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35화 (35/250)

35. 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내가 미국에서 경호원들을 약간 과하게 고용한 이유는 별거 없었다.

처음에는 혼자 외국인이 10억 달러가 넘는 돈을 느닷없이 가지게 됨으로서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한국도 아니고 미국에서 그런 천문학적인 돈을 누구에게도 말도 못 한 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너무 불안하였으니까.

어떻게 내가 파워볼에 당첨된 것을 알게 된 놈들이, 자는 내 뒤통수에 총을 겨누고, 나를 네바다 사막 같은 곳에 끌고 가서 고문하고 돈을 뺏는 악몽을 한동안 꿀 정도였다.

내가 너무 영화를 많이 봤나?

하여간, 그럼 불안감에서 경호원을 고용하는 거, 이왕 내 친구인 조지가 몸담았던 이지스 컴퍼니가 신뢰가 갔었고 고용한 것이다.

굳이 그린베레 출신들을 요청한 것은 내 군대 경험상 최고의 경호원들은 그린베레 놈들이었으니까.

게다가, 1년에 80만 달러라면 현재의 내게는 전혀 부담없는 금액이었고.

하지만, 이젠 별일 없이 1년 넘게 미국에서 잘살고 있었고, 처음의 불안감은 거의 해소되었다.

그동안 내 재산이 엄청나게 불어서 경호원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현재의 경호 수준이면 나쁘지 않은 상태였고 이지스에도 불만이 없었다.

경호원들하고 매우 친해지기도 하였고.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이지스 대표씩이나 되는 사람이 왜 날 보자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조지”

“응”

“솔직하게 말해 봐. 무슨 일이 있어?”

“사실은 이지스가 좀 힘든가 봐”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야 알고 있었잖아?”

“이번엔 심각한가 보더라. 나도 자세한 상황은 모르는데, 해리 말로는 정부 일을 맡았다가 잘못되어서 돈을 못 받았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그게 데미지가 좀 컸었다고 하더라”

“아니, 정부에서 돈을 떼먹냐? 미국 정부가?”

“간혹가다가 일이 틀어지면 없지는 않아”

“헐···.”

세상에 믿을 놈이 없구먼.

“그런데 왜 날 보자고 하는데?”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뭐 뻔하지 않냐? 재정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것이겠지? 경호비를 다시 좀 당겨달라고 하든가, 아니면 올려달라고 하든지 말이야. 하여간 나도 스트라우스 대표에게 만나 달라고 너에게 요청은 해보겠는데, 네가 어떻게 할지는 나도 모른다고 하였어. 내가 그 양반에게 의리로 해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니까”

“흐음···.”

“부담되면 안 봐도 돼, 알렉스”

“아니, 그래도 1년 넘게 날 지켜준 사람들인데 그 정도야 뭐. 일단 만나는 보지”

“그래? 고맙다, 알렉스”

“뭘? 시간 잠깐 내는 일인데”

저녁 8시에 오라고 하였는데, 마음이 급하였는지 7시 좀 넘어서 내가 식사를 시작하였는데 기다리고 있다고 하였다.

“벌써 왔어? 나 이제 밥 먹으려는데?”

“그냥 천천히 먹어. 일찍 온 것은 그쪽이니까”

이럴 때 보면 미국놈들은 참 냉정하다.

사람이 기다리는데, 밥이 넘어가냐?

“식당으로 오라고 해. 같이 밥이나 먹으면서 이야기하게”

“그래도 돼?”

“야! 우리 한국 사람들 성격 넌 좀 알잖아? 밥때 손님이 왔는데 어떻게 그냥 있냐?”

“흐흐흐! 하긴, 한국 사람들은 그런 것이 있었지. 밥에 참 집착한단 말이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모셔오기나 해. 제니! 여기 1인분만 더 차려주세요!”

잠시 후, 조지가 굉장히 단단해 보이는 금발의 중년인을 식당으로 데리고 왔다.

나이는 40대 중반 정도?

그런데, 살짝 초조해 보이는 것이 뭔가 급한 일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말씀 많이 들었는데, 이제야 뵙네요. 반갑습니다. 알렉스 강이라고 합니다.”

“저도 조지에게서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고객인데 인사가 늦었습니다. 헨리 스트라우스라고 합니다.”

“제가 이제 막 식사를 하려던 참인데, 같이 드시지요? 식사 전이시지요?”

“아닙니다. 제가 일찍 와서 저녁을 방해하였군요.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하하! 저는 한국인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손님을 기다리게 하면서 밥을 먹지는 않습니다. 이야기는 식후에 하시고 일단은 배를 채우시지요. 배가 든든해야 일도 잘되는 법입니다. 앉으세요.”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하면 예의가 아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마침 오늘은 고기 메뉴가 많으니 입맛에 맞을 겁니다. 이거 갈비찜인데 먹어 보세요.”

“갈비찜?”

“한국 음식입니다. 소갈비를 소스에 넣고 푹 고아버린 음식이지요.”

설명하다 보니 좀 이상하다.

갈비찜은 왜 ‘찜’이지?

찜은 증기로 요리하는 것이 찜이잖아?

이건 사실상 조림이고?

하여간 찜이냐 조림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

스트라우스 대표는 앞에 놓인 정체불명 음식의 비주얼에 살짝 주저하다가 포크로 찍어서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입에 넣고 소갈비를 씹던 스트라우스의 눈이 커졌다.

“오오오! 이토록 부드럽다니! 그리고 이 깊은 맛이란!”

우걱! 우걱! 우걱!

스트라우스는 좀 전의 사양하던 기색을 버리고, 그야말로 폭풍 흡입을 하기 시작하였다.

참 잘 먹네.

미국에서 1년 반 정도 살면서 느낀 것이 있다.

어떤 미국인도 갈비찜과 불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거다.

특히, 갈비찜은 다들 엄청나게 좋아하였는데, 갈비찜 특유의 달짝지근하면서 오묘한 깊은 맛이 그들을 사로잡았던 것 같았다.

게다가, 우리 집 갈비찜은 제니가 압력솥에다가 넣고 보통 2시간 이상을 푹 고아서 내놓는데, 압력솥에서 오래 고우다 보니 갈비뼈는 쏙쏙 빠지고 고기가 입에서 그야말로 녹아내린다.

감히 누가 이 갈비찜을 싫어할 수 있을까?

우걱! 우걱!

“이것도 한 잔 받아요.”

“뭐니까? 이게? 와인 비슷한 건가요?”

“복분자주라는 한국 술인데, 남자에게 참 좋은 겁니다.”

남자에게 참 좋은 거지.

난 이 남자에게 참 좋은 복분자주를 열댓 병씩이나 쟁여 놓고서도 쓸데없이 정력이 치솟을까 봐 어쩌다가 만 홀짝거렸다.

“오? 술이 부담도 없고 식전주나 반주로 하기 참 좋군요?”

“많이 드세요. 술은 많습니다.”

기름기를 쫙 걷어낸 맛있는 갈비찜과 맛있는 술이 있었다.

덕분에 식사는 훌륭하게 마칠 수 있었는데, 배가 부르고 알콜이 들어가서 그런지 스트라우스 대표의 표정도 많이 좋아졌다.

자리를 응접실로 옮겨서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자, 이제 슬슬 용건을 말해 보실까요? 무슨 일로 나를 보자고 하셨습니까? 미스터 스트라우스?”

“조지에게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 이지스 컴퍼니가 재정적으로 몹시 어렵습니다.”

“네, 조지에게 대략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와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저는 은행이 아닙니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파산 직전입니다. 은행에서는 더는 우리에게 대출해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샌 호아퀸에 있는 직원 훈련소를 담보로 그동안 대출을 받았는데, 이미 채무액이 담보를 상회하였다고 하더군요.”

“흐음···.”

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지스 컴퍼니가 PMC이든 단순한 보안회사이든 간에 기본적으로 사람을 운용하고 그 수수료를 받는 회사다.

즉, 한국에 널리고 널린 인력사무소와 기본적으로는 다를 것이 없다는 말인데, 인력 장사는 구조적으로 크게 망하기가 쉬운 장사가 아니다.

아니 그렇잖아?

예를 들어 노가다로 비유해 보자.

인력사무소에 시공현장에서 잡부 몇 명과 목수 몇 명, 미장 몇 명이 필요하다고 하면 보내주고, 일을 마치고 현장에서 계산이 들어오면 거기서 소개 수수료를 떼고 인부에게 일당을 주면 끝이다.

물론, 돈을 떼이면 망하는 것이지만, PMC나 보안회사는 그럴 염려도 별로 없다.

대부분 정부 기관이나 재력가를 대상으로 하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선금도 받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은 PMC지만 자체 훈련소까지 보유한 회사가 이렇게까지 파산할 상황까지 올 수가 있나?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온 겁니까? 조지로부터 돈을 떼인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하아, 모 정부 기관으로부터 저희로서는 큰 오더가 있었습니다.”

“어딘데요?”

“그저 미국에서 가장 은밀한 작전을 많이 하는 곳이라고 해두지요.”

CIA구먼.

그런데, 조지가 이지스는 비밀 작전 잘 안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이 양반 CIA와 악연도 있었다고 했고?

CIA 요원을 후려갈겨서 제대 당했다고 들었는데?

“내가 조지에게서 듣기로는 이지스는 비밀 작전은 잘 안 한다고 들었는데요? 투명하지 않다고?”

“원래는 그렇습니다만, 이번 일은 맡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회사 재정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조건도 좋았고, 이번 일마저 거절하면 정부 일을 앞으로 주지 않겠다고 해서요.”

“그래서요?”

“20명이 투입되어 6개월을 작전하였는데, 상황이 그들의 말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대단한 악조건이었고, 비윤리적인 요구까지 받게 되었죠. 그런 상황에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우리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전사자도 셋이 나왔습니다.”

“유감입니다.”

“결국, 더는 작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이 되어 그들이 반대하였지만, 철수하였습니다. 우리 직원들을 더 이상 희생시킬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놈들이 그것을 가지고서 계약 불이행이라고 하면서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저런!”

하여간 어디나 음지에서 일하는 놈들을 믿으면 안 된다.

“그게 가뜩이나 재정 상황이 취약하였던 우리 회사를 사지로 밀어 넣었습니다. 작전 성격상 선금도 제대로 못 받아서 6개월 작전 동안 우리 비용이 많이 들어간 데다가, 전사자들 유족에게 얼마라도 주어야 했거든요.”

“일반적으로 PMC에서는 작전 중 희생당하여도 보상해주는 경우는 없지 않나요?”

“우리는 다릅니다. 입사 계약서에 작전 중 희생할 시에는 100만 달러를 지급하게 되어있습니다.”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그렇지 않더라도 구인이 어려웠을 것 같지는 않은데?”

“현직에 있으면서 PMC라고 하여 소모품 취급당하는 것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그게 너무 싫었었고, 저는 그래도 우리 직원들을 소중히 여기자는 생각으로 그리하였습니다. 지금도 그것에 대하여는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허···.”

이 사람, 정말 남자다.

정말 좋은 사람 같았고 내 마음에 들었다.

어째서 조지가 이 남자에 대하여 그리 호의적으로 말했는지도 알 것 같았고.

하지만, 회사의 경영자로서는 실격이다.

내 코가 석 자인데, 남에게 퍼줄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

왠지 우리 아빠가 생각나네.

둘이 비슷한 부류다.

“어쨌거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절 보자고 한 이유는 뭡니까? 이야기를 들어봐도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만?”

“저기···.”

“편하게 말씀하세요. 뭐라고 말씀하시든 심사숙고하겠습니다.”

“염치없지만 제안하려고 찾아왔습니다.”

“무슨 제안인데요?”

“혹시 우리 이지스를 인수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뭐요? 나보고 회사를 인수하라고요?”

그저 돈을 좀 빌려달라거나 할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PMC를 인수해서 어디다 쓰라고?

“아니 내가 PMC를 인수해서 어쩌라고요? 나는 투자가입니다만?”

“그, 그 투자를 저희도 받을 수 있을까 해서요.”

“예? 망한 PMC를 내가 뭘 보고 투자한다는 말입니까?”

“저기, 우리 이지스 요원들은 실력 하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입니다. 요원 한 명, 한 명 제가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고려하여 선발하였고, 최고로 훈련을 시켰습니다. 이번 위기만 벗어나면 좋은 PMC가 될 겁니다.”

세상에 좋은 PMC도 있나?

“아니 고객에게도 찍혔다면서요?”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우리에 대한 USSOCOM(미합중국 특수작전사령부)의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이고, 그쪽에서 나오는 오더도 만만치 않게 있습니다. 제 인맥도 살아 있고 말입니다.”

하긴, 그러니까 제대한 지 4년이 채 안 되었음에도 여기까지 왔겠지.

CIA 놈들하고 불편한 관계면서 말이다.

망친 작전이기는 하지만, 이지스를 사지로 몬 오더를 준 것을 보면 불편하면서도 실력은 인정하는 것 같고.

“내가 설사 인수한다고 칩시다. 그럼 경영은 누가 하라고요? 난 영주권자이지 시민권자가 아닙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내가 대표가 될 수도 없잖아요?”

“제가 책임지고 해드리겠습니다.”

“아니 회사를 망한 대표에게 다시 대표를 맡기는 경우가 어딨습니까?”

“몇몇 실수가 있었습니다만, 군사작전에 관하여는 자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소 5년은 무료로 일하다가 회사가 자릴 잡으면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예? 아니 이거 왜 이래요? 무료 봉사라니? 미스터 스트라우스는 가족이 없어요?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다행히 20년을 딱 채워서 제대하였기에, 현역 시절 연봉의 50%는 연금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아내도 웬만큼은 벌고 있기에, 최소한의 생활 걱정은 없습니다.”

와? 이 양반 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우리 회사는 일반 PMC와는 많이 다릅니다. 작지만, 제가 직접 선발하였기에, 대부분 전우였거나 한 다리 건너서 전우인 직원들입니다. 그런 전우들이 배운 것이 총 쏘는 것이 전부인지라, 다른 할 줄 아는 일이 없어서 회사가 없어지면 대부분 다른 PMC로 들어갈 텐데, 부질없이 소모 당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허···.”

한마디로 전우들을 방치할 수 없어서 이런다는 말인데, 할 말이 없네.

이 양반은 여기서 이러고 있을 사람이 아니다.

현역에 있으면서 충성심과 명예심으로 살 사람이 인생이 꼬여서 길을 잘못 든 것이다.

“그런데 왜 제게 온 겁니까?”

“한국의 해군 특수전전단에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모든 은행이 추가 대출과 연장을 거부하는 막막한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미스터 알렉스가 떠오르더군요. 그, 그래서 저도 좀 억지라는 것을 알지만 우리를 이해 해주실 것 같아서···.”

“...”

미안하지만 좀 억지가 아니라, 많이 억지다.

원래 내가 만나 달라는 요청에 응한 것은 조지를 통하여 들은 인간 헨리 스트라우스가 상당히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번처럼 경호비를 당겨 달라는 것이나, 아니면 약간의 급전을 융통해 주는 것이라면 한때 같은 업계(?)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는 호의를 베풀려고 하였고.

하지만, 이건 아니다.

내가 손댈 만한 영역도, 손댈 이유도 없는 업종이다.

안타깝지만, 거절해야 한다.

지금 나와 있는 경호원들 정도나 내가 인수한다고 하고.

“미스터 스트라우스, 유감입니다만······.”

내가 유감이라는 말로 시작하자, 스트라우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반짝! 반짝!

응? 뭐야 이거?

이 상황에서 염주께서는 왜 반짝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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