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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3화 (13/250)

13. 생전이라니요?

집에다가는 정말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할 무렵, 불현듯 나에게 행운을 안겨 준 이 염주를 주고 가신 할머니 여자 스님이 생각났다.

이런 엄청난 행운을 주셨는데, 당연히 인사도 드리고 가엾은 아이들을 돌보신다고 하였으니 뭔가 도움도 드리고 싶었다.

그때 우리 회사가 있는 디지털단지는 금천구에 소재하였으니, 금천구 구청을 통하여 찾는 것이 빠를 것 같았다.

1호선 철길 하나로 구로구일 수도 있었지만, 왠지 금천구일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무작정 금천구청을 찾아가 복지를 담당하는 부서를 물으니, 복지 관련 민원인인 줄 알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라고 하였다.

시키는 대로 7층에서 내리니 한눈에 보기에도 허름한 옷을 입은 분들이 들락거리는 곳이 보여 그곳으로 향했다.

아! 이런!

왜 이리 소란스럽나 했더니, 좌측은 통으로 된 복지 관련 사무실이고, 오른쪽에 은행 창구처럼 된 곳에 복지 관련 민원인들이 순번을 기다리며, 차례가 되면 공무원들과 드잡이를 하는 중이었다.

“왜 안 되는데!”

“아니, 어르신 거기까지는 원래 구청에서 지원을 못 해드려요!”

“정말 이러기야? 못 산다고 우습게 보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요···.”

“아이고! 이젠 이것들까지 사람을 우습게 보네!”

“하아···.”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이런 곳은 처음 와보는데, 정말 이런 분위기 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무조건 해달라는 민원인들의 생떼가 밖에까지 들리고, 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이런 일이 일상인 듯 참으로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어르고 달래는 것 같았다.

이야?

복지 관련 공무원들이 이렇게 힘든 거였어?

여기서 짜증이라도 내는 순간, 또 뒤집힐 거 아니야?

솔직히 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윽고, 내 순서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때 내 고막을 찢을 듯한 옆 창구의 고함이 들려왔다.

“야! 이년아! 네 돈이야! 네 돈이냐고!”

“욕하시면 상담 거부합니다!”

“해! 해봐! 너 이름 뭐야! 민원 넣을 테니까! 확 잘라버릴라!”

어이 구야! 어질어질하구나!

너무나 황당하여 내 입이 쩍 벌어지면서 옆을 쳐다보자, 내 앞에 있던 공무원 아줌마가 내게 소곤거렸다.

“저기, 그렇게 쳐다보시면 싸움이 나거든요?”

“네?”

“처음이신가 본데, 옆에서 그렇게 쳐다보시면 시비가 붙을 수도 있다고요.”

“아, 네네···.”

“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저기, 일단은 뭐 좀 물어보려고도 하였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 있어서 기부 좀 하려 찾아온 건데···.”

“야! 야!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아!”

“...”

“...”

내 뒷말은 옆 창구의 악다구니에 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

“저기, 죄송한데 뭐라고 하셨는지···.”

핵심만 말하고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상수 같았다.

조금 더 있다가는 정신병 걸릴라.

“기부하고 싶다고요! 기부! 기부!”

“아! 기부요?”

바로 환하게 얼굴이 밝아지는 공무원 아줌마.

“네, 뭐 얻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기부하러 왔습니다.”

“야! 야!”

환장하겠다.

“저기 나가서 우측에 사무실 출입구를 열어드릴 테니까, 그쪽으로 오시겠어요? 대화하기가 오늘은 좀 힘드네요.”

“얍!”

얼른 우측으로 나가서 유리로 된 사무실 출입구 앞으로 가니, 자신은 창구와 연결된 쪽문으로 사무실로 들어온 공무원 아줌마가 뛰어와 문을 열어주었다.

“어휴! 대체 어떻게 일하세요? 저 같으면 하루도 못 견딜 것 같은데?”

“호호! 매일 이렇지는 않아요. 기본적으로 거친 분들이 많으시긴 하지만요.”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이쪽 테이블로 오시지요.”

“네”

공무원 아줌마가 안내하는 통로 옆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앉으니 음료수를 주고 마주 앉았다.

“감사합니다.”

“아유! 여기까지 기부하러 오셨는데, 접대할 것이 이게 전부네요.”

“하하! 더운데 시원하면 되었지요.”

“저기, 기부하신다고요?”

“네, 물어볼 것도 있는데, 일단은 기부부터 하고요.”

“간단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세금 공제가 관건이 되는데···.”

“저기요.”

“네?”

“공제 같은 것은 관심 없습니다. 기부도 익명으로 할 것이구요.”

“어머나! 회사에서 오신 것이 아니었군요?”

“엉?”

회사? 무슨 회사?

“무슨 회사요?”

“아! 저는 관내 회사에서 오신 줄 알았어요. 이제 8월이 되었으니까, 물품을 기부하고 법인세 공제받으려는 회사들이 슬슬 오기 시작할 때거든요. 차림도 말끔하시고 그래서···.”

“아하!”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대성에서도 나온 말이었으니까.

한마디로 하반기쯤 되어서 당해연도 법인세가 많이 나올 것 같으면, 회사의 악성 재고를 기부로 털어버리는 거다.

듣기로는 왕창 할인하여 파는 것보다 오히려 낫다고 하였다.

거창하게 전달식하고 하면 회사 이미지도 좋아지고.

물론 이익이 나야 해당하는 말이지만.

“전혀 그런 거 아닙니다. 개인 기부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럼 얼마나 하시려고요?”

“이거 그냥 드리면 되겠네요.”

재킷 안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봉투를 꺼내어 내밀었다.

“네?”

“열어보세요. 제 기부금입니다.”

윤영실 주사라고 하는 공무원 아줌마는 내가 내민 봉투를 받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리고,

“일, 일억?”

이런, 목소리가 너무 컸다.

“뭐? 일억?”

“일억이야?”

“진짜?”

사무실이 순식간에 웅성거리면서 우리 테이블을 기웃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

“죄, 죄송합니다. 뜻밖의 거금이라···.”

“어휴, 되었습니다. 그거 관내의 불우한 아이들에게 써주세요. 그 정도는 지정할 수 있지요?”

“물론입니다! 공제와 상관없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십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말씀할 것이 아니라, 국장님과 아니 구청장님이 지금 자리에 계신가?”

내가 구청장을 왜 만나?

“그만! 자꾸 이러시면 도로 가져갑니다?”

“죄송합니다.”

“기부 관련은 다시는 말씀하지 말아 주시고요,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네,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사람을 찾는데요, 나이가 많이 드신 여자 스님이십니다. 비구니라고 하지요?”

“여자 스님이요?”

“네, 불쌍한 아이들을 거두고 계신다고 말씀을 들었거든요? 혹시 관내에 여자 스님이 운영하는 그런 곳이 없나요?”

“글쎄요? 제 기억으로는 나이 드신 여승이 운영하는 그런 곳은 기억에 없는데요. 양혜원인가? 아닌데? 거기는 운영자가 남자인데?”

이상하다?

확실히 뭔가 이쪽으로 끌렸는데?

염주가 빛을 내지는 않았지만 인도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없어요?”

“잠시만요. 저보다 더 오래 이 업무를 본 직원분께 물어볼게요.”

“네. 그래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잠시 후, 윤 주사가 한 중년의 남자 공무원과 함께 돌아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김덕배 과장이라고 합니다. 연로한 여승께서 운영하는 보육원을 찾으신다고요?”

“네, 맞습니다.”

“저희 관내에는 여자 스님이 운영하는 보육원은 없습니다.”

“아, 네···.”

염주 실망이다.

“다만, 비슷한 곳은 있습니다.”

“네? 비슷한 곳이라니요?”

“정화 스님이라는 분께서 설립하시고 아이들을 돌보신 곳인데, 지금은 스님께서 연로하셔서 대표자에서 뒤로 물러난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윤 주사는 모르는 것이구요.”

“아!”

촉이 왔다.

거기다!

“어딥니까? 거기가?”

“관내의 제일 끝인 삼성산 기슭에 있습니다. 제가 자세한 위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덕배 과장이 메모지에 자세한 주소를 써주길래 냉큼 집어 들고 일어섰다.

“이거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만 수고하세요.”

“아니, 저기요!”

“네?”

“이대로 가시면 어떡합니까?”

“엉?”

“아니 1억씩이나 기부하시고 아무것도 안 알려주시면 저희가 처리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최소한의 기본 인적 사항이라도 알려주셔야지요?”

“그런 겁니까?”

“그런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었다.

“익명입니다? 익명! 제 이름 어디로 나가면 저 다시 안 올 겁니다?”

“헉! 다시 또 기부하시게요?”

“매년, 이 정도는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황당해하는 윤 주사와 김 과장을 뒤로하고, 서둘러 구청을 빠져나와 내비게이션을 찍고 차를 몰았다.

내비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시흥대로를 타고 내려가다가 좌회전하여 골목길을 따라서 올라가니, 드디어 양혜원이라는 허름한 간판이 보였다.

아! 여기다!

드디어 찾았다.

산기슭에 있는 작고 허름한 곳이었다.

마당에 주차를 하고 내리니, 아이들이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았다.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버린 아이들이다.

선입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힘이 없어 보여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가 너무 서둘렀네.

이런 곳에 오면서 빈손으로 오다니.

어차피, 그 스님이 계신 곳이다.

인연이 있는 곳이니, 내가 계속 신경을 써야 할 터, 이거저거 챙겨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계십니까? 계세요?”

몇 번 부르자 안쪽 사무실 같은 곳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문이 열리고, 중년의 남자가 나왔다.

아래는 승복 바지를 입은 것으로 봐서 불문과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머리를 기른 것을 보니 출가한 사람은 아니듯 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저기, 여기에 정화 스님이라고 계시지요? 연세가 많으시고 왠지 인자한 인상이신 여자 스님이요? 아, 죄송합니다. 비구니 스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예? 정화 스님이요?”

왜 이리 놀라는 거야?

사람 불안하게스리?

“네, 정화 스님이요. 그분을 뵈러 왔는데요? 잠시 뵐 수 있을까요?”

“실례지만, 무슨 일로 정화 스님을 찾으시는 겁니까?”

“일전에 한 번 뵌 적이 있습니다. 그때 너무 인상이 깊어서 다시 찾아뵙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에 도움을 좀 드리려고 왔습니다만?”

“아아! 그 염주! 스님을 뵌 분이 맞는군요?”

“이 염주를 아세요?”

“네, 스님께서 생전에 아끼던 염주였습니다.”

쿵!

가슴이 내려앉았다.

뭐? 생전? 생전이라니?

내가 아는 그 뜻이 맞는 거야?

“새, 생전이라니요?”

“정화 스님께서는 얼마 전에 입적(入寂)하셨습니다.”

“입적? 돌아가셨다는 말인가요?”

“네, 안타깝게도 돌아가셨습니다.”

“이, 이럴 수가? 아니 건강해 보이셨는데요?”

“보시기보단 원체 고령이셨습니다. 세수가 팔십이 넘으셨지요.”

“어? 이상하다?”

그때 뵐 때는 잘해야 60대 중반에서 후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저기, 혹시 정화 스님 사진을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찾는 그분이 맞으신가 해서요.”

“아, 물론입니다. 올해 초에 원생들과 찍은 사진입니다.”

중년 아저씨가 스마트폰을 꺼내어 사진을 보여주는데···.

맞다. 그 스님이다.

그런데, 그 스님이 팔십 대셨다고?

“하하! 스님이 원체 젊어 보이셔서, 그런 오해를 종종 받았습니다. 그나저나 먼 길을 오셨는데, 헛걸음을 하셨군요.”

“하아···. 이럴 수가. 조금 더 일찍 올 것을···. 대체 언제 돌아가신 겁니까?”

“3월입니다.”

“3월이요?”

3월이면 날 보고 며칠 얼마 안 있다가 돌아가신 건가?

“실례지만, 정확히 언제쯤 돌아가신 건가요?”

“3월 6일입니다. 저녁에 입적하셨지요.”

“언제요?”

“3월 6일, 그러니까 금요일 저녁입니다.”

“어, 어···. 그럴 리가?”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3월 6일 금요일 저녁이라니?

내가 정화 스님을 만난 시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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