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그러게 왜 애꿎은 사람을 건드려?
다음 날, 오전에 장영동 교수의 후배라는 변호사와 만나서 정식으로 변호사 선임을 하였다.
“박 변호사도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이라 사실 이런 사건을 맡기기는 제가 좀 미안하지만, 그래도 특별히 부탁하였습니다. 허허허!”
“하하하! 선배님도 참, 제가 선배님 신세를 얼마나 졌는데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우리 강 대표께서 좋은 일을 시작하려는데 마가 끼는 것 같아서 자네를 불렀어. 이왕 하는 것 깔끔하게 해결하자고”
“그러시지요, 하하하!”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이라니.
어째 점점 점입가경이다.
장 교수의 설명으로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차관급으로 현실적으로 판사가 실력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위치라고 한다.
대법관부터는 사실상 정치적인 영역으로 운이 없으면 올라갈 수 없는 자리라고.
지금 내 앞에 있는 박홍렬 변호사도 불과 3년 전까지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있던 양반으로 대법관 후보에도 몇 차례 올랐었는데, 이런저런 정치적인 고려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서 대법관으로 올라가지 못했을 뿐이라고 한다.
“이런 사건으로 뵙게 되어 송구합니다, 변호사님. 대신이라고 하면 뭐하지만, 수고비는 섭섭하지 않게 챙겨드리겠습니다.”
“아유! 그런 말씀 마세요. 불우한 아이들을 위하여 큰일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내게 주실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차라리 아이들 치킨이라도 사주세요.”
“아니, 그래도···.”
“정말 괜찮습니다. 게다가, 제가 이런 소소한 건으로 거금을 챙기면 괜히 욕이나 먹습니다. 그냥 아이들을 위하여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럼, 아이들이 치킨은 물리도록 먹겠네요. 꽤 넉넉히 드리려고 했거든요?”
“하하하!”
“으허허!”
사람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다고 하였나?
제프리 소개로 참 좋은 사람들과 인연이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일찍 점심을 먹고 코리안 항공 본사로 출발하였다.
물론 점심은 거하게 내가 냈고.
“강철식 대표님?”
“네, 제가 강철식입니다.”
“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일 층에서 조 팀장에게 전화하자, 직원 한 명을 내려보내서 안내하게 하였다.
“아직 2시는 안 되었지만, 피의자 측 변호인들은 좀 전에 도착하여 우리 회사 변호사들과 같이 있습니다. 같이 오신 분들이 대표님이 선임하신 변호사분들인가 보지요?”
“네, 맞습니다.”
“상대방이 쟁쟁한 변호사들이라고 하여서 저나 조 팀장님이 걱정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연륜이 있어 보이는 변호사분들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군요. 언뜻 보기에도 포스가 굉장합니다?”
부팀장이라고 소개한 40대 직원이 몇 발자국 앞서 걸으면서 내게 속삭였다.
“네, 모시기 어려운 분들입니다.”
“호오? 그렇습니까? 이거 기대가 되는군요. 하하하!”
그래, 기대해도 될 거다.
“팀장님, 모시고 왔습니다.”
부팀장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힘찬 음성으로 우리가 왔음을 알렸다.
“아! 안녕하십니까? 전화로 인사드렸던 조갑춘 팀장입니다.”
나는 6번의 미국을 오가는 비행을 모두 일등석으로 채웠던 사람이다.
코리안 항공으로서는 VIP 고객일뿐더러, 미친놈 하나를 대신 제압해 주었다가 봉변을 당하고 있는 입장.
조 팀장이 나에게 극도로 정중할 수밖에 없었다.
“아, 네. 좋은 일로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간 반갑습니다.”
“그저 송구할 뿐입니다. 어서 좋게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변호사님은 같이 안 오셨나요?”
“같이 모시고 왔습니다. 연세들이 있으셔서 걸음이 좀 느린가 보네요. 교수님! 변호사님! 들어오세요.”
대화하면서 살짝 뒤에 쳐졌던 장영동 교수와 박홍렬 변호사가 열어놓은 문으로 들어왔다.
“여긴가?”
“실례합니다.”
그러자, 먼저 와서 약간 거만한 자세로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던 세정 법무법인 변호사들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는데, 그 중 40대 중반과 후반으로 보이던 두 명은 특히나 놀라서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부릅뜨고 경호성을 질렀다.
“헉! 대, 대법관님? 부, 부장님까지? ”
“교, 교수님? 그리고 대법관이라니?”
40대 후반의 남자는 주로 장영동 교수와 박홍렬 변호사 모두를 보고서, 그리고 그보다 몇 살 아래로 보이는 남자는 박홍렬 교수를 보고서 놀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은 본 박홍렬 변호사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호오? 이게 누구신가? 반가운 얼굴들이네? 잘들 있으셨나?”
우당탕탕!
얼마나 급히 일어나는지 의자가 뒤로 소리를 내면서 넘어갔고, 허리를 반으로 접으면서 인사를 하였다.
“아, 안녕하십니까! 대법관님! 부장님!”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대법관님!”
나머지 두 명의 30대 변호사들은 영문도 모르고 따라서 꾸벅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래요, 반가워요. 누군가 했더니 이름이 정지훈이라고 했던가?”
“네! 맞습니다. 인천지법을 마지막으로 퇴직하였습니다.”
“하하! 정 군은 제가 서울남부지법에서 부장판사로 있을 때, 막 초임으로 왔었습니다.”
“아, 그런 인연이 있었군. 그런데, 옆에 분은 잘 모르겠군”
“안녕하십니까? 대법관님! 소준길이라고 합니다. 몇 년 전까지 인천지검 부부장 검사로 있었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그런데, 우리 박 변호사 하고는 인연이 있었나 봅니다?”
“저기, 제가 사법연수원 시절의 교수님이셨습니다.”
“오! 그래서 교수님이라고 하였군?”
“하하! 이거 참 우연이네요. 소 군은 제 참 기억나는 연수원생이었습니다, 선배님”
“응? 왜 그랬지?”
“더 잘할 수 있는 친구 같았는데, 게으름을 피우는 것 같아서 제게 몇 번 호되게 혼이 난 적이 있었거든요.”
“아, 그런 일이 있었군.”
“...”
“...”
분위기가 참으로 묘해졌다.
이건 뭐 쟁쟁하다는 상대방 변호사들이 무슨 말썽을 피우고 꾸지람이라도 듣는 학생들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렸으니까.
그 틈을 타서 코리안 항공 변호사들도 장 교수와 박 변호사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드렸다.
“자! 인연은 인연이고, 이제 일 이야기를 합시다.”
“저, 죄송합니다만 부장님”
“응? 편하게 말하게”
“부장님하고 대법관님이 이번 사건을 맡기로 하신 겁니까?”
“그래, 내가 주장이고, 대법관님이 자문하시기로 하셨지. 왜? 안되나?”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건 좀···.”
“왜?”
“이런 사건 같지도 않은 사건에 두 분이 나서시는 것이 너무 좀···.”
“그래 말 잘했군. 이런 사건 같지도 않은 사건에 따끈따끈한 전관 둘이 끼어서 변호인단을 구성한 것은 말이 되고?”
“...”
“...”
내 말이 그 말이다.
“자네들과 사적으로 인연이 있지만, 공과 사는 구별하세. 대법관님이나 나의 전직은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말하게. 그래, 강철식 대표님을 고소하겠다고?”
“네, 그럼 송구하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강철식 씨가 폭행하여 저희 의뢰인이 많이 다쳤습니다.”
“얼마나 다쳤는데?”
“그게···. 전치 2주입니다.”
“전치 2주? 전혀 안 다쳤거나, 그냥 타박상이라는 말이군?”
“...”
“그렇다면 이상하군. 자네들 정도라면 이게 기소 자체가 안 될 거라는 것을 알 텐데? 일반적으로는 기소가 되어도 잘해야 벌금 100만 원이나 받을까 말까 한 사건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장소가 여객기 내인 데다가 항공보안법에 따라서 사무장의 협조 요청을 받고서 이행한 사안이야. 대체 무슨 생각들인가?”
“그, 그게 아니라 말입니다.”
“마저 내 말을 들어. 자네 측 의뢰인이 항공보안법상으로는 빼도 박도 못 하고 처벌이 될 거라는 것은 확실하지. 그리고, 실형을 살지 않게 하려고 자네들 정도 되는 사람들이 나선 것은 충분히 이해하네. 그렇게 만들기 위하여 전관의 영향력을 행사하리라는 것도,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어차피 다들 그러니 그러려니 하네. 살인자도 변호를 받을 권리는 있는 법이니까”
“...”
“하지만 말이야, 이건 아니지. 불기소나 기소가 되어도 무죄가 될 것이 뻔한 일을 가지고 고소해? 그것도 자네들 정도씩이나 되는 사람들이?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더군.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한 가지밖에 없어. 그 의뢰인이 맞은 것에 앙심을 품고서 어떻게든 강 대표님을 엿 먹이려고 하는 거지? 그래서, 자네들 보고 어떻게든 귀찮게 괴롭히거나, 가능하면 벌금이라도 맞게 해서 전과자로 만들라고 한 것이고 말이지?”
내가 생각해도 그거밖에는 없었다.
박 변호사의 말처럼 돈이 많으니까 어떻게든 실형을 안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것은 엿 같지만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왜 나를 걸고 넘어가냐고?
자기가 감형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그건 정말 아니지 않나? 죄 없는 사람을 의뢰인이 돈을 많이 준다고 전관의 영향력으로 죄인으로 만들려고 해?”
박 변호사의 음성에는 노기까지 서려 있었다.
변호사로서 천하의 죽일 놈이라도 변호 받을 권리가 있으니 거기까지는 대놓고 뭐라 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전관의 영향력을 발휘하여 무죄를 유죄로 만들려고 시도하는 것은 명백히 선을 넘은 것이었으니까.
“...”
“...”
두 사람은 본인들도 원래 좀 켕기는 것이 있었는지, 얼굴이 벌게져서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그리고, 감히 누구 앞이라고 반론을 제기할까?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있었다.
전혀 엉뚱한 사람이.
“무슨 말씀을 그리 함부로 하시나요? 증거 있습니까?”
두 대선배가 마치 훈계를 받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쳐다보던 세정에서 나온 30대 중 한 여자 변호사가 나선 것이다.
“헙! 야! 야! 유 변호사! 감히 어디라고 나서는 것이야?”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으라고!”
기겁한 두 전관이 오히려 여자 변호사를 막아섰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니 왜요? 저도 변호사예요? 저도 말할 자격이 있다고요?”
“이봐! 그게 그러는 것이 아니라니까?”
“저도 할 말 좀 하자고요?”
“으하하! 그래요, 할 말이 있으면 하셔야지. 말씀해 보세요.”
오히려 박 변호사가 웃으면서 할 말이 있으면 하라고 하였다.
“아니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로스쿨 출신이고, 전관도 아닙니다. 하지만, 두 어르신은 물론이고 여기 계신 두 선배님에게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저도 변호사예요. 변호사가 의뢰인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요? 마치 돈에 영혼이라도 판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그럼 두 분은요? 두 분도 돈을 받고 이까짓 폭행 사건에 여기까지 왕림하신 것이 아니에요? 대법관과 고등법원 부장판사까지 하신 분들이? 어머! 저 같으면 오히려 그게 더 부끄러울 것 같은데요?”
“아, 아니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죄, 죄송합니다!”
우와 쎄다!
인상부터 좀 셀 거 같은 인상이었는데, 보통 여자가 아니네?
“허허허! 거기에 대하여는 내가 말씀드리지요.”
가만히 계시었던 장영동 교수가 나섰다.
“그래, 이름이 어떻게?”
“전 유창숙 변호사입니다.”
“그래요, 유 변호사. 나는 2년 전까지 대법관으로 있던 장영동이라고 합니다. 변호사로 개업할 생각은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네? 그게 무슨?”
“혹시 몰라서 변호사 등록은 하였지만, 개업 신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이 자리도 비공식 자리고 자문만 할 생각이어서 나온 겁니다.”
“그, 그런···.”
“그래서 나는 한 푼의 돈도 받지 않았고, 받지도 않을 겁니다. 저, 이래 봬도 부자예요. 부끄럽지만, 선친이 물려주신 재산이 제법 되어서, 공직자 재산 신고 때에 항상 법원 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습니다. 정 군! 그렇지 않았나?”“네, 맞습니다, 대법관님”
“들었지요? 못 믿겠으면 나중에 내 이름으로 검색해보세요.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 박홍렬 변호사는 개업 변호사지만, 이번 사건은 공익변론이라 생각하고 역시 한 푼의 돈도 안 받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니, 너희들도 돈에 팔렸으니 피장파장 아니냐는 유 변호사의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마, 말도 안 돼···. 그, 그럼 어째서 어르신들 같은 분들이 일등석에 탈만큼 재력도 있을 것 같은 사람의 변호를···.”
역시나 대단한 여자였다.
눈에 띄게 당황하면서도 기어이 할 말은 하였다.
“내가 방금 말하지 않았습니까? 공익변론이라고? 어째서 공익변론이냐고요? 왜냐하면, 여기 강철식 대표는 나이는 비록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내가 존경하고 싶을 만큼 훌륭한 일을 하고 있었고, 하려던 중이었으니까요.”
“네?”
“오갈 곳 없는 보육원 아이들을 위하여 100억을 쾌척하여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었답니다. 그리고, 거기에 만 18살이 되어 무방비로 사회에 내동댕이 처지는 아이들을 가여워하여, 200억을 추가로 쾌척하여 가능한 많은 아이를 보살피겠다고 합니다.”
“헉!”
“거기에다가 더! 내년에는 500억을 더 투입할 것이고 매년 그 이상을 내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장하고 훌륭한 젊은이가 죄도 없이 폭행 전과자가 될 판인데, 내가 어찌 알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 인정하겠습니까? 우리의 변론이 공익변론임을?”
“이, 인정합니다.”
이제야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음 답변을 할 것인데, 이제부터는 법조계 대선배로서 말할 것이기에 편하게 말하겠습니다.”
“그, 그러세요.”
“자네는 기본이 안 되었구먼?”
“예?”
“대체 어디서 그따위로 배웠기에 그런 막말을 하는 건가? 변호사가 의뢰인이 돈만 많이 주면 부정을 저질러도 된다고 누가 그러던가? 엉? 로스쿨에서 그렇게 배웠나? 아니면 선배 변호사에게 배웠나?”
“...”
“대체 말이야!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할 법관에게 전관예우를 내세워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배격해야 할 짓인데!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없는 죄를 만들어서 전과자로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감히 어디서 법을 모독하는 것이야! 엉!”
“...”
우와와! 장 교수님 다시 봐야겠네?
한참 어린 나에게도 꼬박꼬박 조용하게 존댓말을 써주었고, 그저 허허거리시길래 샌님 같은 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추상같이 꾸짖는 그의 박력과 포스는 장난이 아니었다.
“자네는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처음부터 다시 배우게!”
“...”
“그리고, 자네들!”
“네, 대법관님!”
“네, 말씀하십시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두 전관 아저씨들이 화들짝 놀라면서 씩씩하게 대답하였다.
“이번 일은 내가 끝까지 주시하겠네! 혹시라도 우리 강철식 대표에게 엄한 수작을 부린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야! 진짜 전관의 영향력이 어떤 것인지 보여줄 터이니, 그리 알고 경거망동하는 일이 없도록!”
“네, 알겠습니다!”
“저희는 이번 일에서 바로 손을 뗄 것입니다!”
“에이! 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휴우! 가시지요, 강 대표님?”
“네! 가시지요!”
“아니 갑자기 왜 그리 기합을 넣으십니까?”
“...”
아니 교수님이 그렇게 만들었잖아요?
코리안 항공 변호사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장 교수님과 박 변호사를 모시고 고급 일식집으로 향하였다.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른 시간이지만, 전통주를 한 잔씩 올리고 앞으로 어찌 되는지에 대하여 여쭈었더니, 장 교수님은 그저 웃기만 하고 대답은 박 변호사가 하였다.
“어찌 되기는요? 이제 끝난 것이지요?”
“네? 이렇게 끝나는 겁니까? 저들이야 손을 뗀다고 하지만, 세정 내의 다른 변호사 아니면 다른 법무법인 변호사가 맡아서 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으허허! 강 대표님이 우리 형님을 너무 낮게 보시는 모양입니다?”
“네?”
뭐 낮게 본다는 거지?
그리고 이 양반 술 한잔 들어가니 바로 장 교수님보고 형님이라 하네?
“우리 바닥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우리 형님 같은 사람입니다.”
“네?”
“대법관이라는 법관으로서 최고의 위치까지 오른 사람이 개업도 안 하지, 그렇다고 명예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지요. 돈? 아까 형님이 말씀한 것처럼 형님은 법원 재산공개 순위에서 항상 다섯 손가락이 아니라 세 손가락 안에 들었어요. 그러니, 돈으로도 회유가 안 되는 양반이거든요.”
“에이! 쓸데없는 소리는···.”
“맞잖습니까, 형님? 하여간 그런 분이 화를 내시고 끝까지 강 대표님 뒤에 있겠다고 하셨어요. 그것으로 게임은 끝인 겁니다.”
“아···.”
“이런 말은 뭐하지만, 형님을 존경하는 판사들이 제법 많아요. 게다가, 형님의 후배 대법관들이 여전히 현직에 있고요. 그런 형님이 대로했다는 소문은 빠르게 돌기 시작할 겁니다.”
“아니, 어떻게요?”
“내가 입을 다물고 있어도, 코리안 항공 변호사들이 알아서 소문을 낼 겁니다. 그리고, 이 바닥 엄청 좁습니다. 한 다리 거치면 선후배가 아닌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예요. 내가 장담하는데, 내일이면 검찰이고 법원이고 변호사들이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으하하!”
“오!”
“쉽게 말해서 적어도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변호사들은 그 누구도 이번 사건을 맡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거지요. 형님께서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당장 세정에 대한 의뢰도 영향이 있을 거예요.”
후아! 엄청나구나?
“그 여자 변호사는요?”
“그 친구는 주류 변호사업계에서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할 겁니다. 기껏해야 혼자 개업하거나 소규모 합동 법률사무소나 들어가서 자잘한 소송이나 하겠지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어요.”
그거참 사이다네.
“그리고, 그 난동 피운 망나니도 십중팔구 실형을 살 겁니다. 원래도 죄질이 좋지 않은 데에다가 올해 2월에 항공보안법이 개정되어 법도 강화되었습니다. 대표님을 건드리지 않고 아까 그 두 전관 녀석들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었으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젠 그런 확률도 희박해 졌지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비싼 변호사는 그만큼 비싼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요. 이거 이 말은 나도 좀 켕기네요, 허허허!”
한마디로 나만 건드리지 않았으면, 그놈이 집행유예로 나올 확률이 높았을 거라는 말이다.
그러게 왜 애꿎은 사람을 건드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