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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359화 (359/367)

무한전생-더 빌런 359화

33-업보

[이제 슬슬 본인이 하셔야죠.]

“네?”

[이제 그 정도 위치, 권력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해 주셔야 합니다. 아무리 저라고 해도 제 영향력이 영원할 순 없거든요. 근래 예언가 때문에 바쁘게 움직인다고 영향력을 좀 소모했더니 든든한 동지의 필요성이 절실해졌습니다.]

“그게 저라는 건가요?”

[경완 씨 말고 또 누가 있습니까? 설사 위버멘쉬가 지금 당장 무너진다고 해도 당신만 저와 뜻을 같이한다면 위버멘쉬 같은 건 언제든 재건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혹할 정도로 매력적인 말이었지만 경완의 감상은 짧았다.

“귀찮은데…….”

[…….]

요하네스는 바로 대꾸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이번 사건으로 경완도 뭔가를 느꼈으니 저런 무책임한 말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러자 경완이 자신을 더 귀찮게 만든 인간을 입에 올렸다.

“예언가. 잡아야겠죠?”

[물론입니다. 어떤 테러를 저지를지 모르니까요.]

“예언가도 혹시 미래 기술을 알고 있을 수 있어요?”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세한 기술적 내용은 모르더라고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성공할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연구의 결실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아포칼립스 미래상으로 가자는 예언가이니만큼, 초능력 연구를 부주의하게 실행할 인사들을 골라 자신의 예지능력으로 그들의 욕심을 부추기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게 요하네스의 설명이었다.

“일단 IAMSR 고등감찰관부터 되어야겠군요.”

[그렇죠.]

역시 그러한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건 그보다 적절한 자리가 없었다.

다만 IAMSR 고등감찰부는 전 세계 관할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생각보다 편리하고, 편리한 만큼 막강한 권한이었다.

그래서 그 권한만큼의 의무 역시 있었다. 아니, IAMSR은 사실 유엔의 공무원이나 마찬가지이니, 근면성실하고 정직하면 그걸로 의무는 충분히 했다.

다만 고등감찰관 정도 되었을 때의 핵심은 책임이었다. IAMSR 고등감찰관으로서 어떤 업무를 할 것이고,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그건 경완에게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문제였다. 왜냐면 그는 언제든 배 째라고 할 수 있는 무대포 정신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무대포 정신을 생각 없이 저지를 정도로 멍청하진 않기 때문이었다.

요하네스는 일단 가볍게 중국의 일부터 처리하는 걸 제안했다.

중국 공산당이 붕괴하고 각지의 군벌에 의해서 분열된 채로 적당히 안정을 누리고 있는 중국은 IAMSR에 그다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초능력 연구에 대한 규제안이 나날이 각국에서 제정되고 있는 만큼, 규제가 약하고 다양한 초능력 수급이 쉬운 중국은 초능력 공학 기술을 확보하려는 이들이 돈을 싸들고 올 정도로 매력적인 땅이었다.

경쟁국으로 인도가 있기는 하지만, 인도 특유의 신분제 의식과 종교적 제약에 비하면, 문화대혁명으로 세탁을 한 번 거치기도 했고 과거부터 돈을 매우 중시하던 중국인의 성향을 생각하면 같은 돈으로도 중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았다.

게다가 꽌시 문화는 뇌물이면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았던가?

경완이 할 일은 바로 그 복마전을 헤집는 일이었다.

[제안을 수락하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 여러 사람들이 경완 씨를 방문할 겁니다.]

“어떤 사람일지 알겠네요.”

아마 잘 봐달라는 다국적 기업의 로비스트들이겠지.

그리고 그런 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경완이 한국인 최초로 IAMSR 고등감찰관으로 임명, 막강한 수사권한을 가지게 되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퍼지자 IAMSR 동아시아 한국지부에 마련된 그의 사무실로 꽃다발과 함께 여러 사람이 방문했다.

대부분이 공무원과 대기업에서 보낸 대관업무 담당자였다. 다국적 기업에서도 축하화환을 보내왔다. 간혹 간 큰 정치인이 방문하기도 했는데 경완의 한 마디에 화들짝 놀라 돌아갔다.

'제가 진실의 스무고개라는 재주를 부리는 건 알죠? 털어도 먼지 안 날 자신 있으면 들어오세요.'

경완은 그렇게 귀찮은 인간을 몇 명 치워버리고 업무를 시작했다.

우선을 첩보부터 확인했다.

세계적으로 뻗어 있는 IAMSR은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했다. 그중 정부와 협약을 맺고 경찰 등에서 정보를 받는 것도 있고, 따로 제보를 받는 방법도 있었다.

다만 자체적인 정보팀은 없다시피 했다. IAMSR의 설립에 입김을 분 강대국들은 IAMSR이 자체적으로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두는 것보다는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손잡이를 달아두길 원했다. 마치 경주마에게 차안대를 씌워 앞만 보게 하는 것처럼 정보를 적절하게 제공함으로써 IAMSR의 칼날을 원하는 곳으로 향하게 두고 싶었다.

다만 여기서 요하네스라는 걸물 덕분에 IAMSR은 정보팀이 있는 거나 다름없는 조직이 되었고, 함부로 휘두를 수 없는 칼이 된 것이다.

경완은 요하네스가 특별히 골라준 첩보를 확인했다. 첩보란 건 반드시 교차검증을 해봐야 정확한 정보가 된다. 정보가 아닌 첩보만을 요하네스가 건네준 건 그 교차검증까지 그나 위버멘쉬가 담당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월권이며 각국의 주권 침해였다. 혹여나 걸리면 골치 아파진다. 그러니 첩보만 IAMSR에 넘기는 것이다. IAMSR에는 첩보가 사실인지 확인할 권한이 있었기 때문에.

경완의 손에 들린 첩보는 요하네스가 고르고 고른 첩보들이었다. 반드시 확인해봐야 하는 중요한 소문들.

그중 하나가 경완의 시선을 끌었다.

“마인드 웨폰이라.”

정신계 능력을 이용한 무기 개발은 사실 거의 모든 권위주의 정부의 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어떤 반정부 시위도 완벽에 가깝게 제압할 수 있는 비살상 무기.

비단 그것은 중국의 군벌들에게만 수요가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민주정부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도 비살상 무기에 대한 수요는 많았다. 총기보다 인명피해 없이 범죄자를 안전하게 제압할 수 있는 물건은 선진국에서도 귀가 솔깃할 테니까.

문제는 마인드 웨폰이라는 것이 개발과정은 물론이고, 개발 후에도 악용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정신에 간섭해 무력화시키는 매커니즘에 손을 대면 세뇌 무기가 될 수도 있었다.

요하네스가 우려하는 것은 그러한 무기의 개발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점이었다. 적어도 정신계 능력 저항 기술이 충분히 개발된 후에 개발되어야 마인드 웨폰이라는 무기체계를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그냥 놔뒀다가 현존하는 정신계 능력 저항 기술을 관통하는 무기라도 개발되고 그것이 세상을 불태우고 싶은 인간의 손에 들어가면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확률은 낮지만 세뇌 무기에 당한 미, 소련, 중국의 지도자들이 일제히 핵무기를 발사했던 시절을 경험해 본 요하네스에겐 한 번은 두드리고 건너야 할 돌다리였다.

더구나 개발하는 곳이 다른 곳도 아니고 중국 땅이라잖은가? 기술이 세어나가고 악용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경완이 SRI 인터내셔널의 중국 우한 연구소에 불쑥 나타나 불시감찰을 시도하자 당연히 중국 당국은 막았고, 그가 경찰을 치워버리고 강행하자 중화영웅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중국의 히어로들이 나섰고, 그들까지 치워버리고 나니 군대가 출동했지만 그들까지 치워버렸다.

힘으로는 안 되는 걸 깨닫자 드디어 SRI 인터내셔널 연구소에서 책임자가 나와서 그를 각별히 모셨다.

감찰 결과는 주의 및 감시 처분.

일어난 소란에 비해선 미약하기 짝이 없는 처분이었지만, 이경완이라면 어떻게든 감찰을 하고 만다는 인식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더불어 IAMSR의 연구 규정만 잘 따르면 연구소 폐쇄, 연구 자료 파기까지 가진 않는다는 인식도 말이다.

물론 경완이 마인드 웨폰의 연구 과정을 확인하고 개발속도에 적당히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 진실한 목적이었던 걸 아는 이는 없었다.

우한을 지배하는 지방정부의 강력한 항의가 있었지만, 그건 IAMSR의 활동에 협조하기로 조약까지 맺었으면서 오히려 활동을 방해했기 때문에 항의의 명분이 약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완은 매우 똑똑하게 일처리를 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힘 있다고 막나가는 인물이 아니라 가진 힘을 효과적으로, 써야 할 때 쓰는 강단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얻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여론 부채질엔 요하네스의 입김이 없진 않았지만, 확실한 건 경완에게 다른 사람을 부릴 수 있는 권한이 생겼고, 본인 역시 그러한 책임을 기꺼이 짊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먹은 경완은 일을 잘했다. 실수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수습하는 모습도 제법 책임감이 있었고 능숙했다.

이는 IAMSR 고등감찰부의 활동과 성과로 이어졌고, 더불어 IAMSR의 영향력도 강화되었다.

비합법, 합법 구분하지 않고 예언가의 방해공작으로 보이는 수작질도 들어왔지만, 요하네스는 오히려 그런 방해공작을 반대세력을 색출하고 숙청하는 기회로 삼았다.

얼마나 요령이 좋고 포석을 미리부터 깔아놨는지, 예언가의 도움을 받는 유력가들이 열두 명 정도 몰락할 정도였다.

마지막 열두 번째로 실각당한 인물은 사우디의 왕자였는데, 오히려 그 일로 다른 사우디 왕족과 우호를 다진 요하네스의 수완은 다시금 주목받았다. 역시 위버멘쉬를 우연으로 세운 인물은 아니라는 평가와 말이다.

그쯤 되자 요하네스는 예언가의 쓸모가 이제는 다했다고 판단했다.

[충분히 쓸 만큼 썼으니 이제 잡아들이죠.]

경완이 물었다.

“죽일 필요까진 없죠?”

[그렇죠. 다만 본인이 자살이나 자폭하는 경우가 대다수라서요.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예언가라는 방해물까지 장기판의 기물로 다루는 수준에 오른 요하네스는 슬슬 예언가를 거둘 생각이었다.

그가 생각하기엔 예언가의 1차적 용도는 여기까지였다. 그를 2차적으로 써먹을 수 있을지는 일단 그를 포획하고 나서 궁리해 볼 생각이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놈이 자살할 기회도 없이 제압해야 하는데,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카드는 역시나 이경완이었다.

[당신이라면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잡아서 어디다가 써먹으려고요?”

[음. 명색이 예지 능력자니까 언젠가는 써먹을 곳이 있지 않겠어요? 거짓말을 해도 경완 씨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고요.]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블라디보스톡 북부의 교외 지역에서 예언가와 대면하게 되었다.

* * *

오두막을 연상시킬 정도로 허름한 주택에서, 예언가는 경완을 기다리고 있었다.

[잡히는 자신의 미래를 봤나?]

예언가는 초췌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항할 생각은 있고?]

그 물음에는 고개를 저었다.

경완이 짐짓 조롱조로 ‘오호~’ 감탄을 터뜨리자 그가 입을 열었다.

[괜히 저항했다가 하고 싶은 말도 못 할 것 같아서.]

그런 미래를 봤군.

경완은 잡혀가기 전에 예언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혹시 모르지 않은가? 강압적인 상황에선 나오지 않을 정보라도 토설할지.

[미래란 뭘까?]

[사전적 의미를 묻는 건가?]

예언가는 경완의 반문을 듣지도 않은 것처럼 말을 이었다.

[시간이라는 건 양자얽힘이 연쇄적으로 퍼져나가는 거야. 그래서 미래는 양자역학적 확률로 결정되는 거고. 그래서 다중우주론이 있는 거지. 결정되기 전의 미래는 양자역학적으로 중첩되어 존재한다.]

[그래서?]

[예지 능력이란 확정된 미래를 보는 게 아니야. 확정되지 않아서 무수히 중첩된 미래를 보는 거지.]

그럼 관측되는 순간 그 미래가 확정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경완의 머리에 떠올랐지만 여기서 개똥철학으로 티키타카하고 싶진 않아서 계속 듣기만 했다.

[내가 본 미래의 대부분은 기존 세상의 몰락이었어. 무수히 많은 희생이 발생하지만 인류는 그 희생을 통해서 교훈을 얻지. 지금 너희가 막으려는 것은 인류의 진보에 대한 반역이야.]

[희생을 너무 쉽게 말하는군.]

[나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랬나! 어리석은 인류가 거대한 희생 없이 그 무엇 하나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아?! 제국주의라는 인류정신의 암덩이도 두 차례의 대전을 겪고 나서야 몰락했어! 너희가 그리는 미래에 인류는 언제까지나 미숙한 상태로 남아있고, 그 미숙함은 더 큰 몰락과 파멸로 직행할 거야!]

[할 말은 그게 다인가?]

[너희는 너희 이후를 상상해 본 적 있나? 너희가 있을 땐 어떻게든 유지가 되겠지. 하지만 너희의 사후엔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본 적 있나?]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왜냐면 너에겐 연인이 있잖은가? 언젠간 아이를 낳겠지.]

[너무 쉽게 장담하는군.]

[흐흐흐. 난 예지능력자다.]

[…….]

경완은 입을 다물었다. 그건 예언가에게 반박하기 힘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갑자기 심각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한테 아이가 생긴다고?

[너의 최선은 너와 네 주변만 챙기고 나머지는 방치하는 거였어. 세상을 구하겠다고 이렇게 앞서서 나설 이유가 없었어. 사람들이 너와 네 친구의 노고를 알아주기나 할까?]

경완은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왠지 저 득의양양한 논리에 반박해 주지 않으면 밤에 잠을 못 잘 것 같았다.

[그래서 너는 그렇게 살면 마음이 편해지는 인간인 모양이구나. 수억의 죽음과 여기까지 쌓아올린 인류문명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힘이 있어도 더 나은 미래라는 핑계로 수수방관하는 그런 인간.]

[니가 뭘 알아!]

[미래가 예정되어 있다고 해도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 외엔 제대로 된 인생을 살 방법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지.]

그는 그의 평소 게으름을 아는 미연이 들었다면 귀를 의심할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으며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하긴. 그냥 보는 거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변변찮은 인간이잖아?]

[웃기지 마! 미래를 본다는 게 얼마나 강력한 힘인지 모르는 건가?!]

[그래서 그 강력한 힘을 가진 자의 말로를 봐. 미래를 본다는 인간이 미래를 바꿀 힘이 없어서 결국 자기 합리화나 하고 있잖아?]

[아니야!]

[수억의 목숨과 문명 붕괴로 인류는 교훈을 얻을 거라니 우습지도 않아. 왜냐면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거든. 인류가 진짜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는다면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겠어? 그러니 댁이 말한 그 대단한 교훈도 결국 잊힐 거야.]

그러니 네가 말하는 가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경완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예언가는 우묵한 얼굴로 손을 움직였다. 폭탄을 누르는 것이었지만, 이미 경완과 그는 검은 연기의 염동력으로 밖과 분리되어 있었다.

약간의 진동이 지나갔을 뿐이지만 예언가는 이미 그 상황까지 봤다는 듯 동요는 없었다.

[내 미래를 봤다. 정신병원 독방 같은 곳에 가둬져서 가끔 요하네스 그자와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는 게 전부였지.]

그렇게 이야기하는 예언가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그리고 눈을 까뒤집고 거품을 물었다.

독을 먹은 증상에 경완은 급히 그의 신체 내부를 스캔했다. 위장에서 알약 캡슐의 잔해를 발견한 경완은 그 즉시 식도로 검은 연기를 밀어 넣고 위장에 있는 내용물을 끄집어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그는 현장에 안내해 줬던 IAMSR 러시아 감찰요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로 웜홀을 열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예언가를 급히 병원으로 데려가 끝내 살려냈다.

새삼 인명중시 사상을 갖춘 건 아니었다. 그냥 그대로 편하게 죽게 두는 게 너무나 꼴 받았기 때문이었다.

[파하하! 잘하셨습니다!]

요하네스는 경완이 예언가를 살려낸 이유를 듣자 박장대소를 했다.

“이걸로 골치 아픈 인간은 더 이상 안 나타나겠죠?”

[그러길 저도 바라지만 한국에는 이런 표현이 있더군요. 병신 보존의 법칙이라고.]

“범죄가 없어지길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겁니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상상은 현실을 이기지 못하니까요.]

사랑과 불륜 사연을 재연하는 프로그램도 현실을 많이 순화해서 각색한 거라고 하니 예언가 같은 빌런은 그가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

“예언가는 협조할 것 같아요?”

[음. 협조는 어렵지만 정보를 빼내는 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결국 그도 사람이거든요. 한 달이든 두 달이든 독방에 홀로 지내면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그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흠. 그렇군요.”

경완은 말을 아꼈다. 요하네스의 차분한 광기를 굳이 지적하지 않는 이유는 경완 자신에게도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수고할 것 같으니 수고하세요.]

요하네스는 경완의 앞날을 그렇게 정의했다.

경완은 쓰게 헛웃음을 터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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