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3화 (3/250)

3. 국제전화입니다!

인제 와서 그냥 가시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 와중에 힐끔 옆을 쳐다보니, 스님은 마치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릴까? 를 재밌게 보는지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냥 5만 원을 드려?

이건 좀 센데?

어처구니없게도 술 처먹다가 작은 번뇌(煩惱)가 나를 찾아왔다.

나에게 5만 원이란 돈은 어떤 의미일까?

일단 제법 적지 않은 돈이다.

내가 실제로 수령하는 급여가 220만 원 남짓.

급여 통장에 들어오자마자 퍼가요 질을 당하고 나면, 실제로 쓸 용돈은 그리 많지 않다.

솔직히 이렇게 소주 한잔할 때도 가능하면 5만 원을 넘기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데.

하지만, 내가 술 한잔 덜먹고 저 스님에게 간다면 어떨까?

물론 이 부장의 말처럼 사기일 확률도 높다.

허나, 사실이라면?

스님의 말처럼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진짜라면?

5만 원으로 하다못해 미국산 하급 소고기라도 불고기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고, 그보다도 사정이 좋지 않으면 배불리 라도 먹일 수 있을 것이다.

먹는 것이 해결된 곳이라면 중국산 싸구려 인형이라도 여러 개 돌릴 수 있을 것이고, 아이들의 구멍이 난 내의를 몇 장이라도 새 내의로 바꿔 줄 수 있다.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일까?

내가 홍 사장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술 한잔?

이걸 무조건 무시하면 곤란하다.

어쨌든 간에 그나마 이걸로 내가 숨통을 틔우고, 계속 출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니까.

그래도 번뇌(?)는 짧았다.

홍 사장이 아무리 나를 죽일 듯이 갈구어도 술 한잔 건너뛴다고 당장 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저 가짜 중일지도 모르는 노스님을 보낸다면, 두고두고 내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나는 바로 지갑에서 5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들었다.

“어, 어? 너 그거 진짜 줄려고?”

“내 돈입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야 임마! 그래도 5만 원은 너무 과하잖아?”

나는 이 부장을 무시하고 일어나서 스님께 5만 원짜리 지폐를 건네드렸다.

“괜히 고민했네요. 큰돈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잘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스님이 맛있는 거 사드시고요.”

“호호호!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방금 저 시주의 말처럼 제가 땡중이면 어찌하려고요?”

이 양반 대체 왜 이래?

나름 번뇌씩이나 하다가 드린 건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사실일 수도 있잖아요? 그 확률에 건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고, 실제로 스님이 땡···. 땡스? 에이! 하여간, 아니더라도 스님같이 할머니라면 상관없어요.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대신에 스님 할머니께 맛있는 것 사드렸다고 생각하면 되지요.”

“호오! 선재 선재(善哉)로다! 착하고 착하도다!”

“네에?”

이건 또 무신 소리여?

하지만, 노스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잠시 눈을 감고 뭐라고 조용히 읊조릴 뿐이었다.

염불을 외우는 것 같기도 하고.

다시 눈을 뜬 노스님의 눈에서 정광이 번뜩였다.

“저기···.”

“시주께서는 참으로 선하고 선하십니다.”

“저기, 전 그 말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네?”

“이 자식 오늘 오빠는 좋은 사람이야! 소리 들으면서 차였거든요.”

“에이! 형님!”

정말 쓸데없는 소릴 하고 있어?

“아하! 호호호! 그러셨군요. 그 시주는 시주와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지, 절대로 시주가 선한 사람이어서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놈은 너무 착해서 손해를 많이 봐요. 저러니까 맨날 호구나 잡히지”

“에이, 증말!”

“그렇지 않습니다. 소승이 보기에 시주의 선업(善業)은 넘치고도 넘쳐서, 이제는 그에 대한 보답을 받으실 때가 되어 보입니다.”

“아닙니다, 스님. 어쩌다가 이렇게 보이는 대로 푼돈 정도나 기부하는 정도인데 왜 그러세요? 겨우 5만 원 가지고?”

“그 또한 그렇지 않습니다. 시주도 말씀하신 것처럼 시주께 5만 원은 부자의 5억보다도 값진 것입니다. 성경 마르코의 복음에 예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네? 성경이요? 예수요?”

“가난한 과부가 단돈 두 렙톤을 넣는 것을 보시고, ‘나는 분명히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은 돈을 헌금 궤에 넣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넉넉한 데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구차하면서도 있는 것을 다 털어 넣었으니, 생활비를 모두 바친 셈이다.’라고 말이지요.”

뭐, 뭐냐? 이 양반?

스님이 이런 소릴 해도 되는 거야?

심지어 이 부장도 술로 흐리멍텅하던 눈을 치켜뜨고 노스님을 바라보았다.

“아니 스님께서 성경과 예수를 말씀하시네요?”

“그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습니까? 어쨌든 간에 선업의 본질을 말한 것으로, 같은 말이지요.”

이 할머니, 이제 뭔가 있어 보였다.

“아, 예. 하여간 말씀 감사합니다. 정말 스님 말씀처럼 제게도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선업을 어떤 대가를 바라고 쌓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오호! 역시 선재 선재로다!”

“...”

이젠 무서워서 무슨 말도 못 하겠다.

그때, 노스님이 품 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시주께서는 손을 잠시 내어주시지요.”

“예?”

“잠시 내어주시면 됩니다.”

“네”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왼손을 내밀었는데, 노스님은 품에서 꺼낸 것을 내 손목에 채워주었다.

뭐지?

“오늘따라 유난히 이쪽으로 오고 싶었는데, 이토록 많은 선업을 쌓은 시주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 내 어찌 귀한 시주를 받고서 그냥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아니, 저는 종교가 없는 사람인데···.”

“상관없습니다. 그저 이 염주는 시주가 길을 잃었을 때, 작은 등대가 되어 방향을 알려줄 것입니다. 부디 유용하게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드리면, 선업은 결코 호구 잡히는 일이 아닙니다. 명심하시고 정진하여 끊임없이 지금처럼 선업을 쌓으신다면 더 좋은 결과를 보실 겁니다. 그럼 소승은 이만···.”

노스님이 갑자기 갈 길이 바쁜 것처럼, 혼자서 할 말을 다 하더니 나에게 합장을 하였다.

“아, 예···.”

나도 엉겁결에 합장하였고, 심지어는 이 부장도 일어나서 합장, 아니 한쪽 팔로 반장의 예를 하였다.

무슨 자기가 혜가냐?

여기가 소림이고?

하여간 테이블 사이로 총총히 사라지는 노스님.

나는 잠시 멍하였다.

“야! 저 스님 확실히 땡중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있는 것 같아”

이 부장도 무엇인가를 느낀 것인지, 이제야 노스님이 땡중이 아닌 것 같다고 한다.

“그죠?”

“응”

나는 불현듯 노스님이 가여운 아이들을 데리고 있다는 곳 정도는 알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튀어 나왔다.

그런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불과 십여 초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혹시나 옆 술집에 탁발하러 간 건가 해서 찾아봐도 요즘 누가 탁발을 하러 다니냐는 핀잔만 들었다.

내가 귀신에게 홀렸나?

다음 날.

토요일이라 출근을 하지 않고, 전날 퍼마신 술 때문에 12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대충 아점을 해결하고 술똥을 때려주니 좀 살 것 같았다.

그리고, TV를 켜니, 뉴스에서 다시 미국 로또 소식이 나왔다.

하룻밤 사이에 당첨금은 다시 늘어 무려 21억 달러!

그야말로 세기의 이벤트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원래 나는 토요일에는 늦게라도 매장을 돌거나, 사무실에 들러서 쌓였던 업무를 처리하고는 하였는데, 이젠 정말 싫었다.

회사에 정나미가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매장에 나가면 다시 연주 생각이 날 것 같아서 그것도 싫었다.

뒹굴뒹굴하면서 스마트폰을 보는데, 계속 미국 파워볼 생각이 났다.

확률이야 벼락 맞아 뒈질 확률의 몇천 분의 일이라지만, 그래도 어때?

혹시 알아?

호날두인가 메시인가 누군가가 말했지 아마?

어떻게 그리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냐는 질문에, 슛을 해야 골이 들어간다고 했지.

즉,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일 거다.

아니면 마는 거고.

내가 여기다가 기십 만 원을 때려 박을 것도 아니고 말이다.

즉시, 인터넷을 뒤져서 미국 로또를 구매 대행한다는 사이트를 찾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사기도 있다고 하니, 그나마 신뢰가 가는 곳을 찾으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한 곳을 찾았다.

이 사이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회사가 있는데, 구매한 복권을 스캔해서 올려 주고, 구매자가 원한다면 낙첨한 복권도 한국으로 보내준다고 하였다.

물론 구매자 부담이고.

상대적으로 구매 가격도 저렴하였다.

파워볼 1게임의 가격은 원래 2달러.

여기다가 구매대행비 1.65달러를 붙였다.

합해서 1게임의 실제 소비자 구매 가격은 3.65달러인데, 다른 곳은 4달러씩 받는 곳도 많았다.

게다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다른 곳은 1등 당첨 시 사이트에 10%를 나누어 줘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여기는 5%고 그나마도 본인 자유라고 하였다.

5%를 내면 사이트가 비용을 대서 변호사, 회계사를 대동하여 당첨금을 찾는 것에 전폭적으로 협력하고, 아니면 복권만 넘겨준단다.

뭔가 좀 의미가 심장한데?

FAQ 항목도 들여다보았다.

가장 궁금한 것은 역시 만약에 1등에 당첨되었을 시에 실제로 당첨금이 지급되느냐지.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는데, 주 정부 복권국에서 만든 규정에 어떤 경우에도 구매대행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단다.

또한, 구매한 복권이 미국 국경 밖으로만 나가지 않으면 역시 유효하고.

그리고, 또 하나, 자신들이 1등 당첨 시 가로채려고 하여도, 스캔하여 보내준 복권을 가지고 이의제기를 하면은 자기들이 당첨금을 받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복권 수령 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엄청난 검증을 한다면서.

이제 살짝 믿음이 가기 시작하였다.

사이트를 선정하고 열심히 회원 가입을 하였다.

그리고, 충전.

충전은 해외에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있으면 결제가 되었다,

나는 비자가 붙어 있는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50달러를 결제하였다.

그러니까 1달러는 보너스로 주어서 총 51달러가 충전금으로 예치되었다.

지! 이제는 번호를 찍어야 하는데, 이게 엄청났다.

우리나라 로또처럼 45개 번호 중에 6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무려 69개의 번호 중에서 5개 번호를 찍고, 더해서 26개의 번호 중에서 또 1개를 찍어야 한단다.

“와아! 이러니 몇 달이나 당첨자가 안 나오지? 1주일에 두 번씩이나 추첨해대는데?”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이거 그냥 전부 자동으로 돌려?”

수동으로 내가 찍어서 특별할 것 같지도 않았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스마트폰의 벨이 울렸다.

“누구야? 주말에?”

확인해 보니, 고등학교 동창 정훈이였다.

무슨 일이지?

“야! 왜?”

- 뭐? 왜긴 왜야? 네가 어제 오밤중에 전화해서 오늘 술 먹자며? 너 연주와 헤어졌다고 하면서?

“내, 내가? 난 그런 적이 없는데?”

- 이 자식아! 내가 없는 소릴 하냐! 전화 기록 보면 나오는데?

“그, 그렇군”

아무래도 술에 꼴아서 정훈이에게 전화한 모양이다.

제길, 어제 하도 먹어서 또 먹기는 싫은데···.

“저기 말이야, 다음에 먹으면 안 될까?”

- 뭐 이 자식아? 야! 너 연주랑 헤어졌다고 징징대서 나는 오늘 약속도 취소하고 나왔는데, 뭐 어째? 당장 안 튀어나와?

젠장이다.

“알았다. 지금 나간다고!”

그렇게 나가서 다시 술이 떡이 되어서 기어들어 오니 밤 10시다.

만사가 귀찮아서 씻지도 않고 침대에 쓰러졌다.

그런데, 자꾸 왼쪽 손목이 따끔따끔한 것이 영 거슬렸다.

“에이 씨, 뭐지?”

술김에 왼쪽 손목을 쳐다보니, 오잉?

이제야 노스님이 채워준 염주가 보였다.

꼬박 하루 동안 차고 있었어도 차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전혀 거북함이나 위화감이 없이 채워진 염주.

이게 왜 지금 거슬리지?

그리고 든 생각.

“아! 맞다! 미국 로또!”

하마터면 구매도 못 할 뻔하였네.

감기는 눈을 뜨려고 찬물로 세수를 한 다음에, 서둘러 사이트로 들어갔다.

다시 번호를 찍어야 하는데, 그것참.

69개의 번호 중에 5개, 26개의 번호 중에서 1개를 찍으려니 그저 황당할 뿐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이럴 때는 그냥 자동으로 돌리는 것이 제일 낫다.

51달러어치를 간절하게 기원하면서 하나하나 자동 게임을 돌렸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나?

간절히 원하면 우주의 기운이 도와줄 것이라고?

그리고, 마지막 게임.

막상 자동을 돌리려고 하니 왠지 내키지 않았다.

“하나 정도는 수동으로 찍을까?”

그러지 뭐.

먼저 1번부터 69번까지 5개다.

1번부터 나열된 숫자칸 위로 손가락을 올릴 때였다.

2번을 지나는데, 왼쪽 손목에서 뭔가 느낌이 왔다.

뭐지?

연이틀 술을 너무 처먹었나?

다시 손가락을 올리는데, 드디어 봤다!

2번을 지나칠 때 왼쪽 손목에서 찌르르한 느낌과 염주에서 빛이 나는 것을!

“흐흐흐! 이렇게 미쳐가는군!”

술을 너무 마셔서 정신도 없었다.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면서 환상일지도 모르는 느낌과 염주의 발광을 보면서 신들린 듯이 체크해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확인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쏟아지는 잠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확인에 손이 스쳤다.

아! 이젠 모르겠다.

자자!

다음 날.

역시 일요일이라 느긋하게 12시가 넘어 일어나서 대충 아점을 먹고 술똥을 때렸다.

그리고,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다시 침대.

얼마나 지났을까?

띠리리리!

“국제전화입니다!”

띠리리리!

“국제전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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