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42화 (42/250)

42. 이거 은근히 중독되겠는데?

며칠 후에 홍 사장은 간단히 직원들에게 인사한 후에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그래도 오래 다녔던 직원에게는 고마운 마음이 있기는 했는지, 많게는 1,000만 원에서 작게는 100만 원까지 주고 갔다고.

물론 1년도 되지 않는 직원들은 국물도 없었는데, 그 1년도 안 되는 직원들이 3분의 1이다.

참으로 냉철한 양반이다.

다음날은 마침 금요일이었다.

재하 형을 통하여 전 직원은 외근 나가지 말고 회사에 있으라고 지시하고, 오전에 재단에 들렀다가 오후 4시쯤에 회사로 향했다.

딩동!

- 누구세요?

“나!”

- 어머! 회장님!

“······.”

이 아줌마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웬 회장님?

지이잉!

자동문이 열리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웬 회장님?”

“그럼 뭐라고 해···. 요?”

“에이, 정 씨 아줌마! 회장은 무슨 회장이야?”

“그래도, 예전처럼 막 부를 수는 그렇잖아···. 요?”

“편하게 좀 삽시다. 언니는 그냥 둘이 있을 때는 평소대로 불러.”

“그건 아니지, 그럼 금방 콩가루가 된다고?”

“흐음···.”

정 아줌마는 여상 졸업하고 바로 대기업 경리로 들어가서 직장 생활만 25년을 넘게 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보다도 오히려 조직 생리에 빠삭하다.

생각해 보니 아줌마 말이 맞는 것 같은데?

“그럼, 회장님 말고 그냥 대표님이라 불러요. 말투는 적당히 조절하고.”

“알겠어요, 대표님! 호호호!”

“하여간 은근히 여우라니까? 사장실은 그대로 있지?”

“넵! 홍 사장님이 자기 짐만 빼갔고, 전부 그대로입니다.”

“오케이, 재하 형하고 박진호 이사, 그리고 디자인 실장과 이정환 차장 좀 부르고, 나 커피 한 잔만 주실래?”

“넵! 기쁜 마음으로 올리겠습니당!”

“커피 심부를 시켰다고 고발하기 없기?”

“그럴까···. 요?”

“에이! 흐흐흐!”

“호호호!”

잠시 후, 재하 형이 앞장을 서서 영업부 박진호 이사, 디자인실 김선정 실장, 그리고 전산과 영업 관리, 물류를 총괄하여 맡은 이정환 차장이 주뼛거리면서 사장실로 들어왔다.

“음? 정 아줌마는?”

“우리만 부르고 자기 자리에 앉아 있던데요?”

재하 형이 역시 존댓말을 쓰면서 대답했다.

이런, 정작 지시하면서 당사자를 빠트렸군.

정 아줌마, 정 과장은 경리과장으로 회사 인수인계에 핵심으로 참여한 사람이다.

홍 사장 밑에서는 그냥 단순한 경리 취급을 받으면서 순전히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박봉임에도 회사에 다녔지만, 이제는 아니지.

내가 믿기도 했고.

바로 인터폰을 들었다.

- 네, 대표님?

“같이 들어오라는 것을 깜빡했네? 얼른 들어와요.”

- 넵!

씩씩하게 대답하는 것이 속으로는 간부들을 부르면서 자기만 쏙 빼놓아서 섭섭했었나 보다.

정 과장이 사장실로 들어오자 나는 바로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전부 들었을 겁니다. 내가 어쩌다 보니 돈을 좀 벌어서 회사를 인수했어요. 워낙 급작스럽게 일이 진행되어서 많이들 당혹스러웠을 겁니다. 나보다 다들 나이들도 많으시고, 또 직급도 한참 높았었으니까요. 그렇지요?”

“······.”

많이 황당했을 것이다.

이게 정말 소설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었으니까.

특히, 박진호 이사는 내 직속 상사로 6년을 같이 했던 사람이다.

지금, 이 상황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갈 것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를 인수한 것은 그래요, 사실 직원으로 있을 때부터 속으로 나도 언젠가는 이런 브랜드 회사를 창업하고 싶은 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투자 쪽으로 눈이 뜨여서 돈을 제법 벌게 되었고, 그러고 나서 생각하니 예전의 꿈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그 발판으로 삼고자 대성을 인수했습니다.”

“저, 대표님···.”

“응? 실장님 왜요?”

디자인 실장이 손을 들고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다.

손은 안 들어도 되는데?

“발판으로 삼고자 인수하셨다고 하셨는데요, 그러면 추가로 회사를 인수할 계획인가요?”

“흐흐흐! 역시 우리 선정 언니가···. 아! 험험! 김 실장님이 질문 잘하셨어요. 네, 맞습니다. 우리 대성보다 규모가 더 큰 회사 몇 개를 인수할 겁니다. 그리고, 성인복까지도 발을 넓힐 것이고요. 내 목표는 한국의 H&M이나 ZARA 정도로 회사를 키우는 거예요.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1,000억이든 2,000억이든 계속 투자할 겁니다!”

“1,000! 1,000억? 2,000억!”

“어머나! 세상에!”

“······.”

내 스케일을 이미 알고 있던 재하 형을 제외한 나머지 간부들이 천억, 이천억을 부르짖으며 경악했다.

“그러니, 여러분도 각자 속이 복잡하겠지만, 그 꿈을 향하여 같이 전진했으면 합니다.”

“저기, 대표님···.”

“응? 실장님, 손 안 들어도 되니까, 그냥 편하게 물어봐요.”

“호호! 그럼 직접 경영하실 건가요?”

“아닙니다. 나는 미국에서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관여는 하겠지만, 직접 경영하지는 못합니다.”

“그럼 누가···.”

“여기 이재하 생산부장님에게 대표이사를 맡길 겁니다.”

“어멋!”

“우와!”

“······.”

반응들이 제각각이다.

재하 형이야 당연히 무표정으로 일관했고, 김선정 실장은 나와 재하 형이 거의 형제처럼 붙어 다닌 것을 알기에 감탄하면서도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다.

이정환 차장과 정 과장도 인수과정에서 재하 형이 개입한 것을 알기에 그러려니 하는 것 같았다.

다만, 박진호 이사만 표정 관리를 하느라 힘을 쓰는 것으로 보였다,

아마도, 대표는 자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하여간 이따가 전 직원들 앞에서도 말하겠지만,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겁니다. 우리 대성, 솔직히 홍 사장님이 소릴 심하게 지르고 너무 직원들을 쪼고 박하게 굴어서 그렇지, 충분히 좋은 회사고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라는 것을 모두 알 거예요. 나는 새로운 대성을 정말 크게 만들 생각이고 그럴 자금도 충분합니다. 여러분들이 같이 진심으로 협력한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믿어도 되겠습니까?”

“네!”

“하하하! 고맙습니다. 정 과장님.”

“네, 대표님.”

“직원들 오늘 저녁 먹을 거라고 사전에 공지 다 했지요?”

“네, 했습니다.”

“그럼 지금 시간이 4시 반이니까, 5시에 일찍 업무 종료하는 것으로 하고 소사랑에 예약했으니까 거기로 모이라고 하세요.”

“어머! 소고기?”

“에이, 그럼 내가 갑빠가 있지, 누구처럼 맨날 삼겹살만 먹일까 봐?”

“호호홍! 믿고 있었사옵니다, 대표님!”

홍 사장이 있을 때는 송년 회식도 인당 2만 원으로 제한했었다.

그것도 주대니 뭐니 다 포함해서.

그러니 기껏해야 먹을 수 있는 것은 삼겹살 아니면 목살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술 안 먹고 입이 짧은 직원이 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소주조차도 맘대로 못 마셨을 거다.

“자! 그러면 그렇게들 아시고, 박 이사님만 남고 소사랑에서 봅시다.”

“나, 아니 저요?”

“네.”

“······.”

다른 간부들이 나가자, 박진호 이사가 불안한 기색으로 안절부절못했다.

“이사님.”

“네, 대표님.”

“굉장히 황당하지요? 지금, 이 상황이?”

“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솔직히, 회사를 인수하면서 이사님과 같이 갈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을 좀 했습니다.”

“예? 아니 왜, 왜요?”

“이사님께는 제가 많은 것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제게 영업을 가르쳐 주신 분이니까요.”

“그, 그런데?”

“6년씩이나 사실상 대성의 영업부를 이끌어 왔는데, 우리 솔까말로 인간적으로는 그리 친하지 못했지요?”

“······.”

“저, 이사님 능력 인정합니다. 영업 능력은 이론의 여지 없이 자타가 공인하잖습니까? 이 바닥에 오래 있으셔서 발도 넓으시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사님 정말 좋지 않은 점이 있어요.”

“뭡니까?”

“이사님도 자기 밑이라고 생각되면 갑질을 한다는 겁니다. 영업부 직원들은 물론이고, 나이 많은 매니저님들에게도 함부로 말하고 그러셨잖아요?”

“······.”

“전 솔직히 이사님 모실 때, 그게 너무 싫었습니다. 이준환 차장? 강성모 대리? 그 사람들이 나갈 때 뭐라고 하고 나간 줄 아세요? 자기들은 소리 지르는 홍 사장도 싫지만, 이사님이 너무 싫다고 했습니다. 박 이사가 사장이었으면, 아마 홍 사장보다 더했을 거라고 하면서요. 아니, 요즘 세상에 아무리 아랫사람이라고 하여도 한 가정의 가장인 사람들에게 이 새끼 저 새끼가 대체 뭡니까? 요즘 그런 직장 상사가 어디 있냐고요?”

“······.”

“그리고, 곤란한 결재건 있으면 슬그머니 빠지시고?”

“험험···.”

“매니저들한테도 그래요. 나이가 50대인 사람들입니다. 따지고 보면 중간관리자들이고 전부 개인사업자를 내게 했으니 회사와는 협력 관계이고요. 정말 나, 이사님 그분들한테 소리를 지르고 말 함부로 할 때, 옆에서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

박진호 이사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짚고 넘어갈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제가 이런 말씀 드리는 거, 너무 고깝게 생각하지 마세요. 이렇게 위치가 바뀌어서 대면하지 않았어도 기회가 되면 술 한잔하면서 꼭 드리고 싶었던 말입니다.”

“고, 고깝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 저랑 같이 가실 수 있는지 없는지 지금 결정하자고요.”

“네?”

“방금 내가 말한 것들, 새로운 대성에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다시는! 다시는 갑질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으세요? 약속하시면 저와 함께 가는 것이고, 아니면 전 같이 못 갑니다. 대충 이 자리만 모면하겠다는 생각은 마시고, 잘 생각하고 대답해 주세요. 추후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소리가 제 귀에 들어오면 그날로 탈탈 털어서 정리할 거니까요.”

“······.”

“어떻게? 약속할 수 있겠습니까? 박 이사님? 못 한다면 지금 말씀하세요. 많지는 않더라도 퇴직금과는 별도로 위로금 더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물론, 약속 어기시면 나중에는 그것도 없을 것이고요.”

대답이야 뻔하겠지만, 그래도 일부러 더 압박했다.

제발 좀 갑질하는 버릇 좀 고치라고.

이 양반, 지금 여기 잘리면 갈 곳이 많지 않다.

요즘 어려운 유·아동 바닥에서 영업 본부장 자리가 있을 리가 없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정말 열심히 하고, 다시는 갑질하지 않겠습니다, 대표님!”

“믿어도 되겠습니까?”

“네, 믿어주십시오!”

“그럼 믿겠습니다? 이재하 부장이 사장으로 온다고 고깝게 생각하시면 안 되고요?”

“물론입니다! 충심으로 모시겠습니다!”

나이는 재하 형이 한 살 많은데, 먼저 이사 달고서부터는 은근히 아랫사람 취급을 하는 것이 내 눈에 거슬렸었다.

완전 다른 부서인데.

“그럼 믿겠습니다! 자! 악수!”

“감사합니다! 대표님!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내가 한 손을 내밀자, 박진호 이사는 극진하게 내 손을 양손으로 쥐면서 허릴 굽혔다.

이게 박 이사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윗사람에게는 철저하게 굽힌다는 거.

하여간 깔 만큼 깠으니, 좋은 말도 좀 해주어야지?

“대우는 제대로 해드리겠습니다. 우리 회사 정도의 영업 본부장 이사가 타는 차량이 모닝이 뭐고 아반떼가 뭡니까? 소나타 신형으로 바꿔드릴 테니까, 그리 아세요.”

“충성입니다! 대표님! 충성!”

“아니 뭐 충성씩이나···.”

이거 은근히 중독되겠는데?

1