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울 오빠 공부 너보다 잘했어!
잠시 괴이한 분위기가 응접실에 흘렀다.
나는 거절하려고 ‘유감입니다만···.’까지 말하다가 염주가 느닷없이 반응하여 말을 끊은 상태고, 스트라우스 대표는 절망감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나저러나 대체 이건 뭐야?
왜 염주가 발광하는 것이냐고?
자그만치 PMC다, PMC!
민간군사기업의 그 PMC(Private Military Company) 말이다.
대표의 사상이 독특하여, 일반적인 PMC답지 않게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우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사업을 하는 것 같지만, 어디까지나 돈을 받고 군사 활동을 하는 용병인 것은 틀림없었다.
그런데, 그런 회사에다가 투자하라고? 아니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100% 내가 인수해야 할 것 같은데, 반짝이시면 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말입니까?
“미스터 스트라우스!”
“네?”
“얼마에요?”
“네?”
“채무가 얼마냐고요?”
“현재 1,700만 달러가 넘습니다.”
제길, 그러면 2,000만 달러면 채무를 100% 상환하고도 300만 달러가 남는다.
남은 300만 달러는 운영자금으로 쓰면 될 것이고.
2,000만 달러?
이제는 내게 큰돈이 아닌데, 이러 ‘소액’을 가지고 염주가 점지하는 것에 대하여 머리 아프기는 싫었다.
어떻게 보면 그냥 돌려 보냈으면 한동안 찜찜할 텐데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고.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자.
“그럼 2,000만 달러면 내가 이지스를 인수할 수 있는 겁니까?”
“그, 그렇습니다만, 혹시 인수하실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네, 내가 인수하겠습니다.”
“어, 어? 정말이십니까?”
“그럼 거짓말로 할까요?”
“아닙니다! 그건 아니지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흥분한 스트라우스가 연신 감사한다고 외치면서 감격해 하였다.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네? 조건이요? 말씀하시지요. 무슨 조건이든 받아들이겠습니다.”
“나는 이지스를 미스터 스트라우스를 보고 인수하는 겁니다.”
사실은 염주가 발광하는 바람에 인수하는 거지만, 어떠냐?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는 거지.
뭐 완전 거짓말도 아니고.
“그래서 미스터 스트라우스가 제가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는 대표로 있는 조건입니다. 물론 정기적으로 회계 등의 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요.”
“하하하! 저보고 이지스에 뼈를 묻으라는 말씀이군요? 알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겠습니다.”
“아니, 자꾸 아까부터 이상한 말씀을 하는데, 봉사를 왜 합니까? 그러려면 신부나 목사가 되셨어야지?”
“예?”
“위치에 걸맞은 대우를 해드릴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고, 고맙습니다! 보스!”
감격한 스트라우스가 이젠 자연스럽게 내게 보스라고 하였다.
“알렉스라고 불러요. 나도 헨리라고 부를 테니까”
“하하! 알겠습니다, 알렉스!”
“잠시만요. 조지! 조지!”
내 외침에 조지가 응접실로 들어 왔다.
“불렀냐? 알렉스?”
“조지야”
“왜?”
“내가 이지스를 인수하기로 하였거든?”
“뭐? 이지스를 인수하다니? 네가?”
“그래, 내가 인수하기로 하였다.”
“네가 왜?”
“친구 잘 둔 덕분이지, 왜긴 왜야?”
어쨌든 간에 조지 이놈 때문에 엮인 것이니까.
그런데, 조지는 그만큼 자신을 생각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브라더···.”
“뭐, 뭐냐? 그 눈빛은?”
“사랑한다!”
“이게 미쳤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제프리에게 전화해 놓을 테니까 월요일에 제프리하고 같이 이지스를 인수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따로 말하고”
“오케이! 하하하!”
“자식! 자! 그러면 일은 다 끝났으니까, 우리 소주나 한잔할까?”
“조치!”
그래, 술이나 먹자.
염주가 뜻밖의 상황에서 발광한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당장은 내게 PMC가 생뚱맞은 존재지만, 언젠가는 내게 꼭 필요한 날이 있겠지.
아니면 말고.
“캬! 좋구나!”
5월의 신촌은 그야말로 젊은 놈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젊음을 주체못하여 몸부림이라도 치는 듯한 대학생들.
부럽다.
정말 부러웠다.
내게도 저런 시절이···. 없었다.
있을 리가 없었지.
나의 20대 초중반 시절은 진해 앞바다에서 박박 기고 있고나, 아덴만에서 더럽고 냄새나는 소말리아 해적 놈들하고 허구한 날 드잡이를 하던가, 그것도 아니면 아랍 에미리트의 뜨거운 사막에서 모래알을 씹어 먹고 있었으니까.
아빠가 내게 여전히 기를 못 펴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거다.
제법 공부를 잘하여 꽤 진학률이 높았던 우리 학교에서도 반에서는 3등 밖으로 벗어나지는 않았었고, 두 번에 한 번 정도는 1등도 하던 내 인생에서 대학이란 존재를 사라지게 하였으니까.
어쩌다가 휴가 나와서 만나는 친구들의 대화를 나는 이해하지 못하였다.
MT가 어쩌고 전필이 어쩌고 같은 말을 내가 어떻게 알까?
그때는 그게 얼마나 상처가 되었는지 모른다.
대부분 나보다 공부도 못하던 놈들이었는데.
그래서 나는 정말 친한 친구들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락을 끊어버렸다.
이미 사는 세계가 달라지기 시작하였는데 만나면 뭐하냐고?
심지어 그중 몇 놈은 고등학교 때 공부도 잘하고 키도 크고 제법 잘 생기고 운동도 잘하던 나에게 열등감이라도 있었는지, 모임에서 일부러 대학 이야기를 꺼내는 새끼들도 있었다.
뭐. 이런 거지.
네가 예전에 아무리 잘 나갔어도 이제는 노는 물이 달라졌으니까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하고 웃기는 일이었지만.
내가 대성 어패럴에 정말 몸 바쳐서 충성하였던 것도 내가 고졸이란 이유가 컸었다.
대성이 아무리 좋소 기업이고 내가 입사할 때만 하여도 직원 열 명도 되지 않을 때였지만, 홍 사장은 내가 대학교 졸업장이 있는지 없는지 따위는 보지도 않았다.
그저 빠릿빠릿하고 머슴같이 충성을 다 바치면서 열심히 일하면 그만이라고 하였고 나는 그 말씀에 감동을 먹었었다.
아!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구나! 하면서.
그런데 진짜 머슴이 되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 머슴살이를 할지는 몰랐는데.
아, 갑자기 홍 사장님하고 번데기탕에 소주 먹고 싶네.
여전히 소리 지르고 계시겠지?
잠시 감상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스마트폰을 들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 오, 오라방?
“소미 너 지금 어디야!”
- 나 지금 학굔데? 오빠 한국에 들어왔어? 한국 번호네?
“야! 내가 오늘 들어온다고 했어? 안 했어?”
- 히잉! 깜빡했네?
“아오! 이걸 그냥?”
오늘은 5월 26일.
생각보다 빨리 박달동의 보육 종료 아동 보호시설이 준공되었다고 하여,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한국에 들어왔다.
소미가 신촌에 있는 양서대 영문학과에 합격하여 3월부터 대학생이 되었는데도 나는 입학식에 참석을 못 하여서 미안한 것도 있기에 소미도 볼 겸해서 온 거였다.
그런데, 오전에 집에 왔더니 엄마가 소미는 학교에 갔다고 하였다.
요 며칠 대학교 축제라고 맨날 술을 퍼마시고 늦게 들어온다고 걱정하면서.
그래서, 잠시 잠을 잔 다음에 전화했더니 이 가시나가 전화도 받지 않아서 아예 내가 신촌으로 온 거였다.
우리 집이 있는 남가좌동 가재울 뉴타운에서 신촌까지는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가 닿을 곳이라 금방이다.
- 히히히! 오빵! 미안!
“하여간 너 어디야? 요즘 맨날 술 먹고 늦게 들어온다면서?”
- 아이 씨! 엄만 이상한 말씀을 해가지고? 그래도 12시 전에는 꼬박꼬박 들어갔다고! 아! 한 번은 2시던가?
“시끄러워! 기집애야! 잘한다, 잘해! 하여간 너 어디야? 나 지금 너희 학교 앞인데?”
- 옹? 우리 학교야?
“그래! 오늘은 아빠도 일찍 들어오신다고 하니까, 집에 가자”
- 나 지금 주점에 있는데?
“주점? 학교 밖이냐?”
- 아니, 그런 주점 말고 학교 안에서 축제 때 임시로 하는 주점 말이야.
“아, 그런 주점?”
하아, 대학교 안 가본 내가 알 리가 있나.
말이나 들어보았지.
- 웅, 여기가 어디냐면 말이지···.
소미가 설명하는 데로 찾아가 보니, 천막들이 즐비하고 학생들이 모여서 술을 먹고 있는데 난리도 아니었다.
그중에서 소미가 말한 경영학과라고 써진 주점을 찾았더니, 소미가 여자애들 네댓 명과 함께 남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앉아 있었다.
오랜만에 본 소미는 내가 봐도 정말 이뻤다.
고등학교 때만 하여도 늘 교복만 봐서 그저 그랬는데, 이제 대학생이 되어서 적당히 꾸미자 장난이 아닌 비주얼을 자랑하고 있었다.
솔직히 웬만한 연예인보다 내 동생이 더 이쁜 것 같았다.
그리고, 소미와 같이 있는 여자애들도 끼리끼리 논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려 듯이 다들 이뻤고.
이러니, 간택을 받으려는 수컷들이 저리 몰려들었지.
“소미야!”
“오빠다! 울 오빠다!”
소미가 냉큼 달려들어 내게 안겼다.
벌써 술이 좀 된 듯.
“야! 안 떨어져? 다 큰 기집애가 자꾸 어딜 안기는 거야?”
“히잉! 난 울 오빠가 세상에 제일 좋아!”
“닥쳐!”
“아앙!”
“시끄럽고, 집에 가자”
“앙, 조금만 더 놀다 가자? 응? 오빠도 이리 앉아!”
“야, 야!”
얼떨결에 소미에게 이끌려서 주점 천막 안으로 들어가자, 소미의 친구들이 나를 보더니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지금 내 피지컬은 거의 군대 시절에 가까울 정도로 최상의 상태다.
하루에 두 시간 이상 운동을 하니까.
본바탕이 원래 키가 183에 얼굴도 남자답게 잘생겼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던 나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돈의 세례까지 받았다.
몸에 걸친 어느 하나 명품이 아닌 것이 없었다.
내가 사치를 하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 정도 위치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
하여간 그러니, 여자애들이 날 보고서 뻑이 갈 수밖에.
주변에 모여든 20대 초중반의 남자애들하고는 비교가 안 되는 피지컬과 입성을 자랑하고 있었으니까.
반대로 어린 수컷들의 눈에 질투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이거 한국만 오면 뭔 일이 터져서 이번에는 조심한다 했는데, 또 사고가 날라.
얼른 소미를 데리고 집에 가야 할 것 같았다.
“소미야, 그냥 가자”
“아이, 오빠. 이것들아 인사해라. 우리 오라버니시다.”
“어머! 진짜? 소미 친오빠야?”
“어머머! 나 몰라!”
모르긴 뭘 모르니?
“안녕하세요! 소미와 제일 친한 친구 가빈이에요!”
“이것아! 네가 언제부터 내 제일 친구야!”
“안녕하세요! 진짜 소미의 베프 단비에요! 오빠 너무너무 멋지세요!”
“꼬리 치지 마!”
한 명씩 내게 인사하는 소미의 친구들은 다들 이뻤다.
하고 다니는 것을 보니, 집들도 부유한 아이들 같았고.
“하하! 반가워요.”
“아이, 오빠는? 나이 차가 몇 개인데 존댓말을 써? 게다가 내 친구들인데?”
“야! 그래도 초면인데···.”
“호호호! 편하게 친동생처럼 말씀 놓으세요!”
“어머! 그럼요! 소미 오빠면 우리에게도 오빠예요!”
“그, 그럴까? 그래 반갑고 뭐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어. 내가 사줄게”
“어머! 진짜요?”
그럼 가짜냐?
애들이 파는 파전 나부랭이가 얼마나 한다고?
“우리 그럼 2차 가요? 네?”
“2차? 아니 이 친구들은 어떻게 하고?”
나는 느닷없는 나의 출현에 졸지에 오징어가 되어버린 앞에 남자아이들을 가리키었다.
여태껏 작업 중이었나 본데, 아무리 내가 소미 오빠라도 친구들까지 싹 데리고 가는 것은 아무래도 같은 남자로서 좀 걸렸다.
그러자, 놈들 중에서 그래도 한두 살 더 먹어 보이는 놈이 용기를 얻었는지 내게 꾸벅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경영학과 14학번 박남진입니다.”
“아, 예, 반가워요. 그런데 난 그쪽 선배가 아닌데?”
“예? 하하하! 한참! 연배가 높으신 것 같은데, 인생 선배님이 아니겠습니까?”
한참에다가 강세를 참 잘 주네?
“아, 뭐, 그렇게 봐주면 고맙고”
“그런데, 선배님은 무슨 일을 하세요? 아직 직장인들은 회사에 있을 시간 같은데요?”
내가 6시도 안 된 이 시간에 여기 있는 것이 겁나게 불만인 모양이다.
“아, 난 미국에서 조그만 사업을 하는데, 모처럼 시간 내서 오늘 아침에 한국에 온 거야”
“오! 미국에서 사업을요? 아직 젊으신 데 성공하셨나 봅니다?”
“아니 그냥 조그만 사업이야.”
“직원이 몇 명이나 되는데요?”
뭘 자꾸 이렇게 따지냐? 짜증 나게?
참자, 참아.
“어, 아직은 열 명도 안 돼”
아니, 이지스까지 합하면 100명이 넘나?
주식의 거의 절반 가까이 보유해서 사실상 내 회사나 다름없는 AMD까지 합치면?
AMD 정 직원이 7,000명이라던가, 8,000명이라던가?
에이, 최대 주주일 뿐이지 뭐.
“하하하! 정말 작은 사업인가 보네요? 우리 집은 대마 건설을 하는데, 직원이 1,000명도 넘습니다만?”
“...”
“...”
우와! 졌다!
세상에 21세기에 집 자랑을 이런 식으로 하는 놈이 다 있네?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하지만, 이런 낯 뜨거운 자랑질이라니.
보는 내가 다 부끄러웠고, 심지어 옆에 있던 아이들도 뜨악 한 표정들이다.
아이고, 얼른 뜨자.
“그, 그래. 훌륭하구먼! 그레이트!”
하도 머쓱해서 왼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는데, 대마 건설 아들내미 옆에 있던 놈의 눈이 커졌다.
“파텍 필립? 그것도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응? 아 이거?”
내 시계를 보고 하는 소리였다.
한국에 오기 전에 나조차도 몇 달 걸려서 받은 시계다.
시계 매니아인 제프리가 하도 똑같은 시계가 좀 차지 말라고 해서 구입한 건데, 무슨 놈의 시계가 100만 달러가 넘었다.
그런데, 어린놈이 이걸 알아봐?
시계 마니아인가?
“저, 저기 시계 잠깐 봐도 될까요?”
“응? 그래”
시계 매니아의 앞에 왼손을 내밀었더니 놈의 눈이 더 커졌다.
“으헉! 이, 이거 파텍 필립 175주년 기념 에디션인데요? 이거 최소 10억은 넘을 건데?”
“아직 학생인데 잘 아네? 미국에서 110만 달러 주었는데?”
“...”
“...”
분위기가 바로 반전되었다.
손목에다가 10억이 넘는 시계를 찰 정도면 어떻게 생각해도 하꼬방 만한 업체 사장은 아닐 것이니까.
그리고, 대마 건설?
오너인 사장이라면 몰라도 중견 건설업체 2세 따위가 넘볼 시계도 아니었고.
“짜, 짝퉁 아니야?”
“남진이 형! 파텍 필립은 가품 자체가 별로 없고, 있어도 티가 확 나요. 저건 진퉁이라고요. 제 취미 잘 알잖아요?”
“그, 그러냐?”
내 참, 내가 여기서 시계 자랑질할 군번도 아닌데.
소미야! 제발 가자고!
“선배님은 그럼, 어디 학교 나오셨어요?”
하아아.
재력으로 안 되니까, 이제 학벌 자랑질인가?
“난 고졸이야. 대학교 못 갔어.”
“크크큭! 운동만 엄청나게 하신 모양입니다? 얼마나 공부를 안 하셨으면, 개나 소나 다 대학을 가는 요즘 세상에 고졸이라니요?”
“...”
이놈, 많이 비뚤어진 놈 같았다.
뭐가 그렇게 배알이 꼴리는 것인지 선을 넘었다.
어쨌거나, 이제는 내가 이런 말에 상처받을 나이도 아니고, 이런 핏덩어리하고 대학교에서 드잡이할 위치는 더더욱 아니다.
명분도 생겼으니 얼른 집에나 가자.
“뭐 사정이 있어서 못 갔지만, 내가 그런 소리까지 하기는 그렇고. 하여간 재밌게들 놀라고. 소미야! 집에 가자!”
“웅! 오빠!”
그런데, 나가는 우리 뒤에다가까지 놈이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에이! 분위기 좋았는데, 별 이상한 놈이 와서···.”
하아, 참자.
그런데, 우리 소미는 못 참겠나 보다.
“오빠! 잠깐만!”
“엉?”
소미가 뒤돌아서 놈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뻑!
“커억!”
우당탕탕!
소미의 힘찬 주먹이 놈의 면상에 꽂혔고 놈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 새끼야! 울 오빠 공부 너보다 잘했어! 옛날에 아빠 사업이 망해서 가족들을 위해 오빠가 희생한 거라고! 나쁜 새끼!”
“어, 어···.”
그리고 마지막 일격.
쩌억!
“크아아악!”
아이고 저런!
남자에게 소중한 곳을 발로 밟다니.
조금은 개운해진 표정의 소미가 내게 왔다.
“오빠, 가자!”
“응? 자, 잠깐만···.”
마무리는 해야지.
아래에서 올라오는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놈에게 갔다.
그리고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서 놈에게 뿌렸다.
“뭐 소소하게 100만 원은 넘을 거다. 깽값이니까 이거 받고, 모자라면 말해. 더 줄 테니까”
“...”
“가자! 소미야!”
“웅! 오빠!”
소미가 내 팔짱을 꼈다.
소미는 역시 내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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