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달리는 겁니다!
리사 수는 AMD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있었다.
일단 내가 투자한 1억 5,000만 달러가 큰 힘이 되었다고 내게 말하였다.
“1억 5,000만 달러? 이 바닥에서는 사실 푼돈이에요. 하지만, 그 푼돈이라도 우리에게는 엄청나게 큰돈이었어요. 정말 요긴하게 잘 사용하였어요, 알렉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리사”
“호호호! 알렉스는 몇 년만 기다리면 지금보다 훨씬 큰 부자가 될 거니까 기다리세요. 아셨지요?”
“흐흐흐! 기다릴게요, 리사”
가끔씩 보고 자주 통화하다 보니 친해져서 이제는 서로 이름을 부르는 사이가 되었고, 나는 격려의 의미로 고가 와인을 선물해 주었다.
리사가 남편과 함께 즐기는 취미가 와인 수집이라고 하여서.
샤또 페트뤼스라고 하던가?
나야 소주 아니면 위스키나 마시니 와인을 잘 몰라서 제프리에게 물어보고 사서 선물한 거였다.
제1대 주주 무바달라의 도주(?)와 유상증자로 인하여 1달러 밑에서 바닥을 치던 AMD의 주가는 10월 말에 정상화되어 1.5달러를 회복하였고, 11월이 되자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작년에 리사가 CEO로 취임한 이후로 뼈를 깎는 심정으로 단행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혁신이 시장에 청신호를 보낸 것 같았다.
그리고, 12월 말.
12월 28일과 29일은 연속으로 3달러 찍었다.
우리로서는 3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3배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리사에게 욕을 바가지로 처먹어야 했다.
“아니, 알렉스! 왜 재를 뿌리는 거예요!”
“아니, 그게 아니라 잠시만이라니까요? 다시 매입할 거니까 너무 화내지 말아요.”
“아이, 그래도 그렇지, 이게 뭐야? 모처럼 상승세를 타고 있었는데?”
“에이, 리사. 뭐 3달러까지 오른 거 가지고 그래요? 나는 30달러 이상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러면 왜 파냐고!”
“잠시 내부적으로 급한 돈이 필요해서 그랬어요. 조만간 다시 사들여서 올려놓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시란?”
일의 발단은 이랬다.
어느 정도 염주의 사용법을 알게 된 나는, 주기적으로 AMD와 엔비디아의 주가 방향을 파악하였는데, 엔비디아는 순조롭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왔으나 AMD는 얼마 후에 빛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건 기회였다.
AMD의 지분을 늘릴 기회.
그래서 존에게 지시하여 12월 마지막 주에 주가가 오르는 틈을 타서 주식 일부를 팔라고 하였다.
당연히 리사는 열을 받은 것이고.
열 받아도 어쩔 수 없었다.
내 이익이 우선이니까.
그렇게 1월 첫 주까지 2주에 걸쳐서 시장에다가 내다 판 AMD 주식이 지분 7%였고, 내게는 다시 2억 달러가 손에 들어왔다.
“이 돈은 어떻게 할까요?”
“조만간 다시 AMD 주식을 사들일 거니까, 일단은 존이 굴리세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존이 요청에 따라서 콜시장 등에서 보유 현금을 굴리기 시작하였는데, 이게 제법 쏠쏠하였다.
어떻게 굴리는지는 몇 번 설명을 들어도 복잡하여 나는 이해하기를 거의 포기하였는데, 하여간 연리로 따지면 거의 5%대 수익률은 내는 것 같았다.
제프리에게 말하니까 눈을 동그랗게 뜰 정도로 단기로 굴리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익률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쥐고 있던 4,000만 달러에 1,000만 달러만 정말 만약을 대비하여 남겨두고 3,000만 달러는 굴리라고 내주었다.
“지난번이 마지막이라면서요?”
“그냥 좀 넘어가면 안 되나? 꼭 그렇게 후벼 파야 해요?”
“푸흐흐! 잘 쓰겠습니다!”
“쓰지는 말고 굴리라고요!”
내가 어떻게 번 돈인데?
역시나 AMD 주가는 하향 곡선을 그리더니, 2월에 들어서는 다시 1달러대로 떨어졌다.
이제 다시 사야지.
“존, 다시 매입하세요.”
“오케이, 보스! 그 말씀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2주에 걸쳐서 다시 매입한 AMD의 평균 주가는 1.5달러다.
그리고, 다시 매입을 마쳤을 때 우리 카르마 인베스트먼트의 AMD의 지분은 43%로 늘어나 있었다.
“정말 미워 죽겠어!”
“하하하! 리사, 적어도 당분간은 이런 짓 하지 않을게요.”
“대체 얼마나 부자가 되려고 그러는 거야? 알렉스?”
“세계 최고! 그게 내 목표에요.”
“그래? 그런데 난 갑자기 회사를 관두고 싶어지지?”
“으아아아! 왜 그래요? 리사?”
“글쎄? 2006년산 로마네콩티가 그렇게 잘 나왔다던데?”
“아유! 갑니다, 가! 사가지고 갑니다!”
“호호호!”
“...”
엔비디아 주도 순조롭게 매입을 마쳤다.
16년 2월 24일을 마지막으로 우리가 가진 모든 자금을 쏟아부었는데, 최종적으로 주당 평균 7달러에 7억 6,000만 달러를 투자하였다.
원래는 6억 달러만 투자하기로 하였으나, 내가 그냥 내가 남겨 놓았던 돈까지 투자하라고 지시하여 추가로 준 1억 3천만 달러에 그동안 굴려서 얻은 이익 3,000만 달러까지 모두 엔비디아 주식을 매입한 것이다.
세금은 그때 가서 다시 주식을 팔아서 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분주하게 2월을 보내자, 3월부터는 AMD와 엔비디아 주가가 완만하게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4월이 되자 AMD는 다시 2달러 후반대를 회복하였고 엔비디아는 9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아쉽게는 나는 파워볼의 남은 세금 12%를 내야 해서 일부를 팔아야 했다.
“보스”
“네, 존”
“필요한 자금이 얼마나 됩니까?”
“2억 달러요.”
정확히는 1억 8,000만 달러였지만, 나도 현금을 좀 쥐고 있어야 하기에 그냥 2억 달러라고 말했다.
“보스, 그럼 차라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대출이요? 주식을 담보로?”
“네, 보스. AMD도 아깝지만, 특히 엔비디아는 이제 막 상승 가도를 타고 있는데 지금 2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팔기는 너무 아깝습니다.”
“흐음···.”
“AMD는 1/4분기 실적의 발표와 PS4와 Xbox One에 AMD 기반 부품 탑재 소식으로 인식이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신제품인 ZEN과 베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구요. 엔비디아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연말에는 무조건 주당 20달러는 찍을 겁니다. 그런데, 당장 돈이 필요하다고 2억 달러를 팔다니요? 이게 말이 2억 달라지, 연말을 생각하면 3억 달러 이상의 차익을 버리는 겁니다.”
솔직히 나도 아까웠다.
“금리가 얼마나 해요?”
“연방 기준금리가 작년에 0.25% 올려서 0.5%입니다. 우리라면 주식을 담보로 2%면 충분히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호오? 그래요?”
이거 솔깃한데?
“그리고, 이건 이왕 말씀드리는 김에 같이 건의하는 건데요, 이왕 대출을 당기시는 김에 좀 더 받아서 추가로 투자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대출을 받아서 추가로 투자하자고요?”
“네, 흐름이 명확해진 상황입니다. AMD는 살아나고 있지만, 워낙 바닥까지 떨어졌던 주식이라 살아만 있으면 현재 주가 이하로 떨어질 일은 없습니다. 엔비디아도 원체 저평가되어 있었고요. 절대로 깡통 찰 일은 없습니다.”
“그러다가 많이 차는 것 같던데···.”
“그 정도 리스크도 없는 투자는 없습니다, 보스”
솔깃하다 못해서 떙긴다.
내가 생각해도 존과 같은 생각이고, 무엇보다 염주의 빛이 앞으로는 어두워지지가 않았다.
그럼 한번 덤벼봐?
“얼마나 받을 수 있어요?”
“현재 우리가 가진 주식의 시가총액이 20억 달러 정도인데, 15억 달러는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혹시라는 것이 있으니까 12억 달러만 받지요. 그거 받아서 2억 달러는 보스께서 쓰시고, 10억 달러는 재투자하면 됩니다.”
“그럼 전 엔비디아에?”
“네, AMD는 43%면 충분합니다. 엔비디아에 투자하시지요.”
어떻게 하지?
잠시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다 망가져도 내게는 이 집과 1,000만 달러가 있다.
최소한 부유하게 살 정도의 자산이 남는다.
못 먹어도 고다!
“오케이! 그렇게 합시다. 12억 달러만 대출받읍시다!”
“하하하! 오케이입니다!”
그렇게 금리 2%에 12억 달러를 대출받아서, 2억 달러는 내가 받아서 1억 8,000만 달러의 세금을 납부하였다.
그리고, 10억 달러는 존이 다시 엔비디아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하였고, 매입 작업은 5월 초에야 마무리되었다.
평균 매입가격은 주당 9달러.
다행히도 우리가 매입하는 동안은 엔비디아의 주가가 8달러 후반에서 9달러 초반을 횡보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는데, 웃기는 것은 우리가 매입을 마치자마자 엔비디아의 주가가 미친 듯이 올라가는 것이었다.
AMD의 주가도 마찬가지였고.
먼저 불이 붙은 것이 AMD였다.
4월 21일 주당 2.62달러였던 것이 4월 22일 종가가 3.99달러까지 올라서 무려 52.29%가 올라버렸다.
정말 미국 주식시장에서 볼 수 있는 무식한 상승률.
그리고, 3달러 후반대에서 횡보를 거듭하다가 5월 23일 드디어 대망의 4달러를 돌파하였다.
“만세! 크하하하!”
“하하하!”
“호호호!”
그날 우리 집에서는 광란의 파티가 벌어졌다.
그리고서도 AMD 주가는 내려가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5월 27일 4.5달러를 돌파하여 4.6달러로 마감을 하였다.
그리고, 6월 17일, 전날 6월 16일의 4.75달러에서 10.74%를 상승하면서 5.26달러로 마감하며 5달러도 넘어섰다.
엔비디아는 우리가 매수를 마감한 5월 12일에 8.89달러가 다음날 15.19%가 상승하여 10.24가 달러가 되었다.
그리고서 계속 조금씩 오르더니 6월 23일에 12.12달러로 마감하면 12달러를 넘어섰고, 7월 11일에는 13달러를 넘어섰다.
이 시점에서 나는 한 번 더 승부수를 던졌다.
오른 주식을 담보로 하여 10억 달러를 추가로 대출받아서 다시 엔비디아에 몰빵을 때려 버린 것이다.
“달리는 겁니다! 달려! 달려!”
“하하하!”
주당 평균 매입가격은 13.3달러.
막상 달리기는 하였지만, 속으로 상당히 쫄렸었는데, 다행히도 주가는 계속 올라갔다.
AMD는 7월 22일 금요일 5.84달러에 마감되었던 것이 7월 25일 월요일 장이 시작하자마자 오르기 시작하여 14.73%가 오른 6.7달러로 마감하였다.
엔비디아는 7월 26일 14달러를 넘어서더니, 8월 12일 드디어 15달러를 넘어서 15.76달러가 되었다.
“자! 고생들 했어요. 2주 동안은 일 생각은 하지 말고, 잘 놀다들 오세요.”
8월 26일 금요일이다.
나는 AMD가 7.67달러, 엔비디아가 15.51달러로 마감하는 보고 존과 직원들을 불러서 2주간의 휴가를 주었다.
그사이에 나도 한국에 다녀올 예정이고.
“이건 휴가비입니다. 넉넉히 챙겼으니까, 신나게들 놀아요.”
제니퍼와 로이는 10만 달러, 존은 20만 달러를 넣었다.
봉투를 그 자리에서 열고 수표의 금액을 확인한 제니퍼가 나에게 달려와서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그것도 입에다가.
쪽! 쪼오옥!
“읍! 읍! 푸하! 아니 이게···.”
“호호호! 땡큐! 보스!”
눈을 찡긋하고 나가는 제니퍼,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좋았다.
조금만 더 해주지.
“나도..”
“로이! 저리 안 가!”
“흐흐흐! 땡큐! 보스!”
직원들이 나가고 존만 남았다.
“고맙습니다, 보스”
“에이, 고맙기는? 연말에 기대해도 좋을 거예요. 하하하!”
연말에는 제대로 한 몫씩 챙겨줄 생각이었다.
“그래, 존은 어디로 휴가 갈 거예요?”
“뉴욕으로 갈 생각입니다.”
“뉴욕? 딸을 만나러?”
“네, 그리고 에이미, 그러니까 전 와이프에게도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하고 사정을 해볼 생각입니다.”
“다시 합치자구요?”
“네, 보스”
“하하하! 내가 한국에서도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존!”
“감사합니다.”
자, 그러면 나도 한국으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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