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37화 (37/250)

37. 왜 과거형이야?

월요일 오후 2시.

박달동 양혜원 옆에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하나! 둘! 셋!”

사회자의 구령에 맞추어 테이프를 자르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짝짝짝짝짝!

사다리 청년 지원센터.

오늘 준공한 보육 종료 대상인 청년들이 편안하게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첫 센터 이름이다.

센터 이름은 장영동 교수가 지었는데, 원래는 디딤돌이라고 하려다가 비슷한 이름이 너무 많아서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하였다.

사다리를 딛고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는 뜻이라고.

역시 대법원 판사 정도 하려면 작명도 잘해야 하나 보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센터는 생각보다 대지가 넓어져서 2,200평이나 되었는데, 장영동 교수가 적극적으로 나서자 국방부에서 우리가 매입할 부지를 넉넉히 저렴하게 제공해 주어서였다고 한다.

아무리 개발이 제한되는 부지라고 하여도, 서울 시계가 엎어지면 코가 닿는 곳인데, 이런 땅 2,200평을 100억에 매입하였다니 거저나 다름없는 거지.

건물은 생각보다 규모가 커져서 지하 2층에 지상 5층으로 지하를 뺀 연면적이 2,000평이나 되는 대형 건물이 되었다.

1인 1실이 원칙이라 방을 5평으로 적게 만들었어도 안에는 샤워할 수 있는 화장실도 모두 들어가 있었다.

이런 방이 250개라니, 250명의 보육이 종료되어 보육원에서 쫓겨나는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헬스장, 세탁장, 독서실, 대형 식당 등의 부대시설도 잘 갖추었고, 부지가 많이 남아서 이쁜 정원과 여러 면을 가진 농구 코트와 테니스장도 있었다.

뭐, 결국 예산이 초과하여 내가 2월에 100억을 추가로 투입하였지만, 이렇게 준공된 센터를 보니 하나도 아깝지가 않았다.

준공식에는 규모도 규모려니와 워낙 좋은 뜻으로 만든 건물이기에 많은 내외귀빈이 초청되었다.

안양시장과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은 부를 생각도 없었는데 준공 몇 달 전부터 무조건 자기들은 참석해야 한다고 우겨서 초청하였다는데,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현실적으로 이런 정치인들과 척을 질 필요는 없었기에 불만은 없다.

연회는 준공한 센터 안의 식당에서 출장뷔페를 불러서 하였는데, 상당히 맛이 있어서 이거저거 주워 먹고 있었다.

“어험!”

정신없이 먹는데, 옆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서 쳐다보니 이게 누구신가?

대양 건설의 박상환 회장 아니신가?

“어? 아저씨? 여기 웬일입니까?”

“아이 정말! 이젠 좀 회장이라고 불러주게! 그리 웬일은 뭐가 웬일이야? 우리 회사가 지은 건물이니 온 것이지?”

“아! 맞다! 이것도 아저씨네 회사가 지었다고 하였지?”

“아까 테이프 커팅할 때도 있었잖아! 그것도 바로 자네 옆에 옆에!”

“그랬어요? 난 몰랐네요?”

“아······. 혈압 올라”

“푸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이번에도 저렴하게 건물을 지어주셨다는 말은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회장님”

사실이다.

이번에도 자청해서 저렴하게 지어주겠다고 나서서 맡겼는데, 기동이 형 말로는 일주일에 한 번은 현장에 들려서 호통도 치고 할 정도로 신경도 많이 써주었다고 한다.

정말, 이 아저씨가 왜 이러지?

“하아, 왜 자네만 보면 이렇게 열이 받지?”

난들 아나?

“손해는 안 보셨어요?”

“뭐, 손해는 안 본 것 같아. 똔똔이는 했을 거야”

“아니, 사업하시는 분이 갑자기 왜 이러세요?”

“뭘?”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자네가 누구 눈치 볼 사람인가?”

“에이, 왜 이러셔요? 저, 은근히 사회적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라고요?”

“사회적 감수성은 또 뭔데? 내 앞에서 어려운 말 쓰지 말게. 나 중졸이야.”

이런 제길, 중졸 앞에서 고졸이 주름 잡은 것인가?

“하여간, 솔직히 말해서 아저씨 깡패 출신이잖아요?”

“뭐, 부인하지는 않겠네. 근데 깡패가 뭐냐, 깡패가?”

“깡패가 깡패지, 그럼 뭡니까? 건달? 조폭? 생활인?”

“하아, 맘대로 부르게”

“하여간, 깡패 출신인 아저씨가 갑자기 왜 좋은 사람 캐릭터로 바뀌셨냐는 거지요. 아저씨도 아시지요? 기업체를 하시면서도 그리 좋은 소문은 안 들린다는 것을?”

“끙···.”

살짝 열이 받았는지 박상환 회장은 목덜미를 주물렀다.

“나도 나에 대한 말들이 많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대부분 사실이 아니야. 내가 깡패······. 에이, 자네 때문에 나도 깡패라고 하잖아!”

“흐흐흐! 아저씨도 속으로는 깡패라고 인정하는 겁니다.”

“하여튼, 내가 생활인 출신이다 보니,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것은 아는데, 대부분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들이야. 완전히 그 세계와 담을 쌓았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말이야.”

대부분 상관이 없다면, 일부는 상관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내가 100% 정직하게 사업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없는 사람들 눈에서 피눈물 흘리게 하지는 않았어. 못 들었나? 김진호 부장에게? 내 사업 방식은 개발이 제한되는 곳을 약간의 수완을 사용하여 개발되게끔 만드는 방식이라고. 적어도 누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어.”

하긴, 뇌물을 먹여서 그렇지, 없는 사람들 밟고서 일어서지는 않았다고 하였다.

양혜원 건도 사실 처음 제시한 20억이면 시세보다 많이 쳐주는 셈이었고.

“왜 사람이 변했냐고? 난 변한 것이 없네. 다만, 나도 이젠 사업이 제법 규모가 되다 보니, 예전처럼 악착같이 사업할 필요가 없을 뿐이지. 그리고, 보육원은 여기 말고 다른 곳에 나도 예전부터 조금씩 후원했었어.”

“호오? 그래요?”

“이야기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시설 출신이라네. 아이들 아픔은 진절머리 날 만큼 잘 알지. 내가 시설에 있을 때는 요즘처럼 제대로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도 없었어. 정말 춥고 배고팠지”

“...”

이 양반, 어떻게 보면 좋은 집안에 자랐다면 상당히 유능하고 성공적인 사업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한 것 같기는 하지만, 깡패 출신이 사업체를 여기까지 키운 것은 능력이 있다는 소리니까.

“알겠나? 나도 내가 나쁜 놈인 것은 알아. 하지만, 자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지막지하게 나쁜 놈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네”

“그럼, 적당히 나쁜 놈?”

“이걸 그냥···.”

“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하여간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또 이런 시설을 짓게?”

“올해에만 재단에 500억을 더 넣을 거예요. 내년에는 그 이상 돈을 댈 것이고요. 제가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전부 챙길 수는 없겠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하다 보면 정부에서도 반응이 있을 것이고, 갈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저씨처럼 어둠의 세계로 빠지는 아이들도 없어지겠지요.”

“허! 자네 대체···.”

“조만간 다시 공사 의뢰가 들어갈 것이니까, 그런 줄 아세요. 그리고, 이제는 손해 보지 마시고, 적정 이윤은 챙기세요. 우리 공사 규모가 커질 텐데, 그렇게 하시다가는 회사가 못 버틸 겁니다. 이 바닥 시공업체 최소 마진이 5%가 국룰이라면서요?”

“그, 그렇지”

“그건 챙기시란 말입니다. 대신 제대로 지어주시고요. 그리고, 저와 일하시려면 그쪽 세계와도 손을 끊으세요. 아저씨 말대로 이젠 좋지 않은 수단을 동원하지 않아도 경쟁력이 있으시잖아요?”

“...”

“아저씨가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에게 뇌물 먹이는 거, 언젠가는 반드시 탈이 날 거예요. 하여간 말년에 고생하지 말고, 제대로 합시다, 제대로. 그렇게 하면은···.”

“그렇게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저, 미국에서 제법 크게 사업합니다. 저와 손잡으셔서 나쁜 일은 없을 거예요.”

“얼마나 크게 하는데? 자네가 거물인지는 알고 있지만···.”

“예? 내가 왜 거물이에요?”

“그럼 소물이 김 부장 같은 사람이나 대법원 판사 같은 사람하고 어울리나? 1년에 수백억을 복지 재단에 투척하고?”

이 양반 말을 들어보니 그러네?

나도 모르게 나는 거물이었던 거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좋소기업 영맨이었던 놈이 말이다.

“아저씨네 회사 작년 매출이 얼마예요?”

“우리? 작년에 4,000억 정도 했는데?”

“오? 많이 하셨네?”

“에이, 이 정도야 아직 하꼬방이지”

말은 하꼬방이지만, 얼굴에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긴, 깡패가 매출 4,000억짜리 회사를 만들었으니,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하였다.

“제가 미국에서 순전히 내 투자금만 운용하는 투자회사를 하는데요, 현재 제 투자 자산이 아저씨네 회사 작년 매출의 몇십 배 정도는 될 겁니다.”

“며, 몇십 배? 몇 배도 아니고?”

“네, 그러니 아시겠어요? 내가 지금 아저씨에게 기회를 드리는 거라고요. 어둠의 세계와 완전히 손을 끊고 진짜 제대로 된 사업을 하여서 명예와 보람도 얻을 것이냐? 아니면, 그냥 하던 대로 반쯤 그쪽 세계에 발을 걸치고서 수상한 사업가로 남을 것이냐? 선택은 아저씨가 하세요.”

“자네 말이 정말이라면, 무조건 그쪽과 손을 끊지”

“내가 아저씨에게 이런 거짓말을 해서 얻는 게 뭐라고 그러겠습니까? 믿으세요. 믿기 싫으면 마시고요.”

“아니 그게 아니라···.”

“당장 답을 주실 필요는 없어요. 가을쯤에 다시 한국에 들어올 것인데, 행동으로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럼, 그때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시자고요.”

“알겠네.”

“그럼, 이만. 많이 드시다 가세요.”

뒤돌아서서 다른 쪽으로 가는데, 박 회장이 나를 불렀다.

“그런데, 자네!”

“왜요?”

“중간에 회장이라고 딱 한 번 부르고 왜 계속 아저씨야?”

“에이, 정감 있잖아요? 다시 회장님으로 불러 드려요?”

“아, 아니, 됐네.”

그런데, 나도 물어볼 것이 생각났다.

“아, 참! 아저씨!”

“어? 왜?”

“혹시 대마건설이라고 아세요?”

“대마건설? 당연히 알지? 그 새끼들은 왜? 나보다 더 나쁜 새끼들인데?”

“헐···.”

대체 박 회장보다 더 나쁜 새끼면 얼마나 나쁜 새끼란 말이야?

“그놈들하고는 상종할 생각도 하지 말게. 진짜 악종들이니까”

“아니 대체 얼마나 나쁜 놈들이기에?”

“건설 바닥에서 깨끗한 놈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그놈들은 정말 악질이야. 회사 규모는 우리보다 세 배쯤 되는데, 진짜 하도급에 갑질도 말도 못 하게 하고, 주택사업이 주력이면서 집도 저질 자재를 쓰면서 개판으로 짓는다고. 뇌물? 햐! 내가 그 새끼에 당한 것 생각하면 이가 갈리네. 그놈은 뇌물도 나보다 몇 수 위야. 노는 물이 다르다고? 심지어 깡패도 전국구급하고 연결되어 있어.”

“허어!”

“그런데 왜 대마는 왜 묻는데?”

“아뇨, 그냥 좋지 않은 인연이 될 뻔한 일이 있어서요.”

“내 말이 의심스러우면 김진호 부장에게 물어봐. 그 양반도 대마하고는 원수니까. 다 엮었던 사건 권력층 압박으로 손을 든 것이 여러 번이거든”

소미에게 그 새끼 근처도 가지 말라고 해야겠다.

경호원이라도 붙여놓든지 해야지, 이거야 원.

“알았어요, 아저씨”

스님, 대체 이놈의 세상은 왜 이렇게 썩었답니까?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

“저기, 아저씨···.”

답답한 마음에 담배라도 한 대 피우러 나가려는데, 우리 소미 나이 정도 되는 귀여운 얼굴의 여자애가 말을 걸었다.

아마도 1차로 입소하는 50여 명 중의 한 아이 같았다.

“응? 나?”

“네, 아저씨요.”

“나, 아저씨 아닌데?”

“예?”

“오빠라는 좋은 말을 놔두고, 왜 아저씨라고 부르지?”

“푸웁! 호호호! 그러니까 더 아저씨 같잖아요?”

“...”

뭐냐? 이것도 아재 농담이었어?

“아! 몰라! 오빠라고 하지 않으면 대답 안 할 거야.”

“호호! 알았어요, 오빠”

“그런데, 왜?”

“저기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요. 기동이 아저씨가 그러는데, 아저···. 아니 오빠가 여길 만들어 주셨다면서요?”

“어? 어···.”

“정말 감사드려요. 오빠 덕분에 살았어요.”

“아니, 뭐···.”

“저랑 동생, 정말 갈 곳도 없고 절망적이었거든요. 그런데, 자꾸 예전에 보육원에 같이 있던 언니들에게서 연락만 오고···.”

“무슨 연락?”

“갈 곳 없으면 이상한 업소 나오라고···.”

“하아아···.”

가슴이 미어졌다.

이 아이, 이 정도 외모면 분명히 업소로 빠질 확률이 높았을 거다.

그리고, 그 언니라는 아이들도 분명히 이 아이와 같은 순서를 밟았을 것이고.

남자아이들은 아마도 박상환 회장이 빠졌던 길로 많이 갈 것이다.

세상에 비빌 언덕이 없으니까.

정말 갈 길이 멀구나, 멀어.

“이름이 뭐지?”

“소현이에요, 공소현”

“소현아, 네 장래 희망은?”

“교대 가서 초등학교 선생님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꿈이었어요? 는 뭐지? 왜 과거형이야?”

“헤헤! 사실 우리 형편상 말이 안 되잖아요?”

빌어먹을!

“소현아! 이 오빠랑 약속 하나 하자”

“네? 뭐요?”

“너 하고 싶은 것 다 해! 네가 노력만 한다면, 돈이 얼마나 들어가던 이 오빠가 다 대주마!”

“예?”

“의사? 교수? 음악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 하란 말이야? 단! 너희가 그만큼 자신의 꿈을 향하여 열심히 공부한다면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저, 정말이요?”

“그럼? 못 믿겠으면 기동이 아저씨에게 물어봐. 내가 얼마나 돈이 많은지, 그리고 얼마나 한번 한 말은 잘 지키는지 알려 줄 거야”

“고, 고맙습니다, 오빠! 저희 정말 열심히 할게요!”

감격하여 큰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는 소현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하아, 정말 돈 열심히 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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