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사람은 이렇게 어울리면서 사는 거다.
테슬라의 주가는 2016년 11월 21일 현재 36달러대인데, 봄에 50달러까지 갔었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가능하면 40달러 안쪽으로 매수하겠습니다.”
존이 전의를 불태우면서 제니퍼와 로이에게 지시하면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이럴 때는 얼마나 집중하는지, 옆에서 말도 걸기 겁이 난다.
솜씨 좋게 시황을 살피다가 귀신같이 낮아질 것을 예측하고 지르기 시작하는데, 옆에서 보기만 하여도 전율 같은 것이 일어났다.
아무리 내가 큰 틀에서 종목을 정해주고 가이드라인을 세워주지만, 자칭 월가의 전설이라는 존이 없었으면 아마 지금까지의 성과는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특히 시가총액이 10억 달러대로 크지 않은 사이언티픽 게임즈는 몇천만 달러만 들어가도 주가가 요동을 치는데, 슬금슬금 표 안 나게 갉아 먹는 것이 거의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듯하였다.
보잉이야 뭐, 워낙 대형주라서 웬만한 돈을 들이박아도 티도 잘 안 났지만 말이다.
그렇게 2016년 해가 지나기 전에 대출받은 15억 달러 모든 자금을 성공적으로 신규로 투자한 세 종목에 투자를 마치었다.
“세 종목 모두 투자를 마치었습니다.”
“정말 고생했어요. 이거 12월 30일인데, 쉬지도 못하고 말이에요.”
올해는 12월 30일이 금요일로 미국 증시는 오늘까지 열고 폐장이다.
“하하! 아닙니다, 보스. 내년 개장이 화요일인 1월 3일부터니까 3일 쉬면 됩니다.”
“크리스마스 연휴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잖아요? 존도 그렇고 다음 주는 그냥 쉽시다. 매입을 마쳤으니까, 한 주 정도는 쉬어도 되잖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 하여간 간단히 보고는 하고요.”
“네, 말씀하세요.”
“테슬라는 평균 매수가 38.95달러로 보름 전에 매입을 마쳤습니다. 아무래도 월말에 오를 것 같아서 서둘렀던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그러게요.”
“보스가 친애하는 보잉은···.”
“...”
정말 내가 다시 쓸데없는 소릴 하나 보자.
“아, 죄송합니다. 하하!”
“보고나 하세요.”
“넵, 보잉은 평균 150.3달러로 매입하였습니다. 11월 말에 140달러 후반대일 때 집중적으로 매입하여 그나마 선방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종가는 155.68달러입니다.”
“사이언티픽 게임즈는요?”
“14.45달러입니다. 오늘 14달러까지 떨어졌지만, 분위기가 나쁘지 않기에 연초가 되면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말은 쉽지만, 이렇게 40일 만에 15억 달러를 박았다.
존과 직원들의 노고가 정말 대단하였기에 여름 휴가 정도만큼은 아니지만, 적당히 휴가비를 쥐여주었다.
“모두 고생 많았어요. 다음 주까지는 아무 생각하지 말고 즐겁게 놀다 오세요.”
“보스! 사랑해요!”
제니퍼가 또 입을 내밀며 달려드는 것을 슬쩍 피하였다.
“아이, 왜요?”
“이러다가 제니퍼를 침대로 데리고 갈 것 같아서 말이야.”
“호호! 그래도 되는데요?”
“얼른 가. 유혹하지 말고”
“칫!”
정말 또 제니퍼 같은 미녀에게서 딥키스 공격을 당하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제니퍼가 싫지는 않았지만, 사귀는 것까지는 사양이다.
제니퍼와 로이가 송년 인사를 하면서 퇴근한 후, 존이 잠시 더 이야기를 하잔다.
“제인과 에이미가 기다릴 텐데, 얼른 퇴근하지 않고서요?”
“잠시면 됩니다.”
“네, 말해요.”
“직원 몇 명을 더 뽑았으면 합니다.”
“직원을요?”
“네, 보스”
“왜요? 당분간은 크게 바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그건 맞습니다만, 이렇게 엄청난 주식을 손에 쥐고만 있는 것도 아깝습니다.”
“음? 그럼?”
“세 명만 보충해 주시면 짧게 움직여서 차익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엉? 단타 치려고요?”
이 친구, 이제는 단타까지 치자는 건가?
“네? Danta라니요?”
“아, 한국말이고요, 영어로는 스캘핑(Scalping)이나 데이트레이딩(Day Trading)을 하려는 것 아니에요?”
“하하하! 기본적으로는 맞습니다만, 그거와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어떻게요?”
“우리는 엄청난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AMD 같은 경우는 거의 50% 가까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큰 흐름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가 단기간 내에 어느 정도 작은 흐름을 만들어 낼 수가 있지요.”
“호오?”
“쉽게 말해서 특정 주를 집중 매수하여 오름세를 만들어 놓은 다음에 빠지는 거지요. 데이트레이딩보다는 좀 길게 가져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흐음? 혹시 그거 불법적인 부분은 없는 거예요?”
“그럴 리가 있나요? 투자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빠지는 건데요?”
“위험성은요?”
“그건 보스가 제 실력을 어디까지 믿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요.”
한마디로 자신을 믿으라는 말이다.
어떻게 할까?
솔직히 주식에다 모든 돈을 다 때려 박아서 돈이 필요하기는 하여 솔깃한데?
“필요한 것은요?”
“직원 네 명과 종잣돈으로 추가로 3억 달러만 더 대출을 받겠습니다. 기존 보유 주식을 팔고 사도 되는데, 그냥 깔끔하게 신규로 종잣돈을 투입하고 싶습니다.”
연말에 AMD 주가는 7달러에서 11달러까지 올랐고, 엔비디아는 17달러가 27달러까지 올라서 대출 여력은 충분할 듯싶었다.
이거 자꾸 대출을 받는 것에 재미를 들이면 안 되는데.
현재 대출받은 돈이 37억 달러.
3억 달러 추가면 40억 달러네.
“적당한 사람은 있어요?”
“이미 예전에 알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놓은 상황입니다. 보스가 승인만 하시면 저희 휴가 끝나는 대로 출근할 수 있습니다.”
“잘해야 합니다?”
“흐흐흐! 걱정하지 마세요.”
“오케이!”
“감사합니다! 보스! 저, 그리고···.”
“음? 또 왜요?”
“내일 송년은 어디서 보내십니까?”
“내일이요?”
12월 31일이다.
한 해를 보내는 날.
뭐 할 거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
“그냥 집에 있을 건데요?”
“그러시면 우리 집으로 오시지요? 괜히 조지하고 술이나 드시지 말고요. 아! 조지도 그러고 보니까 없네요?”
“어? 조지 어디 갔어요?”
“좀 전에 나갔습니다. 새로 사귄 여자 친구가 기다린다고···.”
“...”
망할 자식!
내 마지막 보루였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합친 존의 집에 가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아니에요. 그냥 좀 쉴게요. 제인하고 에이미보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다음날, 직원들도 없고 조지는 아침에 기어 들어왔다가 휴가 동안 여자 친구랑 있기로 하였다면서 나가 버렸다.
“나는?”
“너 뭐?”
“12월 31일인데, 날 버리고 가는 거야? 브라더?”
“원래 브라더는 그런 거야. 한국에서는 다 큰 형제가 송년을 같이 보내냐?”
“...”
나쁜 자식.
그렇게 조지도 가버리고, 제니도 음식은 다 만들어 놓았다면서 일찍 퇴근하였다.
남은 것은 오직 경호원 둘 뿐.
술이라도 같이 한잔하려고 했더니 근무 중에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한다.
이거 겁나게 쓸쓸하구만.
이럴 때는 정말 한국이 그립다.
한국이라면 친구라도 불러서 소주 한잔했을 텐데.
제니가 만들어 놓은 음식으로 대충 저녁을 때우고, 맥주를 마시면서 스마트폰으로 웹 소설이나 보기 시작하였다.
주인공이 꼬추를 감전당하여 회귀하고, 회귀하여 재벌이 된다는 이야긴데, 보다 보니까 글이 산으로 가고 있었다.
아니, 왜 자기를 버리고 떠난 여자 친구의 딸내미를 지가 키우고 난리냐고?
호구 짓도 정도껏 해야지?
대체 요즘 웹 소설은 개연성이 없어요, 개연성이.
그냥 판타지 소설이라고 하면 뭐든지 용서가 되냐?
한 해를 마무리 짓는 날에 이런 함량 미달의 잡글이나 읽고 있는 내가 한심하여 스마트폰을 집어 던졌다.
독하게 위스키나 말아 먹고서 잠이나 자자.
그때, 거실 쪽에서 인기척이 나서 내방을 나오는데,
“서프라이즈!”
“뭐, 뭐야? 존? 제인? 에이미까지?”
거실에는 뜻밖에도 존의 가족이 모두 와 있었다.
“하하하! 놀랐습니까?”
“웬일이에요? 이 시간에?”
“제인하고 에이미가 보스께서 이런 날 쓸쓸하게 홀로 지내는 것이 불쌍하다고 자꾸 가자고 하지 뭡니까?”
“아니 불쌍할 것까지야···.”
“알렉스 아저씨! 내가 와서 싫어요?”
“싫기는 우리 제인이 아저씨를 보러 와주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쓸쓸하던 참이다.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다.
“호호호! 알렉스! 우리 송년 파티 같이해요!”
“그, 그럴까요? 에이미?”
그렇게 존의 가족과 파티가 벌어졌다.
제인이 내게 고깔모자를 씌워주고 샴페인을 마시면서 깔깔거리니, 아까의 쓸쓸함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래, 사람은 이렇게 어울리면서 사는 거다.
“호호호!”
“하하하!”
한참을 그렇게 웃고 떠드는데, 갑자기 또 문소리가 났다.
“뭐야? 이 분위기는?”
“조지? 네가 웬일이냐?”
“웬일은 무슨 웬일? 네가 이런 날 혼자 궁상떨고 있을 것이 계속 걸리잖아? 그래서 여자 친구와 같이 왔다.”
조지의 옆에는 남미계로 보이는 미녀가 웃고 있었다.
“하이! 알렉스! 난 아라이나에요. 아! 집 좋네요?”
“아, 안녕···.”
그렇게 송년 파티는 인원이 늘었다.
조지 녀석, 그래도 내가 마음에 걸렸구나.
역시 내 브라더다.
“5, 4, 3, 2, 1! 해피 뉴이어!”
“해피 뉴이어!”
쪽! 쪽!
제인과 에이미가 내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원래 해가 바뀔 때는 이렇게 한다나?
미국에서도 나는 외롭지 않았다.
친구들이 있으니까.
2017년 1월 9일.
새로 온 직원들 4명까지 출근하여 간단히 인사를 하고 업무를 시작하였다.
이제 4명까지 가세하자, 사무실로 사용하는 작은 거실이 약간 좁아 보여서 조만간 사무실을 따로 내어야 할 것 같았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2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AMD는 무려 15달러까지 올랐고, 엔비디아는 횡보 중이다.
테슬라는 평균 39달러에 매입한 것이 50달러, 보잉은 155달러에 산 것이 180달러까지 올랐다.
사이언티픽 게임즈도 14달러대에 매입한 것이 20달러였고.
그래, 이대로 쭉 올라가는 거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존이 새로 고용한 단기 투자팀이었다.
말이 종잣돈이 3억 달러지, 실제로 운용하는 것은 우리가 보유한 6개 종목의 일부를 사용하니 수십억 달러가 넘었는데, 두 달 동안 2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내게 안겨주었다.
“이거 엄청나네요?”
“하하!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가 보유한 종목들을 본격적으로 이용하면 더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줄 겁니다. 앞으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보유 주식들을 활용하여도 되겠습니까?”
이 정도로 실적을 보여주었는데, 내가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하죠! 아! 직원들에게는 보너스 기대하라고 하세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실적을 내면 보상을 주어야지.
“저기 알렉스”
즐거운 마음으로 내 방으로 들어왔는데, 조지가 따라와서 나를 불렀다.
“응? 조지, 왜?”
“저녁에 잠깐 시간을 낼 수 있을까?”
“시간이 있는데, 왜?”
“다른 것이 아니고, 이지스 컴퍼니 헨리 대표가 만나게 해줄 수 있냐고 부탁해서”
“이지스 대표가?”
이지스 대표가 왜 날 보자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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