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41화 (41/250)

41. 회사에 다니면서 한때 꾸었던 꿈이다.

“진짜인 거냐? 아니, 그 정도인 거야?”

한동안 말을 못 하던 재하 형이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응, 그 정도야. 재단에는 우리 아빠가 계시고.”

“너 정말 성공했나 보구나?”

“맞아요. 경위는 묻지 마시고요. 나도 설명하기 곤란하니까.”

“휘유! 알았다. 그런데 회사는 인수해서 뭘 어쩌려고? 순전히 날 위해서 인수한다는 거야?”

“그건 아니지. 형님이 그 이유 중의 하나이기는 한데, 전부는 아니에요. 우리 예전에 가끔 술 마시다가 한 이야기 기억나요?”

“무슨 이야기지?”

“내가 가끔 말했잖아요? 나도 언젠가 사업 여건이 된다면, 패션 사업을 일으켜서 한국의 H&M이나 ZARA 같은 세계적인 SPA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이야? 그리고 그런 일이 생기면 형님이 세계에서 가장 싸고 질 좋은 옷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지 않았어?”

“기억난다. 그랬지. 술에 많이 취했을 때였어.”

유·아동이기는 하지만, 나름 패션 바닥에서 6년을 굴렀다.

거기다가, 영업도 생산을 알아야 한다는 홍 사장의 방침에 따라서 생산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원가가 대략 얼마인지와 어떻게 구성되는지도 자세히는 아닌지만 알게 되더라.

그래서 언젠가는 나도 독립하여 내 회사를 차려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재하 형에게만 말하곤 했었다.

“겸사겸사라고 생각하면 돼요. 사실 투자라는 관점으로만 보면 가뜩이나 졸아드는 유아동복 시장인데, 고작 매출 300억짜리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좋은 투자가 아니지.”

“그런데?”

“이게 시작이라는 거야. 이왕 손을 대는 거, 대성만 인수할 생각은 없어요. 한국에 오기 전에 나도 여기저기 알아보았는데, JD 스타일은 물론이고 몇몇 중형 브랜드 업체들이 재정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더라고요. 그중 몇 개를 인수해서 합쳐 버릴 거야. 그렇게 해서 시작한다는 겁니다. 점차적으로 성인복도 할 것이고요.”

“그러면 경영은 누가 하고? 너는 미국에서 크게 투자 사업을 한다면서?”

“형님이 있잖아?”

“나, 나? 나보고 하라고?”

“응. 그렇다고 내가 형님만 대표 자리에 앉혀 놓고 나 몰라라 하겠다는 말은 아니에요. 다른 투자와는 다르게 나도 신경을 쓸 거야. 계속 지원도 할 것이고 말이야.”

“허···.”

재하 형은 뜻밖의 상황에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확실히 술을 마셔서 그런 것은 아니고.

“왜? 자신 없어요? 자신 없으면 지금 말해요. 내가 의류 사업은 형님이 있으니까 하는 것이지, 믿을 사람도 없는데 무작정 시작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하나만 물어보자. 너, 어디까지 갈 생각인데?”

“말했잖아? 내 목표는 H&M이나 ZARA, 유니클로라고? 한국의 식스세컨즈나 탑투웰브 정도로 하려면 시작도 하지 맙시다.”

“그만큼 지원할 생각은 확실하게 있는 것이고?”

“올해에 1,000억, 내년에 2,000억을 투자할게요. 그 이후로는 상황 따라서 더 투자할 생각이고. 돈이 부족해서 망했다는 소리는 안 듣게 해줄게.”

꿀꺽꿀꺽!

재하 형은 목이 타는지 말아 놓은 소맥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탁!

“너 정말 갈 거지?”

“간다니까?”

“진짜다?”

“진짜라니까?”

“좋아! 한번 가보자!”

“갑시다!”

“하하하!”

“하하하!”

그래 가보는 거다.

회사에 다니면서 한때 꾸었던 꿈이다.

내가 직접 나서지는 않겠지만, 이참에 한번 갈 데까지 가보는 거다.

다음 날, 홍 사장에게 전화했더니 엄청나게 반가워했다.

이 양반이 다른 것은 몰라도 이런 것은 참 잘한다.

인사 좀 드리고 싶다고 하니까, 오늘은 약속 있다고 다음 날 오라고 하여 그다음 날 오후에 찾아갔다.

대성 어패럴이 입주해 있는 빌딩에 도착하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2년하고도 몇 개월 지났나?

참 감회가 새롭다.

딩동!

- 누구세요?

입구에서 벨을 누르니 인터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나를 잘 챙겨주던 정 씨 아줌마다.

경영지원실의 경리이자 총무까지 도맡아서 하던 분.

“나!”

- 나가 누군데요?

“나라니까? 이 아줌마가 벌써 내 목소리도 잊으셨나?”

- 어머머! 철식이?

“인터폰에다 대고 이따구로 말하는 인간이 나 말고 또 있나 보지?”

- 어머! 진짜 철식이구나!

보안카드를 놔두고 화장실에 가거나 담배를 피우러 갔다가 문 열어달라고 하면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 놈은 내가 유일했다.

지이잉!

자동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참, 그렇게나 다니면서 힘들었던 회산데, 뭐가 이렇게 반갑냐?

“우와와! 철식아! 엄청 멋있어졌네?”

“하하하! 잘 있었수?”

“에이, 우리야 뻔하지? 근데 너 왜 이렇게 멋있어졌니? 신수가 훤한데?”

“흐흐흐! 성공한 것 같아?”

“응! 엄청!”

“영업부는?”

“이 시간에 사무실에 있을 리가 있니? 전부 영업 나갔지.”

“하긴. 사장님은? 약속했는데?”

“밑에 은행에서 새로 온 점장이 인사 왔거든. 금방 갈 거야.”

“그래? 그럼 그동안 나는 인사나 좀 하고 다녀야겠다. 이 상무님은 계시지?”

“응, 계셔.”

이 상무는 홍 사장의 부인이자 경영지원실을 맡은 이정미 상무를 말하는 거다.

홍 사장하고는 다르게, 아무래도 아줌마라서 그런지 나하고는 굉장히 친하게 지냈었다.

가끔 홍 사장 뒷담화도 같이 했고.

방문을 두들기고 인사를 했더니 무척이나 반가워 해주었다.

다음으로는 생산부를 돌고 디자인실을 돌았다.

물론 다들 고인 물(?)의 귀환을 환영해 주었는데, 엄청난 이직률을 자랑하는 회사답게 불과 2년이 지났을 뿐인데도 절반은 내가 나간 다음에 들어온 직원들이었다.

“철식아! 손님 가셨어!”

디자인실 실장하고 한참 수다를 떨고 있는데, 정 씨 아줌마가 와서 나를 불렀다.

“안녕하셨습니까? 사장님!”

“오오오! 이놈 봐라? 너 훤해졌구나?”

“사장님한테 욕을 안 먹으니까 점점 좋아지던데요?”

“야 이 이놈아!”

“하하하!”

“하하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술 먹으러 일어섰다.

“야! 박 이사하고 이 부장도 부를까? 둘 다 외근 나갔다가 들어 오는 중이라는데?”

“아닙니다, 사장님, 오늘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그래? 그럼 그러지 뭐.”

“오늘은 제가 모실 테니까, 앞에 한정식집으로 가시지요?”

“이야! 너 정말 돈 많이 벌었나 보다? 돈 냄새가 나는데?”

“사장님 돈 냄새 맡기는 정평이 나지 않았습니까?”

“으하하! 그렇지?”

“얍!”

홍 사장은 정말 돈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맡았다.

거의 본능이라고나 할까?

대성에서 손님이 올 때만 데리고 가는 맞은편 한정식집에 자리를 잡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홍 사장은 엄청난 애주가다.

“캬! 내가 사업 시작한 12년 동안 퇴사한 직원이 와서 술 사는 것은 네가 처음이다. 고맙다, 야.”

홍 사장은 정말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캬! 많이 드십시오, 사장님.”

“그래, 그래.”

일단 각 소주 한 병씩을 마시자, 슬슬 이야기를 꺼냈다.

“회사는 어떠세요? 사장님?”

“어떻긴? 지금은 잘 돌아가지. 그런데 몇 년 후가 걱정이야. 대체 왜들 그렇게 애를 안 낳냐? 내가 밤이 되면 잠을 못 자요. 몇 년 후가 걱정되어서.”

“하긴, 요즘 애들을 잘 안 낳죠.”

홍 사장이 자수성가한 비결 중의 하나가 지금 잘 나가도 굉장히 앞날 걱정을 많이 한다는 거다.

“야! 너라도 결혼 좀 해라! 이건 뭐 결혼도 안 하니, 애를 낳을 리가 있나?”

“흐흐흐! 죄송합니다.”

“그냥 하는 소리고, 너 사우디 간다더니만 꽤 성공한 것 같다?”

“그렇습니까?”

“내가 누구냐?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 게 나 아니냐? 너 지금 입고 있는 정장만 해도 명품 같은데? 맞지?”

“하하! 조금 썼습니다.”

홍 사장은 명품이라고는 1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렇게 돈을 벌어도 재킷은 XX 패션에서 나오는 브랜드 은하수가 최고로 아는 양반이니까.

그것도 꼭 아웃렛에서 세일할 때만 사고.

하지만 원단은 잘 아니까 내 정장 옷감만 봐도 최고급인 줄 알고서 묻는 것이다.

“이놈아! 돈 좀 벌었다고 흥청망청 쓰지 말고, 아껴서 써. 돈이란 것이 그래요. 한눈 잠깐 팔면 아무리 많아도 줄줄 새서 없어지는 것이 돈이야. 간수 잘해라.”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래, 긴히 하겠다는 말은 뭐야?”

“화내지 마시고, 제가 드리는 말, 끝까지 들어주세요.”

“임마! 이젠 내 직원도 아닌데 내가 화를 왜 내? 뭔데 그래?”

내 직원이면 화를 내도 되는 건가?

“사장님, 혹시 회사 파실 생각 없으세요?”

“엉? 회사? 회사는 왜? 뭐, 가격만 맞으면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 요즘 누가 사겠냐? 그렇다고 내가 손해를 보고 팔 수도 없고.”

“그럼 가격만 맞으면 파실 생각이 있다는 거네요?”

“야! 그걸 네가 왜 묻는데?”

“제가 살까 해서요.”

“뭐 임마? 허허허! 술이나 마셔라. 헛소리하지 말고.”

“진심입니다, 사장님!”

“이놈이 진짜 미쳤나? 느닷없이 2년 만에 나타나서? 너 왜 이래?”

이런 반응일 줄 알았다.

그래서 쓸데없이 헛심 쓰기 싫어서 미리 작업을 해 놓았고.

“사장님, 강 판사님께 전화 한번 해주시겠습니까?”

“엉? 강 판사는 또 갑자기 왜?”

“그냥 한 번만 제 말을 들어주실래요? 저 사장님께 그 정도는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이놈아! 그러니까 강 판사는 뜬금없이 왜?”

“전화하시면 알 겁니다. 지금 사장님 전화 기다리거든요.”

“뭐? 정수가? 왜?”

“절 아시는 분이 미리 강 판사님께 저에 대해 말씀드려 놓았으니까요.”

“이게 무슨 소리야?”

“그저 속는 셈 치고서 안부 전화하신다고 생각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았어, 임마! 전화하고 난 집에 가련다!”

“네, 그러셔도 됩니다.”

“짜식이?”

홍 사장은 투덜대면서 전화기를 들었다.

강 판사는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홍 사장의 고등학교 동창이다.

나도 두어 번 운전수 노릇하면서 본 적이 있었고.

그래서 선배인 박홍렬 변호사에게 미리 부탁해놓은 것이다.

가뜩이나 의심 많은 홍 사장에게 내 신분을 확인시켜 주도록 말이다.

“어! 정수야! 나야! 뭐? 기다리고 있었어?”

홍 사장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뭐? 대, 대법관? 전직 대법관에게서도 전화가 왔다고?”

박 변호사가 장 이사장님에게도 말한 모양이네?

번거롭게 해드리기 싫어서 말씀 안 드린 건데.

“의심하지 말라고? 뭐! 일, 일 조? 아, 알았다. 응 그래, 고맙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홍 사장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 대체 2년 만에 어떻게 된 거야?”

그건 말 못 하지.

한동안 말없이 연거푸 소주를 마신 홍 사장은 다시 내게 물었다.

“그래, 네 재산이 1조라고?”

그래도 재산이 1조라고 많이 줄여서 말한 모양이네.

“네, 사장님.”

“허허허! 이거야 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하여간 그렇다고 치고?”

“이젠 제가 회사를 살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으세요?”

“아니, 정수 놈이 이렇게 보증한다는데 믿어야지 별수 있냐?”

“그럼 가격이 맞으면, 제게 회사를 파실 의향이 있으세요?”

“야, 철식아.”

“네, 사장님.”

“너, 나 잘 알지?”

“그럼요? 6년을 모셨는데요?”

“그럼 내가 너라고 해서 손해 보고 팔 인간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겠네?”

“당연한 말씀이지요.”

형제라도 1원 한 장 손해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좋아! 그럼 제대로 말하지. 100% 인수하겠다는 거냐?”

“네, 100%입니다.”

“가격은 어떻게 정하려고?”

“이렇게 하시지요. 뻔히 아는데, 괜히 복잡하게 하지 마시고요. 부동산은 시세에 맞춰 드리겠습니다. 천안 물류센터와 회사 사무실, 그리고 상가 2개와 목동 아파트 한 채잖습니까?”

“귀신이구나?”

“에이, 아파트 빼놓고는 전부 저 있을 때 사신 거잖아요? 다 제가 이삿짐 날랐는데요?”

“흐흐흐! 하긴.”

“하여간 부동산은 가장 최근의 주변 실제 매매 신고가에 5%를 얹어드리겠습니다. 괜찮으세요?”

“흐음, 그 정도면 뭐, 괜찮네.”

괜찮은 것이 아니라, 좋은 거지요,

“그리고 그 밖의 전국 100개 매장의 집기와 영업권, 브랜드 등의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일괄해서 100억을 드리지요. 사실 제가 고용한 전문가들은 70억에서 80억을 적정가로 말했는데, 제가 그냥 100억으로 치는 겁니다. 이건 사장님이 따로 확인해 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흐음, 그건 내가 따로 확인해 보지. 그럼 상품 재고는?”

“그냥 장부가격 그대로 드리겠습니다.”

“재고 실사도 하지 않고서?”

“뭐 서로 피곤하게 할 것이 있습니까? 제가 재고 실사에 동원된 것이 몇 번인데요? 아주 징그럽습니다.”

“푸하하! 그러냐? 이거 너무 잘 아는 놈하고 협상하니까, 그런 것은 편해서 좋구나?”

재고에 대해선 편집증이 있는 양반이라 이건 나도 편했다.

중소기업 오너치고는 장난도 거의 안 치는 성격이었고.

“좋아! 며칠 생각해 보고 답을 주마!”

“그러시지요, 사장님.”

그리고 일주일 후에 연락이 와서 다시 만났다.

자신이 사람을 고용해서 알아보니 내 조건이 나쁘지 않은데, 그래도 100% 깔끔하게 넘기는데 프리미엄으로 50억을 더 달라고 했다.

즉, 회사 가격 270억에 50억을 더해서 320억을 달라는 거였는데, 내가 말한 조건 자체가 살짝 후한 것이라 50억을 다 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30억만 주겠다고 했더니, 자신도 속으로 50억을 다 받을 생각이 없었는지 좋다고 했다.

결국, 대성 어패럴의 매각 가격은 300억으로 협상 완료.

300억을 홍 사장 통장으로 쏴주고 대성 어패럴은 내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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