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26화 (26/250)

26. 어떻게 한국인이 나를 모를 수가 있냐고?

정말 딱 1년 만의 한국이다.

물론 부모님과 통화는 자주 했지만 말이다.

올 때와는 다르게 13시간이 넘는 비행기 시간이지만 그래도 몇 번 타봤으니까, 적당히 즐기면서 비행시간을 즐길 생각이다.

무려 일등석이니까.

인천에서 LA 노선의 일등석 가격은 이코노미의 열 배가 넘는다.

중견기업에서는 오너나 사장이 아니면 접근할 레벨이 아니고, 대기업이라도 보통 최소한 부사장급 정도는 되어야 끊어준다고 하는 것이 일등석이다.

그야말로 성공의 증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재벌가나 상당한 부잣집 자식이 아니면 젊은 놈이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몇 안 되는 일등석 승객 중에서 젊은 놈은 나와 내 뒷좌석에 있는 놈이 유일하였다.

나처럼 미국 로또에 당첨된 놈은 아닐 터이니, 집이 부자인가?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니 신경 쓰지 말자.

설마 다른 사람들도 나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냥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그렇게 평온하던 나의 ‘일등석 즐기기’는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하였다.

바로 일등석 승객 중의 그 둘뿐인 젊은 놈 때문에.

비행기가 LA 국제공항을 이륙하여 북극항로에 온전히 접어들었을 때, 놈의 발작이 시작되었다.

“야! 내 말 안 들려? 술 더 달라니까?”

아이, 시끄럽게.

내 옆을 지나갈 때부터 어째 술 냄새를 풍기더니, 계속 양주 스트레이트를 달라고 해서 처먹고 드디어 개님이 되셨다.

그런데 개는 무슨 죄?

개만도 못한 놈이라고 해야 하나?

“전무님, 술이 과하셨습니다. 이제 그만 드시지요.”

저런 개 같은 놈에게도 웃으면서 직위까지 불러주며 달래려는 스튜어디스, 요즘 말로 여성 승무원이 참 안쓰러웠다.

스튜어디스.

정말 내가 어릴 때만 하여도 참 선망받는 직업이었는데, 나이 먹고 비행기를 타보니 그게 아니었다.

항상 바뀌는 스케줄에 낮과 밤이 바뀌지, 별의별 승객들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웃고 살아야지, 재수가 없으면 저런 개만도 못한 놈에게 봉변을 당하지.

그렇게 힘들게 입사하여 퇴사율이 높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승무원도 감정 노동자인 것이다.

“야! 시X! 달라면 줄 것이지 왜 이리 말이 많아!”

“전무님, 규정상 더는 술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욕은 하지 말아 주세요.”

“지랄하네! 이것들이 정말! 야이···.”

하아, 하필이면 왜 저런 새끼하고 같은 비행기를 타가지고 이 고생인지 모르겠다.

놈의 지랄발광이 심해지고 목소리도 점점 높아져서 귀가 아플 정도가 되었다.

승무원들은 사무장부터 시작해서 승무원 여럿이 달라붙어서 어르고 달래고 하지만, 이 새끼는 체력도 좋아서 지칠 줄 모르고 발악을 해댔다.

그러다가 놈이 내 좌석 뒤를 발로 세게 차서 충격이 나에게 가해지자, 나도 모르게 발끈하여 뒤를 돌아보았고 놈과 눈이 마주쳤다.

멀끔하게 생겨서 얼굴도 술 마신 티가 안 났지만, 눈이 이 자식의 상태를 말해 주고 있었다.

눈깔이 헷가닥 돈 것이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술 처먹고 개가 된 인간하고는 어떻게 엮여도 결국 나만 손해다.

어디 인적이 드문 야산에서 마주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시비가 붙어서 귀찮아질 것 같아 얼른 고개를 돌렸는데, 아무래도 늦은 모양이었다.

바로 피드백에 왔으니까.

“왜? 뭘 꼬라보는데? 새끼야?”

하아, 참자. 참아.

똥은 더러워 피하는 것이 아니라, 무서워서 피하는 거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법이 빌어먹게 되어있어서 정당방위를 극도로 좁게 인정하는 나라에서는 더욱더 무서운 것이 저런 똥이다.

그런데, 이 무서운 똥 새끼가 새 목표를 찾은 듯 자꾸 나를 괴롭혔다.

쿵! 쿵!

발로 내 뒤를 차고.

“이 십슝아! 내 말이 말 같지가 않아!”

“...”

아오! 진짜 미치겠네.

1,000만 원이 넘는 자리에서 이게 무슨 난리래?

자꾸 시비가 내게까지 번질 것 같자, 사무장이라고 인사하였던 고참 여승무원이 내게 사과하였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

“하아, 어떻게 좀 하시죠? 이게 뭡니까?”

“죄송합니다.”

거듭 머리를 숙여서 사과하는 사무장.

그런데 이게 또 개놈의 심기를 건드렸나 보다.

“뭐야? 대표야? 네까짓게 무슨 대표야? 하여간 요즘은 개나 소나 대표 달고 다닌다니까?”

“...”

나도 일등석을 몇 번 타면서 알았는데,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은 사전에 신상 브리핑을 하면서 신상을 파악하고 고객들의 호칭을 직위나 직책으로 부른다고 한다.

특히 일등석은 엄격하다고 지난번에 미국으로 오면서 만났던 승무원이 알려주었다.

잘못 불렀다가 재수 없이 성질 고약한 사람을 만나면 컴플레인도 걸린다고.

그래서 나도 이번에는 비행기를 예약하면 대표로 하게 된 것인데, 이게 이렇게 꼬투릴 잡힐지는 상상도 못 했었다.

하여간, 그럼 너는?

그 나이에 무슨 재주로 전무 타이틀을 달고 다니는데?

어휴 상대하지 말자.

무서운 똥이다, 에비!

하지만 내 결심은 5초도 못가서 무너졌다.

빡!

얼얼한 충격과 함께 내 후두부를 타고 들려온 경쾌한 타격감.

뭐야? 내가 맞은 거야?

이 강철식이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이런 씨···.”

“죄송합니다! 대표님!”

“아니 이건 아니잖아요? 뭐 하는 겁니까? 항공법인가 무슨 보안법이 있지 않아요?”

“네, 있습니다. 항공보안법이···.”

“그럼 뭐 하세요? 제압하세요! 나 맞았다고!”

“사람을 더 불러서 제압하겠습니다. 조금만 더···.”

“마지막입니다. 계속 이러면 저도 못 참아요?”

“감사합니다.”

사무장이 계속 굽신거리는 것이 보기 싫어서 정말 내 인생 처음으로 먼저 맞고도 일단 참기로 하였다.

“못 참으면 새끼야? 새끼가 센스가 없어?”

“...”

여기서 센스는 왜 나오는데?

결국, 약간 나이가 있어 보이는 남자 승무원까지 가세하였다.

부르는 것을 보니, 항공정비사라고 한다.

항공정비사가 비행기에 타는 줄은 몰랐지만.

그런데, 이 양반이 나이도 있고, 아무래도 나중에 혹시 소송에 걸릴까 봐 염려되어서인지 그다지 적극적이지도 못하였다.

그러니 여성 승무원 여럿이 가세하여 제압하려 하였지만, 도무지 제압이 안 되었다.

“아 놔! 이 새끼들아! 너희 매출이 어디서 나오는데! 엉? 매출이 어디서 나오냐고!”

“...”

하! 정말! 왜 항공사 매출을 걱정하고 지랄인데?

주변을 쳐다보니 다른 승객들도 짜증이 날 대로 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옆쪽 좌석의 중년 백인 아저씨는 조금 더 내버려 두었다가는 달려들어 한 대 칠 기세였다.

“이 씨XXX! 놓아! 니들 다 죽인다!”

퍽!

발길질에 제일 어린 승무원이 배를 맞았다.

“꺄아악!”

아니 저 새끼가?

“놔! 퉤! 퉤! 퉤!”

항공정비사라는 중년인은 얼굴에 침 세례를 받았다.

거기다 다른 여승무원은 테이저를 들고 있는데, 보니까 장전도 하지 않았다.

이젠 죽어도 못 참겠다.

“사무장님!”

진땀을 빼고 있는 사무장을 불렀다.

“네, 네? 대표님?”

“항공기 보안이 위험할 때에는 필요에 따라서 승객의 협조도 구하게 되어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네? 그건 맞습니다만···.”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 대테러 훈련을 받은 사람입니다.”

“예? 대테러 훈련이요?”

딱 봐도 대테러 훈련을 받은 사람이 어째서 일등석에 탑승했냐는 눈치인데, 그래도 내 떡대를 보더니 이내 수긍하는 것 같았다.

“딱 한 말씀만 해주시면 10초 안에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무슨 말을?”

“관련법에 따라서 협조를 요청합니다! 이 말만 해주시면 바로 조용해질 겁니다.”

“저기···.”

전례가 없는 일이다 보니,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던 사무장은 계속 악다구니를 써대 가면서 행패를 부리던 놈을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저 승객을 제압하는 것에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놈에게 다가섰다.

대테러 훈련?

이딴 상황에 그딴 것이 필요할 리가 있나?

“이 시블! 너희 매출이 어디서···. 컥!”

그 새끼 매출 더럽게 좋아하네.

시끄럽게 악다구니를 쓰던 놈의 목젖을 손날을 세워 가격하였더니 케켁 거렸다.

“켁! 켁! 켁!”

캑캑거리는 놈의 머리털을 왼손으로 잡아채고 귀에다가 속삭였다.

“내가 영맨 생활을 하면서 제일 듣기 싫었던 것이 그놈의 매출 타령이거든?”

“크으···. 켁!”

뻑!

그냥 죽탱이를 날려버리자, 시끄러웠던 일등석에 평화가 찾아왔다.

기절한 놈을 내버려 두고 손을 털털 털면서 사무장에게 웃으며 말하였다.

“이젠 되었죠?”

“네? 네, 되었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짝짝짝짝짝!

“우와와와!”

일등석 승객들이 모두 쌍수를 들고 손뼉을 치면서 내게 환호를 보냈다.

특히, 옆좌석에 있어서 나 다음으로 피해를 보았던 백인 중년 아재는 나를 껴안으려고 하여 슬쩍 피해야만 하였다.

“브라보! 자네 정말 멋지구먼!”

“하하! 별말씀을···.”

“정말 나도 더는 못 참을 뻔했네. 내가 유명인만 아니었으면, 내가 먼저 주먹을 날렸을 거야”

그런 소린 누가 못하나?

그런데 유명인이라니?

누가?

“그런데 누구신데요? 웬 유명인?”

“이런! 날 모르나?”

내가 당신을 어떻게 아나?

그래도 대놓고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배우세요? 제가 요즘 영화를 잘 못 봐서···.”

“아니! 날 모른단 말이야? 나야 나! 리처드! 유명가수 리처드!”

이런 젠장, 자칭 유명가수 아재를 내가 어떻게 알아?

“아, 유명가수셨군요. 죄송합니다.”

“아오! 미치겠네? 자네 한국인 아닌가?”

“한국인 맞습니다만?”

“그런데 나를 몰라? 어떻게 한국인이 나를 모를 수가 있냐고?”

이 양반이 미쳤나?

“나, 리처드야! 리처드! 리처드 막스!”

“응? 공산당? 마르크스?”

“야!”

“아이구, 깜짝이야!”

“하아, 모를 수도 있겠네. 자네 삼촌이나 부모세대는 날 잘 알 텐데. 그럼 이 노래는 알지?”

“어떤 노래요?”

중년 아재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Whenever I'm weary

From the battles that rage in my head

You make sense of madness

When my sanity hangs by a thread

I lose my way, but still you

Seem to understand

Now and forever...

생긴 것하고는 다르게 엄청난 노래가 아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 양반이 누군지 생각이 났다.

아니, 정확히는 이 노래가···.

“어, 어! 이 노래!”

내 놀람에도 아재는 그치지 않고 1절을 마무리 짓는 근성을 발휘하였는데, 이 양반이 누군지 몰랐던 것은 다른 일등석 승객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노래가 그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지고 사람들이 리처드를 환호하였다.

“우워워워!”

“리처드! 리처드!”

“우와! 아저씨가 이 노래 부른 사람이에요?”

“으하하! 이제야 내가 누군지 알았나?”

“그럼요? 우리 엄마 최애 노랜데요?”

“사인해줄까? 아니? 한국에 도착하면 내가 연락할 테니까, 밥이나 같이 먹든가?”

“오오오! 아저씨, 약속하는 겁니다?”

“오케이!”

“오케이!”

참으로 버라이어티한 비행이었다.

미친놈의 발광이 있었고, 활극이 벌어졌으며, 자칭(?) 유명가수의 단독 공연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

짜증으로 가득 찼던 일등석 승객들의 얼굴도 활짝 퍼졌다.

기절했던 미친놈은 얼마 후에 깨어났지만, 내 눈치를 보면서 쥐죽은 듯이 앉아 있었고, 조용히 있는 조건으로 사무장이 와서 포승을 풀어주었다.

더불어 승무원들에게 나는 최고의 대접을 받았는데, 특히 배를 걷어차였던 막내 승무원은 차를 대접하면서 슬쩍 냅킨을 내 손에 쥐여주었는데,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귀엽게 생겼는데, 연락해봐?

이윽고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대기하다가 기내로 들어와서 미친놈을 체포하여 데리고 갔다.

“회사를 대표하여 대표님께는 죄송하고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약간 귀찮아지실 수도 있겠네요.”

기장에 나에게 사의를 표하면서 귀찮아 질 수도 있을 것이라 말하였다.

“왜요?”

“저놈, 공식적으로는 블랙리스트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우리 항공사에서 유명한 놈입니다. 이미 몇 달 전에도 난동을 피운 전과도 있구요. 그런데, 저놈 집안이 무슨 물산인가 하는 회사를 하는데, 아마 소송을 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최선을 다하여 대표님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회사 측에 요구하겠습니다.”

“아니, 그런 놈을 왜 비행기에 태웠어요?”

“우리나라가 아직은 이런 면이 좀 약합니다. 특히 항공업도 서비스 업종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지요.”

“송구합니다.”

에이, 모르겠다.

목격자가 한둘이 아니고, 동영상도 여러 개가 있을 것이다.

승무원뿐만이 아니라, 일등석 승객들도 태반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었으니까.

별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황당한 비행은 끝이 났고, 리처드 아저씨와 연락해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집으로 향하였다.

딩동!

“아들!”

“오라방!”

부모님과 소미의 환대와 함께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흘러나왔다.

우리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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