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29화 (29/250)

29. 제 도장값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변호인단?

변호인도 아니고 변호인단?

그것도 나조차도 들어본 적이 있는 그 세정 법무법인에서 변호인단을 만들었다고?

이게 무슨 신박한 개소리냐?

지가 술 처먹고 난동을 피워 놓고서 날 고소해?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온다.

일단 진정하고 상황을 좀 알아보자.

“아니 지금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 겁니까? 아, 좀 전에 함부로 말한 것은 미안합니다. 사과드립니다.”

- 아니 괜찮습니다. 저 같아도 욕이 나왔을 상황이니 대표님께서 흥분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고맙습니다.”

- 현재 상황은 이렇습니다. 어제 사건이 있었던 직후에, 곧바로 해당 KE760편 기장과 승무원을 모두 불러서 진상 조사에 나섰습니다. 승무원들의 진술을 모두 들었고, 동영상도 확인하였고요.

“그래서요?”

- 이건 도저히 묵과할 일이 아니더군요. 게다가, 해당 승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석 달 전에도 난동을 피운 전력이 있었고, 그밖에도 수시로 갑질과 욕설을 해대서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악명을 떨치던 사람입니다.

“아니, 그런 사람을 대체 왜 태우냐고요? 이건 반복이 되면 나 같아도 코리안 항공 다시는 안 탑니다. 그 승객만 중요하고 다른 승객은 안 중요합니까? 그것도 1,000만 원 넘게 돈을 주고 타는 일등석인데?”

- 그 점에 대하여는 진심으로 송구합니다. 변명을 좀 하자면, 저희 항공사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항공사들이 서구권 항공사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고객은 왕이다.’라는 정서가 높습니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아니 사실상 탑승 거부 리스트에 올리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니, 이런 인간도요? 어제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까, 다른 때에도 장난이 아닐 것 같은데요?”

- 이 승객은 정말 선을 넘은 케이스고요, 보통은 어쩌다가 한 번 정도 갑질을 하는 수준이 보통이라서요.

“에이, 그렇게 허술하니까, 그쪽 항공사 오너 딸내미가 땅콩 가지고 갑질이나 해대지···. 쯧쯧”

- 네? 저기···. 그저 송구합니다.

하긴, 월급쟁이가 자기 항공사 사주 딸내미에 대하여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괜히 괴롭히지는 말자.

“팀장님 입장 이해합니다. 하여간 그래서요?”

- 이해하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여간 검토하여 보니, 이번은 그 승객이 너무 심하였습니다.

“호오?”

- 그래서 이미 경찰에 체포되어 항공보안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는 것과는 별도로 상해죄로 고소하기로 하였습니다.

“상해죄요?”

- 네, 발길질에 맞은 승무원이 요추염좌 진단을 받았고, 또 그 승객이 다른 승무원 2명을 심하게 할퀴어서 손과 팔에 심한 상처가 났습니다. 의사 말로는 한동안 흉터도 남을 거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적용될지는 몰라도 일단은 폭행죄보다는 죄가 무거운 상해죄로 고소하기로 결론을 내었지요.

“그건 참 잘하셨네요?”

- 네, 감사합니다. 어쨌든 그렇게 결론을 짓고 있는데, 오늘 세정에서 전화가 온 겁니다. 자신들이 그 승객 건을 수임하였는데, 의뢰인이 심하게 맞았다고 하면서 폭행이나 상해로 고소하겠다고요. 게다가 우리 측 변호사가 알아보니, 변호인단이 4명인데 검사 출신 한 명에 얼마 전까지 지법에서 부장판사를 했던 전관이 있다고 합니다.

“하아! 진짜 어처구니가 없네요?”

참 빨리도 대응한다.

그것도 전관까지 낀 초호화판으로.

대체 그놈은 뭐 하는 집 자식이야?

무슨 재벌 2세라도 되나?

“대체 그 인간 뭡니까? 어디 재벌 2세라도 되는 겁니까?”

- 그게 저희도 확인하였는데요, 대장 물산이라는 여성 용품 납품업체의 2세라고 합니다.

“엉? 여성용품 납품업체? 여성용품 납품업체가 대기업이 있어요?”

- 저기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라고 합니다. 공장은 중국에 있는데, 서울 본사는 직원이 20명도 되지 않는다고 하고요. 더 자세한 것은 우리도 더 확인해 보려고 하였는데, 유한회사라서 자세한 것은···.

헐?

아니 중소기업 2세 나부랭이가 자기가 난동 피우다가 맞았다고 전관까지 포함된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거야?

그리고 요즘은 직원 20명도 안 되는 중소기업 2세가 일등석을 타냐?

매출 300억이 넘는 우리 대성 어패럴의 홍 사장님도 이코노미석 타고 다니시는데?

“환장하겠네. 하여간 그래서요?”

- 일단 그 승객은 풀려났습니다. 어제 저녁에 변호인단이 와서 인수해 갔다고 합니다. 경찰에서는 항공보안법 위반이 너무 확실해서 추가 조사 후 검찰에 송치해야 할 것 같다고 하고요.

“혹시 날 고소한다는 것이 항공보안법 위반을 취하하라고 하려는 수단 아닌가요?”

- 그건 아닙니다. 항공보안법은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우리가 고소하고 취하하고 자시고가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 하여간, 그쪽에서는 진단서 끊어서 내일 중으로 고소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니, 정말 송구합니다만, 대표님께서도 변호사를 선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특별히 아시는 분이 없으시면 우리 회사 변호사를 선임하시면 되구요. 변호사 비용은 저희가 부담합니다.

“나보고 변호사를 선임하라고요?”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한국 잠깐 다녀온다고 한 건데?

- 혹시 잘 아시는 변호사가 있습니까?

“잠깐만요.”

어차피 그냥 넘어가기는 그른 것 같은데, 대체 어디서 변호사를 구하지?

상대가 전관까지 낀 호화멤버들이니 대충은 안 될 것 같은데.

전에 그 김진호 전 대검 중수부장?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동철이 형, 그러니까 제프리하고는 철저하게 주고받는 관계 같은데, 또 이런 잡스러운 건으로 신세를 질 수는 없지.

그런데, 그때다.

갑자기 장영동 교수가 입을 열었다.

“강 대표님”

“네?”

“변호사 있으니까 알아서 하겠다고 하세요.”

“예? 변호사가 있다니요?”

“그냥 이건 제가 시키는 대로 하시지요. 자세한 것은 전화 끊고 말씀하시고요.”

“아, 알겠습니다.”

“아! 하나만 더요. 내일 고소 전에 그쪽 변호인단하고 미팅 좀 주선해 달라고 하세요. 코리안 항공에서 알아서 주선해 줄 겁니다. 그쪽에서는 합의라도 하자고 할 줄 알고서 나올 것이고요.”

“알겠습니다.”

다시 스마트폰을 잡고 장영동 교수가 시키는 대로 말했더니, 그쪽과 연락을 해서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다.

“아니 변호사라도 소개해주시게요?”

혹시나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장 교수에게 물어봤다.

“왜요? 저는 마음에 안 드십니까?”

“네에? 아이고! 대법관을 하셨던 분이 이런 잡스러운 일을 어떻게 하십니까? 또 동철이 형이 그러던데, 개업 신고도 안 하셨다는 것으로 아는데요?”

내가 잘은 몰라도, 대법관이 판사로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지위란 것은 안다.

그런 분에게 거창한 사건도 아니고, 딱 주먹 한 대 날린 허섭스레기 폭행 사건을 맡기다니?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니었다.

잘못하면 대법관 출신이 돈에 눈이 멀어서 폭행 같은 사건을 수임하였다고 망신당할 우려도 있고.

이건 정말 내가 부담스러웠다.

“하하!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제 제 물주이신데, 저도 잘 보여야지요?”

“아유! 무슨 말씀을···.”

“그리고, 혹시 몰라서 개업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변호사 등록은 하였습니다. 저는 공익 자문만 하면 상관이 없지요. 그리고, 공식적으로 수임은 제가 아는 후배에게 맡길 것이고요.”

“아! 그렇군요. 그럼 염치없지만···.”

“그럼 자세하게 사건에 대해 말씀을 해보세요.”

일단 수임은 다른 분이 맡는다고 하였으니, 그나마 부담은 덜고 사건의 경위를 자세하게 말씀드렸다.

“허어! 정말 나쁜 사람이군요?”

“아니 그렇다니까요? 이거 미국 같았으면 제가 영웅 대접을 받았을 겁니다?”

“미국이라면 그렇겠지요.”

“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정당방위를 굉장히 보수적으로 인정합니다.”

“예, 그건 저도 압니다만···.”

“강 대표님의 행위가 정당방위임은 확실해요.”

“음? 방금 우리나라는 보수적으로 인정한다면서요?”

“하하! 아무리 그래도 강 대표님의 행위는 정당방위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자기 혹은 타인의 법익, 침해의 현재성, 침해의 부당성, 그리고 상당한 이유 등에 누가 뭐라고 해도 해당합니다. 거기다가, 항공보안법상 기장 등의 요청에 따라 제압을 하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방위임이 맞지요.”

“그런 법이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여기 컴퓨터를 같이 보실까요?”

장영동 교수가 말을 하다 말고, 켜져 있던 컴퓨터에 ‘항공보안법’을 쳤다.

응? 왜 아까같이 줄줄이 읊어대지 않지?

아까 사회복지사업법을 줄줄이 알려 줄 때 솔직히 놀랐다.

이 양반은 천재구나 하고.

그런데 왜?

“저기···.”

“네?”

“아까는 줄줄이 조문을 외우시더니?”

“음? 아! 하하하! 그 많은 법들을 제가 어떻게 외웁니까? 제가 무슨 천재도 아니고요? 아니 천재도 그건 어렵습니다. 동철이에게서 강 대표님 말을 듣고서 오시기 전에 나름 살펴보았으니 그런 거지요.”

“아···.”

그런 거였군.

“하하! 여기 보시지요. 항공보안법 제 22조 기장 등의 권한에 나와 있습니다.”

“저는 사무장의 요청을 받았는데요?”

“상관없습니다. 보시다시피 ‘기장 등’이라 하여 권한을 위임받은 승무원도 해당합니다. 이 경우에 사무장이라면 당연히 해당하겠지요.”

“휘유, 그럼 좋은 거네요?”

“네, 좋은 겁니다.”

“그럼 뭐가 문제라는 말입니까?”

“문제는! 강 대표님이 주먹으로 그놈을 때려서 실신을 시켰다는 것이지요.”

“아니 그게 왜요? 그럼 술 먹고 발광을 하는 놈을 어떻게 제압하라고요?”

“안타깝게도, 법은 그것을 부당한 침해에 대하여 균형성을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흔히 과잉방어라고 하여 책임을 감경해 주는 정도에 해당하지요.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그조차도 잘 인정해 주지 않지만”

“아니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미친놈이 발광하는데, 딱 그 인간이 한만큼만 하라는 말이에요?”

그럼 나도 발로 그 자식 복부를 차고 할퀴고 침을 뱉으란 말인가?

그게 말이 되냔 말이다?

뭐 이런 개떡 같은 법이 다 있어?

“허허! 진정하세요. 객관적으로 제 의견을 말하면, 항공기 내라는 특수성, 그리고 사무장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공식적으로 받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강 대표님은 검찰에서 불기소하거나 기소가 되더라도 무죄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요. 다만!”

아니 거기다가 다만은 또 왜 붙이냐고요?

“그런데요? 또 뭐가 문제입니까?”

“문제는!”

“...”

대체 저에게 왜 이러세요?

“상대방이 4대 법무법인 중의 하나인 세정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전관이 끼어 있다면서요?”

“네, 검사 출신 한 명과 지법 부장판사 출신 한 명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나 문제가 됩니까?”

“네, 부끄럽습니다만, 문제가 됩니다. 대형 법무법인이 무서운 것이 이럴 때이지요. 평소에 광대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서, 사건이 들어오면 해당 사건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변호사들을 바로 투입할 수 있습니다. 좀 전에 지법 부장판사 출신이 있다고 하셨지요? 그 사람 아마도 최근에 그만두고 영입한 인천지법 부장판사 출신일 겁니다. 관할이 인천이니까요.”

“그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나요?”

“정말 잘못된 일이지만, 그렇습니다. 세정에서는 두 가지를 보고 팀을 구성합니다. 하나는 어차피 범죄가 너무 확실하여 무죄는 불가능하니 형량을 낮추어 실형을 살지 않게 집행유예를 받아 낼 수 있는 전관과 피의자를 때린 강 대표님을 제대로 엮을 수 있는 검사 출신 전관을 말입니다.”

“법이 그래도 되는 겁니까?”

“그게 현실입니다.”

세상이 왜 이렇게 썩었을까?

“제 도장값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도장값이라니요?”

“적어도 저 같은 대법관 출신은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니까요. 하지만, 거의 60% 가까운 전직 대법관들이 개업하거나 대형 로펌에 영입되어서 사건에 영향을 주지요. 특히 저같이 퇴임한 지 2년 정도밖에 안 되어 함께 일하였던 대법관들이 여전히 현직에 남아 있으면 수임계나 상고이유서에 도장 하나만 찍어 주어도 기본 5,000만 원은 받습니다. 실제로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아도 말입니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아도 말입니까?”

“네, 도장 하나만 찍어 주면 그만입니다.”

어마어마하구나.

“하여간 그래서 세정이 상대라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말입니다. 원래라면 불기소처분되거나, 기소되어도 무죄로 처리되어야 할 것이 기소되거나 유죄로 둔갑할 수 있으니까요.”

“...”

진짜 할 말이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 내일 상대방을 만나서 의중을 파악하고, 우리도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지요. 특히, 제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은 움츠러들 것이고, 강 대표님을 엮으려고 함부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하지는 못할 겁니다.”

“휴우···.”

띠리링! 띠리링!

그때 내 스마트폰이 울렸다.

코리안 항공이었다.

“네, 조 팀장님”

- 대표님, 그쪽하고 연락이 되어서 내일 오후 2시에 우리 회사에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잠시만요.”

장영동 교수에게 괜찮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하였다.

“네, 괜찮습니다.”

- 네, 그러면 내일 뵙겠습니다. 가능하면 좀 비싼 변호사를 모시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측 변호사가 계속 알아보는데, 상대가 정말 좋지 않습니다.

“네, 최고로 비싼 변호사를 모실 겁니다.”

대법관보다 더 비싼 변호사 있으면 나오라고 해라.

설마 대법원장이 튀어나오지는 않을 테니까.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