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5화 (5/250)

5. 잊지 마세요! 이젠 천문학적인 부자라는 사실을!

나?

나라에 충성할 만큼 충성했다.

아니, 툭 까놓고 말해서, 내 나이에 웬만한 다른 사람들보다 더했다고 자부한다.

비록 가정 형편 때문이지만, 군대도 4년이 넘게 다녀왔고, 그것도 남부럽지(?) 않게 빡쎈 곳에서 개 같이 빡빡 기어 다니다가 왔다.

그런데, 내 돈을 주고 산 미국 복권에 단 0.001%도 기여한 바가 없으면서 내 돈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떼어 가겠다고?

이건 강호의 도리가 아니지?

- 저기,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은데, 그래도 지방세는 안 뗀다고 합니다. 그것으로 위안으로 삼으심이···.

“...”

뭐여?

지방세를 떼었으면 4%를 더 떼어 갈 뻔하였다는 말이네?

그리고, 그게 위로냐?

순간적으로 좀 욱하였지만, 그래도 1조 원이 가까운 당첨금이 내게 떨어진다.

미국에서 전화가 오기 전까지만 하여도, 10억만 있었으면 소원이었던 내가 아닌가?

그래, 그까짓 것 다 떼어 가라고 하지 뭐.

어차피, 내가 무슨 짓을 하여도 죽을 때까지 다 쓰지도 못할 돈이다.

“에이! 뭐, 그래도 9억 달러가 넘는 돈이 남는데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 하하! 맞습니다. 편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건 미리 말씀드리기 좀 그렇지만, 잘하면 한국에서 떼는 세금을 막을 방법도 있을지 모릅니다.

“네? 아닙니다. 저는 불법이나 탈법 같은 거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속 편하게 생각하지요.”

- 저도 그런 것은 싫어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은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합법적인 겁니다. 하여간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지요.

“네, 그렇게 하시지요.”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1조에서 1,000억 더 받자고 쓸데없는 짓을 하기는 싫다.

- 이제 한가지 결정할 것이 있습니다.

“뭡니까?”

US 로또 사장의 목소리가 긴장하는 것이 느껴져서 나도 긴장되었다.

- 자꾸 떼어 가는 말씀만 드리는 것 같아서 송구합니다만, 이건 지금 결정해야 해서요. 혹시 미국 복권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사이트 지분에 대하여 거론하는 것을 보셨습니까?

“지분이요? 무슨 지분이요? 아! 5%?”

- 다행히 보셨군요. 보통 미국 복권 구매대행을 하는 사이트에서는 1등 당첨 시 사이트 지분을 명문화합니다. 이거 좀 민망합니다만, 저희는 그래도 다른 곳과는 다르게 1등 당첨자 의사에 전적으로 맡기도록 하였고, 지분도 10%가 아니라 5%만 받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네, 무슨 말씀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US 로또가 제일 지분율이 낮고 자율로 정해 놓아서 저도 여기를 선택한 것이고요.”

- 하하! 그러셨군요. 그렇다면 저도 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저희 지분을 인정하시겠습니까?

“그 전에 먼저 인정할 때와 안 할 때의 차이를 좀 알고 싶습니다.”

- 아! 이런! 제가 우리 사이트 오래된 회원들만 생각했습니다. 먼저 저희 지분을 인정하지 않으실 경우입니다.

“네”

- 무조건 미국으로 오시면 복권 내어드립니다. 그리고, 그게 끝입니다. 아, 물론 이런저런 조언은 해드리겠지만요.

한마디로 복권은 내줄 테니까, 알아서 복권국에 신청하여 당첨금을 타 먹으라는 소리다.

따지고 보면 이게 원칙이고 못할 것도 없다.

복권 실물만 내어준다면 말이다.

“귀사 측 지분 5%를 인정한다면요?”

- 그렇다면 강철식 씨가 미국으로 오는 항공편부터 시작해서 1등 당첨금을 수령하여 한국으로 돌아가실 때까지의 모든 편의를 저희가 준비합니다. 물론 비행기는 퍼스트클래스고 호텔도 특급 호텔 스위트룸으로 준비합니다.

그래봤자 몇 푼이나 된다고?

이거 가지고 5%를 먹겠다고 하면 날강도지.

- 중요한 것은 저희가 최고의 변호사와 회계사를 준비하여 복권 1등 당첨금 수령 시에 수반되는 모든 법적, 행정적, 세무적 절차에 최고의 서비스를 해드릴 것입니다. 물론 한국에서 굴리기 힘든 거금임을 감안하여 투자자문사도 섭외해 드릴 것이구요.

“흐음, 그게 끝입니까?”

- 네, 이게 끝입니다.

“정말 귀사의 지분을 인정하지 않아도 복권 실물을 수령하는 것에는 지장이 없는 것이지요?”

- 네, 그것만은 확실히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30분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담배가 다시 땡기네요.”

- 하하! 선행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일이지만, 며칠 정도 천천히 생각하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이런 거로 질질 끄는 스타일은 아니라서요. 아! 참! 하나만 물어볼게요.”

- 네, 말씀하세요.

“만약 지분을 인정한다면, 그 방식은 어떻게 하나요? 사전에 지분 계약을 하나요, 아니면 제가 전부 수령을 하고, 거기서 5%를 드리면 되는 건가요?”

- 사전에 95대 5로 지분 계약서를 쓰고, 공동으로 1등 당첨금 수령을 신청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상당히 복잡해지고요.

“잘 알겠습니다. 그럼 30분 후에 전화 부탁드립니다.”

- 네, 담배 맛있게 태우세요.

“어째 일찍 죽으라는 소리로 들리는데요?”

- 하하하! 그럴 리가 있습니까?

“ 하하! 농담입니다. 그럼”

다시 담배를 들고 집 앞으로 나와서 불을 붙였다.

생각을 해보자.

다른 구매대행 사이트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5%든 10%든 지분을 요구하는 이유가 뭘까?

구매대행 수수료는 어차피 게임을 구매하면서 2달러든 1.65달러든 챙기게 되는데?

퍼스트클래스 비행기?

특급 호텔의 스위트룸?

최고의 변호사와 회계사?

그딴 것은 그냥 위장이고 부수적인 것들이다.

5% 지분을 인정하면 저들 몫이 얼마지?

계산을 해봤다.

25억 4,000만 달러의 5%면 1억 2,700만 달러다.

우리 돈으로 1,400억이고, 저들도 이거저거 다 떼일 테니까 실수령으로 봐도 600억에 가까운 거금이다.

그런 막대한 돈을 퍼스트클래스? 스위트룸? 변호사 나부래기?

이걸로 때운다고?

온갖 호구 짓을 하고 최상으로 잡아도 몇십억이면 떡을 칠 것을?

이건 명백한 밸런스 붕괴다.

명분이 없다, 없어.

그런데도, 여기는 양반이고 다른 곳은 10%를 아예 게임 할 때부터 규정한다고 한다.

또, 그런 것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고.

이유가 뭘까?

명분이 없음에도 저리 당당하게 요구하는 이유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이 사람들이 모두 병신들인가?

그건 아닐 것인데?

결론은 하나다.

구매하는 쪽에서는 5%나 10%를 먹고 떨어지라고 주더라도, 중간에서 장난치지 말기를 바라는 것이고, 사이트 측은 그들대로 실제로 1등 당첨자가 나왔을 때 자신들이 흔들리지 않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것이다.

US 로또의 경우는 무조건 복권 실물을 내줄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내가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까지는 시일이 꽤 걸린다.

만약에 그전에 변심이라도 한다면?

말투로 봤을 때, 그들은 시민권이 없더라도 최소한 미국에 기반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혹시라도 법적인 분쟁이 생긴다면 그들은 홈그라운드고 나는 그저 외국인이다.

지금까지 그들의 태도를 보아서는 그럴 리는 없겠지만, 사람은 모르는 것이다.

1조나 9,500억이나 나로서는 그게 그건데, 불필요한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

그래, 깔끔하게 줘버리고 내가 요구할 것은 요구하자.

혼자 다 처먹으려다가 체하는 수가 있다.

“국제전화입니다!”

시계를 보고라도 있었던 듯, 30분이 되자 정확히 스마트폰이 국제전화를 부르짖었다.

이건 음량 조절도 안 되나?

“여보세요?”

- 네, US 로또입니다. 혹시 결정하셨습니까?

상당히 긴장한듯한 목소리다.

아마 자기들끼리는 엄청 초조하였을 것이다.

“네, 결정하였습니다.”

- 어떻게···.

“귀사의 5% 지분을 인정하겠습니다.”

- 아아!

안도하는지 탄성이 흘러나왔고, 옆에서도 끅끅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숨죽여 환호하는 모습이 그대로 그려지는 듯하였다.

그래요, 동업한 셈 치자고요.

- 정말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여 차질없이 당첨금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표님, 다만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 네? 조건이요? 아, 무엇이든 말씀하세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 먼저 말씀드릴게요. 나머지야 별 이견이 없을 테고요. 제 신원에 관한 겁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비밀로 해주세요. 해주실 수 있습니까?”

- 네? 신원을 비밀로요?

“네, 한국 아시잖아요? 이 조그만 나라에서 평생 로또로 불리면서 살 생각은 없습니다만?”

우리나라 로또 최고 당첨금이 로또 초창기에 400 몇억 인가였을 거다.

강원도의 경찰관인가로 기억하는데, 이 사람은 본인 스스로 본인이 다니던 경찰서에 장학금도 내고 여기저기 밝혔다.

그 결과는?

몇 년 전인가 근황이 기사로 나왔는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로또라고 불릴 정도로 비아냥 대상이 되는 등의 후유증이 대단히 컸다고 한다.

내 나이 서른 하나.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내 성향으로는 이미 한국에서 살 만큼 살아서, 어디 미국이나 해외에서 적응하면서 살기에는 늦었다.

친구고 뭐고 한국에 다 있는데, 내가 어딜 간단 말인가?

하여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확천금한 것에 대하여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정서도 남다르고, 절대로 비밀로 해야 한다.

- 음, 그건 그렇습니다만, 일단 원칙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미국은 주마다 주 복권국이 있어서 1등 당첨자 신원 공개 여부가 전부 다른데, 안타깝게도 캘리포니아는 공개가 원칙입니다.

“그건 내가 모르겠고, 가능합니까? 아닙니까? 그것만 말씀해 주세요.”

이 조건은 내가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다.

5%나 되는 지분을 양도하기로 결정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주기도 하였고.

- 잠시만 전화 끊지 말고 기다리시겠습니까? 옆에 동료가 뭔가를 아는 것 같아서요.

“네, 기다리겠습니다.”

7분이나 8분 정도 흘렀을까?

- 여보세요?

“네, 듣고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 동료 말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합니다. 단독으로 수령하면 무조건 신원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5% 지분이 우리에게 있으니 공동으로 수령하면서 우리를 대표 수령자로 하면 된다고 합니다.

“대표님, 이건 될 것 같다고 하시면 안 됩니다. 무조건입니다, 무조건!”

- 하하! 알겠습니다. 정 안 되면 몇백만 달러를 주더라도 최고 변호사를 선임하여 어떻게든 해결을 하겠습니다. 미국에서는 비싼 변호사가 나서서 해결이 안 되는 일은 없거든요.

“오우케이! 합의하신 겁니다? 계약서에도 넣으시고요?”

- 네! 오우케이입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나머지는 별거 없습니다. 제가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에 한국에서 돈을 좀 쓰고 싶은데, 먼저 20만 달러 정도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거기도 외환규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 하하하! 노 플라블럼! 전혀 문제없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에 송금할 경우나 외환규제법의 통제를 받지, 우리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보내는 것은 전혀 문제없습니다. 설사 소소한 문제가 있더라도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그럼 외환 통장을 만들어야 하나요?”

- 아닙니다. 그냥 거래하시는 시중은행 계좌 아무거나 주세요. 원래는 미리 우대환율이니 이런 거 따지고 해야 하는데, 잊지 마세요! 이젠 천문학적인 부자라는 사실을! 하하하!

그렇구나.

이제 나는 이런 거 따위는 어디가 더 조건이 좋고 어쩌고 할 필요가 없는 거구나.

이후로 몇 가지 소소한 조건을 더 말하니, 두말없이 그런 것은 조건도 아니라고 하면서, 지금 말하지 않았어도 언제라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하였다.

계약서에 명기하지 않았어도 웬만하면 모두 들어준다고.

그리고, 내 조건을 명기한 5% 지분 양도 계약서가 두어 번 오간 다음에, 나는 내방 복합기로 출력한 국문 계약서에 사인하고 미국으로 스캔하여 보냈다.

- 그럼 언제 미국으로 오실 수 있을까요?

“제가 직장이 있어서 시간이 좀 걸릴 듯합니다. 아무리 1조 부자가 되어도, 인수인계는 해주어야지요.”

- 하하하! 맞습니다! 맞아요! 그게 맞는 것이지요.

내가 하도 당하면서 욕한 것이, 내일 그만둔다면서 오늘 사직서 내는 놈들이었다.

회사가 아무리 엿 같아도 그렇지, 결국 고생하는 것은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이다.

이건 회사 엿 먹으라는 것이 아니고, 동료들 엿 먹으라는 소리니까.

도의상 한 달은 주어야지만, 한 달까지는 무리고 3주 내로 정리하고 나도 1주일 정도는 시간이 있어야 하니 4주 내로 건너가기로 하였다.

- 그럼, 미국에서 뵙기를 기대합니다. 행복한 밤 되시고요.

“이미 행복해서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 하하하하!

“하하하!”

2조 8,000억짜리 로또라니?

비록 이거저거 다 떼이고 나면 1조가 안 될 것 같지만, 어쨌든 그게 그거다.

이러고 저러고 하는 사이에 벌써 9시가 넘었지만, 오늘은 일찍 잠들기는 애당초 글러버렸다.

6평짜리 원룸 침대에 누워서 별의별 생각을 다 하였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인 나의 보금자리.

오늘따라 무척이나 초라해 보였다.

집을 사야지?

소박하게 한 100억 주면 되나?

차는?

페라리? 포르쉐? 롤스로이스?

뭐 다 사면 되지 무슨 고민인가?

연주가 다니는 동양 어패럴은 얼마면 살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아복 브랜드 아기룸이 얼마 전 중국에 800억인가에 팔렸다.

동양은 그보다는 밑으로 봐야 하니, 600억이나 700억이면 될 것 같은데?

사가지고 연주를 놀래줘?

아니야, 어차피 팔면 같이 나가겠구나.

제기랄!

십여 년간 고생하셨던 부모님에게는 뭐라 할까?

미국 로또에 당첨되었으니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말해?

아니야, 그 누구에게도 로또에 당첨된 사실은 밝히지 말자.

부모님께는 다른 건으로 돈을 벌었다고 하고 돈 폭탄을 안겨드리자.

내 귀여운 여동생 소미에게는 무얼 사줄까?

그렇게 노래하던 애플폰?

에이! 그거야 당연한 것이고.

애플폰이고 은하수고 다 사주자.

그렇게 이제 현실로 다가온 온갖 상상을 하다가 보니, 이미 새벽 3시가 넘었다.

어이쿠! 내일 사직서 내고 하려면 잠은 조금이라도 자야 한다.

억지로라도 눈을 감자.

침대에 눈을 감고 누우려는데, 왼쪽 손목의 염주가 보였다.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닥친 이 어마어마한 행운.

이 염주와 상관이 없다고 볼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었다.

설사, 어젯밤 취중에 번호에 손을 댈 때마다 반짝거렸던 것이 나의 착각이라고 해도.

스님께서 이것이 앞으로 내 인생의 등대가 될 것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이 염주가 나를 인도하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선업을 계속 쌓으라고 했지?

그래, 즐길 건 즐기면서, 착하게 살자!

어려운 사람도 많이 도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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