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4화 (4/250)

4. 무려 2조 8천억이다!

아직도 술기운이 남아 있어 비몽사몽 중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에 서서히 잠이 깼다.

“국제전화입니다!”

띠리리리!

“국제전화입니다!”

벨 소리는 조그맣게 해놓았기에, 딱딱한 어감의 여자 목소리만 크게 들렸다.

“끄응, 아이씨! 무슨 소리야?”

짜증을 내면서 침대 머리맡에 있는 스마트폰을 잡았다.

“국제전화입니다!”

뭐? 국제전화?

내게 국제전화가 올 만한 일이 있나?

그런 곳이 있을 리가 있나.

그때 머리를 스치는 생각 하나.

설마?

“에이, 설마?”

입으로는 설마라고 하였지만, 내 심장은 조금씩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띠리리리!

“국제전화입니다!”

번호를 보니 뭔가 길쭉한 것이 국제전화가 맞는 것 같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받자.

스팸 전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설마 수신 버튼 눌렀다고 이상한 것이 깔리거나 그러지는 않겠지.

내가 뜯길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심스럽게 수신에 검지 손가락을 대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우리 한국말이다.

“네, 어디십니까?”

- 혹시 강철식 씨 되십니까?

젊지도 늙지도 않는 남자 목소리인데, 살짝 박찬호 억양처럼 어눌하고 약간은 흥분한 듯한 것 같았다.

“네, 제가 강철식인데요. 어디세요?”

- 하하하! 안녕하십니까! 강철식 씨! 여기는 미국입니다.

“네? 미국이요?”

설마? 설마?

내 심장은 더 빠르게 펌프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 네, 미국 캘리포니아의 US 로또 대표 이만훈이라고 합니다.

“그, 그런데요?”

오오오!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축하합니다! 강철식 씨께서 미국 파워볼 1등에 당첨되셨습니다!

“...”

다, 당첨?

내가 미국 로또에 당첨되었다고?

그것도 1등에?

순간적으로 사고가 정지되었다.

멍하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강철식 씨?

꿈인가?

그래 아마 꿈일 거야.

이런 일이 내게 벌어질 리가 있나?

하하하!

그런데, 왜 이리 생생하지?

짝!

힘껏 내 뺨을 갈겨 보았다.

아프다.

겁나 세게 쳤더니, 더럽게 아프다.

그럼, 이게 꿈이 아니라고?

-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윽!”

무슨 말을 하려는데 말이 안 나왔다.

- 여보세요?

“커헉! 네, 네! 말씀하세요! 듣고 있습니다!”

- 하하! 이해가 갑니다. 저도 솔직히 흥분한 상태인데, 얼마나 놀라셨겠습니까?

“이거 진짜 맞습니다? 네? 장난 아니지요?”

- 진짜입니다. 강철식 씨가 이번 파워볼 1등에 당첨되셨습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강철식 씨 메일로 보내드린 구매 대행한 복권 스캔본하고 파워볼 1등 당첨 번호를 검색하여 확인하시면 됩니다.

진짜라는 소리다!

“저, 저기 당첨금이 얼마고 몇 명이 공동으로 된 겁니까?”

- 아! 당첨금이 막바지까지 계속 늘어났는데, 확인을 안 하셨나 보군요?

“제가 마지막에 뉴스로 들은 것은 21억 달러였는데···.”

- 막판까지 구매 행렬이 이어져서 당첨금이 더 늘었습니다. 뒷자리 떼고 말씀드리면 25억 4천만 달러입니다. 오늘 자 기준 환율로 계산하면 달러당 원화 환율이 1,102원이니까, 계산하면 한화 2조 7,990억 좀 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독 1등이고요! 하하하!

“2조? 2조 7천억? 그, 그것도 혼자 독식이라고?”

- 그렇습니다! 백만 단위 끊어 낸 거니까, 그냥 2조 8천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2조 8천억?

2조 8천억이라니?

2조 8천억이 대체 얼마인 거냐?

아! 2조 8천억은 2조 8천억이구나.

그런데 이게 얼마지?

너무나 비현실적인 거대한 숫자에, 나는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이게 얼마지? 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로 이게 얼마지?

- 여보세요? 강철식 씨?

잠시 타임을 하자.

정신을 좀 차리고, 이야기를 계속해야 할 것 같았다.

“아, 네네. 저기 사장님. 제가 지금 너무 놀라서 그런데, 한 30분만 있다가 다시 전화해 주실 수 있을까요?”

- 하하하! 얼마든지 그러세요. 그럼 30분 후에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아! 집안에서 피면 안 되지.

집 앞에 나가서 담배에 불을 붙이는데, 손이 떨려서 여러 번을 시도한 후에야 불을 붙일 수 있었다.

“후우!”

니코틴이 기도를 통과하여 폐 속으로 천착하자, 그제야 손이 떨리는 것이 멈추었다.

1등이라니?

로또 1등?

그것도 미국 로또 1등?

이게 실화냐?

세상에 2조 8천억이라니?

내 연봉 3천만 원으로 대체 몇 년을 벌어야 하는 거냐?

바로 스마트폰 계산기로 계산해 봤다.

정답은?

무려 9만 3,333년?

뭐야 이거? 계산이 잘못된 것 아니야?

다시 해보았는데, 답은 같았다.

그제서야 내가 얼마나 하찮은 인간인지를 깨달았다.

거의 10만 년 가까이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2조 8천억이 된단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가만?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진위부터 확인해야 하는 것을 경황이 없어서 엄한 계산이나 하고 있었네.

서둘러 뇌입어 메일을 열었다.

수신함을 열어보니, US 로또에서만 여러 메일이 날아와 있었다.

먼저 회원 가입 축하, 그다음이 예치금 충전 메일이다.

그리고, 구매확인, 다음이 구매 완료 매일.

구매 완료 메일을 들어갔더니 내가 구매한 복권의 스캔본이 첨부되었으며 주문번호의 복권에 대한 소유권과 권리는 모두 내게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구글로 검색하여 파워볼 1등 번호를 찾았다.

1 JACKPOT WINNER CALIFORNIA

신중하게 내가 구매한 복권의 스캔본과 당첨 번호를 대조하였다.

이, 있다!

맨 마지막!

내가 수동으로 산 번호!

그것이 당첨되었다.

“이야야야야!”

드디어 실감이 난 나는 주먹을 허공으로 내지르면서 소릴 질렀다.

지나던 사람들이 웬 미친놈인가 싶어서 힐끗 쳐다보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무려 2조 8천억이다!

2조 8천억이 아니라, 2억 8천만 원만 줘도 발가벗고 뛰어다닐 자신이 있는데 무려 2조 8천억!

다시 담배 한 대를 맛있게 빨고 집으로 들어가니 마침 전화가 다시 왔다.

“국제전화입니다!”

“여보세요?”

- 네! US 로또 이만훈입니다! 어떻게, 좀 진정이 되셨습니까?

“네, 담배 몇 대 피웠더니 좀 진정이 되었습니다.”

- 하하하! 잘하셨습니다. 이제 좀 진지하게 말씀을 나누어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아! 그전에 한 가지 더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 네, 편하게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당첨은 확인하였습니다만, 정말 이거 받을 수 있는 건가요? 구매대행으로는 못 받는다는 말이 많아서요.”

- 결론부터 말씀드리지요. 100%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미쳤다고 이렇게 흥분해 전화를 드렸겠습니까?

“그렇다면 왜 그런 말들이?”

- 여러 가지가 잘못 와전된 겁니다. 정말로 사기를 쳐서, 복권을 구매하지도 않고 구매 대행한 것처럼 한 놈들도 있었고, 또 복권 실물이 미국 국경을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정 때문에 그런 말들이 나온 것 같습니다.

“아하! 복권 실물이 미국 국경을 넘으면 안 되는군요?”

- 네, 그렇습니다. 그건 복권국 규정에 명확하게 적시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 복권국 규정 어디에도 구매대행은 불법이다. 라는 조항은 없습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아, 알겠습니다, 설명 감사합니다.”

- 하하! 별말씀을요. 그리고 덧붙여 말하면,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가로챌 것이라는 말이 많은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더 억지에요. 미국의 복권은 한국의 로또처럼 복권을 내민다고 바로 지급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럼요?”

- 메가밀리언이든 파워볼이든 간에, 워낙 고액이다 보니 복권국에서는 법적인 분쟁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일 처리를 합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검증하고 복잡한 절차를 거칩니다. 지급 시기도 그래서 통상 5주에서 7주 정도 걸리고요. 생각해 보세요. 스캔본을 가지고 있는 구매자가 사이트에서 가로채면 가만있겠습니까?”

“절대로 아니지요!”

절대로 못 참지!

인생이 역전되는 것을 날리는데?

- 네, 맞습니다. 한국에서 번역기 돌려서라도 FBI에 신고할 수 있는 것이 요즘 세상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런 절차들을 뻔히 알고 있는데 미쳤다고 평생 FBI에 쫓겨 다닐 짓을 하겠습니까?

“아하!”

- 게다가, 이건 강철식 씨에게만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이 복권 구매대행 사업이 제법 돈이 됩니다. 특히 우리 같은 경우는 완전히 자리 잡아서, 적어도 창업 멤버들은 제법 풍족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호화롭게 살자고 연방 범죄를 지을까요? 미국에서 이 정도 범죄면 남은 인생을 감옥에서 살 각오를 해야 합니다. 경제사범에게는 굉장히 가혹하거든요.

확실히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나 같아도 안정된 삶을 버리고 평생 FBI에 쫓겨 다닐 짓은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점점 안심되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아들었습니다. 솔직히 은근히 걱정했는데, 안심이 되네요.”

- 하하! 그러면, 앞으로 절차와 강철식 씨께서 결정해주셔야 할 몇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 먼저 미국은 세금을 엄청나게 떼간다는 것은 아시지요? 확인해 보니, 어제 처음 회원 가입을 하신 것으로 나와서요.

“잘은 모르지만, 꽤 떼간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 꽤가 아니라, 엄청나게 뜯어갑니다. 이번에 당첨금이 25억 4천만 달러인데, 연방 세금이 외국 국적의 경우는 30%를 내게 되어있습니다. 아니, 그 전에 한 가지만 여쭙죠.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방법이 있고, 30년 분할 수령 방식이 있습니다. 천천히 결정하셔도 되지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무조건 일시불이요!”

30년 후에 내가 어찌 될 줄 안다고 30년을 분할해서 받나?

이건 무조건이다! 무조건!

-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럼 일시불 시 실제 수령금액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 첫 번째로 세금은 아니지만, 일시불 수령 시 당첨금의 40% 정도가 날아갑니다.

“40%씩이나요?”

겁나 많이 떼어 가네.

- 네, 맞습니다. 미국 금리와 연동되는 것이라 증감은 있지만, 대략 40% 생각하시면 됩니다. 두 번째로 남은 60%에서 외국 국적자는 연방 세금으로 30%를 뗍니다. 그리고 원래는 주 정부 세금도 있는데, 우리가 있는 캘리포니아는 주세를 면제합니다.

“오오! 그거 좋군요!”

- 하하! 그렇습니다. 하여간 그렇게 세금을 모두 떼면 10억 6,700만 달러를 수령하시는 겁니다. 대략 1조 1,760억 정도 되겠습니다.

“아!”

이건 뭐지?

뭘 이렇게 많이 떼어 가나?

사람이 참 간사한 것이 2조 8천억이란 숫자를 보다가 갑자기 1조 초반대로 내려앉으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 참 많이 떼어 가지요? 그래도 11억 달러에 가까운 돈이니 섭섭하게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하하하!

“그, 그러네요.”

- 그런데, 강철식 씨는 한국인이기에 하나가 더 남았습니다.

“또오?”

대체 뭐야?

- 한국인이시니 당연히 한국에 소득세를 내셔야지요?

“네에? 아니 이중과세 방지 협정이 되어있지 않나요?”

- 물론 그렇습니다만, 이중과세 방지 협정이 되어있더라도, 한국이 정하는 소득세 차액은 내셔야 합니다.

“대체 그게 얼만데요?”

이젠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하였다.

- 기타소득세로 인정되면 한국의 로또와 같이 국세 30%에 지방세 3% 해서 33%니까, 3%만 더 내시면 되는데요···.

“에이, 그 정도야 뭐”

-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기타소득세는 잊어버리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아니 왜요?”

- 저희도 오래전부터 알아봤는데, 기타소득세는 열거주의라 거기에 열거되어 있지 않으면 해당이 안 된다는 것이 한국 회계사나 세무들의 해석이었습니다. 과거에 사례도 있었고요.

“과거의 사례라니요?”

- 혹시 기억나십니까? 삼지창인가 무슨 창인가 하는 인기 탤런트 장모가 미국에서 잭팟을 터뜨렸다는 거?

“아아! 기억이 납니다. 방송에서 한참 떠들었지요.”

- 네, 그 사례에서 기타소득세로 인정을 못 받고 종합소득세를 맞았다고 알려졌습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요.

“...”

할 말이 없네.

- 그래서, 종합소득세를 내셔야 할 것 같은데, 한국의 경우는 5억 초과 시 40%입니다. 그래서 1억 달러 후반 정도는 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뭐 그런···.”

개떡 같은 경우가 있냐는 말은 차마 못 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내가 미국 복권을 내 돈 주고 사서 당첨이 되었는데, 나라가 뭘 해주었다고 1억 달러씩이나 뜯어가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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