경호원으로 위장했었다. 도재영은 거기서부터 단서를 찾았다. 주변의 CCTV를 죄다 찾아서 확인한 것이다.

온라인 연결이 되지 않은 폐쇄회로도 가상 전자회로를 구성할 수 있는 도재영의 능력 앞에선 얌전히 자료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너한테 연락한 선을 통해서 추적하면 더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아?”

“그건 끊긴 지 오래예요. 아무리 나라고 해도 불가능한 건 있다고요.”

납치범은 강원도에서 서울, 다시 인천항에서 상하이로 향했다.

“이게 납치범의 지금 얼굴이에요.”

경완은 모니터에 나온 눈이 작고 특색 없는 동양인 얼굴을 주시했다. 확실히 미연을 납치한 경호원의 얼굴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언제든 저 얼굴도 바뀔 수 있다는 의미였다.

“혼자뿐인가?”

“네.”

“저놈이 위장능력에 세뇌 능력까지 있다고?”

위장능력은 신체변형 계열이고 세뇌는 정신계 능력이었다. 전혀 다른 계열의 능력을 가진 복합 능력자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복합능력자가 하필 납치나 저지르는 범죄자일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굳이 그거 아니라도 먹고 살 방법은 많은데 왜?

게다가 경완은 확인 못 한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었다. 정황상 저 납치범은 그저 미연을 납치했을 뿐, 그녀에게 세뇌를 건 놈은 따로 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경완의 직감이 이를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성급하게 저 납치범을 잡았다간, 꼬리가 잘려 정작 정신계 능력을 사용한 새끼를 놓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저 새끼가 누구고 무슨 일을 하고 누구랑 만나는지 철저하게 캘 수 있겠어?”

“어…… 저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나한테 요하네스의 전화번호가 있단다.”

사람을 협박하려면 그가 가장 싫어하는 걸 제시하면 된다. 그리고 도재영은 요하네스를 제법, 아니 많이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으. 내 휴가…….”

휴가를 써서 부외노동을 하겠다는 말에 경완은 이렇게 물었다.

“왜 그런 좆소기업에 목매고 있는 거야?

“좆소기업이면 휴가도 제대로 못 챙기거든요.”

“…….”

원래 경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머한민국 좆소기업 수준이 그가 생각한 기준선보다 더 밑이었던 모양이었다.

그건 아마 본인이 너무나 편한 ‘갑’으로서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대기업 회장님이 원룸에 와서 ‘이 좁은 곳에서 사람이 살어?’라고 놀라는 것처럼 말이다.

“네 능력이라면 차라리 창업하는 편이 낫지 않냐?”

그 말에 도재영은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에는 먹이 사슬이라는 게 있어요. 지가 제법 잘난 포식자라고 설치고 다니면 더 큰 물고기가 나타나서 홀라당 잡아먹으려 든다고요.”

경완은 그말에 요하네스를 떠올렸다. 그가 위버멘쉬를 결성하면서 많은 이들을 스카웃했을 때, 과연 좋은 말로만 했을까?

대부분 당근에 넘어갔다고 쳐도, 모두가 요하네스에게 호의를 가졌을 리 없고, 모두가 협조적일 리 없었다. 채찍을 반드시 써야 할 때가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도재영이 양지에서라도 두각을 보이면 요하네스가 과연 안 본 척할 수 있을까? 도재영이 요하네스의 정보력을 알고 있다면 그의 눈에 띄는 일을 별로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알았으니 나는 이만 가본다. 이틀 뒤에 다시 오지.”

“일주일! 어떻게 사람이 이틀만에 그걸 다 해요?!”

“저번엔 이틀 만에 다 했잖아?”

“이번엔 내가 잘해야만 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잘해줘야 한다고요.”

“알았어, 일주일.”

경완은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경고를 잊지 않았다.

“만일에 미연이가 잘못되면……. 모두 죽는 거야.”

그 담담한 어조와 눈빛에 도재영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 경고 덕분인지, 일주일 뒤에 찾아갔을 때 도재영은 확실한 성과를 준비한 상태였다.

“이름 전가웅. 일단 연변 출신이라고 알려져 있고, 돈 되는 일만 가려서 한다는군요.”

“미연이를 납치하는 일이 제법 비쌌던 모양이군.”

“원래 의뢰는 다크넷을 통해서 받는데, 그 의뢰는 다르게 받았어요.”

“어떻게?”

“낯선 사람이 달러가 가득 담긴 케이스를 가져와서 의뢰를 했다는군요.”

“왜 그랬을까?”

“아마 넷러너들 때문일 거예요.”

“넷러너? 사이버펑크?”

“아시는구나!”

경완의 반응에 도재영은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즐거움에 미소를 지었다.

“그거 게임이나 소설에 있는 거 아냐?”

“이젠 현실이 되었죠. 위버멘쉬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어요.”

“뭐?”

“아니면 제가 이렇게 숨어 있을 이유가 없죠.”

경완은 비로소 도재영이 요하네스를 피해 이렇게 힘순찐을 연기하며 숨어 있는 것도, 왜 굳이 요하네스가 도재영을 잡으려고 무리하지 않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요하네스에겐 이미 도재영을 대체할 수 있는 인재가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 생체전류 능력자로 구성된 팀이 있어요. 특별한 장비와 훈련으로 인터넷에 다이브를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도재영이 자신이 파악한 바를 털어놓자 그걸 들은 경완은 ‘또 미래 기술인가?’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회귀자가 여러모로 유리하긴 했다.

아무튼, 의뢰자는 위버멘쉬의 넷러너? 같은 인재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다크웹이라고 해도 추적이 가능하다가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크웹을 통하지 않고 의뢰를 했다는 것까지는 이해했다.

“그래서 의뢰자는?”

“의뢰자는 백인 남성. 의뢰가 끝난 후엔 근처 호텔에 묵었다가 한국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서울에 있다가 사건이 있기 몇 시간 전에 강원도로 향했죠. 그리고 미연 씨가 납치당해 있었을 그 시간에, 억류된 장소 근처에서 발견되었죠.”

“수상하군.”

“수상하죠?”

그저 의뢰를 받았을 뿐인 전가웅보다 굳이 한국에, 납치 현장 근처까지 온 의뢰인이 미연에게 정신계 능력을 건 범인을 추적하는 데 더 나은 단서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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