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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5화 (15/250)

15. 이 정도면 됩니까? 스님?

김진호라는 양반과 전화를 끊고,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전화번호를 찾아내어 발신 버튼을 눌렀다.

조폭이라니까는 혹시라도 힘을 쓸 사람이 필요할 것 같아서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 어, 철식아. 오랜만이다.

“기동이 형, 나 일이 생겨서 말이야, 급하게 와주었으면 하는데?”

- 힘쓰는 일이냐?

“응, 상황이 좀 이상하게 되면 그럴 수도 있어.”

- 알았다. 신호량 같이 갈 테니까, 전화 끊고 주소 찍어.

“응? 신호 형도 같이 있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따로 부르려고 했는데?”

- 이놈 내 도장에 빈대 붙은 지 좀 되었어. 밥값 하라고 해야지

“흐흐흐! 알았어요, 얼른 오슈”

- 알았다.

내게도 나름대로 인맥이 있다.

위험한 훈련 고비마다 서로를 잡아주고, 고통도 함께 견뎌냈던 사람들이.

1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답답함에 건물 밖으로 나와 담배 몇 모금을 빠는데, 정문으로 노란 스타렉스 학원 차가 털털거리면서 들어오고 있었다.

김기동 예비역 상사와 공신호 예비역 중사.

이 양반들만 있으면 세상에 무서울 것은 없었다.

“이야! 강철식이! 못 보던 사이에 신수가 훤해졌네?”

“기동이 형 오랜만이야!”

“이 자식아! 너 무슨 사고를 치고 다니는 거야?”

“신호 형은 내가 무슨 사고 치는 사람인가?”

“그럼 뭐야? 힘쓰는 일이라며? 웬 보육원이고?”

형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아니 그런 개 같은 놈들이 다 있어?”

“그러게나 말이유?”

이것으로 더는 묻지 않는 형들이다.

우리는 이런 사이였으니까.

사무실로 데리고 가서 장 원장에게 인사를 시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그 사람이다.

전화를 받으면서 스피커폰으로 설정하였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 접니다, 알렉스

“네, 말씀하세요.”

- 생각보다 더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 네, 대양 건설은 평범한 건설업체가 아닙니다. 혹시 예전부터 시중에 떠돌던 이야기인데, 조직폭력배들이 일반기업화한다는 말을 들어보셨지요?

“네, 들어봤습니다.”

- 그런 회사의 하나가 바로 대양 건설입니다. 대양 건설 회장 박상환이 과거 서울 남부를 피로 물들였던 시흥대로파 두목이었으니까요.

“...”

환장하겠다.

별것이 다 튀어나오는구나.

그런데, 시흥대로파가 뭐야, 시흥대로가?

그럼 서부간선도로파나, 강변북로파도 있을까?

- 그런데, 박상환은 사업에도 재능이 있었는지, IMF 직후에 무너지던 건설업체인 대양 건설을 인수하여, 지금은 도급 순위가 65위, 토건 시평액 3,800억짜리 회사로 키웠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서울 남부지역에서는 영향력이 상당한 거물이 되었다는 말이지요.

“무슨 말인지 확실히 이해하였습니다.”

- 거기 보육원 건도 알아보니, 박상환이가 꽤 신경을 쓰는 프로젝트입니다. 거기 현재는 개발제한구역입니다. 아파트를 원래 못 짓는 구역이지요.

“그런데, 왜?”

- 박상환의 성장 비결이 이겁니다. 애매하게 제한구역으로 묶인 지역을 싸게 사들여서, 본인의 영향력을 총동원하여 풀어버리는 겁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어딨겠습니까?

어이가 없네.

나라가 생각보다 더 썩었구나.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제가 알렉스에 대하여 잘 몰라서, 원론적인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알렉스의 힘이 박상환을 훨씬 넘어서는 경우입니다. 대등하거나 우세한 정도로도 안 됩니다. 훨씬 위에 있어야 합니다. 이럴 경우는 힘으로 눌러 버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일도 좀 복잡해지고 제가 정식으로 알렉스와 계약을 맺고 대리인으로 나서야 합니다.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고요.

어째 1번은 하지 말라는 소리 같았다.

“그럼 두 번째는?”

- 제가 협상의 자리를 만들어 드릴 테니까, 적당히 협의하여 끝내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그 보육원은 거기서 나와야 합니다. 그게 조건입니다.

“선생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 저라면 2번을 선택하겠습니다. 박상환이 그자, 굉장히 위험한 놈입니다. 걸리적거렸다가 제거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힘이 대등하거나 우세한 정도로는 안 된다고 한 겁니다.

“허어!”

여기 대한민국 맞아?

-  그리고, 대신이라면 뭐합니다만, 보육원이 새로 들어갈 자리는 제가 편의를 봐 드리겠습니다. 아마, 보육원이 거기서 버티는 이유도 새로 이사할 곳을 찾지 못해서일 텐데,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비용은 들겠지만요.

“고맙습니다. 저기 잠시만 전화 끊지 말고 기다려 주세겠습니까?”

- 네, 얼마든지요.

스마트폰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장 원장에게 물었다.

“원장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부끄럽지만 이런 거물이면 저도 좀 버겁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건 들으셨다시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협상하여 최대한 보상 받을 것이고, 부족하다면 100억이든 200억이든 제가 지원하겠습니다. 아이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내게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정착하는 문제는 이분이 책임지고 해주신다고 하고요.”

미안하지만 이게 최선이다.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제가 봐도 그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김 선생님”

- 네, 결정하셨습니까?

“어쩔 수 없군요. 2번입니다.”

- 잘 생각하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다시 1시간 내로 전화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고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왔다.

물론 내 뒤로는 황당한 표정의 두 사람이 따라 나왔고.

“후우~!”

“야! 철식아! 이게 무슨 소리야? 네가 100억이고 200억이고 돈이 어딨어?”

“있어. 나 돈 많아”

“네가 돈이 어딨어? 우당탕 역사상 최고의 빈대요, 짠돌이가? 거기다가 지금 좋소기업에 다니는 놈이?”

“에이, 회사 그만둔 지는 좀 되었고, 투자가 잘 되어서 돈 좀 벌었어. 하여간 그런 줄만 일단 알아. 이 일 끝나면 자세히 알려 줄 테니까. 형들 진로도 관련이 있고”

“이놈 완전히 도깨비네?”

1시간이 채 안 되어 전화가 다시 왔다.

- 접니다, 알렉스

“네, 말씀하세요.”

- 협상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걔들이 그렇게 한 대요?”

- 제가 권유하는 일입니다. 협상해야지요. 특히나 뒤가 구리다면 더욱더!

끼리끼리 노는가?

이 양반도 대단한 사람 같은데?

혹시 기름칠의 선수?

- 메모하실 수 있습니까?

“네, 말씀하세요.”

- 오늘 저녁 7시입니다. 양재동 일동제약 뒤에 대양 건설 빌딩이 있습니다. 거기 인포에서 박상환 회장을 만나러 왔다고 하면 안내해줄 겁니다. 신변은 보장받았으니, 염려하실 것은 없습니다.

“회장이 직접 만나겠다고 합니까?”

- 도급 순위 60위권대에서 1,000억 가까운 개발 프로젝트면 작은 공사가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중재하는데 당연히 회장이 직접 나서야지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제가 여기 자릴 비운 사이에 해코지하거나 하지는 않겠지요?”

- 하하하! 제프리에게 제 설명은 못 들었나 보군요. 그것도 염려하지 마세요. 그럴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협상 후에 전화하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장 원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들으셨잖아요? 신변 보장이 된다면 되는 겁니다.”

“중재하신 분을 믿습니까? 시주도 잘 모르시는 것 같던데?”

“안 믿습니다.”

“예?”

“다만, 소개해 준 기름쟁이는 믿습니다.”

6시 50분쯤에 내 차를 타고 대양 건설 빌딩에 도착하였다.

이 차는 내가 미국에 가면 엄마에게 주려고 산 그랜저다.

50만km를 넘게 뛴 노란 스타렉스를 타고 갈 수는 없잖아?

안내를 받아 꼭대기 층의 회장실로 안내되어 들어가니, 60이 다 되어 보이는 건장한 사내와 왠지 군인 냄새가 나는 경호원 하나, 그리고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양복쟁이만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거물이라고 하더니, 젊은 놈들이군?”

다짜고짜 놈이냐?

“이놈 저놈은 하지 맙시다.”

“허! 어디서 이런 놈들이? 내 이야기를 듣지 못했나?”

“들었지요. 깡패라고 하던데요?”

“이, 이놈들이 정말! 김 부장을 믿고 설치는 거냐?”

뭐여?

김진호란 아저씨가 부장이었어?

설마 회사 부장을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반가운 사이도 아닌데, 일 이야기하고 끝내시지요?”

“끙! 빌어먹을 김 부장만 아니면···. 하아! 앉게”

이제야 이야기할 자세가 된 것 같아서 소파에 앉는데, 기동이 형과 신호 형이 계속 서 있었다.

군붕이 냄새가 나는 경호원을 실실 쪼개보면서.

그런데, 상대의 반응이 의외였다.

기동이 형을 아는 것이 틀림없었는데,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뭐야? 앉지 않고?”

“대표님 잠시만요. 뜻밖에 아는 분이 계셔서요.”

기동이 형과 신호 형은 나에게 대표라고 부르면서 존대하기로 입을 맞춘 상태.

그런데, 요즘 내 주변에서 왜 이리 뜻밖의 일이 많이 생기지?

“너, 나 알지? 그지?”

“모, 모릅니다.”

“모르기는 이 새끼가? 너 김정희잖아?”

“...”

“회사 언제 나왔어?”

“2년이 좀 안 되었습니다.”

“그래서? 할 짓이 없어서 내게 배운 기술로 깡패 새끼들 뒤나 빨고 있었던 거야?”

“죄, 죄송합니다.”

이 황당한 사태에 박 회장이 발끈하였다.

“아니, 이 새끼들이 정말! 야! 김 비서! 너 왜 그래!”

“잠시 조용히 해주실래요? 내가 이 새끼하고 집안일로 해결할 문제가 있는데?”

기동이 형이 박 회장을 보고 으르렁거리자, 기세에 눌린 박 회장은 입을 닫았다.

“너, 딱 10초 준다. 10초 내로 내 눈앞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내가 주시할 거야. 한 번만 더 이 바닥에서 놀고 있는 거 내 눈에 띄면, 앞으로 네 손으로 밥 먹을 일은 없을 거다. 알았나?”

“네···.”

“그리고 알지? 나에 대하여 떠들었다가는 가중 처벌한다는 거?”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럼, 실시!”

“실시!”

복명복창은 또 뭐냐?

하여간 그렇게 경호원 놈이 바람같이 사라지자, 회장실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

이놈들도 어이가 없었던 모양이다.

“당신들 대체 뭐야? 군 관계자야?”

“그게 중요합니까? 새로 경호원들 부르고 싶으면 부르고 시작하시지요?”

“되었네!”

어차피 불러봐야 병풍밖에 안 되는데, 탁월한 선택이라고 손뼉을 쳐주고 싶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지요.”

“그러지”

“우리가 나간다면, 보육원 땅값과 건물값으로 얼마를 내시겠습니까?”

“20억이라고 말했을 텐데? 그 지역은 개발이 제한되는 곳이라, 원래 평당 1,000만 원도 받기 힘든 곳이야. 내가 그래도 아이들이 불쌍해서 많이 쳐준 것이고. 못 믿겠으면 주변 부동산에 시세를 알아보게”

“조금 더 쓰시지요? 우리는 아저씨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협조하려는 것인데요? 20억 가지고 50명이나 되는 인원이 어디로 갑니까?”

“나는 일반 사업가지, 자선 사업가가 아니네만?”

“그럼 조금 버틸까요? 본의 아니게 알박기 비슷한 상황이 되어서 유감입니다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알박기 맞잖아!”

“에이, 왜 소릴 지르고 그러세요? 이거 협상하시자는 겁니까?”

“네가 혈압 오르게 했잖아!”

박 회장은 진짜 혈압이 오르는 모양인지, 뒷목을 잡고 소리쳤다.

그만하자.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저 새끼들은 제한을 없애고 개발하면 훨씬 많은 돈을 벌겠지만, 박 회장이 말한 것처럼 20억이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30억으로 끝내시죠. 깔끔하게 나가줄 테니까”

“정말인가?”

“속고만 사셨습니까?”

“준다 줘! 30억 줄 테니까, 나가!”

“언제 나가면 됩니까?”

“아! 씨! 지금 나가라고! 나가서 이 친구랑 이야기해!”

“그게 아니라, 보육원 말인데요?”

“그것도 나가서 말하라고!”

“그럼 사업 번창하십시오.”

인사하고 나오다가 다시 물었다.

“아저씨”

“왜? 또?”

“아까 그 경호원 어떤 회사에 다녔는지 아시지요?”

기동이 형이 관련 있는 곳에서 회사라고 부르는 곳은 하나 뿐이다.

“...”

“아시지요?”

“알고 있네. 그래서 채용하여 가까이 두었고”

“그럼 말씀드리기 편하겠네요.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믿지만, 혹시라도 오늘 일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거나 분통이 터져서 우리 뒤가 궁금하다든지, 또는 보복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제 말을 명심하세요.”

“뭘?”

“이 두 사람은 그런 사람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던 분들이고요. 회장님댁이 김정은 집보다 경계가 삼엄하다고 생각이 되면 시험해도 좋습니다. 물론 합리적인 사업가시니까, 그럴 일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만?”

“하아···. 미치겠네! 다시는 보기 싫으니까, 이만 좀 꺼져 주겠네? 오늘 이후로 나는 자네들을 잊을 걸세”

“역시! 사업에 성공하신 이유가 있군요!”

“야!”

“어이쿠! 진짜 갑니다!”

돌아오는 길에 피자와 치킨을 넉넉히 주문하였다.

저녁을 먹었음에도 환하게 웃으며 허겁지겁 치킨과 피자를 먹는 아이들···.

괜히 가슴이 먹먹해졌다.

장 원장에게는 100억을 기부할 것이라 알려주고, 만약에 아이들이 편안히 살 곳을 마련하는 데에 부족하다면 더 내놓을 것이라 하면서 안심을 시켰다.

늦은 저녁에 수고한 기동이 형과 신호 형에게 술을 사면서, 대충 오래전부터 미국에 투자한 것이 대박이 터져서 떼돈을 벌었다고 둘러대었다.

그리고, 곧 망할 것 같은 도장은 집어치우고 일단은 보육원 일을 도와주다가 1년쯤 후에 미국으로 오라고 하였더니 둘 다 좋다고 하였다.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오늘 일을 다시 생각하였다.

왜 하필 오늘이었을까?

정화 스님은 왜 나에게 들려서 이 염주를 주고 가신 것일까?

이런 엄청난 행운을?

얼마나 큰 책임을 지우려고?

그리고, 제프리가 적당한 연락처를 알려주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나도 낭패를 볼뻔하였다.

내겐 1조라는 돈이 있지만, 저런 양아치 사업가와 결국 협상을 해야 했다.

저런 쓰레기를 밀어버릴 능력조차 되지 않다니.

결론은 힘을 더 키우자였다.

1조? 10조를 가지고, 내 사람도 더 있었으면 오늘 양재동까지 가서 쓰레기와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피자와 치킨에 행복해하는 더 많은 아이를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10조를 벌고 100조를 벌자.

염주가 어느 정도는 인도할 것이니,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대로 수퍼리치로 행복하게 살면서 주변도 돌아보자.

이 정도면 됩니까? 스님?

염주가 왠지 반짝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기분 좋게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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