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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360화 (360/367)

무한전생-더 빌런 360화

34-에필로그-아버지가 되다

부자(父子)로 보이는 남자와 소년이 소파에 앉아 TV를 켜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버지로 보이는 사내가 이야기를 주도했다.

“어느 관광지가 있었어. 그 관광지엔 그럭저럭 장사가 되는 음식점 주인이 있었는데 그에겐 한 가지 고민이 있었지. 그건 본인 가게 옆에 공터가 있는데 자꾸 거기서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는 거야.”

“으…… 더러워.”

“금연구역이라고 써붙여놨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이 몰래 흡연하는 걸 막을 수 없어서 고민하던 가게 주인은 결국 거기에 쓰레기통을 놔뒀어. 일종의 타협이었지. 담배 연기는 허공으로 사라지지만 땅바닥에 아무데나 버려진 담배꽁초가 미관상 더 보기 안 좋았거든.”

“그걸로 끝?”

“아니. 그런 그의 타협은 더 많은 흡연자들을 불러왔어. 흡연자들도 솔직히 담배꽁초 아무 데나 버리기에 눈치 보인단 말이야. 그렇다고 담배꽁초 챙겨가는 것도 번거롭고 냄새도 나고. 그런데 마침 담배꽁초를 버릴 쓰레기통이 있으니 좋을 수밖에. 하지만 가게 주인은 마냥 좋을 수 없었어. 미관을 해치는 담배꽁초는 해결했지만 담배 냄새가 가게 안까지 들어올 정도가 되었거든. 네가 관광객이라고 생각해봐. 담배 냄새를 맡으며 음식을 먹고 싶겠니?”

“아니요.”

“그래서 결국 가게 주인은 쓰레기통을 치웠지. 하지만 상황은 쓰레기통을 놓기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단다. 흡연자들의 수는 늘어난 그대로였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담배꽁초가 공터와 가게 주변에 보이기 시작했지.”

“우와 너무했다.

“여기서 가게 주인은 또 어떤 해결방안을 내어놨을까?”

소년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대답했다.

“경찰을 부른다.”

하지만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경찰이 왔지만 해결책은 되지 못했단다. 처음 한두 번 와서 흡연자들을 단속하던 경찰도 가게 주인이 계속 신고하니 결국 뭐 이런 것까지 신고하냐는 식으로 태도가 변했지.”

“경찰이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하지만 그게 현실인걸? 살인, 강도, 절도 등의 범죄랑 비교하면 금연구역 단속같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은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단다. 거기가 산불이 나는 산이라면 또 모르지만, 그건 또 산불 단속하는 공무원이 따로 있어요. 자, 가게 주인은 어떤 해결책을 내놨을까?”

“감시카메라를 설치해서 흡연자가 나타나면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해요.”

이번에도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때 잠시뿐이고, 또 다른 흡연자가 오는걸? 가게를 내팽개치고 흡연 단속이나 할 순 없잖니?”

“음…… 어려워요.”

그러자 남자가 말을 이었다.

“가게 주인은 그 공터 주위에 사람들이 들어오기 힘들 정도로 울타리를 치고 사유지니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문을 붙여놨단다.

“그러면 담배 피우러 안 들어와요?”

“굳이 울타리를 넘어서 그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고야 말겠다는 사람이 아니면 안 그러겠지?”

“그렇게 해결된 거군요!”

소년은 감탄했다. 하지만 남자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아직 속단은 이르단다. 이 이야기는 자세한 배경이 어떻냐에 따라 크게 해피엔딩과 배드엔딩으로 나뉘거든.”

“뭔데요?

“그 땅이 가게 주인의 땅이라면 당연히 거기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두 번 시나리오는 땅 주인은 따로 있지만, 자기 땅이 담배꽁초로부터 해방되어서 본인에게 이득이니까, 가게 주인이 울타리 친 걸 좋아하는 경우지. 하지만 또 다른 시나리오는 그 땅 주인이 가게 주인에게 악감정이 있어서, 그 울타리를 친 것에 사유지 침범이나 재산권 침해 등으로 고발을 하고 울타리를 치워버리는 경우가 있단다. 그럴 경우 다시 그 공터는 흡연자들이 담배 연기를 피우고 담배꽁초를 버리는 곳이 되겠지.

“와~ 너무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배경 이야기를 추가하자면, 사실 그 땅주인은 가게 주인의 맞은편에 동종 가게를 둔 경쟁업자였고, 그는 은근히 경쟁 업체인 가게 주인을 방해하기 위해서 옆의 공터를 모종의 방법으로 흡연자들의 모임터로 만들었지.”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아까 말했잖니. 금연구역이라고 써붙여 놨지만 이상하게 흡연자들이 와서 담배를 피우고 간다고.”

“어?”

소년이 놀란 표정을 짓자 남자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소년은 이내 반박했다.

“하지만 땅주인이 그 많은 흡연자들을 다 불러 모았을 리는 없잖아요.”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단다. 그저 아는 지인 몇을 이용해, 그 공터에서 담배를 펴도 된다는 분위기만 조성하면 나머지는 흡연할 곳을 찾는 흡연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거든.”

“우와. 진짜 나쁘다.”

소년은 그렇게 한 마디를 내뱉었지만, 여전히 의문이 가시진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진짜 있어요?”

“없을 것 같지?”

남자는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반문하고는 말을 이었다.

“경쟁 술집에 성인처럼 생긴 미성년자를 보내서 한 달간 영업 못 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카피한 경쟁회사 제품을 유통시켜 막대한 손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 악!”

남자는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등에서 짜릿한 고통이 느껴지자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남자가 아파하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니 거기엔 대한민국 대표 미녀 연예인 중 한 명으로 유명한 이미연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녀를 본 소년이 반가워서 소파에서 일어나 쪼르르 달려갔다.

“엄마!”

아들을 안아 든 미연은 소년의 볼에 뺨을 비비고는 날카로운 시선과 상반되는 평이한 어조로 물었다.

“여보, 연완이한테 무슨 그런 음험한 이야기를 하는 거야?”

“교육?”

“무슨 교육이 그래?”

“세상이 그런 모습이니까?”

“밝은 면은?”

“원래 소중한 가치는 밑바닥을 목격해야 진실로 그 가치를 깨닫는 법이…….”

경완은 미연이 소년을 안지 않은 손의 약지와 소지를 오므리고 엄지, 검지, 중지를 폈다가 오므렸다를 반복하자 말을 맺지 못하고 끝을 흘렸다.

미연의 제스쳐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은 언행을 하면 꼬집고 말거라는 위협으로, 경완이 티라노사우르스의 앞발이라고 부르는 동작이었다.

물론 미연은 경완이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을 모른다. 알았다면 진짜 티라노사우르스로 빙의해서 경완을 깨물어버렸을지도.

“엄마! 나 쁘띠걸스 사인 받아준다고 했잖아!”

“받아왔지.”

“와!”

경완은 아들과 미연이 거실 저쪽으로 가는 걸 보며 몇 년 전을 떠올렸다.

‘오빠, 나 임신했어.’

‘어……. 왜?’

‘오빠도 오빠 마음대로 하는 경우 많잖아? 나도 문득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

경완은 미연의 일탈(?)에 화를 내지 않았다. 예전부터 낌새가 그랬다.

그녀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면서도 본인이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 때문인지 많이 망설이던 모습을 보여왔다. 거기에 경완이 아이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도 있고.

그러다가 어떤 충동이라고 왔는지 덜컥 임신해 버렸다. 하지만 아이만큼이나 커리어에 진심이었던 그녀는 출산 후 가혹한 자기 관리로 원래 몸매로 돌아간 후 다시 연예계 활동을 이어나갔다.

물론 그녀가 육아를 내팽개친 건 아니었다. 그저 경완이 육아를 너무 잘하고 능숙했기 때문에 육아의 힘듦과 기쁨을 느낄 틈이 없었다고나 할까?

‘아니, 오빠. 애기 너무 잘 돌보는 거 아냐?’

‘타고났나 봐.’

무한전생자니까 전생의 육아 경험을 불러올 수 있으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아무튼, ‘미연’의 ‘연’과 ‘경완’의 ‘완’을 따서 ‘연완’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은 무럭무럭 자라 유치원을 나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아빠. 오늘 참관수업 있는 거 알지?”

“참관수업이 뭔지는 알고?”

“응! 부모님이 학교수업 구경하는 거.”

어릴 때부터 경완의 조기교육 때문인지 아니면 타고난 성정이 의젓해서인지 연완의 언행은 제법 조리가 있었다.

그런 소년은 참관수업이 끝나고 나서 약간의 충격에 빠졌다.

“엄마! 우리 아빠 유명한 사람이었어?!”

소년은 목격했던 것이다. 수많은 학부모들이 자신의 아빠에게 악수를 요청하려는 모습을 말이다.

심지어 자기 아빠가 유명한 회사 사장이라고 콧대가 높은 나희네 아빠도 우리 아빠에게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손을 내밀었고 말이다.

미연은 소년이 방방 뛰자 살짝 곤혹스러워하며 대답했다.

“어……. 유명하기는 하지.”

아이가 아빠가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건 부모라면 언젠가 닥칠 일이지만 그녀는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벌어진 일이라 살짝 당황했다.

왜냐면 아이의 아빠, 그녀의 남편을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하는지 난감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을 몰락시킨 장본인이자, 각지의 군벌을 제압하고 민주주의 국가인 중(中)합중국의 건국에 지대한 공을 세운 건국영웅?

아니면 세계를 암중지배 하는 위버멘쉬 총수의 가장 날카로운 칼?

그것도 아니면, 초능력 재난을 제압하는 가장 믿음직스러운 일꾼이자, 혹은 목적을 위해선 국가수반을 비롯한 위정자들을 개 패듯이 패고 다닐 수 있는 폭군?

경완이 대단한 사람이 맞고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것도 맞지만, 마냥 긍정적인 건 아니었다.

누군가는 그를 히어로라고 부르지만, 누군가는 그를 빌런으로 칭하기도 하며, 또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흑화한 슈퍼맨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인식 때문에 미연은 연완에게 아빠에 대해 설명하기가 좀 난감했다. 그간 그녀와 경완은 연완에게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지 않고 키워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소년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아빠 그냥 백수인 줄 알았는데.”

“배, 백수?”

“직업 없이 집에서 빈둥거리는 사람을 백수라고 하는 거 아냐?”

고개를 갸웃거리는 연완의 물음에 미연은 말문이 막혔다. 경완이 틈틈이 일을 한다고 하는데, 미연이 보기에도 저렇게 일을 해도 안 짤리나 싶을 정도로 널널하게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의 변명을 듣자면, 본인이 반드시 필요한 업무에 투입되기 위해서 여력을 남겨두기 위해서라는데 그것이 사실인지는 미연이 분간하기 힘들었다.

더 그녀를 난감하게 하는 건, 참관수업 얼마 후에 받아온 숙제였다.

[부모님의 직업에 대해 알아봅시다]

직업탐색 수업으로 부모님이 무슨 일을 하는지부터 알아보는 건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지만, 경완이 하는 일은 일반적으로 설명하기가 복잡했다.

그가 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초능력 재난의 수습과 예방이었지만, 그 외 부업 비슷하게 마피아들을 조진다든지, 현상금 걸린 범죄자를 잡는다든지 하는 일도 했다.

왜 부업 비슷하다고 했냐면, 그 일들이 초능력 재난의 예방하고 이어진다나? 그래서 완전히 부업도 아니라는 게 남편의 논리였다.

미연은 자식의 곤란한 숙제를 혼자 고민하지 않고 남편에게 토스하기로 했다.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달라고?”

“응.”

“음 일단 아빠가 하는 일을 알려면 초능력 재난과 IAMSR이라는 대처기구에 대해서 개념이 잡혀 있어야 해.”

미연의 우려가 무색하게도 경완은 조곤조곤 설명을 이어갔다.

이내 아빠의 이야기를 이해한 연완이 소리쳤다.

“소방관 같은 거구나!”

“일단 목적은 같지. 하지만 소방관과 다른 건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거란다. 소방관이 누구를 잡아간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지?”

“네.”

“그런데 IAMSR은 그게 가능해.”

“누구라도요?”

“어…… 그 부분은 좀 각국 정부와 합의가 좀 필요하지. 너무 권한을 남용하면 IAMSR의 활동을 안 좋게 보고 막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거든.”

미연은 새삼 신기해졌다. 경완의 과거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참으로 모범적이고 자상한 아빠의 모습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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