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036. 에필로그-강의 앞물, 그리고 뒷물 (3)
“아, 그건 그렇고. 이철 오빠 이번에 결혼하는 거 알아?”
“이야, 그 양반 평생 모태솔로로 살 줄 알았더니 결국 결혼하는구나?”
썬더보이 이철. 경완, 미연과 같은 행복원이란 시설 출신이자, 선더보이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한국의 히어로, 그리고 동시에 국가에 소속된 경찰이었다.
“상대가 누군지 알아?”
“누군데?”
“혜정이.”
“어……. 예전에 바스티앙하고 사귀었던 그 연예인?”
“응.”
“아이고, 우리 철이형. 이 나라 위해 한 몸 희생하면서 수도승처럼 살더니 결국 퐁퐁남 됐, 아흑!”
“퐁퐁의 피읖 자라도 꺼내봐! 집에서 쫓겨날 줄 알아!”
“내 집인데,”
“씁!”
경완은 대꾸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현명한 사람은 여기서 아내의 불합리함을 지적하기보다는 입을 다물어 작은 불씨가 큰불이 되지 않도록 꺼뜨린다. 그리고 경완은 그런 현명함을 영겁에 가까운 경험 덕분에 알고는 있었다.
물론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 사이엔 커다란 간극이 있었지만, 남편으로서의 의무감, 그간 쌓아온 정(情), 그리고 귀찮은 일이 싫은 게으름이 실행의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아무튼, 그는 미연과 함께 이철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애들은 평소에 이철과 만난 적 없으니 데려가지 않더라고 두 사람이 이철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으로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예를 들어 이철이 경완과 척을 졌다거나, 사이가 안 좋다 따위의 그런 오해들 말이다.
만일 경완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런 오해가 있어도 이철에겐 큰 피해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현재 경완은 가디언 프로젝트로 S급 초능력자를 육성하는 트레이너이자, 초능력 재난에 대응할 조커이자, IAMSR의 고등감찰관으로서 거의 모든 연구소의 초능력 연구에 대한 접근 권한을 가진다.
이로 인해 빚어지는 막대한 이권은 경완에게 어떻게든 알랑빵구 끼고 싶어 하는 이들을 무수히 생산했으니, 자칫 이철이 경완과 사이가 안 좋다는 헛소문이 돌기라도 하면 그런 욕심에 눈이 먼 무뇌충들이 이철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경완이든 미연이든 바라는 바가 아니었기 때문에 둘은 짬을 내서 이철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오빠! 결혼 축하해!”
“축하해.”
“와, 줘서 고맙다.”
이철의 옆에는 행복원의 원장도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그래.”
나이가 들어버린 원장은 여전히 행복원 원장으로서 부모 없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이철과 경완, 거기에 미연까지 유명인들이 탄생한 시설이다보니 여러 가지 의미로 후원금이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특히 경완이 유명해졌을 때에는 욕먹은 것만큼이나 후원금도 많이 들어와서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럼 이제 신부도 보러 가야지.”
미연이 경완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두 사람은 혜정과도 알고 있는 사이였기 때문에 신부 부모님에게도 인사한 후 신부 대기실로 향했다.
“언니!”
“평생 미스 골드로 살 것 같던 네가 결혼을 다하는구나.”
“언니는 결혼도 안 하고 동거부터 했잖아? 그거 듣고 피눈물 흘린 남자들이 얼마나 많았게?”
두 사람은 티격태격 사이좋은 모습을 보이다가 혜정이 경완을 보며 안부 인사를 건넸다.
“형부 그간 잘 지냈어요?”
“그럼요. 혜정 씨도 결혼 축하합니다.”
경완의 말에 혜정은 호호호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빨리빨리의 한국답게 결혼식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약 한 시간 동안의 예식과 사진사의 사진 찍기는 초능력 시대에도 변하지 않았지만, 다만 일반적인 결혼식과 좀 다른 점은 결혼하는 사람이 선더보이라는 점.
오랫동안 한국에서 활동해 온 1세대 히어로라 후배들도 참석을 많이 했다. 각자의 히어로 코스튬을 입고 말이다.
“전대물의 한 장면 같네.”
“그러게.”
경완의 말이 미연은 공감을 표했다. 결혼사진을 찍는 사진사만 있는 게 아니라 초대받은 기자들도 와서 사진을 찍어댔다. 다사다난했던 현대를 겪은 대한민국 1세대 히어로의 결혼 소식은 충분히 기사감이 되었으니까.
그렇게 사진도 다 찍고 뷔페에 가서 다들 식사를 했다.
원래 한국식 결혼식 뷔페라면 다른 신랑신부의 하객들도 섞어서 혼란스럽고 번잡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명색이 대한민국 1세대 히어로라서 그런지 소속사에서 결혼식이 있는 오후 시간대를 전세냈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예우랄까?
그래서 그런지 경완은 식사에 대해 제법 좋은 평을 내렸다.
“괜찮은데?”
“맛있어?”
“생각했던 뷔페보다 괜찮네.”
원래 뷔페라는 것이 일종의 정액제 같은 것이잖은가? 그러니까 뷔페로 이윤을 남기려면 원가를 싸게 하든가, 사람들이 많이 먹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품질이 낮은 식재료, 짜고 달고 기름지고 맛이 강한 요리에 대한 유혹이 피어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결혼식 뷔페라는 건 맛있는 음식을 원하는 손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식 하객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자본주의적으로 생각하면 결혼하는 부부의 체면에 먹칠하지 않을 정도로만 맛을 유지하면 충분하다는 것이 경완의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을 들은 미연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빠는 이 좋은 날에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그런 생각이 떠올라?”
“왜?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잖아? 돈이 그냥 생기겠어?”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면 망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지. 유명인의 결혼이니까 오히려 평을 좋게 하는 홍보의 방편으로 음식에 힘을 줬을 수도 있겠네.”
“그만하고 먹기나 해.”
미연은 다른 측면에서 해석하는 그를 보며 또 직업병이 도졌다며 타박했다. IAMSR 고등감찰관으로서 활동하면서 경완은 기업이나 정부 관계자가 하는 말은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항상 그 이면에 어떤 이권과 이해관계가 있는지 의심하는 버릇이 들었다.
아내의 타박에 조용히 접시를 비우고 스테이크 한 접지를 더 받으러 일어난 경완은 줄을 서 있다가 누군가로부터 인사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절도있는 목소리에 경완이 고개를 돌려보니 잘생긴 청년이 서 있었다.
“누구신지?”
“넵! 우치라는 히어로명을 쓰고 있는 전이추라고 합니다!”
“아, 네.”
히어로 코스튬은 사진 찍을 때만 입는지, 평상복의 평범해 보이는 호남형의 청년이었다.
경완은 왜 이런 청년이 자신에게 말을 걸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하는데 전이추가 종이와 사인펜을 내밀었다.
“팬입니다! 사인해 주십시오!”
“누구 팬이라고요?”
“경완 씨 팬입니다!”
경완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이추라는 청년이 내민 종이와 펜을 들었다. 경완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는지 종이도 그냥 종이가 아니라 빳빳한 고급의 랑데뷰지였다.
“감사합니다!”
전이추는 ‘우치의 앞날에 영광을’이라고 쓴 경완의 싸인지를 받아들고는 허리를 넙죽 숙였다. 주변에서 신기해하는 시선을 보냈지만, 경완이 그들에게 스윽 한 번 눈길을 주자 앗 뜨거라 하고 시선을 피했다.
그래, 이것이 평범하고 상식적인 반응이었다.
친근하지만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술자리 같은 곳에서 뒷담화로 신나게 씹어도 정작 그 앞에선 입을 열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바로 이경완이었고, 경완이 일부러 그런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대중과는 너무 멀리도, 가깝지도 않은 포지션이 제일 속 편하니까. 그는 대중과 친해야 하는 연예인이 아니었다.
경완은 갓 구운 스테이크와 샐러드 및 디저트를 접시에 챙겨서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미연에게 방금 있었던 일에 관해서 말했더니 그녀는 재밌어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우치’를 바로 검색했다.
“오호~! A급 초능력 등급을 가진 특급 유망주라네?”
한국 히어로즈에 소속된 우치는 염동력, 텔레파시, 초재생의 복합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로, 범죄 조직에 속한 빌런을 잡거나 다양한 사고를 수습하거나 막았다.
심지어는 초능력 재난 수습에도 참가한 경력이 있었다. 초능력 재난은 웬만한 규모의 사고가 아닌데도 말이다.
“그런데 좀 똘아이인가 봐.”
“뭐가?”
“예전에 국회의원 아들을 두들겨 팬 적이 있다는데?”
“그래?”
경완은 새삼 호기심이 일어나는 걸 보고 자신도 스마트폰으로 우치라는 히어로를 검색했다. 그리고 온라인 위키에서 관련 사건을 읽었다.
사건의 대략적인 맥락은 이러했다. 국회의원 아들은 초능력자랍시고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던 놈인데, 강원도 가뭄 해결 업무를 두고 우치와 갈등을 빚다가 두들겨 맞았단다.
그리고 그놈은 우치에게 고소를 했고, 우치는 벌금을 내고 풀려나왔다.
경완은 혀를 찼다.
“히어로하겠다는 놈이 고소하고 난리네.”
“오빠. 히어로도 사람이야.”
“쯧. 아무튼 이놈은 히어로질 하기 글렀네.”
경완은 우치를 고소한 국회의원 아들놈을 보며 평했다. 히어로가 싸움박질로 시시비비를 가려야지 유치하게 법에 호소하다니. 동료 히어로를 사귀기엔 글렀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할 만한 동료가 없다는 건 히어로질 하기가 심히 난감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왜냐면 히어로 사이의 갈등은 대련으로 끝맺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불문율이 생긴 이유엔 가디언이 있었다.
가디언. 인류 문명 수호의 최전선에 있는 자들.
그만큼 위험한 사고에 투입되고, 각국의 권력자와도 충돌을 빚는 이 가디언의 권리 중 하나가 바로 불체포특권이었다. 국회의원쯤 되어야 얻을 수 있는 특권을 그저 본신의 강함만 챙기면 얻을 수 있다니!
이러한 특권을 보장하지 않는 나라가 없는 아니지만 그래도 실질적으로 체포할 수는 없었다.
가디언이란 지위를 확보한 초능력자들은 어마어마하게 강해서, 살려서 잡는 건 무리고, 죽이는 것도 첨단 초능력 무기체계를 운용하는 군부대가 투입되어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군대를 보유한 나라는 생각보다 많진 않았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고, 법은 권력을 쥔 자가 만든다. 요하네스가 구상하고 경완이 조력하기는 했지만, 가디언의 불체포특권은 현실적으로 언제고 이뤄질 일이었다.
중요한 건 그 불체포특권이 가디언이 스스로 쟁취하느냐,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수여받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전자라면 스스로의 능력으로 얻은 전리품이니 마음대로 휘두르겠지만, 후자라면 어떤 의무에 대해 선불로 지불받은 임금이라 할 수 있었다. 현재 불체포특권을 가진 가디언에 대해 여론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은 후자의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불체포특권을 가진 가디언들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그들의 영향력이나 권력을 이용해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남용한다면 손아귀에 쥐여진 모래알처럼 흩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그러한 특권을 얻으려면 훨씬 더 힘든 저항을 뚫어내야 한다는 걸.
아무튼, 법으로 단죄할 수 없는 초능력자라는 개념은 히어로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충분했다.
법을 준수하고 수호하지만, 공권력이 쉽게 제압할 수 없으면서도, 능력만 있으면 가디언이 되어 불체포특권을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들.
히어로간의 갈등은 대련으로 해결한다는 불문율이 충분히 정착할 수 있는 배경이었다.
“이 친구 재밌는걸?”
경완은 위키를 좀 더 읽어보고 흥미로워했다.
아들이 얻어맞은 것에 뿔이 난 국회의원은 갖은 방법으로 우치와 그 소속사에 압력을 가했다.
결국 우치는 그가 몸을 답은 소속사에서 계약 해지를 몇 번 당했지만, 본신의 실력과 그의 실력을 눈여겨본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국회의원의 압력을 벗어나 빅엿까지 먹여주었다.
국회의원의 치부를 들춰내는 수사를 도와 증거인멸을 하려던 이들을 제압한 것이다. 증거인멸을 하려던 국회의원의 하수인들이 초능력자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적절한 엿이었다.
“초대장을 보내줄까?”
경완의 말에 미연이 되물었다.
“빠가 될까, 까가 될까?”
“글쎄? 까가 되지 않을까?”
경완이 말한 초대장은 가디언 프로젝트로의 초대장을 말하는 것이었고, 빠와 까란 가디언 프로젝트를 수료한 가디언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것이다.
빠는 경완의 추종자, 또는 팬이었고, 까는 어떻게든 그를 한번 두들겨 패고 싶어서 이를 가는 쪽이었다.
그래도 이 두 부류가 인정하는 건 이경완이라는 인간이 무지 강하다는 것이고, 그가 가르치는 초능력 운용과 단련의 노하우는 그들을 가디언이라는 위치까지 올려주었다는 사실이었다. 다만 그 과정이 이가 갈릴 정도로 힘들다는 것도.
우치라는 히어로가 무슨 이유에서 경완의 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디언 프로젝트를 겪다 보면 경완에 대한 선망의 시선이 독기와 악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경완은 자신의 오른쪽 불알을 걸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을 입 밖으로 안 꺼낸 것이 다행이었다.
“교관님은 대단하십니다!”
“아아악! 더 할 수 있습니다아아악!”
“이야아악!”
우치라는 히어로명을 사용하는 전이추는 또라이가 맞았다. 그는 강해지는 과정을 즐겼다. 그 과정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말이다.
그렇게 또 한 명의 가디언이 탄생했고 매스컴이 달려들었다. 역대 최연소 가디언의 탄생이었기 때문이다.
수료식에 참석한 요하네스는 흡족하게 웃었다.
“저의 투자가 빛을 발했군요.”
“아는 친구에요?”
“회귀 전에요?”
고개를 끄덕이는 경완을 향해 요하네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포칼립스가 아니라 사람이 많으니 인재 역시 많이 튀어나옵니다. 제 생각보다 훨씬 고무적이에요.”
요하네스는 통계 자료를 경완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결국 핵심은 사람입니다. 인재를 빠르게 확보해서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교화할수록 세상은 더 안전해집니다.”
그러기 위해서 갖가지 이미지 메이킹과 여론전도 마다하지 않는 회귀자였다.
“무엇보다 가디언 프로젝트가 중요한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역시 그렇죠?”
누구나 능력이 있으면 가디언이 될 수 있다. 가디언이 되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 가진 초능력으로 나쁜 짓을 하면 가디언의 방문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이 복합적으로 전 세계 초능력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쓸데없이 가진 힘으로 횡포를 부리는 것보다는 자기 능력 계발에 집중하도록 말이다.
물론 절대적인 영향력을 아니지만 만일의 상황에 휘두를 수 있는 채찍이 있다는 것은 매우 안심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순항할 줄 몰랐는데 말이죠.”
“그러게요. 벌써 9기였죠?”
가디언 프로젝트는 매년 열린다. 가디언의 지위를 타내는 이들은 천 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하지만, 벌써 전 세계적으로 30명가량의 가디언이 있었다. 그들 모두 가디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커다란 사고를 수습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데 공을 세웠다.
뭐, 기존 정치권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없진 않지만, 몇몇 불미스러운 일을 겪다보면 결국 자국의 가디언과 타협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걸로 충분할까요?”
요하네스가 물었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는 판국에 생뚱맞은 질문이었지만, 경완은 그의 내심을 짐작했다.
“지금부터 회귀능력 제거를 시작해도 되냐는 물음이죠?”
“이렇게 모든 게 잘 돌아가는 건 처음이라 불안해서 그렇습니다.”
“제가 말했잖아요. 요하네스 씨가 원한다면 언제든 회귀능력을 제거하겠다고.”
그걸 미룬 건 요하네스의 노파심이었다. 무한한 회귀의 마지막을 앞둔 그는 유종의 미를 원했다. 완벽히 이번 회차가 멸망이 아닌, 인류 문명의 존속과 번영의 길로 가고 있는 확신을 원했다.
잠시 생각한 요하네스가 대답했다.
“좀 더 있다가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런 루키들이 더 많아진다면 안심하고 뒤를 맡기고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요하네스는 웃으며 이쪽으로 향하는 최연소 가디언 우치를 보며 말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